새로운 시대의 패권을 건 한 판 승부! SS VS 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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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대의 패권을 건 한 판 승부! SS VS PS
  • stonepillar
  • 승인 2014.12.11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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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시장의 역사를 임의대로 구분해 보자면, 초기 게임 시장의 흥망성쇠를 모두 겪은 아타리 시대를 1기, 비디오게임 시장의 제왕으로 군림했던 닌텐도의 전성기를 2기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3기라고 할 수 있는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 대 중반까지의 약 10년은 비디오게임 역사상 가장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던 시기이기도 했다. 제왕으로 군림했던 닌텐도의 위상이 흔들리면서 새롭게 등장한 경쟁자들이 새 시대의 패권을 노리고 달려들던 그 당시, 여전히 2인자의 위치를 꿋꿋하게 사수했던 세가는 마침내 차세대 경쟁에서 제왕의 자리를 눈앞에 둔 것처럼 보였었다. 그러나 세가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경쟁자에 의해 다시 한 번 좌절을 경험해야 했다.
 
 
 
세가, 닌텐도가 없는 세상에서 1인자를 꿈꾸다!
새턴(Saturn)

 
지난 시간에 닌텐도와의 경쟁 구도를 다루면서 언급한 바 있지만, 세가는 게임 시장에서 영원한 2인자였다. 그런 세가에게도 한 때 게임 시장의 1인자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았던 시기가 있었는데, 바로 비디오 게임기가 16비트에서 32비트로 넘어가던 과도기였다. 8비트와 16비트 시장에서 세가는 제왕 닌텐도의 유일한 경쟁자로 인식될 만큼 선전을 했지만, 결국 닌텐도를 뛰어넘지는 못했다.
 
▲ 새턴은 CD를 사용하는 게임기였지만, 뒤쪽에 카트리지 슬롯이 있어서 이를 활용해 다양한 확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세가는 16비트 경쟁에서도 닌텐도보다 일찍 차세대기를 선보인 바 있었는데, 32비트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였다. 세가의 차세대기 프로젝트는 새턴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이는 새턴이 세가의 여섯 번째 게임기 제작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태양계 6번째 행성의 이름을 따 온 것이다. 개발 과정에서 이 프로젝트명이 널리 퍼지면서 결국 최종적으로 차세대 게임기 명으로 고정됐다.
 
새턴은 세가가 차세대 시장에서 닌텐도를 뛰어넘기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였지만, 중간에 닌텐도의 차세대기 계획은 지연됐고, 갑자기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이 급부상하면서 새로운 경쟁구도에 맞춰 전략을 바꿔야 했다. 소니는 애초에 전자제품 제조사였던 데다, 또 처음으로 게임 시장에 진출한 만큼 하드웨어 성능에 많은 신경을 썼는데, 세가도 이에 대항하기 위해 새턴에 CPU를 추가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사실상 콘솔 시장의 하드웨어 성능 경쟁이 이 시기를 기점으로 본격화 되었다고 할 수 있다.
 
▲ 새턴의 대표적인 오리지널 게임인 ‘ 사쿠라대전’. 세가가 게임기 사업을 철수한 이후에는 다른 플랫폼으로도 출시됐다.
 
당시 세가는 아케이드용 대전액션 게임인 ‘버추어 파이터’를 출시해 본격적인 3D 게임 시대를 연 장본인 중 하나였지만, 아직까지 대세는 2D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에 새턴은 2D 그래픽에 최적화된 형태로 개발됐다. 이 전략은 나름대로 성공을 거두어 초반 경쟁에서는 새턴이 플레이스테이션보다 강세를 보였다. 또한, 세가는 오랜 기간 게임 사업을 해오면서 관계를 맺어온 파트너들도 많았고, 세가 자체의 게임 개발력도 우수했기 때문에 전문가들도 소니보다는 세가의 우세를 점쳤었다.
 
그러나 세가는 새턴에서 한 가지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아케이드 시장에서 직접 3D 게임의 성공 가능성을 엿봤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가정용 시장에서는 발빠른 대응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게임 시장의 트렌드가 급격히 3D 쪽으로 흘러가면서 상대적으로 플레이스테이션보다 3D 그래픽 구현 능력에서 뒤처졌던 새턴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여기에 결정타를 날린 것이 바로, 스퀘어가 ‘파이널판타지7’을 플레이스테이션으로 발매한 사건이었다.
 
▲ “이 전쟁을 끝내러 왔다” by 클라우드
 
 
소니, 마침내 게임 시장에 진출하다
플레이스테이션(Playstation)

 
소니가 게임 시장에 관심을 보인 것은 1990년도 초반으로, 그 중심에는 플레이스테이션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쿠타라기 켄이 있었다. 1990년 초반 소니는 닌텐도와 함께 CD를 사용한 슈퍼패미컴의 후계기를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었다. 이때 개발 중이던 게임기 이름이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업무용 컴퓨터 ‘워크스테이션’에서 일을 뜻하는 ‘워크’를 놀이를 뜻하는 ‘플레이’로 바꾼 것이 이름의 유래라고 한다. 그러니까 ‘노는 역’이 아니라 ‘놀이용 컴퓨터’를 의미한다. 그런데 돌연 닌텐도가 소니와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필립스와 계약을 하면서, 소니의 입장이 난감하게 돼버렸다. 이후 소니는 세가와도 접촉을 시도했지만, 이 역시 성과는 없었다.
 
▲ 독특한 디자인의 컨트롤러와 게임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메모리카드는 PS만의 특징이었다. 이 컨트롤러에 아날로그 스틱과 진동모터를 하나 더 추가한 것이 바로 듀얼쇼크.
 
당시 게임 회사들이 소니와의 협업을 꺼렸던 이유에 대해서는, 이미 가전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갖고 있던 소니가 게임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걸 두려워했기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어쨌든 이 사건은 당연히 소니의 임원진을 분노케 했고, 소니는 게임 산업에서 손을 떼려 했다. 그러나 쿠타라기 켄의 생각은 달랐다. 쿠타라기는 게임 사업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소니의 임원진들 앞에서 “우리가 정말 이대로 물러나도 좋겠습니까? 소니는 평생 웃음거리가 될 겁니다” 라며 강력하게 프로젝트 속행을 주장했다. 쿠타라기 켄의 강력한 호소와 자신감은 당시의 소니의 CEO였던 오가 노리오의 마음을 움직였고, 한 때 접힐 뻔 했던 플레이스테이션 프로젝트는 그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다.
 
플레이스테이션은 1994년 12월 3일, 세가의 새턴보다 한 달 늦게 일본에서 출시됐다. 소니에서 만든 첫 번째 게임기로서 많은 주목을 받긴 했지만, 당시에만 해도 플레이스테이션이 세가 새턴이나 후에 등장할 닌텐도 후계기와의 경쟁에서 이길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서드파티의 지원에 약점을 갖고 있던 소니는 기존의 플랫폼홀더와 달리 파격적인 조건으로 서드파티들을 유혹했고, 오랜 시간 닌텐도에 억눌려 있었던 게임 개발사들이 하나 둘 플레이스테이션 진영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특히 그 중에서도 남코의 참여는 플레이스테이션에 큰 힘이 됐다. 그리고 마침내 당대 최고의 개발사로 꼽혔던 스퀘어가 플레이스테이션을 선택하면서 차세대 시장의 무게 추는 완전히 한 쪽으로 기울게 됐다.
 
▲ 새턴에 ‘버추어파이터’가 있었다면, 플레이스테이션에는 남코의 ‘철권’이 있었다.
 
당시 스퀘어, 그리고 ‘파이널판타지’ 시리즈의 위상은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했는데, 특히 차세대기로 첫 등장할 ‘파이널판타지7’에 많은 기대와 관심이 쏠리고 있었다. ‘파이널판타지’ 시리즈는 닌텐도의 게임기에서 탄생했고, 닌텐도의 게임기와 함께 성장했기 때문에 차기작도 닌텐도의 후계기로 나올 것이라는 게 당시의 일반적인 전망이었다. 그러나 닌텐도의 지나친 서드파티 조이기는 결국 스퀘어마저 돌아서게 만들었고, 스퀘어는 상대적으로 3D 그래픽 성능이 뛰어났던 플레이스테이션과 손을 잡기에 이르렀다.
 
‘파이널판타지7’은 1997년 1월에 출시됐으며, 일본에서만 326만 장, 전 세계를 합치면 980만 장이라는 시리즈 최고의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역사를 새로 썼다. ‘파이널판타지’를 얻은 소니와 플레이스테이션은 세가의 새턴은 물론이고, 뒤늦게 출시된 닌텐도의 차세대기 닌텐도64까지 큰 차이로 따돌리며 게임 시장의 새로운 제왕으로 등극했다.
 
▲ 플레이스테이션 황혼기에는 본체의 크기를 대폭 줄인 귀여운 디자인의 ‘PS ONE’이라는 파생제품도 등장했다.
 
 
게임 삼국지의 시작
 
세가의 새턴은 최종적으로 876만 대만 판매하는 데 그쳐, 세가의 게임기 중 가장 초라한 성적을 기록했다. 그나마 일본 내에서는 580만 대를 판매하면서 숙적이었던 닌텐도의 닌텐도64보다 근소하게 앞서긴 했지만, 어차피 닌텐도64 역시 실패한 게임기였던 만큼 큰 의미는 없다. 게다가 닌텐도64는 그래도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는 나름대로 성공을 거둬 3293만 대를 판매하며 선방하기도 했다. 다크호스처럼 등장해 순식간에 게임시장을 평정한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은 1억 2000만 대 이상을 판매하며 압도적인 격차를 보여줬다.
 
이후 세가는 서서히 몰락의 길을 걸었고, 닌텐도는 꾸준히 자신만의 길을 걸으며 후에 다시 한 번 제왕의 면모를 보여주게 된다.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의 뒤를 잇는 후속기 플레이스테이션2를 2000년에 출시했는데, 이 게임기는 약 1억 5000만 대를 판매하면서 지금까지 가장 많이 팔린 게임기로 기록돼 있다. 이 시기에 세가는 드림캐스트를 끝으로 가정용 하드웨어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했고, 마이크로소프트가 게임 시장에 뛰어들면서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닌텐도의 3파전이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smartPC사랑 | 석주원 기자 juwon@ilovep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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