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 안의 작은 스튜디오, 아이리버 아스텔앤컨 AK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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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 안의 작은 스튜디오, 아이리버 아스텔앤컨 AK100
  • PC사랑
  • 승인 2013.01.11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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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대를 풍미했던 mp3 플레이어는 이제 흔하다 못해 별도의 기기를 사용하지 않게 됐다. 하지만 아직도 CD플레이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있듯 mp3플레이어도 기능적인 변화와 발전으로 그 입지를 잃지 않고 있다. 특히 24비트, 192KHz 고음질 음원을 재생할 수 있는 ‘Astell&Kern AK100’은 휴대용 기기를 넘어 PC-Fi로도 손색이 없다.
 
정환용 기자
 
 
PC-Fi란?
오디오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Hi-Fi’는 들어봤을 것이다. 음악을 더 좋은 환경에서 감상하기 위한 고음질의 오디오 시스템을 지칭하는 Hi-Fi는, 원음에 더 가까이 접근하려는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고가의 음악감상 장비이다. 턴테이블과 앰프, 고가의 혼 스피커 등 억대를 넘나드는 고품격 취미로서 오디오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더 좋은 스피커, 더 좋은 앰프를 가지고 있는 것이 자부심이 되기도 한다.

좋은 음악을 더 좋은 음질로 듣고 싶은 것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소원이지만, 모든 사람들이 고가의 음향 장비를 구성하기는 쉽지 않다. 이것을 충족시켜 주는 것이 PC를 활용한 고음질 음향 시스템 ‘PC-Fi’다. PC용 앰프와 아날로그 스피커를 PC에 연결하면 같은 품질의 음원도 더 좋은 소리로 들을 수 있다. PC용 앰프 또한 10만 원대의 저가형부터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고급형 제품이 있지만, Astell&Kern AK100(이하 'AK100')을 DAC로 활용할 수 있어 최근 다시 PC-Fi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고음질의 끝, 24Bit/192Kb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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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음질에 대한 리스너들의 욕심은 PC-Fi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수천만 원을 들이지 않아도 PC에서 그에 준하는 수준의 음악 감상 시스템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기자 역시 집에서 20만 원대의 보급형 DAC와 과거 ‘전축’에 사용하던 JBL 사(社)의 아날로그 스피커를 사용해 가능한 선에서 음악 감상을 즐기고 있다. 비록 오디오 매니아들의 어마어마한 시스템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PC-Fi 시스템이라고 자부한다.
 
지난해 출시된 아이리버 AK100을 접한 뒤 기자의 인내심이 ‘뚝’ 끊어졌다. 아이리버는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mp3 플레이어의 입지가 좁아지는 시장에서도 음향기기 분야의 인기를 놓지 않고 있는 토종 국산 기업으로, 새로 출시된 AK100은 ‘포터블 하이파이 오디오’라 불릴 만큼 고음질을 충실하게 재생하는 휴대용 음향기기다. AK100은 하이파이 D/A 컨버터나 CD 플레이어에 사용되는 울프슨 사의 WM8740 DAC를 탑재해 스튜디오 수준의 24비트 192kHz의 음원을 재생할 수 있다. 가장 보편적인 음악 파일인 mp3는 사람이 들을 수 있는 가청영역 밖의 소스를 삭제해 파일의 용량을 줄이는 방식이기 때문에 음질에 한계가 있고, 조금씩 사용 빈도가 늘고 있는 OGG(오그보비스)나 FLAC(Free Loseless Audio Codec)는 mp3보다 음질이 좋지만 이 역시 음악CD에서 추출한 파일을 최대한 손실 없이 압축한 방식이기에 원음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단순히 설명해 보자. 일반적으로 발매되는 CD의 음원 파일은 WAV 파일이다. CD 한 장의 용량은 약 700MB로, 시간으로 보면 70분 내외이다. 분당 약 10MB이니 4분 길이의 노래 한 곡이면 CD 원본 파일의 한 곡의 용량은 40MB 정도이다. 이것을 음질의 손실 없이 FLAC 파일로 추출하면 용량은 약 20% 정도 감소해 30MB 내외의 파일이 된다. 하지만 최근 가장 많이 사용되는 휴대용 음악재생기기인 스마트폰은 대부분 FLAC 파일을 재생하지 못해 mp3 파일로 변환해야 한다.
 
또한, CD에서 곧바로 192kbps의 mp3 파일로 추출하면 앞선 설명처럼 가청영역 밖의 소리를 잘라내 한 곡의 용량이 5~6MB 정도로 축소된다. 용량이 작아져 제한된 기기의 용량에 더 많은 곡을 수록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음질이 낮아지는 단점은 어쩔 수 없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음원의 압축으로 손실되는 것은 음악의 ‘공간감’이라고 보면 적절한 듯하다.
 
그렇다면 AK100이 재생할 수 있는 음질은 어떨까? 일단 AK100에서는 모든 형식의 음악 파일을 재생할 수 있다. OGG, WAV, FLAC 등 고음질 음원 재생에 뛰어나고, 특히 AK100을 대변할 수 있는 ‘MQS(Mastering Quality Sound)’ 는 24비트 192kHz로 이론적으로나 실용적으로 소비자가 들을 수 있는 가장 높은 음질의 음원이다. 간단하게는 ‘스튜디오에서의 소리를 그대로 옮겨온’ 것이고, 이것은 음악을 디지털 파일로 옮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최대한 줄임으로서 음악이 원래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효과들을 그대로 귀에 가져다 주는 것을 뜻한다. 참고로 MQS는 mp3, wav 등과 같은 파일의 종류가 아니라 24비트 FLAC, WAV 등의 고음질 무손실 음원을 지칭하는 단어다.
 
※ DAC가 뭐죠?
DAC는 Digital to Analog Converter의 약자로,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 신호로 변환시켜 주는 장치를 말한다. 이는 음악이 입력부인 플레이어에서 출력부인 스피커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최소화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오디오 매니아들처럼 턴테이블에 LP를 얹어 듣는 시스템에서는 필요하지 않고, mp3 플레이어나 CDP에서 PC 스피커로 더 좋은 소리를 얻기 위해 필요한 것이 DAC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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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하게 구성된 케이스의 가죽 손잡이를 옆으로 당기면 AK100이 드러난다. 종이 케이스에 단단하게 밀착돼 안정적인 모습이 인상적이다. 충전 케이블과 보호 파우치가 동봉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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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외관과 더불어 심플한 인터페이스는 직관적이다. 좌측에 재생/정지 및 RWD/FF 버튼, 상단에 in/out 단자와 전원 버튼, 하단에 충전/연결 미니 USB 포트와 2개의 마이크로 SD 메모리 슬롯이 배치돼 있다. 우측에 시계의 용두처럼 나와 있는 아날로그 볼륨 다이얼은 150단계로 음량을 조절할 수 있다.
 
 
2.4인치 터치 방식의 화면은 앨범의 커버 아트를 다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주목할 것은 화면이 아니라 화질이기에 문제없다. 메인 화면의 상단에는 재생 중인 음악의 음질을 표시하고, 하단의 메뉴를 터치하면 곡의 자세한 정보와 함께 Equalizer 설정 화면을 볼 수 있다. EQ 설정은 전적으로 사용자의 취향에 맞춰 조절할 수 있어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에 맞는 EQ 설정을 찾는 것도 AK100을 즐기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PC-Fi, 어렵지 않아요~
AK100은 69만 원에 육박하는 고가이지만 PC-Fi를 구성하는 DAC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매력적이다. 보통 PC-Fi 시스템은 플레이어-DAC-앰프-출력부(스피커, 헤드폰 등)로 연결된다. 이 과정에서 음량과 음압을 확보하기 위한 앰프는 별도로 구매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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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케이블은 PC에서 재생되는 고음질의 음악이 DAC로 넘어가며 발생하는 손실을 최소한으로 줄여 준다. 1~2만 원 선에서 구매할 수 있다.
 
 
연결 순서는 간단하다. PC의 optical out 포트와 AK100의 상단 중간에 있는 optical in 포트를 광케이블로 연결하고, AK100의 아웃풋 포트에 스피커, 헤드폰의 3.5파이 단자를 연결하면 된다. 스피커가 앰프 외장형이라면 충분한 음압을 확보할 수 있어 더욱 좋다. PC에서 24bit/192kHz의 음원을 프로그램을 통해 재생하면 DAC 역할을 해주는 AK100이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 신호로 바꿔 출력해 준다. 단, 보통 광케이블은 양쪽이 각 형태로 되어 있는데 AK100의 옵티컬 포트는 원형이므로 광케이블을 구매할 때는 한쪽은 각형, 한쪽은 원형인 광케이블을 구매해야 한다. 케이블의 양쪽이 모두 각 형태이거나 원 형태라면 한쪽에 변환 젠더를 꽂아줘도 된다.
 
 
백문이 불여일견, 들어보자!
AK100의 음질을 테스트하기 위해 스피커와 헤드폰, 이어폰을 준비했다. 스피커는 PC 스피커의 명가 브리츠의 2.1채널 신제품 BR-2100T9, 헤드폰은 젠하이저의 하이엔드 헤드폰 ‘모멘텀’과 소니의 ‘MDR-MA900’, 그리고 이어폰은 기자가 보유하고 있는 저가형의 강자 파나소닉 ‘RP-HJE120’과 슈어의 보급형 모델 ‘SCL2’를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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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하이저 모멘텀. 최고급 영국산 소가죽으로 만들어진 이어패드와 헤드밴드의 스티치, 양측의 금속 로고가 고급스럽고 3.5파이 단자는 90도로 꺾여 단선에 강하다. 별도로 아이팟/아이폰에 대응하는 리모콘이 연결된 케이블이 동봉돼 있다.
 
 
테스트에 사용된 음원은 K-pop 발라드, 댄스, pop 발라드, 클래식, 헤비메탈 등 5가지 장르의 같은 곡을 128Kbps, 192Kbps, 일반 FLAC파일(16bit), 무손실 FLAC 파일(24bit, MQS)로 선정했다. 한 가지 염두에 둘 것은, ‘소리’라는 매우 주관적인 분야인 만큼 음악에 대한 기자의 주관적인 성향과 관점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점이다. 기자는 뼛속까지는 아니지만 Rock을 사랑하기 때문에 이 장르를 청음하는 것에 상당한 비중을 뒀다.
 
약 40시간의 청음 후에 먼저 든 생각은 ‘들리지 않던 소리가 들린다’는 것이다. K-pop 발라드나 댄스곡의 경우 실제 악기보다는 미디 작업으로 만들어낸 기계적인 소리가 많아 소리를 분별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가장 기대했던 ‘공간감’은 MQS(Mastering Quality Sound)가 월등히 큰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수많은 악기들의 하모니를 담아낸 클래식의 경우 악기 하나하나의 소리를 모두 들을 수 있어 음악에 대한 지식과 관계 없는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기자가 가장 기대했던 록과 메탈에서는 매우 거친 악기들의 향연 속에서 ‘아, 이 부분은 기타리스트가 다운피킹을 하고 있구나’ 식의 세세한 부분까지 구분할 수 있었다. 평소 스마트폰으로 들을 때는 잘 알 수 없었던 신디사이저의 코드연주도 분별이 가능했고, 보컬의 목소리 또한 곡의 분위기에 따른 호흡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해상도가 뛰어났다. 이것은 특히 이어폰을 사용해 소리를 집중시키는 것보다 헤드폰으로 소리를 넓게 풀어내고 이것을 기자의 귀로 모으는 것에서 더 크게 느낄 수 있었다. 이어폰의 경우 저가형 제품에서는 이어폰 자체의 한계로 소리의 분석력을 분별하기 어려웠고, 슈어 SCL2와 같은 중급형 이어폰에서도 공간감은 괜찮았으나 일반 FLAC 음질과 MQS 음질과의 차이를 느끼기는 쉽지 않았다.
 
AK100을 사용해 본 기자의 추천은 ‘헤드폰과의 조합’이다. 특히 젠하이저 모멘텀과의 조합은 모든 장르에서 mp3 파일을 잊고 싶을 정도로 뛰어나다. 현재 아이리버 뮤직 그루버스 홈페이지(www.groovers.kr)에서 MQS(Mastering Quality Sound)를 정식 판매하고 있다. 한 곡당 1,800원으로 mp3 파일보다 약 3배 비싼 가격이지만, AK100을 사용하고 있다면 아깝지 않은 투자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아날로그 스피커-AK100-PC로 연결하는 PC-Fi 시스템이라면 클래식 애호가들도 만족할 수 있는 오디오 시스템이 된다. AK100을 사용하고 있다면 남은 일은 당신의 귀를 즐겁게 해 주는 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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