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메모리카드, MLC인가 TLC인가? 블랙박스용 SD카드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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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메모리카드, MLC인가 TLC인가? 블랙박스용 SD카드의 불편한 진실
  • 이철호 기자
  • 승인 2020.04.01 11:3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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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rtPC사랑=이철호 기자] 교통사고 시 억울한 송사에 휘말릴 일을 방지해주는 블랙박스는 이제 거의 모든 운전자들의 필수품이 됐다. 블랙박스가 주변 도로 상황을 녹화해 저장하려면 메모리카드가 필요하다. 특히 일반 환경보다 훨씬 가혹한 블랙박스 환경에서는 블랙박스에 어울리는 블랙박스용 SD카드가 필요하다.

가혹한 블랙박스 환경에 맞는 블랙박스용 메모리카드가 널리 팔리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 순으로 키오시아 EXCERIA™ M303E, 샌디스크 High Endurance, 렉사 667X, 삼성전자 PRO Endurance.

그런데 최근 출시된 블랙박스용 SD카드의 성능과 수명이 이전보다 떨어진 것을 체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저장방식의 변화에 있다. 문제는 메모리카드 업계에서 SD카드 저장방식의 변경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실태를 살펴보자.

 

MLC 그리고 TLC

SD카드를 비롯하여 SSD, USB 메모리 등에 쓰이는 낸드 플래시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저장방식이 바뀌어 왔다. 낸드 플래시의 저장방식은 크게 SLC, MLC, TLC, QLC로 구분되는데, 거칠게 말하자면 셀 하나에 1비트/2비트/3비트/4비트를 저장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셀당 저장하는 비트가 많아질수록 한정된 면적에 저장되는 데이터가 많아지기 때문에 더 경제적이며, 대용량 스토리지 설계에도 유리하다. 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 셀 하나에 저장되는 비트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속도가 느려지며, 수명도 짧아지고, 안정성도 떨어진다. 즉, 경제성만 제외하면 SLC가 MLC보다, MLC가 TLC, QLC보다 우월하다고 볼 수 있다.

낸드 플래시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방식에 따라 SLC, MLC, TLC 등으로 나뉜다. [출처-Wiley Online Library]

 

블랙박스 SD카드에는 MLC가 어울려

기자는 ‘그러니까 TLC 낸드 플래시는 쓸 게 못 된다’고 주장하려는 건 아니다. 반도체 기술이 날로 발전한 지금, TLC 낸드 플래시를 채택한 제품의 성능은 대폭 개선됐다. 특히 읽기 속도/쓰기 속도의 경우 현재의 TLC 제품이 이전의 MLC 제품보다 더 좋은 편이다. 일반적인 용도로 사용하기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최근에는 TLC 낸드 플래시도 MLC만큼이나 우수한 성능을 지니게 됐다. 사진은 키오시아의 3D 낸드 플래시인 BiCS FLASH.
최근에는 TLC 낸드 플래시도 MLC만큼이나 우수한 성능을 지니게 됐다. 사진은 키오시아의 3D 낸드 플래시인 BiCS FLASH.

하지만 블랙박스나 CCTV, IP카메라라면 어떨까? 이런 디바이스들의 경우 24시간 상시 가동되어 화면을 녹화해야 하므로 일반 메모리카드를 사용하면 큰 손해를 볼 수 있다. 이는 메모리카드에도 수명 제한이 있어, 동영상을 녹화하는 동안 데이터를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다 보면 메모리 수명이 급격하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블랙박스와 메모리카드에 조예가 깊은 유저들이 웬만하면 MLC SD카드를 구매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MLC는 TLC보다 수명과 안정성이 우수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환경보다 훨씬 가혹한 블랙박스, CCTV 등에서도 신뢰성이 높다.

블랙박스에는 일반 메모리카드보다 뛰어난 내구성을 지닌 제품이 요구된다.
블랙박스에는 일반 메모리카드보다 뛰어난 내구성을 지닌 제품이 요구된다.

 

MLC SD카드가 MLC가 아니라니

문제는 일반 메모리카드는 물론 블랙박스용 SD카드의 경우에도 저장방식을 제대로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보통 MLC를 저장방식으로 사용하는 제품의 경우 제품명에 MLC를 표기해두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MLC가 표기된 제품이라도 실제로는 TLC를 사용한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미 2016년에 이 문제 때문에 업계가 한 번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렉사(Lexar)의 633X 마이크로 SD카드의 경우 MLC 방식을 채택한 것을 내세워 타사 TLC 제품보다 2.5배나 높은 가격에 판매됐다. 이 기업은 ‘자사의 모든 제품은 저가의 TLC 메모리를 사용하지 않고, MLC 방식을 사용한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128GB 제품이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성능을 지니고 있음이 알려지면서 일이 커졌다. 렉사측은 MLC 방식을 사용했는지, TLC 방식을 채택했는지에 대해 모호한 답변을 거듭했고, 렉사 SD카드의 OEM 제조사는 자사나 외부로 나가는 128GB 제품 중 MLC로 된 제품은 없다고 응답했다. 이로 인해 유저들 사이에서 렉사의 신뢰도는 크게 떨어졌다.

렉사 633X는 공식 스펙 대비 실제 성능이 지나치게 떨어져 저장방식 허위 기재 논란이 일었다. [출처-XDA-Developers]
렉사 633X는 공식 스펙 대비 실제 성능이 지나치게 떨어져 저장방식 허위 기재 논란이 일었다. [출처-XDA-Developers]

 

아직도 전혀 나아지지 않았어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 샌디스크의 블랙박스용 마이크로 SD카드 'High Endurance'의 경우 다나와, 에누리 등 대부분의 가격비교 사이트에서 저장방식이 MLC로 표기되어 있다. 본사와 판매처 역시 이 메모리카드는 MLC 방식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샌디스크 High Endurance 마이크로 SD카드는 가격비교 사이트에 MLC를 등록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샌디스크 High Endurance 마이크로 SD카드는 가격비교 사이트에 저장방식을 MLC로 표기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하지만 세부 스펙을 살펴보면 의심이 가는 측면이 있다. 샌디스크 High Endurance의 최신형은 2019년에 출시되었는데, 이 제품은 2015년에 출시된 샌디스크 블랙박스 메모리카드에 비해 비디오 저장시간이 반토막났다. 32GB 모델의 경우 2015년 제품은 최대 5,000시간(FHD 레코딩 기준)까지 녹화가 가능했으나, 2019년형은 최대 2,500시간까지만 지원한다.

2015년형에 비해 용량의 선택지가 늘어난 대신 비디오 저장시간이 대폭 감소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샌디스크가 마이크로 SD카드용 낸드 플래시를 MLC에서 TLC로 교체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샌디스크는 도시바와 파트너십을 맺고 설립한 도시바 메모리(현 키오시아)에서 낸드 플래시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데, 업계에서는 현재 키오시아에서 MLC 낸드 플래시를 단종하고 TLC 제품만 생산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키오시아가 도시바 브랜드로 출시하는 블랙박스용 SD카드는 TLC만을 사용한다"며 "키오시아와 같은 낸드 플래시를 만들어 사용하는 샌디스크가 현재 MLC 메모리카드를 만들어 판매할 수 있을 리가 없다"고 말했다.

 

이게 MLC인가 TLC인가

이에 기자는 샌디스크 해외 지원팀에 이메일을 보내 이 제품이 어떤 저장방식을 채택했는지 문의했다. 답변은 "모든 샌디스크 SD카드와 마이크로 SD카드는 2개 이상의 비트를 낸드 플래시 셀에 저장하는 MLC 방식을 사용합니다(All SanDisk SD and micro SD cards are MLC (Multi Level Cell) store two or more bits per NAND flash cell)"이었다.

샌디스크 해외 지원팀은 자사의 SD카드에 ‘2개 이상의 비트를 낸드 플래시 셀에 저장하는’ MLC 방식을 사용한다고 답변했다. 소비자에게 혼동을 줄 수 있는 부분이다.
샌디스크 해외 지원팀은 자사의 SD카드에 '2개 이상의 비트를 낸드 플래시 셀에 저장하는' MLC 방식을 사용한다고 답변했다. 소비자에게 혼동을 줄 수 있는 부분이다.

이것은 일종의 말장난이다. MLC도 TLC도 QLC도 2개 이상의 비트를 셀 하나에 저장하는 것은 같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렇게 소비자에 혼동을 주는 사례가 샌디스크만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삼성전자 역시 일부 스토리지 제품에 TLC를 ‘3-bit MLC’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전적이 있다.

이에 대해 샌디스크 측은 "2015년형의 경우 FHD 녹화에 최적화된 제품인 반면, 2019년에 출시된 샌디스크 하이 인듀어런스는 V30 스피드 클래스와 U3 지원 등을 통해 4K 영상 녹화지원에 최적화된 제품"이라며 "단순히 연속 녹화시간만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해명했다.

 

마치며

지금까지 블랙박스용 SD카드 저장방식의 실태에 관해 알아봤다. 현재 TLC SD카드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아직 MLC의 신뢰성을 찾는 이들도 더러 있을 것이다. 이런 이들에게 제대로 된 제품 정보를 전달하지 않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저장방식을 잘못 표기했다면 더더욱 그렇다.

물론 상대적으로 양심적인 업체가 없는 건 아니다. 키오시아(구 도시바 메모리)는 블랙박스용 모델인 EXCERIA™ M303E 마이크로 SD카드에 3D TLC 낸드 플래시를 채택하고 있다. 키오시아측은 "블랙박스와 같이 쓰기 집약적인 디바이스에서는 연속 녹화 성능이 가장 중요시된다"며 "자사 프리미엄 등급의 3D 메모리를 채택해 다각도의 테스트를 통해 고내구성 SD카드가 충분한 연속 녹화 시간을 지원한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답변했다.

그럼에도 아직 많은 업체들이 블랙박스용 SD카드의 저장방식을 제대로, 정직하게 표기하고 있지 않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앞으로는 SD카드는 물론 PC와 IT기기에 사용되는 스토리지의 제품정보를 모두가 투명하게 알 수 있는 때가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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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가네 2020-08-13 10:42:03
이런 기사는 정말 유익하네요.
박수를 보냅니다!

이요한 2020-06-16 22:06:17
이런 기사에 댓글이 없다니 기자님이 쓸쓸하실듯, 알차고 중요한 내용으로 가득하여 유익한 기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