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 대표 FPS 게임의 몰락, 배틀필드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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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 대표 FPS 게임의 몰락, 배틀필드 V
  • 임병선 기자
  • 승인 2018.12.27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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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rtPC사랑=임병선 기자] ‘배틀필드’ 시리즈 최신작인 ‘배틀필드 V’는 출시 전부터 구설에 오른 게임이다. 제2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먼저 공개한 트레일러 영상에서는 단독 군장조차도 착용하지 않고 맨머리나 베레모에 반팔티를 입고 전장을 누비는 등 황당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렇듯 현실 고증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2차 세계 대전을 다뤘다고 하니 부정적인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트레일러는 게임이 출시되기 전 홍보 영상이라 그렇다지만, 실제 게임이 출시된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 보이자 전체적으로 혹평을 받고 있다. 정말 오랜만에 한글화가 됐음에도 좋아 보이지 않는다. 배틀필드 V는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왜곡된 사실 고증

배틀필드 시리즈는 ‘콜 오브 듀티’ 시리즈와 함께 밀리터리 FPS 게임의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게임이다. 두 게임 모두 과거와 현대, 미래를 오가는 배경을 다루고 있으며, 특히 과거 전쟁을 다룬 작품이라면 밀리터리 마니아들의 큰 호응을 얻는 만큼 절반의 성공이 확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배틀필드 V는 이러한 장점을 전혀 살리지 못하고 기존 팬들의 등마저도 돌리게 했다.

과거 전쟁을 배경으로 한 밀리터리 FPS 게임의 장점은 무엇일까? 바로, 가상이 아닌 현실로 있었던 참혹한 전장과 뜨거운 전우애, 마침내 이뤄낸 승리 등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내용은 당시에는 제대로 된 기록이 없었기 때문에 영웅담 등으로 전해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제작된 영화나 드라마, 게임 등 미디어가 밀리터리 마니아의 지지를 받는 것이다. 얼마나 현실 고증을 제대로 했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기 때문에 자료 수집과 사실 검증은 필수이다.

하지만 배틀필드 V는 그저 멋지게만 포장한 제2차 세계 대전에 불과하다. 의수를 달거나 일본도를 들고 다니는 영국군, 후방에서는 활약했지만 전방에서는 활약하지 않았던 여군 부대 등 사실과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의수나 일본도 등의 착용은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을 거친 것이지만, 그래도 사실과 전혀 다르게 꾸밀 수 있는 것은 이게 정말 제2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하는 건지 가상의 세계관을 배경으로 하는 건지 구별이 되지 않는다.

 

전작에서 계승된 워 스토리

배틀필드 V의 싱글 플레이는 전작인 ‘배틀필드 1’과 흡사하다. 배틀필드 1은 하나로 이어진 스토리를 즐기는 기존 캠페인 모드에서 각 전장에 따라 별도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워 스토리’ 모드로 변경됐다. 제1차 세계 대전을 다뤘던 배틀필드 1의 워 스토리는 나름대로 독특한 재미를 줬다.

그동안 출시됐던 FPS 게임의 스토리 모드는 원래부터 엄청나게 강했거나 전투를 통해 성장해나가는 주인공 1명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워 스토리는 각각의 전투에서 활약했던 일반 병사에 초점을 맞추고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다.

배틀필드 1에서 플레이어는 이제 막 군대에 들어온 신병이 되거나 백전노장의 노병이 되기도 한다. 연출과 스토리 모두 괜찮았으며, 배틀필드 시리즈 최고의 싱글 플레이 모드라고 평가하는 사람이 많았다.

물론, 이제 막 전장엔 투입된 신병이 적진을 초토화하는 이야기는 좀 황당하긴 하다. 그래도 프롤로그에서 참혹한 전쟁 속에서 계속 죽어 나가는 일반 병사들의 이야기는 장렬하면서도 멋진 연출을 자랑했다.

배틀필드 1의 워 스토리가 호평을 받자 배틀필드 V의 싱글 플레이도 워 스토리로 제작됐다. 문제는 배틀필드 1에서 나아진 점은 없으며, 심지어 함께 나오는 NPC는 들러리 수준이고 플레이어 혼자 모든 걸 해내는 원맨쇼의 극치를 보여준다.

그나마 기존에 제2차 세계 대전을 다뤘던 게임들과 잘 알려지지 않은 전투를 재현한 것은 칭찬할만하다. 특히 12월 서곡 업데이트와 함께 나온 ‘최후의 티거 전차’는 그동안 다뤄지지 않았던 독일군의 시점에서 바라본 제2차 세계 대전은 인상적이다.

 

멀티 플레이는 글쎄?

사실 배틀필드 시리즈는 멀티 플레이가 메인이다. 싱글 플레이는 어떻든 멀티 플레이만 재밌으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배틀필드 V는 처음 출시됐을 때부터 콘텐츠 부족으로 허덕이고 있다.

초기에 등장하는 무기는 역대 시리즈 중 가장 적고 대부분이 전작에서 등장했던 무기의 재탕이다. 전장도 8개뿐이며, 협동 모드나 배틀로얄 모드는 추후에나 업데이트될 예정이다. 트레일러에서 보여준 커스터마이즈도 현재는 일부만 가능하고 심지어 장비 커스터마이징은 나중에나 추가될 계획이다.

멀티 플레이만 놓고 본다면 아예 싱글 플레이를 배제하고 멀티 플레이에만 집중한 ‘콜 오브 듀티: 블랙옵스 4’가 더 나아 보일 정도이다. 그렇다고 콜 오브 듀티: 블랙옵스 4가 괜찮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무료로 추가 콘텐츠를 제공하겠다는 사후 지원 계획 ‘타이드 오브 워’도 어불성설이다. 처음부터 다 있어야 할 게임 콘텐츠를 절반만 주고 나머지 절반은 나중에 주겠다는 소리다. 게다가 게임 가격은 처음부터 모두 받아 챙긴 상태이다.

배틀필드 V는 지금 존재하는 콘텐츠만 즐길 게 아니라면 즐길 이유가 없는 게임이다. 플레이 타임이 짧은 워 스토리만 즐길 거면 제 값어치를 하지 못하며, 멀티 플레이가 목적이라면 협동 모드와 배틀로얄 모드가 추가된 뒤에 즐겨도 충분할 것이다. 물론 계속된 혹평에 50% 세일을 하고 있어 저렴한 가격에 미리 구매하는 것도 나쁘진 않은 선택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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