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2-미니홈피의 좁은 문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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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2-미니홈피의 좁은 문을 열다
  • PC사랑
  • 승인 2008.10.23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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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월드에멀티계정시대가열리다
PC와 인터넷에 대한 지식이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네티즌들에게 가장 크게 와닿을 C2의 특징은 멀티계정을 서비스한다는 점이다. 멀티 계정은 이미 다른 몇몇 업체들이 하고 있는 정책이다. 얼마 전 시즌2를 선언한 네이버는 하나의 주민등록번호로 아이디를 최대 세 개까지 만들 수 있고, 태터툴즈와 다음이손잡고 내놓은 티스토리는 주민등록번호를 아예 받지 않는다(물론 티스토리는 아직 초대로만 가입을받는 베타서비스다).
종전에 싸이월드가 해왔던 실명 강조는 다른 서비스들과 비교되는 장점이자 한계로 작용해왔다. 개인들은 실명으로 만나기 때문에 상대방과 빨리 친해질 수있었지만, 남을 의식하다 보니 미니홈피는 정작 자기 주인에게는 솔직하지 못한 공간으로 변질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무슨 사고만 터지면 싸이월드부터 찾아보는 요즘 세대들이 자기의 미니홈피를 오늘 먹은 맛있는 음식 이야기와재밌는 영화 이야기, 떠도는 사랑 이야기들로만 채우는 건 그들이 단지 한심하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친한 사람들에게 공개하는 싸이버 일기장과 포토앨범에 험한 이야기, 싫은 이야기, 솔직한 이야기를 온전히 남길 수 있는 사람이얼마나 있겠는가. 남긴다 하더라도 대부분 일촌 공개이니 자료는 쌓여가지만 중요한 자료들은 제대로공개되지 않는 비밀 서비스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이런 점에서 보면 C2의 멀티 계정은 적절한 돌파구라 볼 수 있다. 오랫동안 싸이월드만 써 온 사람들은조금 어색하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그동안 지나친 개인정보 유출이 싫어 싸이월드를 떠났던 유저들을다시 불러들일 수도 있고, 가식적이고 예쁘기만 한 이야기 대신 눈치 보지 않고 솔직한 내용들을 채우고 싶은 개인들의 욕구도 충족시킬 수 있는 기회다.
한 가지 재밌는 생각이 났다. 멀티계정을 영어로 번역하면 뭐라고 할까? C2는‘Multi Identity’라고 표현했다. 그럼 Multi Identity를 다시 한글로 번역하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 처음 떠오른 단어는‘다중인격’이었다. 맞다. 이젠 헤어진 연인의 미니홈피를 스토킹하다가 덜컥 이벤트에 걸려서 들통이 나는그런 시대는 갔다. 바야흐로 싸이월드에서도 서로가 서로를 들키지 않고 훔쳐볼 수 있는 가면무도회의시대가 열린 것이다(물론 다중인격의 맞는 영문 표기법은 multiple personality이다).‘ 새로운 시대의개막’이라는 표현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종이접기 하듯 만드는 홈
C2는 이용자에게 어려운 서비스다. 새로운 재주도 많아졌을 뿐더러 새로 등장한 용어도많다. C2가 운이 좋다면 많은 유저들이 이 수많은 재주와 용어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잘 골라서 큰 혼동 없이 써줄 것이다.‘ 홈’은 운을 필연으로 만들어줄 C2의 전진기지다.
홈은 종전의 미니홈피를 대체하는 새로운 이용자 공간이다. 쉽게 말하면‘넓어진 미니홈피’라고 할 수 있겠다. 모든 이용자가 똑같은 레이아웃의 좁은 공간에서 살아야했던 미니홈피와는 달리 홈은 넓은 공간을 자기 취향대로 꾸밀 수 있게 만들어졌다. 마치 종이에 도안을 하고 가위로 쓱쓱 오리면서 원하는 모양을 접는 종이접기를 연상시킨다. 자기가 원하는 메뉴를 마음대로 꺼내놓고 필요 없는 메뉴는 바로 지우면 된다. 놓을 수 있는 위치도 자유롭다.
컴퓨터제원이좋아지고와이드모니터를 쓰는 사람들이늘어나는 것에 발맞춰 여기저기에서 위젯을 많이 선보이고 있다. 싸이월드가 배치의 자유로움을 홍보할 때 가장 앞세우는것 역시 웹 위젯이다.
C2의 웹 위젯은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커버스토리, 미니룸, 웹링, 포토앨범, 배너 등의‘꾸미는 웹 위젯’, 달력과 날씨, 공지사항, 시계, D-Day 등의‘알림웹위젯’, 그리고 북마크, 설문, 검색, 리뷰 등의‘유용한웹위젯’이바로그것이다. 얼마 전 네이버가 블로그 시즌 2를 선언하며 에피소드 1의 런칭을 알렸을 때 많은 이용자들이 리모컨 기능을 칭찬했었다. 리모컨은 웹이나 프로그래밍 지식이 있는 유저들이 하는 섬세한 디자인이나 기능을 일반 이용자들도 무리 없이 쓸 수 있게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위젯을 이용한 C2 홈의 첫 화면 편집기능은 이보다 더 강력하면 강력했지 절대 뒤지지 않는다.
웹 위젯으로 홈의 첫 화면을 꾸민 뒤에는 자기에게 필요한 메뉴들을 골라 꺼내놓을 수 있다. 쓸 수 있는 메뉴는 프로필, 일기장, 게시판, 블로그, 사진첩, 동영상 게시판, 방명록 등으로 종전 미니홈피와 거의 비슷한메뉴 구성이다.
꾸밀 게 많아진 만큼 템플릿도 많은데 클로즈드 베타가끝나면 미니홈피 때와 마찬가지로 유료 판매가 될 예정이다. 전에는 미니홈피 스킨과 배경음악 외에는 특별히아이템을 살 필요 없었던 것과 달리 앞으로는 선택의 폭이넓어진 만큼 필요한 도토리도 더 많아질 것 같다.
홈의 화면 꾸미기는 다른 홈페이지나 블로그 서비스에서볼 수 없는 방법을 쓴다. 홈은 제목과 메뉴를 실시간으로 이미지화한다. 네이버 시즌 2와 티스토리가 리모컨과사이드 바로 메뉴를 조정하는 대신 텍스트로 이뤄진 것에 반해 C2에서는 테마를 고르고
폰트를 정하면 이것을 바로 이미지로 만들어준다.
게시판에서 특이하면서도 편리한 부분은 영화/만화 리뷰와 지도 삽입 기능이 기본으로 들어있는것이다. 리뷰버튼을누르고영화제목을검색하면영화포스터와감독, 주연배우이름을자동으로 보여주고, 지도 버튼을 누르고 주소나 명소 이름을 입력하면 해당 지역을 지도로 보여준다. 젊은이용자들의생활패턴을잘고려한편하고아이디어넘치는재주다.
하지만 여러 개의 게시판과 메뉴들은 하나의 게시판 프로그램을 여러 형태로 보여주는 것에지나지 않는다. 종전 미니홈피 이용자들을 위해 이렇게 여러 형태로 메뉴를 나눈 것 같은데,뒤집어 생각하면 이건 거의‘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별로 특이할 게 없는게시판들을 메뉴와 스킨 차이로 구분해 놓았기 때문이다. 블로그라면 카테고리를 나누면 될 일이다. 게다가 게시판을 블로그형으로 해도 트랙백을 할 수 있는 주소가 보이지 않고 RSS 역시 클로즈드 베타기간 동안에는 어떻게 작동하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물론 후에 어느 정도 정리되어 지원될 거라 예상하지만 문득‘C2는 과연 열려있는 서비스인가?’하는 의문이 든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C2는 쉽지 않은 서비스다. 클로즈드 베타 테스터 자격으로 미리 초청된 열혈 유저,일명‘리드 유저’들조차 새로 등장하는 개념과 규칙을 헷갈려 하는데 싸이월드는 그저 반복적으로 그 재주들을 홍보할 뿐이다. 그런 면에서‘홈’이라는 명칭은 너무나도 아쉬운 작명이다. 다른 수많은 후발주자들로 하여금“이 서비스는 미니홈피와 비슷한”“이 서비스는 미니홈피와는 차별화된”등의 이야기를이끌어낼 만큼 독보적인 브랜드‘미니홈피’를 버리고 새로 만든 브랜드가 고작‘홈’이라니. C2를 네이버나 티스토리와 비슷하게 보이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나중에 싸이월드 측이 두고두고 후회할 요소가아닐까 싶다.
 
내정보를 관리하는 마이베이스
C2라는 서비스 자체가 방대하게 기획되었기 때문일까? 자기가 쓴 글과 일촌 관련 정보를 관리하는서비스 역시‘마이베이스’라는 이름으로 커다란 축을 차지한다. 쉽게 말하면 글과 인맥을 통합 관리하고과거와 현재를 연결시켜주는 창고라고 할 수 있다. 자기가 쓴 글을 모아서 함께 보관하는 데이터베이스이기도 하고, 일촌과의 관계를 좀더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공간이기도 하다. 거기에 자기가 가지고 있는각종 게시판 등에 남겨진 댓글 등을 알려주는 알림판도 된다.
우선 각종 글을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은 상당히 유용한 재주다. 마이베이스의 글 관리 기능은미니홈피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백업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이용자가 여러계정을 통해 남긴 글들을 한 번에 분류, 삭제할 수 있어 편하다. 또한 하나의 글을 여러계정과 이용자가 참여하는 클럽에 보낼 수 있는 출판 기능(보내기)과 필요한 글을 책갈피하는 재주는 C2의 특화된 서비스라 할 수 있다.
전부터 미니홈피를 열심히 써왔던 유저들은‘미니홈피의사진, 게시물을 마이베이스로 가져오기’를 이용하면 예전의 자료를 그대로 가져와서‘홈’에서 다시 쓸 수 있다.
C2가오픈되면제일많이쓰일기능이아닐까싶다. 하지만그만큼 서비스 초기에는 속도가 느려지는 등 서비스가불안해질 우려도 있다.
싸이월드 메인 화면 일부에서 이루어지던 일촌관리도마이베이스에서 하게 된다. 큰 차이는 없지만 일촌을나만의 공간에서 관리하는 느낌을 준다는 건 좋은 발상이다. 새로운 점이라면 온라인 명함을 만들어 일촌에게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계정 관리와 사생활보호 설정도 마이베이스에서 한다. 주로 로그인할 계정을 고르거나 멀티 계정 삭제,쪽지 수신 여부, 검색에 포함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사실 마이베이스의 기본 재주들은 대부분의 인터넷 서비스에서 볼 수 있는‘My Page’나‘내정보수정’과 크게 다를 게 없다. C2 규모가 워낙 커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의미를 두고 따로 빼낸 듯한 느낌이다. 여기에 태터툴즈와 같은 백업 기능이 추가되었으면 돋보이는 서비스가 되지 않았을까?
 
무거워진 서비스, 웹2.0 그리고 유저들
그렇다면 여기저기서 떠들고 있는 웹 2.0 시대의 중요한 화두‘참여와 개방 그리고 표준’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C2는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까?
표준이라는 면에서 볼 때 C2는 여전히 아쉬움을 남긴다. 여전히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만 움직이는액티브 X를 쓰는 등 웹 표준과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오페라 등 다른 브라우저 지원이 약간 부족한 느낌이지만 그래도 이용자수가 늘고 있는 파이어폭스에서는 액티브 X를 쓰는컨텐츠를 제외하면 큰 무리 없이 내용을 보여준다는 게 작은 위안이 된다.
개방과 공유라는 면으로 봐도 마찬가지이다. 새 서비스를 살펴보면 외부에서 검색하는 것이 변함없는 싸이월드의 정책인 듯하다. 아마도 네이트와 이번에 인수한 엠파스에서만 검색이 될 것 같다.
그러면서도 서비스는 미니홈피 때보다 더 무거워진 것이 못내 아쉽다. 서비스를 테스트하며 첫 번째로 든 생각은‘없는 게 없다’는 것이었다. C2의 개발진들은 갖가지 재주를 가진 웹 위젯, 각종 형태의 게시판(일기장, 게시판, 리뷰 게시판, 블로그,방명록 등), 예쁜 이미지로 꾸며 만드는 제목과 메뉴들, 종전 싸이월드와 같은 배경음악 서비스, 스킨, 테마, 웹 폰트, 자료 관리, 일촌 관리까지 그야 말로 담고 싶은모든 걸 담으려고 한 것 같다.
하지만 그때문에 서비스가 너무 무거워졌다. 로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물론 마우스 클릭 등 반응속도가 느리다. 너무 많은 기능 때문에 메뉴 사이에서 길을 잃을 때가 많아서 결국은‘그냥 예전부터 써오던 거나 계속 쓰자’는 마음도 자주 들었다.이용자들은 윈도 비스타 출시와 더불어 C2가 오픈되고 나면 PC를 업그레이드해야할지도 모른다.

새로운 유행 될까, 미니홈피 2로 그칠까?
전에 싸이월드의 미니홈피를 구경할 때면 다들 예쁘고 착한 생각, 착한 모습만 강요당하고 표현하는 듯한 느낌을 받곤 했다. 물론 모든 서비스가 세상의 모든 면을반영하고 있어야 하는 건 분명 아니다. 서비스마다 컨셉과 정책이라는 것이 있으니까. 싸이월드에서 정한 C2의 컨셉 역시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싸이월드가 그들이 미리 초대한 리드 유저 중에서 C2 첫 페이지를 잘 꾸몄다고 보여주는 유저들의 홈에 들어가 보면 이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여전히 아기자기하게 홈을 꾸미고, 얼짱 각도로 찍은‘뽀샤시’한 사진들이 줄을 잇는다. 거기에는 맛있는 음식과 예쁜물건들을 소개하며 그들의 젊음을 표현하고 유행을 선도하는 이들을 만날 수 있다. 설탕으로 잘 코팅된 달콤한 도넛을 맛보는 느낌 말이다.
C2의 몇몇 홈들을 돌고 나면 결국“넓은 화면과 다양한 재주를 단 미니홈피”를 돌고 있는 느낌이 든다. 마치 이상한 나라에 들어간 엘리스처럼 이용자들은 여전히 싸이월드가 마련해준 가상의 공간 안에서 현실감을 잃고 도토리를 소비하며 놀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든다.
이 모든 건 어쩌면 싸이월드가 의도하는 C2의 한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일촌과 미니홈피의 흥행도실제로는 처음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성장하며 사람들을 끌어 모았다. 마찬가지로 C2의 진면목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을지 모른다. 웹 2.0 시대의 C2는 그리 표준에 가까운 것 같지도, 개방적이지도 않아 조금 아쉽지만 그 안에서 어떤 새로운 유행들이 생겨날지 지켜볼만한 가치가 있다. 서비스를발전시켜주고 유지시켜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가는 열혈 유저들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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