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형 컨텐츠 연합 서비스,‘ 단팥’, 그 맛이 궁금하다-돈내고놀사람얼마나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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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형 컨텐츠 연합 서비스,‘ 단팥’, 그 맛이 궁금하다-돈내고놀사람얼마나될까?
  • PC사랑
  • 승인 2008.10.16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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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텐츠사업자들, 마음을돌리다
이제까지 방송 3사는 물론 음원과 각종 영상의 판권을 갖고 있는 컨텐츠 사업자들은 자기 주머니를 털어 시스템을 개발하고 전용 플랫폼과 프로그램을 만들어 이용자들을 맞이해 왔다. '컨텐츠=돈' 이라는 인식아래 투자 대비 이익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장 밋빛 청사진을 그리며 꾸준히 돈을 부어온 것이다. 하지만 여러 사 업자가 시스템을 개발하고 이용자와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 들었어도 이용자는 몰려들지 않았다.

컨텐츠를 직접 팔겠다고 만 든직영매장대신불법장터인P2P로손님들이몰렸기때문이다. 이는 컨텐츠 사업자가 제때 법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아서도 아니 고, 시스템을 갖추지 않아서는 더더욱 아니다.

더 많은 상품을 쉽게 구하려는소비자의심리를제대로파악하지못한탓이다. 이용자는 이들 업체의 모든 컨텐츠를 다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 하는 몇몇 컨텐츠를 즐길 뿐인데도 불구하고 각 업체의 컨텐츠를 즐기기 위해 제각각 다른 프로그램이나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해야 만 했다. 더구나 컨텐츠가 있는 시스템을 두루 거치면서 매번 가입 해 프로그램을 깔고 결제를 하는 등 불편이 뒤따랐음은 물론이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컨텐츠를 검색해 싼 값에 다운로드할 수 있는 P2P와 웹 스토리지를 이용해왔고, 이는 컨텐츠를 팔기 위해 돈을 쏟아시스템을개발했던사업자들을허탈하게만드는데충분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P2P와 웹 스토리지 서비스가 컨텐츠 사업자들 심정에 변화를 일으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P2P와 웹 스토리지에서 다운로드할 때 이용자들이 돈을 낸다는 점에 주 목한것이다.

단팥은 4월 5일 시연회를 통해서 공식 발표되었지만, 사업 주체인 뉴미디어라이프가 단팥 서비스를 준비해온 기간은 2년 이상이다. 그동안 서비스에 맞는 시스템을 개발하면서 수많은 컨텐츠 사업자 를 만나 컨텐츠 사업을 이해시키는 데 시간을 보내야 했다. 모두는 아니어도 그 전략을 이해하고 동의를 얻어낸 컨텐츠 사업자가 하 나둘씩생겨난덕분에지금단팥을공개할수있었다. 이전에 컨텐츠를 공급하던 사이트와 단팥의 다른 점이라면 컨텐츠 연합체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단팥에 컨텐츠를 공급하 기로 약속한 사업자들은 KBS와 CBS, EBS 등 방송 분야와 채널 [V], SM 엔터테인먼트 등 음악/공연 분야, 생활건강 TV과 WIN ENGLISH 생활/교육 분야, 연합뉴스와 그 밖의 여러 컨텐츠 사업 자들이다. 컨텐츠의 대부분은 TV 드라마나 오락, 시사, 교양과 관 련된 방송 또는 사업자들이 제작한 동영상과 음악, 그리고 라디오 방송을녹음한팟캐스트등으로이뤄져있다.

이제까지 컨텐츠를 합법적으로 공급할 수 없어 위기를 맞고 있는 PMP와 동영상 플레이어 같은 장치 업체에게도 단팥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대부분의 PMP와 동영상 플레이어는 불법으로 유통되 는 동영상이나 하드웨어 업체에서 계약을 맺고 서비스하는 몇몇 컨텐츠를 재생하는 데 그치고 있다. 하드웨어 업체 대부분이 영세 하기 때문에 다량의 컨텐츠 공급이 불가능하고 소비자가 원하지 않는 컨텐츠를 공급했을 때의 손해에 대한 부담감도 컨텐츠 공급 계약을 맺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시장에서 성공했다 싶은 장치 업체도 컨텐츠에 대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인 지금, 단팥은 이 들 업체의 입맛을 돋우는 데 충분한 재료가 될 만하다. 현재 단팥 서비스를 쓸 수 있는 제품들은 뉴미디어라이프의 타비 030과 빌립 P1, 에이엘게이트와 디비코의동영상플레이어등이다. 뉴미디어라이프는 이날 시연회에서 2만9천 개가 넘는 컨텐츠를 수집했다고 밝혔다. 숫자로만 따지면 웬만한 컨텐츠 사이트와 비 교도 안될 만큼 많은 컨텐츠를 확보한 것이다. 이것만 놓고 보면 벌써절반의성공을거둔듯보인다.


핵심은컨텐츠사업자의권력보전
중요한 사실은 이 컨텐츠를 공급하는 데 있어 돈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컨텐츠 사업자가 이 많은 컨텐츠를 단팥에 무상 (서비스 사업자간 금전 거래가 없었다는 뜻)으로 공급한데는 그만 한 이유가 있다. 중개인에게 집중될 수 있는 권력을 사전에 막고 컨텐츠 사업자의 권리를 지켜주겠다고 보장했기 때문이다.

이는 단팥을 서비스하는 뉴미디어라이프가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TV 포털 사업에 쓸 컨텐츠를 마구잡이로 사들이고 있는 KT와 같 은 초대형 기업이 아닌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벤처 기업에 불과한 기업 환경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컨텐츠를 모은 뒤에 관리자에게 집중되는 권력에 강한 경계심을 가진 사업자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한고육책이기도 하다. 이날 발표회에서 예로 든 것이 애플 아이튠이다.

단팥은 우리나라 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주문형 컨텐츠 연합 서비스지만, 이 같은 형 태는 이미 아이튠이 먼저 선보인 것이다. 애플은 여러 음반 레이블 의 컨텐츠를 아이튠 스토어에서 구입해 아이팟이나 아이튠을 지원 하는 단말기에서 재생할 수 있도록 했다. 비디오 재생이 가능한 아 이팟 5세대 이후에는 디즈니와 CBS 등의 영화와 드라마 컨텐츠를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음반사들이 아이튠 이외의 다른 온 라인 서비스에 자사의 컨텐츠를 서비스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애 플과 아이튠의 강력한 시장 지배력으로 인해 컨텐츠 업체가 쉽사 리 애플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는 데에 따른 결과라는 게 컨텐츠 사업자측의 주장이다.

그 탓에 애플의 컨텐츠 시장 지배력을 걱정 하던 방송과 영화 컨텐츠 사업자들이 아이튠에 대한 컨텐츠 공급 을 꺼려하면서 비디오 컨텐츠는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다. 애플 아 이튠의 브랜드가 워낙 막강해 컨텐츠 판매에는 다소 유리할 수 있 지만, 자사의컨텐츠가아이튠에귀속되는것을우려하는것이다.

단팥이 그 많은 컨텐츠를 수집할 수 있던 배경에는 아이튠을 벤치 마킹해 컨텐츠에 대한 어떤 요구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기 때 문이다. 컨텐츠를 유통할 수 있는 시스템 관리만 할 뿐 어떤 컨텐 츠의 공급이나 철수 등을 요구하지 않으며, 단팥에 전속시키지도 않겠다고 약속했다. 단팥에 컨텐츠를 자발적으로 공급하고 관리 하면서도 자사의 사이트나 그 밖의 제휴 사이트에도 컨텐츠를 공 급하는 것이 자유로운 이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물론 자체 DRM도 있다. 종전 DRM 시스템을 쓰 지 않는 사업자를 위해 마련한 것으로 이를 쓴 컨텐츠는 단팥 클라 이언트가아니면재생하지못한다. 단팥의 이용 요금은 드라마 한 편에 300~500원이다.

1회는 300 원, 재생 횟수가 좀더 많거나 기간이 긴 것은 500원이다. 음악이나 다른 컨텐츠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500원 이상 책정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우스갯소리로 들리겠지만 300~500원의 가격은 만화책 대여 요금과 같다. 만화책 1편을 빌려보는 것처럼 부담 없 는 요금으로 컨텐츠를 사 보라는 뜻이다.

지금 드라마나 오락 프로 의 다시 보기 요금은 화질에 따라서 차이가 나는데 비싼 것은 1천 원에 이른다. 이 값으로 700MB 짜리 드라마 1편을 받는다. 이걸로 는 싼 것은 100원, 비싼 건 300원 수준인 P2P나 웹 스토리지를 견 제할 수가 없다. 이용자들은 합법 컨텐츠를 사서 본다는 의미보다 얼마나 싸게 볼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300~500 원이라는 컨텐츠 요금이 적정한지 여부는 훗날 단팥이 정식 서비 스를시작하면고민을남길지도모른다.

단팥 서비스가 합법적이고 편하다 하더라도 불법으로 유통되는 컨텐츠가 많으면 굳이 단팥을 이용해야 할 이유가 없다. 다행인 것은 지난해부터 방송사들이 P2P와 웹 스토리지에 대해 불법으로 공유되고 있는 컨텐츠를 삭제 할 것을 권고해 왔다는 점이다. 말만 권고일 뿐 사실상 P2P와 웹 스토리지를 두 고 경고를 보냈던 것이다. 컨텐츠 사업자들은 오는 5월 이후 본격적으로 법적인 조치에 들어갈 예정으로 알려졌다.

둘째, 마케팅을 주도하는 사업자가 없다. 홍보를 포함한 단팥의 마케팅은 운영 사업자인 뉴미디어라이프가 아니라 컨텐츠 사업자가 직접 해야만 한다. '단팥이 라는 마트에 진열해 둔 너희 상품을 많이 팔려면 직접 고객들을 상대하라'는 뜻 이다. 컨텐츠 사업자가 단팥을 통해서만 자기 상품을 팔아야 한다면 적극적으로 단팥을 알리는 수밖에 없지만, 이는 단팥이라는 서비스를 알리는 것이지 자기 상 품을 알리는 것이 아니다. 열심히 마케팅을 통해 단팥으로 이용자를 이끌었다고 해도 자기 상품을 바로 찾을 수 없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사 업자에게 권한을 넘겨 준만큼 강제로 비율을 나눠 마케팅을 할 수도 없는 상황 이므로 단팥은 마케팅에서 약점을 지닐 수도 있다.

셋째, 컨텐츠의 형태와 분류가 적다. 현재 오픈 베타를 실시하고 있지만, 지금까 지 모은 컨텐츠를 모두 공개해 놓지 않아 실제 어떤 유형의 컨텐츠가 있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단팟에 참여한 CP만을 놓고 보면 KBS 이외에 킬러 컨텐츠를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방송 3사의 의존도가 높은 주문형 컨텐츠 시장에서 KBS 만 참여한 모양새도 보기에 좋지는 않다. 일찌감치 생각을 접은 MBC와 달리 단 팥 참여를 저울질 하고 있는 SBS가 긍정적인 결정을 내려 컨텐츠를 공급한다면 분위기는 나아질 지도 모 르지만 좀더 근본적인 처 방이 필요하다. 다양한 연 령대를 만족시키는 영화 나 애니메이션 같은 컨텐 츠와 만화나 소설, 플래시 애니메이션 같은 다른 유 형의 컨텐츠까지 단팥 안 에서 소화시켜 컨텐츠의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

넷째, 이용자가 컨텐츠를 소유할 수 없다. 단팥에서 내세우는 개념은 대여다. 이 용자가 돈을 주고 컨텐츠를 볼 수 있는 권리만 획득할 뿐 컨텐츠 자체를 가질 수는 없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에게 있어‘구매’란 사서 자기 것으로 지니는 것인 데 일회성 또는 한정된 기간 동안만 소유를 하도록 만드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 지 않는다. 물론 대여의 목적으로 파는 것이라 값이 싼 장점이 있지만, 소유를 생각하고 구매하는 이들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다섯째, 법적인 문제다. 사실 단팥 자체는 법적인 문제에 얽매일 것이 거의 없다. 하지만 지금 방송법의 테두리 안에 TV 포털을 가둬야 한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 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금 TV포털은 방송이 된 지 1시간이 지나자마자 해당 방송이 주문형 컨텐츠로 걸린다. 1시간 이내라면 거의 실시간과 맞먹기 때문에 방송법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단팥에는 방송 3사가 다 참여하지는 않아 TV 포털과 같지는 않다 해도 두 개 정도의 방송사가 수익을 늘리기 위해 1~2시간 이내에 컨텐츠를 등록하는 상황이 생기고, 잘 팔리게 되면 단팥 역시 비슷한 논쟁에 휘말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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