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찼노라, 써봤노라, 갸우뚱했노라 - 애플워치

정환용 기자l승인2015.09.01l수정2015.09.01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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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스마트워치가 시계 시장을 지배할 것’이란 소리까지 나왔었지만 옆 사람에게도 잘 안 들릴 정도로 그 영향력은 미미했다. 사람들은 애플이 스마트워치를 만들고 있다는 걸 알고는 나름의 기대와 비평을 쌓기 시작했다. 지난 4월 미국을 비롯한 몇몇 국가에 애플워치가 출시된 뒤에도 기대와 비평의 비중은 비슷했다. 그리고 지난달 26일 국내에도 정식 출시돼 기자의 손목에 애플워치가 채워졌고, 약 2주간의 사용 경험을 남긴 뒤 이 전자시계를 내려놓았다. 보통은 제품을 사용해가며 조금씩 그 경험을 남겨두고 마지막에 이를 종합하는 방식으로 리뷰를 진행하지만, 이번에는 테스트가 끝날 때까지 관련 내용을 한 자도 쓰지 않았다. 마감 막바지가 돼서야 테스트를 끝내고 문서를 채워나가는 지금, 기자의 손목은 비어있다.

 

줄리어스 시저는 파르나케스와의 전투에서 승리한 뒤 원로원에 짧고 간결한 보고서로 승전을 알렸다. 보고서에는 짧은 세 단어 ‘veni, vidi, vici’가 적혀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던 만큼, 그리고 2007년 첫 아이폰으로 세상을 바꾼 애플인 만큼 새로운 플랫폼에 대해 약간은 거창한 부제(副題)를 끼워맞춰 봤다. 과연 애플워치로 하여금 스마트워치 시장에 불이 붙을까? 몇몇 비관적인 예상들이 있었는데 애플은 어떻게 대처했을까? 여러 궁금증을 안은 채 브리핑을 받은 대로 아이폰과의 연동을 시작으로 2주간의 테스트가 시작됐다.

애플워치는 아이폰과 블루투스로 소통한다. 지난 iOS 업데이트로 기본 설치된 애플워치 앱을 실행하고, 애플워치의 전원을 켜면 두 기기의 연동을 위한 일련의 과정이 시작된다. 처음 제품 상자를 열면 애플워치가 담긴 케이스가 나오고, 아래의 설명서를 들추면 접촉식 충전 케이블과 어댑터가 나온다. 케이블의 길이가 꽤 길어진 것은 장점이다.

시계 자체의 만듦새는 뛰어나다. 경주용 자전거에 사용되는 알루미늄 7000 시리즈 합금, 특수 냉간 단조 공정을 거쳐 최대 80% 더 단단해진 스테인리스 스틸, 일반 금보다 최대 2배 강한 18K 합금 등 애플의 금속공학자들은 소재에 많은 연구를 기울였다. 또한, 심박을 측정하는 케이스 하단은 세라믹의 일종인 비전도성 물질 지르코니아를 선택해 마감이 매끈하다. 애플워치와 에디션의 전면 유리는 사파이어로, 스포츠 시리즈는 일반 유리보다 5배 강한 Ion-X 글래스로 만들어졌다.

왼편의 컨트롤 파트인 디지털 크라운(용두)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모아졌다. 일반적인 기계식 시계의 용두는 밥을 주는 데 사용되고, 보통 시간을 조절하는 데 사용되는 용두가 애플워치의 사령관 역할을 맡았다. 기본적인 입력(클릭)과 함께 메뉴 화면의 줌인/아웃, 스크롤 등은 휠을 돌려 컨트롤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에 적용된 포스터치도 각 메뉴에서의 세부 메뉴로 들어가는 역할을 담당한다. 시계 메뉴에서 화면을 꾹 누르면 다양한 시계 화면을 고를 수 있는 하부 메뉴가 보이는 등 압력을 통한 컨트롤도 적용됐다.

 

찼노라

2주간 착용하며 설정해 둔 시계 화면. 대부분의 애플워치 구매자들이 미키마우스 시계를 인증한다고 하는데, 기자는 설치류를 별로 안 좋아해서 최대한 단순한 시계 화면을 구성했다.

 

기본 셋에 포함되는 블랙 링크 브레이슬릿과 브라이트 레드 모던 버클은 별도 구매가 안 된다. 특히 기자가 가장 맘에 들었던 검은 애플워치는 케이스도 스페이스 블랙 컬러로 일반 버전 중 가장 비싸다. 스페이스 블랙 컬러의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링크 브레이슬릿 셋 38mm 129만 9천 원, 42mm 135만 9천 원, 18K 로즈 골드 케이스/브라이트 레드 모던 버클 셋 38mm 2,200만 원.

 

세 가지 버전 중 가장 저렴한 가격의 애플워치 스포츠에는 스페이스 그레이 알루미늄 케이스가 한정적인데, 가격은 다른 스포츠 시리즈와 같다. 38mm 439,000원, 42mm 499,000원. 이밖에도 가죽 루프 밴드는 42mm, 모던 버클 밴드는 38mm 제품에만 적용할 수 있다. 생각보다 조합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많은데, 시간이 지나면 이에 대응하는 서드파티의 밴드 액세서리가 출시될 테니 처음부터 밴드 때문에 고민할 필요는 없다.

 

테스트에 사용한 것은 애플워치 42mm케이스와 레더 루프 밴드 조합이다. 기자처럼 굵직한 손목의 소유자라면 38mm는 자칫 귀여워 보일 수 있다. 애플워치는 스테인리스 스틸, 실버 알루미늄(스포츠), 18K 옐로 골드/로즈 골드(에디션)으로 나눠진다. 밴드는 종류에 따라 별도로 구매할 수 있고, 밴드의 크기도 소/중/대 로 나뉘어 있어 케이스의 크기와 자신의 손목 굵기에 맞춰 구매하면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다.

 

애플워치를 켜면 아이폰과 연동해야 한다는 안내와 함께 QR 코드와 비슷한 개념의 보안 화면이 나타난다. 아이폰의 애플워치 앱을 열어 연결을 시작하면 애플워치의 화면을 칸 안에 배치하라는 안내가 보인다.

 

아이폰의 블루투스를 켜고 애플워치의 보안 화면을 아이폰과 맞추면, 애플워치의 로고가 양 화면에 뜨며 연결이 된다.

 

이후 아이폰에선 애플ID의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애플워치에서 4자리의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이 애플워치는 해당 아이폰과 단독으로 연결된다. 다른 아이폰에서 같은 애플ID로 로그인한 뒤 블루투스 연결을 시도해 봤지만 불가능했다. 사용자가 시계를 풀면 애플워치는 보안과 도난 방지를 위해 자동으로 잠긴다. 다시 착용한 뒤엔 앞서 설정한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활성화된다.

 

모든 과정을 마치면 아이폰의 미러링을 위한 동기화가 진행된다. 이는 최초 연결할 때 약 10분가량 소요되며, 이후 계정을 바꾸거나 아이폰을 바꿔 다시 연결할 때도 비슷한 시간이 걸린다. 동기화가 끝나면 사용 준비가 끝난 상태. 이제 이를 새로 장만한 시계라 생각하고 차고 다니면 된다.

 

써봤노라

가장 마음에 들었던 밴드는 밀레니즈 루프였으나, 걱정도 가장 많이 됐던 것이 사실이다. 손목시계 밴드에 불과하지만 자석만으로 손목에 밀착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가죽 루프와 밀레니즈 루프에서 마그네틱 접착장치가 적용됐는데, 둘 모두 접착력은 매우 단단한 편이었다. 특히 가죽 루프는 착용한 상태에서 손목을 아무리 비틀고 흔들어도 풀리지 않아 안심할 수 있었다.

 

아이폰의 애플워치 앱에서 대부분의 기능을 설정한다. 시계에서 확인할 수 있는 앱을 설치하거나 전원 버튼을 짧게 눌렀을 때 전화 연결할 수 있는 단축번호 12개도 지정해 두면 편하다. 앱 내에서 하단의 추천으로 가면 애플워치에서 동작하는 앱을 받을 수 있다. 아직은 종류가 많지 않고 활용도도 그리 실용적인 편은 아니다.

 

평소 시계를 차고 다니지 않아 계속 차고 있기엔 약간 거슬리는 느낌이 들었다. 평소 금속 밴드 시계를 차고 다녔다면 그보다는 가벼운 편이어서 괜찮을 듯하다. 잘 잡아줄지 걱정했던  땀이 많은 사람은 가죽보다는 스포츠 밴드가 적절할 듯.

 

갸우뚱했노라

주어진 테스트 기간은 약 2주. 가능한 시계를 풀지 않고 대부분의 일상적인 일들을 했다. 오전에 출근하기 전에 시계를 차고, 일할 때도 크게 걸리적거리지 않는 한은 풀지 않고 있었다. 퇴근 후 집에 와서는 풀어서 충전을 했다. 기본 동작하는 활동 앱으로 하루에 얼마나 움직이는지를 체크하고, 문자나 전화가 오면 주머니보다 손목에서 먼저 신호가 오니 편하긴 했다. 20년 가까이 휴대폰을 오른쪽 바지주머니에 넣고 다녔더니 오른쪽 허벅지가 진동에 면역이 됐는지 전화를 잘 받지 못했는데, 확실히 부재중 전화는 줄었다. 다만 애플워치의 진동 세기가 은연중에도 곧장 인식할 정도로 강하진 않다. 얼마 전에 구입한 샤오미 미 밴드의 진동이 더 세다.

평소 시계를 차던 사람이 아니면 특유의 이질감을 없애는 데 시간이 꽤 걸린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손목시계를 차본 적이 없는 기자는 테스트 내내 약간의 이물감 때문에 신경이 쓰였다. 보통 손목 양쪽의 뼈가 약간 튀어나온 부분 위로 시계를 고정하는데, 조금 땀이 나면 시계가 아래로 미끄러지는 것도 불편했다. 애플워치라서가 아니라 손목시계 자체의 단점 아닌 단점이다.

결정적으로 애플워치의 본연의 기능은 아이폰의 미러링이다. 아이폰과 애플워치의 조합으로 새로운 기능을 가지는 건 아니다. 애플워치만으로 간단한 통화는 가능하지만, 스피커의 성능은 주변이 조금만 시끄러워도 무용지물이 된다. 아이폰의 카메라를 원격조정할 수 있지만, 왼손에 찬 시계 화면을 오른손으로 눌러야 하는 상황은 편의성과는 거리가 있다. 기자가 애플워치를 사용하며 가장 많이 활용한 것은, 일반 이어폰으로 노래를 들으며 활용한 음악 앱의 FF/RWD 버튼이다.

결국 테스트를 마치고 시계를 풀며, 이 아이템을 ‘필수’라고 하기엔 아직 애플워치의 경험치가 너무 낮다는 걸 느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새 애플워치를 찾게 하기 위해선, 이 디지털 시계가 할 수 있는 일이 아이폰의 복제 디스플레이보다 더 많아져야 한다. 손목시계가 필수에서 단순 액세서리로 전락한 현재, 손목시계를 가진 사람이 애플워치로 바꾸는 일은 그리 많지 않을 듯하다.


정환용 기자  maddenflower@ilovep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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