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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의 기원: Adventure Game

석주원 기자l승인2015.05.28l수정2015.05.28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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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드벤처(Adventure)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모험’이다. 어드벤처 영화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어드벤처 게임이란 사전적인 의미 그대로 모험을 소재로 한 게임 장르를 지칭한다. 그렇다면 과연 모험이란 장르는 게임 속에서 어떤 형태로 표현될까?

하지만 그 전에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모험’이 무엇일까를 먼저 생각해보자. 관용적으로 무모한 도전을 모험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여기에서의 모험은 영화 ‘인디아나 존스’나 ‘미이라’처럼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이야기를 의미한다. 이러한 모험을 게임이라는 디지털콘텐츠로 구현하려는 시도는 1970년대 초반부터 시작됐다.

 

동굴에서 던전으로

최초의 어드벤처 게임은 RPG와 마찬가지로 텍스트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최초의 어드벤처 게임은 ‘콜로설 케이브 어드벤처(Colossal Cave Adventure, 이하 CCA)’로, 사실상 어드벤처 게임이라는 장르를 창조한 게임으로 여겨지고 있다. 개발자는 인터넷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알파넷의 개발에도 관여했던 ‘윌리엄 크라우더(William Crowther)’로, 자신의 딸을 위해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윌리엄은 프로그래머이면서 취미로 동굴 탐험을 즐겼는데, CCA는 실제로 자신이 방문했던 미국 켄터키 주(州) 맘모스 케이브 국립공원의 콜로설 케이브 동굴을 배경으로 제작됐다. 텍스트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묘사가 매우 사실적이어서 게임을 즐긴 후 실제 동굴을 방문하면 쉽게 탐험이 가능할 정도였다고 한다. 물론, 게임으로 만들어진 만큼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요소들도 있었는데, CCA에서는 동굴을 탐험하며 도끼를 던지거나 마법의 다리를 사용할 수 있었고 드워프도 등장했다고 한다.

CCA는 스탠포드 대학원에 다니던 돈 우즈(Don Woods)를 만나 더욱 진화하게 된다. 돈 우즈는 우연히 컴퓨터에 있던 CCA를 발견하고 이 게임에 관심을 갖게 됐다. 원작자를 수소문한 돈 우즈는 윌리엄에게 허락을 받고 CCA에 본격적으로 판타지 요소를 접목해 게임으로서의 재미를 강화한 후 1977년에 인터넷으로 배포했다. CCA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넷 상에서 퍼져나갔고, 현재 가장 널리 알려진 CCA도 이 버전이다. CCA는 줄여서 ‘Adventure’나 ‘Advent’로 불렸는데, 이 이름이 그대로 하나의 장르로 굳어진 것이다.

 

▲ 1870년대 후반에 DEC에서 출시한 비디오출력장치 VT100으로 플레이 중인 콜로설 케이브 어드벤처. 이 당시의 어드벤처 게임은 명령어를 직접 입력하는 방식이었다.

 

1975~1976년 사이에는 CCA와 비슷한 형태의 텍스트 기반 게임들이 다수 개발된 시기였다. 이 당시 개발된 게임들은 ‘던전’이라 불리는 지하미궁을 탐험하며 보물을 찾고 몬스터와 전투를 하는 ‘로그라이크 RPG’의 원형들로, 대부분 게임 제목도 ‘던전’을 달고 있었다. 그러니까 던전이라는 동명의 게임들이 다수 등장한 시기였는데, 이러한 던전류 게임들 중 스토리에 무게 중심을 둔 새로운 형태의 게임, ‘조크(Zork)’가 등장했다.

조크는 MIT에 다니던 팀 앤더슨, 마크 블랭크, 데이브 레블링, 브루스 다니엘의 4명이 개발한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으로, 이들 역시 CCA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조크라는 이름은 MIT내에서 미완성된 프로그램을 지칭하는 해커용어로, 조크 역시 완성품 제목은 던전이 될 예정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던전&드래곤의 상표권과 겹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조크라는 제목을 택했다고 한다. 마크 블랭크와 데이브 레블링은 조크 시리즈의 상용화를 위해 1979년 인포컴(Infocom)이라는 회사를 설립했고, 다수의 조크 시리즈를 출시했다.

 

▲ MIT 학생들이 모여 만든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 조크(Zork)의 맵 디자인.

 

그래픽의 도입과 인터페이스의 진화

CCA에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비단 MIT의 학생들 뿐만은 아니었다. IBM과 계약해 소득세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던 프로그래머 켄 윌리엄스는 독자적으로 사업하기 위해 1979년 ‘온라인 시스템즈(On-Line Systems)’를 설립해 금융, 통신, 데이터베이스 관련된 일을 했다. 그러다 우연히 어드벤처라는 프로그램을 컴퓨터에서 발견한 그는 금세 CCA에 푹 빠졌고, 아내인 로베르타에게도 보여줬다.

CCA에 매료된 윌리엄스 부부는 어드벤처를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고, 아내인 로베르타는 텍스트를 직접 그림으로 보여주면 어떨까 생각하게 된다. 로베르타가 기획하고, 켄이 프로그래밍 한 최초의 그래픽 기반 어드벤처 게임 ‘미스터리 하우스’는 이렇게 탄생했다.

 

▲ 최초의 그래픽 기반 어드벤처 게임이었던 미스터리하우스. 하지만 보는 것처럼 단순히 검은 화면에 선만으로 이미지를 그려낸 매우 조잡한 수준의 그래픽이었다.

 

애플II를 기반으로 개발된 미스터리 하우스는 큰 인기를 끌며 15,000카피 이상이 팔려나갔으며, 윌리엄스 부부에게 큰 성공을 안겨줬다. 애플II의 개발자이자 애플의 공동창업자였던 스티브 워즈니악도 미스터리 하우스를 즐기고, 이런 좋은 게임을 만들어줘서 감사하다는 편지를 윌리엄스 부부에게 보냈다고 전해진다.

많은 돈을 벌게 된 윌리엄스 부부는 복잡한 로스앤젤레스를 떠나 캘리포니아의 시에라네바다 산맥 근처로 이사했고, 1982년 회사 이름을 ‘시에라 온라인(Sierra On-Line)’으로 개명하고 본격적으로 게임 제작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1984년, IBM의 의뢰로 동화를 바탕으로 한 어드벤처 게임 ‘킹스퀘스트’를 개발했다. 킹스퀘스트는 1990년대 후반까지 총 8개의 시리즈가 출시된 시에라의 대표 게임이자, 어드벤처 게임 역사에도 한 획을 그은 걸작 게임으로 인정받고 있다.

RPG의 경우 1980년대 초반부터는 그래픽 기반의 게임들이 주류를 이루었지만, 어드벤처 게임 시장에서는 그래픽 기반의 게임들과 텍스트 게임들이 함께 인기를 끌었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어드벤처 게임은 기본적으로 깊이 있는 시나리오와 주인공(플레이어)이 처한 상황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게임이었기 때문에 텍스트로도 충분한 상황 설명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이 당시에 문제가 됐던 것은 그래픽 요소보다 오히려 입력방식에 있었다.

1980년대 중후반에 이를 때까지도 어드벤처 게임들의 플레이 방식은 여전히 키보드로 명령어를 직접 입력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었는데, 일반적인 명령어가 아닌 특정한 단어를 요구하는 경우 난이도가 급상승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했다. 또, 자주 사용하는 명령이라 해도 매번 단어를 직접 입력하는 것은 귀찮은 작업이기도 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기능키(F1~F12)에 자주 사용하는 단어를 등록시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게임이 등장하기도 했다.

시기적으로 봤을 때 ‘명령 선택 방식’을 가장 먼저 도입한 어드벤처 게임은 일본의 아스키에서 1984년에 출시한 ‘홋카이도연쇄살인 오호츠크로 사라지다’로 볼 수 있다. 이 게임에서는 기존의 어드벤처 게임들과 달리 다수의 단어를 미리 제시하고 그 중에서 상황에 맞는 단어를 선택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북미에서는 1987년 루카스필름게임즈(현 루카스아츠)가 ‘공포의 저택’이라는 어드벤처 게임을 선보였는데, 키보드 사용 없이 마우스만으로 진행이 가능한 획기적인 게임이었다. 이러한 인터페이스의 변화는 어드벤처 게임을 키보드라는 입력장치에서 해방시켜 주었으며, 이를 통해 어드벤처 게임은 콘솔게임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진출할 수 있는 계기를 잡게 된다.

 

▲ 일본에서 처음으로 명령 선택 방식을 도입한 어드벤처 게임 ‘홋카이도연쇄살인 오호츠크로 사라지다’. 우측에 몇 종류의 명령이 표시돼 있다.

 

시대의 흐름에 따른 변화

보통 어드벤처 게임은 RPG와 많은 부분에서 비교되곤 한다. 특히 초창기 텍스트 기반 게임들에서 두 장르의 경계가 더 모호했었는데, 일반적으로 RPG는 주인공의 성장과 전투, 그리고 자유도에 중점을 뒀고, 어드벤처 게임은 잘 짜인 시나리오 속에서 주어진 문제를 추리와 퍼즐을 통해 해결해 나가는 방식의 게임으로 구분한다.

어드벤처 게임에서는 이야기의 짜임새가 상당히 중요한 요소로 꼽혔으며, 이런 이유로 초기에는 ‘인터랙티브 픽션(Interactive Fiction)’으로 불리기도 했다. 어드벤처 게임은 수준 높은 스토리를 앞세워 1990년대 중반까지 게임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르 중 하나로 꼽혀 왔다. ‘원숭이 섬의 비밀’과 ‘미스트’ 같은 대작 어드벤처 게임도 이 시기에 발매됐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에 이르면서 어드벤처 게임은 점차 장르 고유의 매력을 잃기 시작했다.

 

▲ 어드벤처 게임의 대중화에 지대한 공헌을 한 미스트. 최근 유행하고 있는 이세계 소환물의선구자격인 작품이기도 하다.

 

장점이었던 수준 높은 스토리는 RPG를 위시한 다른 장르 게임들에서 따라 잡혔고, 기술적으로도 이렇다 할 발전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대중적인 인기에서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갔다. 특히 그래픽 기술의 발전은 전통파 어드벤처 게임들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었는데, 3D로 만들어진 그래픽을 ‘보기만 하는 게임’은 더 이상 게이머들의 흥미를 끌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 기류에 발맞춰 1990년대 후반부에 들어 어드벤처 게임에 액션이나 서바이벌 요소를 접목한 게임들이 등장한다.

1996년에는 어드벤처 게임 역사에서 하나의 기점이 되는 두 개의 게임이 등장한다. 하나는 영국의 에이도스에서 출시한 ‘툼레이더’로 사실상 현재의 액션 어드벤처 게임의 개념을 정립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하나의 게임은 캡콤에서 출시한 호러 어드벤처 게임 ‘바이오하자드(레지던트 이블)’이었다. 툼레이더가 액션 어드벤처 게임의 방향성을 제시했다면, 바이오하자드는 서바이벌 호러 게임을 유행시킨 게임이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호러 어드벤처 게임의 선구자적 게임은 1992년에 출시된 ‘어둠 속에 나 홀로’로, 바이오하자드 역시 따지고 보면 이 게임의 아류작으로 출발한 것이나 마찬가지였지만, 결과적으로 크게 흥행하면서 호러 어드벤처 게임이라는 장르를 널리 퍼트리는 일등 공신이 됐다. 그리고 두 게임 모두 영화로도 만들어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 툼레이더의 주인공인 라라 크로프트라는 게임 역사상 가장 유명한 여 캐릭터 중 하나가 됐다. 영국에서는 무려 기사작위까지 받았으며, 사이버 홍보 대사이기도 하다.

 

▲ 바이오하자드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좀비개의 창문 난입. 사실 이 연출은 ‘어둠 속의 나 홀로’에서 먼저 사용됐다.

 

한편, 일본에서는 ‘보는 게임’으로서의 어드벤처 게임이 발달하기도 했는데, 그래픽노블이 그것이다. 그래픽노블이란 소설처럼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되면서 주요 장면들을 그래픽으로 보여주는 게임으로, 얼핏 보면 초기 어드벤처 게임들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다만 일반적으로 그래픽노블들은 난이도가 상당히 쉽게 설계되며, 스토리와 미려한 그래픽 자체를 즐기는 것에 목적을 두는 경우가 많다.

 

▲ 아는 사람은 다 안다는 전설의 게임

 

대체로 성인향을 포함한 연애 게임들이 많다. 최근의 어드벤처 게임은 이처럼 전통파 게임보다는 시대의 요구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액션 어드벤처 게임은 FPS나 TPS와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경향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고, 극단적으로 보는 게임을 추구하는 그래픽노블을 파생시키기도 했다. 반면 정통파 어드벤처 게임은 점차 찾아보기 어렵게 됐으며, 그나마 일부 인기 시리즈들이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중이다.

최근에는 모바일 플랫폼으로 과거 인기작의 리메이크작이 출시되거나 많진 않지만 신작도 가끔 출시되곤 한다. 생각해보면 모바일 플랫폼이 전통적인 어드벤처 게임에게 최적의 인터페이스를 제공해 주긴 한다. 모바일 플랫폼이 정통파 어드벤처 게임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석주원 기자  juwon@ilovep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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