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그때 그 휴대폰] LG 초콜릿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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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그때 그 휴대폰] LG 초콜릿폰
  • 이철호 기자
  • 승인 2021.12.17 1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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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rtPC사랑=이철호 기자] 지난 7월 31일부로 LG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철수했다. 90년대부터 이어져오던 LG 휴대전화의 역사가 26년 만에 완전히 끝난 셈이다. 한때는 삼성전자와 함께 세계 휴대폰 시장을 주름잡았던 LG전자였지만, 시대의 흐름에 적응하지 못한 대가는 컸다.

그래도 2000년대 LG 휴대폰 중에는 디자인이나 기능 등에서 시대를 선도한 제품이 많았다는 것을 부정하긴 힘들 것이다. 이번에 소개할 휴대폰은 LG전자 휴대폰의 전성기를 함께했던 LG 초콜릿폰이다.

 

2인자 신세였던 LG 싸이언

LG전자의 휴대전화 사업은 1995년 LG정보통신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LG는 '화통'을 시작으로 국내에서 휴대폰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후 1998년에는 '싸이언' 브랜드로 국내 최초 폴더폰을 출시했다. 처음에는 'CION'이었으나 2000년부터 'CYON'으로 바뀌었다.

2000년, LG전자는 LG정보통신을 흡수합병하면서 몸집을 불리고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휴대폰 판매에 나섰다. 하지만 이 당시 국내에서 LG 싸이언은 삼성 애니콜에 못 미치는 휴대폰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가격은 애니콜보다 저렴했지만 그만큼 디자인이나 기능, 품질에서 떨어진다는 생각이 많았던 것이다.

LG 싸이언은 한때 삼성 애니콜과 국내 휴대폰 시장의 최강자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LG 싸이언은 한때 삼성 애니콜과 국내 휴대폰 시장의 최강자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초콜릿폰, 싸이언의 이미지를 바꾸다

2005년 들어 LG전자는 싸이언 휴대폰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프리미엄휴대폰 시장 공략에 나섰다. 그래서 탄생한 브랜드가 바로 '싸이언 블랙라벨 시리즈'다. 당시 휴대폰의 가격과 기능을 넘어 디자인 역시 중요한 구매 요소로 여기는 이들이 늘어났는데, 싸이언 블랙라벨 시리즈는 이에 맞춰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강조했다.

싸이언 블랙라벨 시리즈의 첫 번째 모델은 바로 초콜릿폰(국내 모델명: LG-SV590/KV5900/LV5900)이다. 초콜릿폰은 출시한 지 5개월 만에 국내 판매량 50만대 달성을 시작으로, 2007년 4월에는 1,000만대 판매 고지를 돌파하며 LG전자의 첫 번째 '텐밀리언 셀러' 휴대폰이 됐다.

 

감각적인 디자인이 먼저다

LG 초콜릿폰의 가장 큰 특징은 디자인이었다. 당시 휴대폰은 카메라, MP3 등에서 최신 기술을 탑재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 이와 달리 LG 초콜릿폰은 디자인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했다. 물론 기능도 중요하지만,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디자인을 먼저 고려한 것이다.

이런 전략 아래 탄생한 LG 초콜릿폰은 블랙 컬러 본체에 레드 컬러 터치패드를 전면에 배치했다. 버튼을 많이 사용했던 다른 휴대폰과 확실히 차별화되는 디자인이었다. 이를 통해 다크 초콜릿을 연상케 하는 감각적인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었다. 추후에는 화이트/핑크/와인 컬러도 출시되었다.

LG 초콜릿폰은 지금 봐도 고급스러운 디자인이 매력적이었다.
LG 초콜릿폰은 지금 봐도 고급스러운 디자인이 매력적이었다.
블랙 이외에도 다양한 컬러가 출시되었다.
블랙 이외에도 다양한 컬러가 출시되었다.

더 가볍고 슬림하게

또한, LG 초콜릿폰은 얇고 가벼워서 휴대하기가 편했다. 초콜릿폰이 출시될 무렵 대부분의 휴대폰은 110g 정도의 무게를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LG 초콜릿폰은 단 81g에 불과했다. 두께도 14.4mm에 지나지 않아서 호주머니에 쉽게 넣을 수 있었다.

물론 여기에는 수많은 개발진의 노력이 필요했다. LG전자는 초콜릿폰을 다른 휴대폰보다 더 얇은 휴대폰을 만들기 위해 복층 구조였던 단말기 구조를 단일층으로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모든 부품을 처음부터 다시 개발해야 했다.

얇고 가볍게 설계되어 다른 휴대폰보다 휴대성이 뛰어났다 [출처-뉴에그]
얇고 가볍게 설계되어 다른 휴대폰보다 휴대성이 뛰어났다. [출처-뉴에그]

사양도, 기능도 프리미엄급

디자인 이외에도 LG 초콜릿폰이 자랑할 만한 요소는 많았다. 전면에는 2인치 QVGA 컬러 TFT LCD 화면이 탑재되었으며, 후면에는 1.3MP 디지털 카메라가 배치됐다. 카메라는 최대 80분 동영상 촬영 및 저장이 가능했고, 다양한 특수 촬영 기능도 제공했다.

MP3 기능도 지원했다. MP3 전용 칩이 내장되어 뛰어난 음질로 음악을 청취할 수 있었고, 512MB 기본 메모리를 통해 최대 120여곡을 담을 수 있었다. 이외에 멀티태스킹 기능, 음성 메모 기능, 이동식 디스크 기능 등을 지원했다.

 

프리미엄폰 시대를 열다

LG 초콜릿폰의 국내 출시 가격은 548,900원으로, 당시 휴대폰으로서는 만만치 않은 가격이었다. 하지만 디자인과 휴대성에 반한 소비자들이 늘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흥행에 성공했다. 한때는 초콜릿폰이 LG전자의 월간 국내 휴대폰 판매량의 40% 정도를 책임질 정도였다.

초콜릿폰의 성공을 바탕으로 LG전자는 디자인을 강조한 휴대폰을 지속적으로 개발했다. 2006년에는 스테인레스 스틸을 사용한 '샤인폰'을 출시했고, 2007년에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인 프라다(PRADA)와 손잡고 '프라다폰'을 선보였다. 이들도 국내외에서 흥행에 성공함에 따라 LG 휴대폰을 사용하는 것은 더 이상 부끄러운 일이 아니게 되었다.

LG 샤인폰은 스테인레스 스틸로 완성한 디자인이 매력적이었다.
LG 샤인폰은 스테인레스 스틸로 완성한 디자인이 매력적이었다.

너무 늦게 등장했던 뉴초콜릿

시간이 흐르고 흘러 2009년, 싸이언 블랙라벨 시리즈의 결정판과 같은 휴대폰이 공개됐다. 바로 '뉴초콜릿(모델명: LG-SU630)'이다. 이 휴대폰은 초콜릿폰의 미니멀하고 심플한 디자인을 계승하는 한편, 4인치의 대형 HD LCD 터치 스크린을 탑재했다. 두께도 10.9mm로 아주 얇았다. AF 지원 8MP 카메라도 탑재했다.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면, 휴대폰 시장이 스마트폰 중심으로 바뀌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미 해외에서 아이폰 3GS가 발매되고, 삼성전자는 갤럭시 S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던 시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야심차게 출시한 '프리미엄 피쳐폰'은 국내에서도 해외에서도 판매 부진을 겪었다. 결국 LG전자는 큰 적자를 냈고, 스마트폰 경쟁에서 뒤처지는 결과를 맞이했다.

LG 뉴초콜릿은 당시 피쳐폰 중에서는 최고급 사양을 자랑했다. 하지만 시장은 이미 피쳐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전환된 상태였다.
LG 뉴초콜릿은 당시 피쳐폰 중에서는 최고급 사양을 자랑했다. 하지만 시장은 이미 피쳐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전환된 상태였다.

훗날 LG 스마트폰에서 나타나던 문제가 뉴초콜릿에서 먼저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국내 터치폰에 드물었던 정전식 터치 스크린을 사용한 것은 선진적이었지만, 터치감이 좋지 않았고 반응속도도 좋지 않아 호평을 듣진 못했다. 일부 기능에서 남들보다 앞서가는 측면이 있었지만, 실사용 측면에서 영 좋지 않았던 LG 스마트폰과 유사한 문제였다.

결국 뉴초콜릿을 끝으로 LG 블랙라벨 휴대폰은 출시되지 않았다. 2021년에는 LG 스마트폰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아무리 큰 기업이라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IT 시장의 살벌한 모습을 보여준다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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