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기의 거의 모든 역사] 키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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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기기의 거의 모든 역사] 키보드
  • 이철호 기자
  • 승인 2021.12.14 1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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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rtPC사랑=이철호 기자] 인터넷 강의를 듣는 고등학생에서 PC방에서 랭겜에 나서는 게이머, 오늘도 모니터를 바라보며 업무를 하는 직장인에 이르기까지 컴퓨터를 할 때 꼭 사용해야 하는 주변기기가 있다. 하나는 마우스, 또 다른 하나는 키보드다.

이번 코너에서 먼저 알아볼 주변기기는 키보드다. 오늘날에는 쉽게 구매하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멤브레인 키보드는 물론 타건감이 우수한 기계식 키보드도 유행이다. 뿐만 아니라 원하는 스위치와 키캡을 선택할 수 있는 커스텀 키보드도 유행이다. 키보드의 전반적인 역사를 살펴보자.

 

키보드의 조상님, 타자기

자판의 버튼을 눌러 원하는 글자와 숫자, 기호를 입력한다는 개념은 타자기에서 처음 등장했다. 최초의 타자기는 1829년 미국의 윌리엄 오스틴 버트(William Austin Burt)가 선보인 타이포그래퍼(Typographer)다. 이후 타자기가 편지를 보내고 문서를 만드는 데 활용되면서 타자기를 전문적으로 활용하는 타자수가 나타나기도 했다.

특히 전신타자기는 컴퓨터 키보드에 중대한 영향을 줬다. 버튼을 통해 입력한 전기적인 모스 신호를 원거리에 보내고, 모스 신호를 받아 텍스트로 출력하는 전신타자기는 대륙과 대륙을 잇는 원거리 통신에 활용되었다. 이를 컴퓨터에 전달할 신호를 입력하기 위해 변환한 것이 오늘날의 키보드라 할 수 있겠다.

타자기는 오늘날 키보드 자판 배열의 유례가 되기도 했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키보드는 쿼티(QWERTY) 배열을 사용하는데, 이는 타자기 자판에서 처음 사용된 것이다. 이후 쿼티 배열보다 더 능률적인 드보락(DVORAK) 배열도 등장했지만, 사람들은 이미 익숙한 쿼티 배열을 선호했기 때문에 드보락 배열은 비주류가 되었다.

지금은 타자기를 사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옛날 옛적 타자기는 원활한 비즈니스와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꼭 필요했다.
지금은 타자기를 사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옛날 옛적 타자기는 원활한 비즈니스와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꼭 필요했다.

천공카드 입력기에서 중요 입력장치까지

컴퓨터가 처음 등장했을 당시에는 천공 카드(Punched Card)나 자기 테이프에 데이터를 기록했다. 초기 컴퓨터 키보드는 이런 기록매체에 데이터를 쓰기 위해 만들어졌다. 에니악(ENIAC)에서의 키보드는 키보드를 타건해 천공카드에 구멍을 내는 방식으로 데이터를 입력했고, 바이낙(BINAC)은 키보드로 자기 테이프에 데이터를 기록하는 방식이었다.

이후 1964년에 등장한 멀틱스(MULTICS)는 CRT 화면을 사용해 카드나 테이프 없이도 컴퓨터에 데이터를 직접 입력할 수 있게 했다. 이에 따라 키보드는 컴퓨터의 중요한 입력장치로 여겨지게 된다. 특히 컴퓨터에 데이터를 직접 입력할 수 있어서 작업 시간이 단축되고 정확도도 향상된다는 장점이 있었다. 이에 따라 키보드는 훗날 등장한 마우스와 함께 중요한 입력장치로 자리매김했다.

초창기 컴퓨터는 키보드로 정보를 입력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혁신이었다. [출처-Computer History Museum]
초창기 컴퓨터는 키보드로 정보를 입력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혁신이었다. [출처-Computer History Museum]

시간이 갈수록 더 많아진 자판 수

1981년 IBM이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를 선보였을 당시, 이 컴퓨터를 위한 모델 F XT 키보드는 83키였다. 이후 1984년에 개발된 모델 M 키보드는 키를 101개로 늘리는 한편, 키를 6열로 배치해 편의성을 높였다. 이 키보드가 오늘날 키 배열의 기본이 되었다.

1987년에는 도시바 노트북에 84키 키보드가 사용되었는데, 이 키보드가 노트북용 키보드의 표준이 되었다. 데스크톱용 키보드와 달리 공간에 제약이 있기 때문에 숫자패드를 없애고 자주 사용하지 않는 키는 다른 키와 기능을 합친 것이 특징이다. 물론 요즘에는 100키 이상의 키보드를 채택한 노트북도 있다.

BM 모델 M 키보드는 오늘날 키보드 배열의 표준이 됐다. [출처-Wikiwand]
IBM 모델 M 키보드는 오늘날 키보드 배열의 표준이 됐다. [출처-Wikiwand]

기계식에서 멤브레인으로

컴퓨터 키보드의 초창기에 가장 많이 쓰인 키보드는 기계식 키보드였다. 기계식 키보드는 스위치를 통해 기판에 신호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PC 시대 이전의 타자기 시절부터 쓰였다. 그리고 80년대까지도 컴퓨터 키보드의 주류였다.

하지만 90년대부터 멤브레인 키보드가 보급되면서 PC 키보드의 대다수를 차지하게 된다. 멤브레인 키보드는 키 밑에 전기가 통하는 고무 패드를 배치한 키보드로, 고무가 바닥에 눌리면 전기 신호가 컴퓨터에 전달된다. 이 키보드는 기계식 키보드보다 조용하고 튼튼하며 가격도 저렴하다는 장점을 앞세워 순식간에 키보드 시장의 주류가 되었다.

노트북에서는 펜타그래프 키보드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펜타그래프 키보드는 멤브레인 키보드에서 분화된 것으로, 키캡이 낮고 스위치가 키보드 본체에 달린 것이 특징이다. 아이솔레이션 키보드도 노트북에 자주 사용되는데, 전반적인 구조는 펜타그래프 키보드와 비슷하나 키캡과 키캡 사이의 간격이 넓어 이물질 유입이 적다.

일반적인 사무 업무에서 활용되는 키보드는 대부분 멤브레인 키보드나 펜타그래프 키보드다
일반적인 사무 업무에서 활용되는 키보드는 대부분 멤브레인 키보드나 펜타그래프 키보드다.

기계식 키보드의 부활…무접점 키보드도 인기

2010년대 들어 기계식 키보드가 부활하기 시작했다. 독일의 체리(CHERRY)는 특유의 클릭음을 내는 장치를 추가해 옛날 타자기 시절의 타건음을 재현한 기계식 키보드 스위치를 출시했다. 이 스위치가 개발자, 게이머, 작가 등 에서 호평을 받음에 따라 기계식 키보드 유행이 불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기계식 키보드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리그 오브 레전드나 오버워치, 배틀그라운드 등이 인기를 끌면서 PC방은 물론 일반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장비 경쟁이 치열해진 것이 컸다. 오늘날에는 기계식 키보드가 없는 게이밍 기어 브랜드가 드물 정도다.

최근에는 접점이 없는 스위치를 사용하는 무접점 키보드도 인기다. 이 키보드는 고장이 적고 수명이 길며 조용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광학 센서를 통해 신호를 전달하는 광축 키보드도 대거 출시되고 있다. 광축 키보드는 내구성이 좋고, 방수 설계가 쉬워서 PC방 키보드로 많이 사용된다.

특유의 타건감이 매력적인 기계식 키보드는 많은 게이머들이 선망하는 게이밍 기어 중 하나다.
특유의 타건감이 매력적인 기계식 키보드는 많은 게이머들이 선망하는 게이밍 기어 중 하나다.

우리가 쓰는 한글 자판의 역사는?

끝으로 우리가 오늘날 사용하는 키보드의 한글 자판의 역사도 살펴보자. 최초의 한글 자판 타자기는 1914년 재미교포 이원익이 만들었는데, 이는 세로쓰기 방식이어서 불편했다. 이후 1949년에는 공병우식 타자기와 김동훈식 타자기가 등장했다. 공병우식은 세벌식으로 타자 속도가 빨랐고, 김동훈식은 다섯벌식으로 글씨가 예쁘게 나왔다.

두 자판 배열이 공존하다 보니 관공서와 기업에서는 혼란이 잦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1969년, 정부는 타자기에서는 네벌식 자판을, 인쇄전신기용은 두벌식 자판을 표준으로 확정했다. 이후 PC가 보급되면서 1983년에는 타자기용 네벌식 표준 자판을 폐기하고 인쇄전신기용 두벌식 자판과 거의 같은 자판을 새 표준 자판으로 공표했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쓰는 키보드의 한글 자판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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