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여름, 여름… 땀, 땀, 땀
마당 지키라고 키우는 큰 개는 하루 종일 정신없이 혀를 빼고 헉헉거리느라 바쁘다. 개는 몸에 땀구멍이 없어 혀와 발바닥으로 열을 식힌다. 우리는 저렇게 방정맞게 더위를 식히지 않아도 되니 참으로 다행이고 편리하다. 인간의 체온 조절 능력은 고성능 시스템보다 더 뛰어나고 놀랍다. <PC사랑> 독자라면 PC 시스템 열을 식히기 위한 방법인 수랭과 공랭에 대해 잘 알 것이다. 우리 몸은 수랭과 공랭의 혼합 방식이지만, 꼭 구분한다면 수랭식에 가깝다.
말인즉, 우리는 체열을 식히기 위해 땀이라는 ‘물’을 이용한다. 물이 증발하려면 기화열이 필요한데,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화열을 조금씩 이용해 수증기로 바꾼다. 우리 몸은 이런 원리를 이용해 과도한 체온을 피부로 배출한다.
사람은 생김새만큼이나 땀 흘리는 모습도 제각각이다. 유난히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무리 더워도 땀 한 방울 흘리지 않는 사람도 있다. 이는 체질에 의한 것이다. 어느 쪽이든 각자의 필요에 의해서 체온을 조절하느라 그런 것이므로 큰 문제는 아니다. 다만 특정 부위에 지나치게 땀이 흥건하다면 정상적인 생활이 힘들다. 특히 요즘 같은 여름철을 지내다보면 과도한 땀은 체액손실을 일으키고, 소위 ‘더위를 먹었다’고 하는 피로감이나 허탈감, 갈증, 식욕 부진 같은 문제를 불러온다. 연쇄적으로 체력이 약해지니 냉방기나 주야간의 급격한 온도차로 인해 면역력을 잃어 감기를 앓기도 한다.
땀나는 부위, 몸 속 장기와 연관
한의학에서는 특정 부위에 나는 땀은 그 부위와 관련한 장기의 강약이나 이상으로 판단한다. 생활에 불편을 초래하지 않는 수준이라면, 체질적인 부분이라 생각하고 넘길 법하다. 그러나 심하다면 당연히 바로 잡아주는 것이 필요하다.
주변에서 땀과 관련해 제일 흔한 경우는 얼굴이 붉어지고, 얼굴이나 머리에만 땀이 많이 나는 사람이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대체로 심장에 많은 열이 있다고 보는 편이다. 이런 사람들은 실제로도 성격이 급하고 곧잘 흥분하며, 화를 잘 낸다. 또 주변 분위기에 따라 당황하거나 부끄러운 일을 겪으면 더 쉽고 빠르게 얼굴이 붉어지곤 한다.
식사 중에 땀을 비 오듯 쏟는 사람도 많다. 이들은 대체로 왕성한 식욕과 소화력을 가졌다. 더불어 찬 것을 좋아한다면 위장에 열이 많은 사람이다. 손발에 땀이 차는 사람 또한 위장 계통의 열과 관련해 보기도 한다. 다만 손은 심장의 열로, 발은 신장(생식기관, 콩팥)의 열에 의한 경우가 많다.
신장에 열이 많은 사람은 하체가 부실하고 방광이 약해 소변을 보는 일 조차 편하지 않고 발바닥이 뜨거워 불편함을 느낀다. 식당이나 지하철 등에서 아저씨들이 구두와 양말을 벗고 있다면, 민폐라고 손가락질하기 전에 ‘저 분들은 신장의 열을 식히느라 그렇구나’하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
한편, 열과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흐르거나, 특히 자는 동안 베게잇과 잠옷을 적시는 사람도 있다. 이럴 때 흘리는 땀을 훔칠 도(盜)자를 써서 도한(盜汗)이라고 부른다. 자신도 모르게 땀을 흘리니 누가 땀을 훔쳐 가는 것 같다며 붙은 말이다. 도한이 심하면 피로감이 짙어진다. 누군가 내 소중한 진액을 훔쳐 내가 이렇게 기운이 달리니, 이름 한 번 잘 지었다 하겠다.
이러한 도한은 방광에 열이 쏠리며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방광에 열이 많으면 소변이 노랗기 일쑤고, 대체로 진액과 수분 부족에 의한 허열을 앓는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다스리기 위해 부족한 진액을 보충하고 허열을 내리는 방법으로 처방한다.
땀, 흘릴 때 제대로 흘려야 건강
사실 체열이 많은 사람은 땀 때문에 귀찮고 번거롭다. 그러나 그럴수록 땀을 더 많이 흘려야 한다. 그래야 체열이 식고 노폐물을 배출하면서 건강해질 수 있다. 땀을 흘리는 일을 소홀히 하면, 병에 걸렸을 때는 전신 근육통이나 관절 계통의 염증, 장기 내부 염증 등을 앓기 쉽다. 그래서 몸에 체액, 즉 수분이 충분하다면 땀을 흘려 체열을 식히는 것이 건강하다는 이유다.
반면, 허약한 사람이나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은 땀도 적다. 이런 사람이 과도하게 땀을 흘리면 오히려 몸이 과하게 식어 감기에 쉽게 걸린다. 더불어 배가 차 소화 불량이나 설사와 같은 질병에도 쉬 노출되곤 한다. 그렇다고 아예 흘리지 않으려 들면 체열이 많은 사람처럼 내부 염증을 불러오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더불어 손발이 차므로 근육과 관절 혈액 순환이 좋지 않아 근육통을 쉽게 앓기도 한다.
여름 제철과일과 오미자로 땀을 다스리자
땀을 많이 흘리는 증상을 개선하면 피로감도 줄고 더위도 이겨내 무력감, 식욕부진, 기력저하를 떨칠 수 있다. 한약을 써도 해결할 수 있지만,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차나 과일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땀이 지나치게 많거나 무기력함 등이 심하다면 한의사와 상담하고 약을 조제해 치료하는 것이 안전하다.
땀이 많아 힘이 달리고, 심한 갈증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인삼과 오미자를 이용한 차를 마시면 좋다. 다만 인삼은 잘 못 쓰거나 과하면 오히려 열이 더 나고 다른 부작용도 불러오니 주의하자. 평소 인삼을 먹어도 문제가 없는 사람은 안심해도 좋고, 열이 느껴지는 사람은 소량만 섭취하도록 하자.
오미자는 부작용이 적어 여름철에 대중적으로 권하는 약재다. 맛이 시큼하지만 꿀이나 설탕과 조합하면 제법 맛있는 음료가 된다. 빨갛게 우려낸 뒤, 시원하게 식혀 달콤한 맛을 더해 즐기면 더위에 의한 갈증도 날려주고 땀도 멎게 하는 효과도 발휘한다.
추위에 약하고 얼굴에 땀이 많은 사람이라면, 계피나 생강을 차로 만들어 따뜻하게 즐기자. 여름감기를 예방하고 심혈 관계 질환 예방에 효과적이다. 다만, 열이 많은 사람에게는 좋지 않으므로, 허약체질이나 손발이 찬 사람이 아니라면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다.
여름 제철과일도 열을 식히는데 효과적이다. 시원하게 식힌 수박으로 과일 차나 냉채를 만들어 즐기면 더위를 날리고 땀으로 잃은 수분 보충에도 효과적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조상들이 즐긴 음료니 효과 검증은 마친 셈. 다만 과하게 찬 음료나 아이스크림, 과일을 먹으면 아무리 뜨거운 위장도 배탈을 앓는다. 이 역시 우리가 어릴 때부터 한 번씩은 겪었던 사실들이니 모두들 잘 이해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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