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rtPC사랑=이철호 기자] 직장인 A씨(32)는 2020년 3월부로 새로운 5G(5세대 이동통신) 고객이 되었다. 삼성 갤럭시 S20 울트라를 새로 구입하면서 4G에서 5G로 갈아탄 것이다. 그동안 큰 불만 없이 써 오던 4G 요금제 대신 새로운 요금제를 사용해야 하는 점이 부담스러웠지만, 5G의 속도를 믿고 요금제를 변경한 것이다.
하지만 5G를 사용한지 두 달 째 되는 현재, A씨는 불만이 많다. 이전보다 더 비싼 요금제를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사무실 내에서 5G가 제대로 잡히지 않아 반쯤은 4G폰을 사용하는 것과 다름 없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150만원대에 이르는 비싼 단말기 가격을 생각하면 더 짜증이 날 수밖에 없다.
2020년 국내 5G 가입자 수는 500만명을 넘어 600만명, 1,000만명을 넘보고 있다. 하지만 현재 5G 고객 대다수가 만족스럽게 5G를 이용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현재 5G 고객이 어떤 불편을 겪고 있는지, 기술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은 없는지를 살펴보자.
지방에서도, 지하철에서도 안 터지는 5G
5G 네트워크의 품질은 현재 5G 고객이 가장 심각하게 여기는 문제 중 하나다. 5G 기지국 수가 1년 만에 10만개를 돌파한 건 분명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LTE 기지국 수가 87만개에 이른다는 걸 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걸 느끼게 된다. 5G는 LTE에 비해 전파 도달 범위가 짧아 더 촘촘하게 기지국을 깔아야 한다는 걸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특히 아직도 5G 자체를 활용할 수 없는 지역이 많다. 5G 기지국이 대부분 수도권, 대도시와 고속도로 일대에만 조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4월 14일 기준으로 송가인이 태어난 전남 진도군에서는 KT 이외에 다른 통신사 5G 기지국이 없고, 영덕대게로 유명한 경북 울진군에서는 SK텔레콤말고는 5G 선택지가 없다.
5G 기지국이 많은 수도권에서도 5G 연결이 안정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5G에서는 실내에서 원활한 사용을 보장하는 '인빌딩' 구축이 매우 중요한데, 이 인빌딩 중계기가 설치된 건물이 3월 말 기준으로 500개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지하철은 물론 같은 건물에서도 어떤 곳에서는 5G가 잡히는 반면, 다른 곳에서는 5G 신호가 잡히지 않는 현상이 발생한다.
비싼 요금제에 등골 휘는 5G 유저
비싼 요금제 역시 5G 사용자들의 가장 큰 불만거리 중 하나다. 통신3사가 판매하는 5G 요금제는 55,000원부터 시작하며, 무제한 요금제는 85,000원부터 시작한다. LTE 요금제가 3∼4만원부터 시작하는 것을 감안하면, 5G 고객은 일반 고객보다 최소 1∼2만원 이상 더 비싼 통신비를 내고 있는 셈이다.
저렴한 요금제에 대한 차별도 상당하다. SK텔레콤의 5G 요금제인 '슬림'의 경우 월 55,000원에 9GB 데이터를 제공하니 1GB당 데이터 요금이 약 6,111원이다. 반면 '5GX 스탠다드'의 경우 월 75,000원에 200GB 데이터를 제공하니 1GB당 데이터 요금은 375원이다. 요금에 따라 1GB 데이터 요금이 16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이다. 타 통신사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실제 사용 데이터에 비해 지나치게 비싼 요금제를 강요한다는 비판도 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2020년 1월 기준으로 5G 이용자의 1인당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27.8GB로, 7만원 이상 요금제가 제공하는 200GB에도 크게 못 미친다. 다 쓰지도 못하는 데이터를 구입하기 위해 높은 요금을 내고 있는 것이다.
단말기 가격도 5G 이용에 큰 부담
요금제만 비싼 게 아니다. 5G 스마트폰도 비싸다. 5G 스마트폰의 상당수가 고성능과 다양한 기능을 갖춘 대신 가격도 상당한 플래그십 스마트폰이기 때문이다. 삼성 갤럭시 S10 5G의 출시 당시 출고가는 1,154,000원, LG V50 ThinQ는 1,199,000원, 삼성 갤럭시 S20 울트라는 1,595,000원이다. 4월 14일까지 출시된 스마트폰 중 출고가 100만원 이하인 모델은 삼성 갤럭시 A90뿐이었다.
값비싼 요금제와 스마트폰을 팔기 위해 불법보조금도 난무했다. LG V50 ThinQ의 경우 출시 첫날부터 통신사의 판매장려금에 불법보조금까지 더해지며 사실상 '공짜폰'으로 판매됐다. 게다가 5G 전용으로만 최신 플래그십 스마트폰이 출시되다 보니 LTE 요금제를 계속 쓰고 싶은데도 울며 겨자 먹기로 5G를 사용하는 케이스도 많았다.
이 문제는 5월 들어 중저가 5G 스마트폰이 속속 출시됨에 따라 다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중저가 5G 스마트폰인 '갤럭시 A51 5G'를 572,000원(자급제)에 선보이며, 매스 프리미엄을 표방하는 LG전자의 'LG 벨벳'도 출고가 899,800원에 출시된다. 샤오미도 상반기 중 40만원대 5G 스마트폰 '미10 라이트 5G'를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5G로 제대로 즐길 만한 콘텐츠가 없다
5G 시대에 들어서면서 VR, AR을 비롯해 다양한 5G 콘텐츠가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 소비자 입장에서는 뭔가 제대로 즐길만한 5G 콘텐츠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VR 콘텐츠의 경우 헤드셋을 착용해야 제대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 불편함이 있고, AR 콘텐츠는 포켓몬 GO 이후 히트작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실제 5G 사용자가 가장 많이 즐기는 콘텐츠는 동영상이다. 지난 2월, 닐슨코리아가 발표한 ‘2020 미디어 리포트’에 따르면 5G 유저는 평균 3.5개의 OTT 앱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LTE나 와이파이로도 넷플릭스나 웨이브 등의 모바일 동영상 서비스를 충분히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5G로 원활히 즐길 수 있는 4K/8K 콘텐츠가 필요한 이유다.
5G 시대 보안, 과연 괜찮은가?
보안 강화 역시 앞으로 5G가 풀어나가야 할 중요한 숙제다. 5G 망은 LTE 망과 달리 분산 구조형의 개방형으로 설계되어 기지국 단위에서도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해킹될 가능성이 기존보다 더 높다. 그렇기에 정부와 통신사가 보안 기술력 확보에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5G 망을 구축하는 네트워크 장비에서도 보안 문제가 중요한 구매 요소로 자리 잡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5G 네트워크 장비 분야에서 높은 점유율을 지닌 화웨이의 경우 백도어를 통해 몰래 통신망에 접근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통신 안보’를 위해 네트워크 구축에서 보안성과 투명성을 모두 갖춘 장비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100% 5G' 5G SA는 언제?
2020년에 5G SA(5G Stand Alone)가 국내에 언제 상용화될지도 관심사다. 우리나라가 상용화한 5G는 LTE와 융합된 방식으로 이를 5G NSA라 한다. 이와 달리 5G SA는 유무선 구간 모드에서 개선된 5G 표준을 기반으로 오직 5G 네트워크만 사용하기 때문에 초고속에 초저지연성, 초대용량 연결을 실현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1월, SK텔레콤이 부산 지역 5G 상용망에서 삼성전자, 에릭슨 등의 5G 장비를 이용해 5G SA 통신을 구현했다. 통신3사는 앞으로 기존의 3.5GHz 대역망 이외에 28GHz 대역망을 구축해 5G SA를 상용화할 계획이다. 이미 삼성전자는 갤럭시 S20 3종 모두 5G SA를 지원할 수 있도록 조치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