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선스 전쟁의 시작, 미국 야구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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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선스 전쟁의 시작, 미국 야구 게임
  • PC사랑
  • 승인 2009.04.14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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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선수들에게는 말 그대로 꿈의 리그라고 할 수 있는 메이저리그(MLB)가 열리는 야구의 본고장 미국. 미국에서는 야구 게임들이 매년 꾸준하게 발매 되고 있으며, 인기 또한 높다. 다만 라이선스 문제로 인해 게임의 종류는 다소 적은 편이다. 최근에는 비디오 게임기인 엑스박스 360과 플레이스테이션 3용 야구 게임이 많다.
하드볼, 하이히트 베이스볼, 그리고 MVP 베이스볼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미국산 야구 게임들은 PC 게임이 전성기를 이뤘다. 그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바로 어콜레이드가 만든 ‘하드볼’(Hardball) 시리즈다. 8비트 애플과 코모도어 64(C64)용으로 개발되었던 하드볼은 1994년에 내놓은 하드볼 3이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하면서 확고한 인기 시리즈로 발돋움했다.

어콜레이드는 하드볼 4(1994년)와 하드볼 5(1995년)를 잇달아 내놓으면서 인기를 이어 갔다. 하드볼 시리즈는 선수 데이터를 게이머가 자유롭게 편집할 수 있어, 게이머의 손끝에서 더욱 더 완벽한 게임으로 거듭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게이머들이 만든 한국 프로야구 패치가 등장하기도 했다.

하드볼 시리즈는 1998년 6편을 기점으로 쇠락의 길에 들어선다. 시리즈 최초로 3D 그래픽을 도입했지만, 오히려 2D 시절보다 못하다는 평을 들으면서 외면을 받았다. 게다가 개발사인 어콜레이드가 여러 가지 문제로 게임 사업을 포기하면서 하드볼은 더 이상 나오지 못했다.
하드볼을 만든 개발진은 3DO로 옮겨서 계속 야구 게임을 만들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게임이 바로 3DO의 ‘하이히트 베이스볼’(High Heat Baseball)이다. 1999년에 1편이 발매된 하이히트 베이스볼은 짧은 시간에 하드볼만큼의 명성을 얻는데 성공하고, 탄탄한 짜임새와 완성도로 마니아들의 큰 지지를 받았다.

하이히트 베이스볼과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 것이 바로 EA의 ‘MVP 베이스볼’(MVP Baseball) 시리즈다. EA는 90년대 말부터 ‘트리플 플레이’(Triple Play)라는 이름의 야구 게임을 만들어 왔다. 하지만 경쟁 게임에 견줘 부족한 점이 많아 흥행에는 실패를 거듭했다. 이에 개발사가 분위기를 바꾸려고 내놓은 것이 바로 MVP 베이스볼이다.

지난 2003년 선보인 첫 시리즈인 MVP 베이스볼 2003은 ‘트리플 플레이와 뭐가 다르겠냐?’는 게이머들의 편견을 깨고 큰 성공을 거둔다. 특히 EA 스포츠 특유의 사실적인 그래픽과 거의 모든 MLB 선수들의 정보를 그대로 담아 호평을 받았다.
이후 하이히트 베이스볼과 MVP 베이스볼은 계속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다. 이 경쟁은 MVP 베이스볼의 승리로 끝이 난다.

2005년 발매된 MVP 베이스볼 2005가 하이히트 베이스볼 2004를 압도하는 그래픽과 사실성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MVP 베이스볼 2005는 선수들의 데이터는 물론이고, 그래픽과 음악, 심지어 미세한 밸런스 데이터까지 게이머가 자유롭게 고칠 수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게이머들의 손을 거쳐 완벽한 야구 게임으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였다. 마침 하이히트 베이스볼 개발사인 3DO가 부도가 나면서 야구 게임은 MVP 베이스볼의 독점 시대가 열리는 듯했다. 그런데 전혀 엉뚱한 이유로 MVP 베이스볼은 최고의 야구 게임이라는 찬사를 뒤로 하고 더 이상 시리즈를 내지 못한다. 다른 개발사가 EA의 MLB 라이선스를 빼앗은 것이다.
MLB 게임의 새로운 도전자
MVP 베이스볼이 시리즈를 내지 못하면서 그 틈을 타고 부상한 것이 바로 테이크투의 ‘2K’와 소니(SCEA)의 ‘MLB 더 쇼’다.
테이크투는 2005년 독점 계약을 확보한 이래 ‘MLB 2K5’를 시작으로 매년 1편씩 시리즈를 선보였다. 2K는 MVP 베이스볼과는 다른 간결한 게임 시스템, 그리고 실제 방망이를 휘두르는 것과 같은 독특한 타격 조작 시스템과 인터페이스로 야구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는데 성공을 거둔다. MLB와 라이선스 독점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게임에서 메이저 리거를 만나려면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덕도 크다. 게임 밸런스와 완성도에서 완벽에서 2% 이상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2K는 PC가 아닌 플레이스테이션, 엑스박스 등의 비디오 게임기용으로만 발매되었기 때문에 PC 유저들의 원성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다행히 최신작 ‘MLB 2K9’는 PC용으로도 발매 되어 게이머의 갈증을 어느 정도 해결했다.

한편 테이크투가 확보한 MLB 독점 라이선스는 비디오 게임에는 해당되지 않았다. 이 틈새를 노려 소니가 MLB 야구 게임 MLB 더 쇼를 만들었다. MLB 더 쇼는 MVP 베이스볼의 후속작이라고 해도 될 정도다. 그만큼 시스템과 조작, 그리고 짜임새 등이 비슷하다. 소니가 직접 만든 게임인 만큼 플레이스테이션 시리즈의 성능을 최대한 끌어낸 사실적이고 멋진 그래픽을 일품이다. 또 세밀한 게임 플레이와 화려한 연출도 돋보인다. 최신작 ‘MLB 09: 더 쇼’는 게이머가 직접 음악을 편집해 선수들의 등장 음악으로 쓰는 등 스포츠 외적인 부분에도 많은 신경을 기울인 것이 돋보인다. 하지만 더 쇼는 플레이스테이션용으로만 나오고 있고 당분간 다른 기기 호환 버전도 내놓을 계획도 없다. 소니의 가족이 아니라면 즐길 수 없다는 이야기다.


PC로 발매된 야구 게임 중 가장 완벽한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는 EA의 ‘MVP 베이스볼 2005’.


하드볼 3의 그래픽은 지금 보면 조잡하지만 당시에는 훌륭하다는 평을 받았다.


마지막 하드볼인 ‘하드볼 6’. MLB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었고, 3D 그래픽까지 도입했지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하드볼의 특징을 그대로 물려받은 ‘하이히트 베이스볼’. 그림은 마지막 작품인 ‘하이히트 베이스볼 2004’다.


MVP 베이스볼 이후 7년 만에 등장한 PC용 MLB 야구 게임 ‘MLB 2K9’. 화려한 그래픽과 독특한 게임 시스템을 자랑한다.


박찬호 선수가 처음으로 실명으로 등장한 하드볼 6.


PS3와 PSP 등 비디오 게임용으로 발매된 ‘더 쇼’ 시리즈.

EA와 테이크투의 라이선스 전쟁
게임, 특히 사실성이 높은 스포츠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라이선스다. 만약 특정 프로리그의 선수를 게임에 담고 싶다면 게임사는 해당 프로리그의 사무국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야 한다.

EA는 지난 2000년대 중반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장기 독점 계약으로 미국의 프로 리그 라이선스를 독식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 2004년에는 NFL(미국 미식 프로축구 리그)의 독점 계약을 이끌어 내는데 성공했다.

다른 게임사들도 그냥 호락호락 당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한 때 미식축구 게임의 양대 산맥으로 손꼽히던 ‘NFL 2K’ 시리즈를 만들었지만, EA의 라이선스 독점으로 개발을 중단하게 된 테이크투가 이에 대한 복수(?)로 2005년, MLB 라이선스를 장기 독점 계약해 버린 것이다. 이로 인해 EA 스포츠의 MVP 베이스볼 시리즈는 최고의 야구 게임이라는 찬사 속에서도 MVP 베이스볼 2005를 끝으로 시리즈가 중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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