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rtPC사랑=이철호 기자] 세계적인 IT 자문기관 가트너는 2004년부터 글로벌 스마트폰 매출을 집계하기 시작했다. 2017년은 이 자문기관이 집계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스마트폰 매출이 감소세를 보인 해다. 2017년 4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 감소한 것이다.
혁신의 정체가 중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안술 굽타 가트너 책임연구원은 “고품질, 4G 연결성, 고성능 카메라 기능에 대한 수요에 비해 기기의 이점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MWC 2018을 통해 모습을 드러낸 갤럭시S9, V30S 씽큐 등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이들 스마트폰은 어떤 혁신을 보여줬을까?
한 단계 더 진화한 카메라
앱 사용 분석 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올해 2월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튜브 앱에 소비한 시간이 257억 분에 달한다고 한다. 2년 사이에 3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모바일 환경이 텍스트 위주에서 이미지, 동영상 위주로 급격히 변하고 있다는 신호라 할 수 있다.
이 이미지와 동영상을 내가 원하는 때에 남길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은 바로 스마트폰 카메라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이 점을 포착해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단순히 화소 수, 렌즈 수를 늘린 것만이 아니다. DSLR이나 미러리스 카메라에서만 가능하던 기능을 스마트폰 카메라에 추가하기 시작했다.
삼성 갤럭시S9은 빛의 양에 따라 조절되는 듀얼 조리개를 탑재하고 초고속 카메라와 같은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슈퍼 슬로우 모션 기능을 지원한다. 소니 엑스페리아 XZ2는 세계 최초로 4K HDR 동영상 촬영이 가능하며, Exmor RS, G 렌즈처럼 소니의 DSLR, 미러리스 등에 적용된 혁신 기술도 적용됐다.
인공지능으로 더 똑똑하게
가트너는 2022년까지 출하되는 스마트폰의 80%가 인공지능(AI) 기능을 탑재할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로 이미 2018년 상반기에 출시된 스마트폰의 상당수가 인공지능 기능을 포인트로 내세웠다. 하드웨어 부분에서의 상향 평준화가 이뤄진 상태에서 사용자에게 도움이 되는 인공지능 기능으로 차별화를 꾀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는 LG V30S 씽큐가 있다. 카메라로 사물을 비추면 인공지능이 피사체를 인식해 스스로 촬영 모드를 추천하며 주변이 어두울 땐 더 밝게 촬영할 수 있게 스스로 설정을 변경한다. Q보이스를 통해 음성인식을 통한 인공지능 기능도 강화했다.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 또한 인공지능 기능 강화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9으로 예상되는)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에 빅스비 2.0을 탑재해 인공지능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MWC 2018에서 새 스마트폰을 공개하지 않은 화웨이도 P20의 인공지능을 기대하라는 광고를 대대적으로 펼쳤다.
애플의 길을 따라가는 AR
작년 팀 쿡 애플 CEO는 “이제 사람들은 밥 먹듯 AR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며 AR 분야에 총력을 기울였다. 아이폰 X에 탑재된 애니모티콘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이후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한 스마트폰 또한 AR 기능 강화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게임에서 교육, 부동산까지 활용도가 무궁무진하고 VR과 달리 별도의 기기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AR 기능으로는 아이폰 X가 선보인 나만의 이모지가 있다. 삼성 갤럭시S9에 탑재된 AR 이모지는 셀카 촬영을 통해 나만의 3D 이모티콘을 만들 수 있는 기능이다. 완성된 이모지는 헤어스타일과 안경, 옷 등을 변경할 수 있다. 소니 엑스페리아 XZ2도 3D 생성기 앱을 통해 3D 얼굴 스캔, 물체 저장, 편집 등이 가능하다.
AR을 통한 정보 제공 기능도 발달하고 있다. 갤럭시S9의 빅스비 비전은 장소, 이미지 검색, 쇼핑은 물론 실시간 번역 기능도 제공한다. LG V30S 씽큐 또한 카메라로 물체를 촬영하면 관련 정보검색, QR 코드 분석 등을 제공하는 Q렌즈를 탑재했다.
노치 디자인? 풀스크린 디자인?
작년에 출시된 아이폰 X는 전면 디스플레이 상단이 움푹 파인 노치 디자인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이 디자인으로 전면 카메라를 밖으로 노출해 얼굴인식 기능을 강화할 수 있었지만 ‘탈모폰’, ‘M자 탈모’라는 비웃음도 받아야 했다. 기존과 다른 디스플레이 디자인이다 보니 원가가 오르게 된다는 문제도 있었다.
이 때문에 올 하반기에 출시될 아이폰에도 노치 디자인이 적용될지는 알 수 없다. 오히려 이전 아이폰의 디자인에 페이스ID를 비롯한 기술을 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노치 디자인을 적용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도 있다. MWC 2018에서 발표한 ASUS 젠폰 5 시리즈는 노치 디자인을 적용했다.
한편, 스마트폰 전면을 화면으로 채우는 풀스크린 디자인은 계속 대세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삼성, 애플은 물론 소니도 기존의 디자인 대신 풀스크린 디자인을 적용했다. 시장조사기관 위츠뷰는 2021년에는 스마트폰의 90% 이상이 풀스크린 디자인으로 출시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른 길을 찾아라
문제는 소비자의 반응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갤럭시S9의 예약판매 실적이 전작인 갤럭시S8의 70~80% 수준에 머물렀다. 개통 첫날 번호이동 건수도 저조했다. 소비자가 체감할만한 변화는 찾기 힘든데 가격은 상승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스마트폰 교체주기가 점점 길어지는 것도 원인이다. 이는 지금 이상의 혁신이 없다면 스마트폰 시장의 침체가 계속될 것임을 알려준다.
대표적인 혁신으로는 듀얼 스크린 스마트폰이 있다. MWC 2018에서 ZTE는 액손 M이라는 스마트폰을 선보였다. 화면을 접었다 폈다 하면서 큰 화면을 쓸 수 있는 스마트폰이었다. 두 패널을 포개는 경첩 형태여서 두껍고 접히는 부분이 그대로 노출된다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추후 플렉시블 패널을 통해 마음대로 접었다 펼 수 있는 스마트폰의 시초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벌써부터 스마트폰 다음을 생각하는 제조사도 있다. 한때 휴대폰의 최강자였던 노키아는 MWC 2018에서 커프(The Cuff)나 슬리브(The Sleeve)처럼 몸에 두르는 모바일 기기를 공개했다. 기기의 센서가 근육의 움직임이나 전기 신호를 감지해 VR, 건강 관리, 타이핑 등이 가능하며 스크린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