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슬림하게, 더 라이트하게 게이밍 노트북은 어떻게 가볍고 얇아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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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슬림하게, 더 라이트하게 게이밍 노트북은 어떻게 가볍고 얇아졌나
  • 이철호 기자
  • 승인 2017.10.27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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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게이밍 노트북을 살 때 어디서나 노트북을 들고 가서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내 무거운 노트북을 가지고 다니기 힘들고 귀찮아서 결국 집에서만 노트북으로 게임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2.5kg 이상의 노트북 본체에 만만치 않은 무게의 어댑터까지 들고 다니는 건 여간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얘기가 달라졌다. 게이밍 노트북으로서의 성능은 유지하면서 일반 노트북과 큰 차이가 없는 무게를 자랑하는 제품이 속속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정말로 친구 집에서도, 해외여행 중에도 노트북을 들고 리그 오브 레전드나 배틀그라운드 등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가벼우면서도 강한 게이밍 노트북의 역사를 살펴보자.

무거울 수밖에 없었던 이유

본디 노트북은 집이나 사무실 바깥에서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 만큼 휴대성과 전력 소모를 중심으로 설계가 이뤄진다. 이를 위해 노트북의 두께와 무게를 최대한 줄이고 CPU를 비롯한 부품은 전력 소모가 적은 제품을 사용한다. 그런 만큼 동일한 가격대의 데스크톱에 비해 성능이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문제는 이로 인해 게임이나 그래픽 작업 등을 하기에 애로사항이 따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노트북의 휴대성은 일정 부분 포기하면서 CPU, 그래픽카드 등의 성능을 끌어올린 노트북이 등장했다. 바로 게이밍 노트북이다.

그런데 성능이 좋은 부품을 노트북에 장착하면서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기존의 부품보다 성능이 좋은 만큼 발열도 더 심하다는 점이었다. 이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트북의 두께가 두꺼워지고 쿨러와 히트파이프가 더 많이 배치됐다. 게다가 부품이 많은 전력을 소모하는 탓에 어댑터 또한 이전보다 크고 무거워졌다. 이로 인해 게이밍 노트북 본체만으로도 3kg이 훌쩍 넘어가게 됐다. 어댑터까지 합치면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 2013년의 게이밍 노트북. 척 봐도 매우 두껍고 무거워보인다.

가벼운 놈들의 출현

2011년에 출시된 레이저 블레이드(Razer Blade)는 게이밍 노트북의 상식을 완전히 뒤집었다. 1세대의 경우 17.3인치의 크기에도 불구하고 두께가 22.4mm에 불과했다. 다른 게이밍 노트북의 두께가 35~40mm는 거뜬히 넘어가던 것에 비하면 놀라울 정도로 얇았다. 게다가 무게도 약 3kg로 다른 게이밍 노트북보다 1kg 정도 가벼운 편이었다. 어댑터도 매우 작고 얇아서 휴대하기에 적합했다.

이후 레이저는 꾸준히 레이저 블레이드를 개선하면서 기존의 17인치 이외에도 14인치 제품도 출시했다(이후 17인치 모델은 레이저 블레이드 프로로 불리게 된다). 인텔 하스웰 i7-4702HQ에 엔비디아 지포스 GTX765M가 장착된 이 모델의 무게는 1.88kg, 두께는 약 16.8mm에 불과했다.

▲ 게이밍 노트북은 두껍고 무겁다는 편견을 깬 레이저 블레이드.

한편, 레이저 블레이드에 자극을 받은 MSI, 기가바이트 등도 2kg 이하의 가볍고 슬림한 게이밍 노트북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이런 노트북들은 레이저 블레이드 못지않은 사이즈와 무게, 성능을 보여주면서 가격은 더 저렴했기 때문에 많은 게이머들의 관심을 끌어 모았다. 그 결과, 게이밍 노트북은 무게를 감수하고 데스크톱에 필적하는 기능을 갖춘 노트북과 게이밍 노트북으로써의 사양은 유지하면서 무게와 두께를 줄인 노트북으로 양분됐다.

그래픽카드의 힘

이렇게 날씬하면서도 게임도 문제없이 돌리는 노트북이 속속 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히 말하자면 그래픽카드의 발전에 따라 게이밍 노트북으로써의 성능을 갖추면서 무게와 두께를 줄이는 일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일례로 2007년 최고 수준의 노트북용 그래픽카드였던 8800M GTX의 경우 GPU 기본 클럭 500MHz, 그래픽 메모리 클럭 800MHz, 용량 512MB에 불과했다. 반면, 현재 게이밍 노트북의 최소사양격인 GTX 1050의 경우 GPU 기본 클럭 1354MHz, 그래픽 메모리 클럭 1752MHz, 용량은 4GB에 달한다. 이렇게 노트북용 그래픽카드의 효율이 좋아지는 가운데 크기도 줄어들면서 사이즈를 줄이면서 충분한 성능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 그래픽카드가 날로 발전하면서 게이밍 노트북의 가능성도 더욱 무궁무진해졌다.

슬림한 게이밍 노트북 붐은 온다

물론 아직도 크고 무거운 게이밍 노트북의 수요가 크게 줄어든 것은 아니다. 이런 노트북은 더욱 우수한 그래픽카드를 다는가 하면 기계식 키보드, 수냉식 쿨러 등을 장착하기까지 하면서 게이밍용 데스크톱의 성능을 따라잡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게임을 즐기고 싶은 소비자들의 욕구가 높아지고 기술도 나날이 발전하면서 게임을 돌리기에 충분한 성능을 보여주면서 얇고 가벼워 휴대하기 편한 제품에 대한 수요는 계속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언젠가는 10mm 안팎의 두께에 1kg 이하의 무게를 지니면서도 게임을 즐기는 데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노트북이 출시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게이밍 노트북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라면 그날을 한 번 기다려보자.

Razer Blade 14

얇고 가벼운 게이밍 노트북의 원조, 레이저 블레이드의 최신판이다. 14인치짜리 크기에 인텔 코어 i7-7700HQ, 엔비디아 지포스 GTX 1060 6GB GDDR5, 16GB DDR4 RAM 등이 탑재됐다. 이러고도 두께는 17.9mm, 무게는 1.86~1.95kg에 불과하다. 액정은 1920x1080 IPS와 3840x2160 멀티터치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다. 가격은 9월 19일 기준 약 291만 원. 해외 직구로만 구매 가능하다.

MSI GS63VR 7RF Stealth Pro

15.6인치(1920x1080) IPS 화면임에도 불구하고 두께는 17.7mm, 무게는 1.89kg에 불과한 슬림형 게이밍 노트북. 인텔 코어 i7-7700HQ, 엔비디아 지포스 GTX 1060 6GB GDDR5, 8GB DDR4 RAM 등의 스펙을 자랑한다. 스틸시리즈 키보드가 탑재돼 키감이 좋으며 소프트웨어를 통해 여러 개의 키를 하나의 키 명령어로 설정할 수도 있다. 가격은 9월 19일 기준 약 185만 원.

기가바이트 판타소스 P34G v7 Dual Lite

14인치(1920x1080) 화면에 두께는 22.2mm, 무게는 1.7kg에 불과해 휴대하기 좋다. 가볍다고 해서 게이밍 노트북으로서의 성능을 놓친 것은 아니다. 인텔 코어 i7-7700HQ와 엔비디아 지포스 GTX 1050 2GB GDDR5, 8GB DDR4 RAM 등이 탑재돼 게임을 즐기기에 큰 무리가 없다. 최대 3TB까지 스토리지 확장이 가능하다. 가격은 9월 19일 기준 약 129만 원으로 가성비 좋은 슬림형 게이밍 노트북을 찾는 이들에게 적합하다.

DELL XPS 15 9560

공식적으로 게이밍 노트북으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이에 준하는 성능을 지니면서 슬림하고 가벼운 노트북도 있다. 바로 DELL XPS 15 9560다. 무베젤 디자인으로 14인치 크기에 15.6인치(1920X1080) 화면을 탑재했으며 인텔 코어 i5-7300HQ/i7-7700HQ, 엔비디아 지포스 1050 4GB GDDR5, 8/16GB DDR4 RAM 등의 사양도 갖춰 게임에 큰 무리가 없다. 두께는 17mm, 무게는 1.8kg이다. 가격은 9월 19일 기준 약 18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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