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MS)가 윈도우 10을 ‘게임에 가장 적합한 윈도우’라고 내세우면서 자사의 콘솔 게임기인 엑스박스 원(이하 XO)과 연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윈도우 10과 XO의 단순한 연동이 아니라 XO로만 출시됐던 독점 게임을 윈도우 스토어를 통해 PC로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XO 독점 게임을 하기 위해 XO를 구매한 유저들은 분노했고 고성능 PC를 가지고 있는 유저들은 XO 독점 게임을 PC에서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환호했다. MS는 예전부터 PC와 스마트폰, 콘솔까지 모두 하나의 생태계로 묶길 원했고 그 시점이 윈도우 10인 것이다.
MS는 기존 XO 독점에 윈도우 10 PC를 포함했다는 입장이지만, 독점이라는 명칭이 애매해진 건 사실이다. 윈도우 스토어에서 AAA급 게임을 출시한 지 어느덧 4개월이 지났고 현재까지 5개의 게임이 출시됐다. 문제는 하나같이 좋은 평가는 받지 못하고 있는데 문제가 무엇인지 짚어보자.
AAA급 게임이란?
AAA급 게임은 대형 게임 제작사에서 막대한 양의 자본과 기술을 투자해 제작된 게임으로, 최소 100만 장 단위의 판매량을 올릴 수 있도록 예상하는 게임이다.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흔히 ‘대작 게임’이라며 제작되는 것들이 주로 포함된다.
콘솔 게임기에서 AAA급 게임은 콘솔 판매를 견인하기 위한 대작들이 많다. 플레이스테이션 진영에서는 ‘언차티드’나 ‘갓 오브 워’, ‘그란 투리스모’ 등이 있고 엑스박스 진영에서는 ‘헤일로’나 ‘기어즈 오브 워’, ‘포르자 모터스포츠’ 등이 대표적이다.
MS가 윈도우 스토어에 내놓은 첫 AAA급 게임은 ‘라이즈 오브 더 툼레이더’(이하 라오툼)다. 라오툼은 엑스박스 진영으로 먼저 출시되고 이후 PC, PS4 순서로 출시되는 기간 독점 게임이었다.
엑스박스 쪽으로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PC로 즐길 수 있어 큰 화제를 모으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라오툼은 스팀으로도 즐길 수 있었기 때문에 윈도우 스토어 자체적인 영향력은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MS에서 ‘기어즈 오브 워 얼티밋 에디션’(이하 기어워 UE)와 ‘퀀텀 브레이크’(이하 퀀텀), ‘킬러 인스팅트’(이하 킬인), ‘포르자 모터스포츠 6: 에이펙스’(이하 포르자 6)를 윈도우 스토어 전용으로 출시하면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엉망진창 윈도우 스토어
현재 윈도우 스토어에 출시된 게임들은 ‘Universal Windows Platform’(UWP)라는 앱으로 만들어졌다. 이를 통해 윈도우 10 플랫폼의 PC, 모바일, XO으로 게임이 구동되도록 설계했지만, 문제는 XO 기반으로 제작된 게임이 PC로 출시되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먼저 일부 게임에서 전체 화면 모드 전환이 불가능하다. 윈도우 스토어로 출시된 게임들 대부분 테두리 없는 전체 창모드(Borderless Full Screen enforced)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테두리 없는 전체 창모드는 게임 중 다른 윈도우 작업 창으로 전환하기 용이하지만, 게임 퍼포먼스는 약간 떨어진다. 유저에게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줘야될 부분이며, 강제로 강요할 옵션은 아니다.
두 번째로 강제 적용되는 수직동기화다. 라오툼의 경우, 스팀 버전에서는 수직동기화를 끄는 옵션이 있지만, 윈도우 스토어 버전은 수직동기화를 어떻게 해도 끌 수 없다. 120Hz, 144Hz 주사율을 지원하는 하이엔드 모니터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다.
세 번째로는 SLI와 CrossFire 미지원이다. 윈도우 스토어의 AAA급 게임은 하나같이 최적화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그나마 라오툼과 퀀텀은 대규모 패치를 통해 어느 정도 문제점이 해결됐지만, 단일 그래픽카드로는 최상 옵션으로 높은 프레임을 뽑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외부 접근을 막아 프랩스나 애프터버너, 지포스 익스피리언스 등의 프로그램이 게임에서 작동하지 않는다. 사실 스크린샷이나 영상 캡처는 윈도우 10 자체에서 지원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지만, 벤치마크 테스트 등의 작업은 불가능하다. 또한, 설치된 폴더 접근도 불가능해 유저 한글 패치나 모드 등도 나올 수 없는 구조다.
유저 실망, 계속 이어져
앞서 설명한 UWP 방식으로 제작된 게임으로는 기어즈 UE와 퀀텀, 포르자 6가 있다. 이 게임들 모두 XO 버전에 비해 PC 버전이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데 어떤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자.
먼저 컴퓨터의 성능을 파악하고 최저 사양을 충족하지 못하면 설치조차 할 수 없다. 별문제 없는 부분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여러 상황에 직면하다 보면 우연하게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 최근 출시되는 게이밍 노트북의 경우, 옵티머스 기능을 사용해 전원을 연결하지 않으면 내장 그래픽으로만 구동된다. 이러면 윈도우 스토어의 게임은 설치조차 되지 않는다.
게임을 설치하더라도 포르자 6는 권장 사양을 만족하지 못하면 상위 옵션 조절이 불가능하다. 사용자가 스스로 판단해 옵션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옵션 조절 자체를 제한하는 것은 불만스럽다. 또 몇몇 옵션을 수정했을 경우, 게임을 재시작 해야 되는데 종료했다가 다시 실행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결국 해당 게임을 하기 위해 컴퓨터를 재부팅해야 한다.
XO가 없는 사람은 몇몇 XO 독점 게임을 윈도우 스토어를 통해 플레이할 수 있지만, 제대로 즐길 수 없는 상황이라 희망 고문만 하는 셈이다. 이런 상황이니 과연 윈도우 스토어 게임을 사고 싶고 산 사람도 선뜻 다른 사람에게 권할 순 없을 것이다.
이와 함께 생기는 문제가 멀티플레이 부분이다. 구매한 사람이 적은 만큼 온라인을 접속해도 함께 즐길만한 사람이 거의 없다. 기어워 UE의 경우, 멀티플레이 대전이 백미인 게임인데 매칭이 거의 잡히질 않으니 싱글 콘텐츠만 즐길 수밖에 없다.
윈도우 스토어, 사용할까?
현재 스팀이냐 윈도우 스토어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지극히 단순하다. 윈도우 10을 사용하고 있고 윈도우 스토어에만 있는 게임이 하고 싶고 XO가 수중에 없다면 해당 게임을 구매해도 무방하다. 기자도 이와 같은 상황에서 기어워 UE와 퀀텀이 하고 싶어 둘 다 구매했다.
반면, 윈도우 10을 사용하지 않는데 억지로 윈도우를 업그레이드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해당 게임에 대한 흥미도 없다면 추천하지 않는다.
해당 게임들은 현재 기준으로 엄청난 대작도 아니고 그 정도 품을 들이면서 즐길 가치가 있는지는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윈도우 스토어를 통해 즐기느니 차라리 XO를 구매하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