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전략 기술, 사물인터넷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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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전략 기술, 사물인터넷 플랫폼
  • 정환용 기자
  • 승인 2016.05.03 10:2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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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대통합, 아직 시기상조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이하 IoT)이란 단어는 이미 십수 년 전부터 사용돼 왔다. 단순하게는 컴퓨터부터 세탁기까지 모든 사물들이 인터넷을 통해 연결되는 것을 뜻하며, 최근 IoT가 집중되고 있는 스마트홈을 예로 들면, 오랜 출장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스마트폰으로 집의 온수기를 켜고 샤워할 물을 덥힌다. 이미 공개된 IoT 기기인 네스트랩스의 써모스탯으로 냉랭한 집 안 온도를 적당히 따뜻하게 데워놓을 수도 있다.

가트너의 데이빗 설리 부사장은 단순히 IoT의 활성화를 언급한 것이 아니다. 그는 “IT 기업들이 IoT의 활성화를 위한 플랫폼의 보급 전략을 세우고 있으나, 실제로 이를 표준화해 실생활에 적용시키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IoT의 개념
인터넷을 통해 사물과 사물이 연결된다는 것이 IoT의 기본 원리다. 기본 개념은 1999년 미국 MIT의 케빈 애쉬튼이 RFID로 소통하는 방법을 구상했을 때 떠올린 아이디어다. 인터넷과 사물을 연결한 ‘Internet of Thing’이란 단어도 그가 만들었다. 스마트폰이나 무선인터넷도 없었던 시절이었지만, 그는 일상생활에서 쓰는 모든 물건들이 인터넷을 통해 연결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애쉬튼은 현재 벨킨의 제너럴 매니저로 일하고 있으며, 스마트폰으로 가전제품을 컨트롤하는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IoT는 국내에서 소비자(B2C)보다 산업(B2B) 쪽에서 먼저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기업은 공장의 생산설비나 QC 장비 등의 기기에 인터넷을 연결해 어마어마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하기 시작했다. 아직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B2C 모델은 정확하게 짚어볼 만한 솔루션이 없다. LG U+에서 광고했던 IoT 홈 시스템 정도가 비슷한 모델로 볼 수 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IoT가 적용되면 기존에는 기기의 인터페이스로 직접 관리해야 했던 작업들을 스마트폰이나 다른 모바일 기기로 할 수 있게 된다. 보일러에 IoT가 적용되면 회사에 있을 때는 보일러를 껐다가 집에 들어가기 얼마 전에 온수를 데워놓을 수 있고, TV에 적용되면 친구들과 한 잔 하며 방송 중인 예능 프로그램을 녹화해 PC에 저장해놓을 수 있다. ‘인터넷이 연결되면 무슨 일까지 가능해질까?’ 생각했을 때, 당신의 머리에 떠오르는 대부분의 행위가 가능해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통신서비스에서 확장 시도

사물끼리 네트워크로 연결된다는 것을 가장 빠르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은 통신사들이다. 이미 3사에서 전 국민의 숫자보다 많은 수의 가입자 수를 가지고 있고, 휴대폰의 통신망을 이용하는 것이 IoT를 실생활에 접목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 MWC에서 3사는 각자의 IoT산업 비전을 밝힌 바 있다.

KT는 건강 관련 서비스를 출시해 중년층 이상의 고객을 타깃으로 삼았다. ‘올레 기가 홈피트니스’는 운동하는 사람의 옷과 운동장비 등에 센서를 달아 스마트폰 앱으로 운동량, 칼로리 소모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이고, ‘스마트 에어케어’는 코웨이와 합작해 실내 공기를 측정해 공기청정기를 적시에 작동시키는 등의 자동화 시스템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SK텔레콤은 타사보다 IoT 관련 움직임이 느린 편인데, 겉보기와 달리 내부에선 다양한 가전제품들과의 협업으로 가정 전자기기 통합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 도어록부터 제습기까지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해 마치 하나의 집을 IBS(인텔리전트 빌딩 시스템)처럼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인 듯하다. 어쩌면 SK텔레콤이 IoT 구축을 위한 플랫폼 구성에 가장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LG U+는 가장 먼저 홈 케어 서비스로 방향을 잡고 홍보를 시작했다. 지난해 ‘U+ 사물인터넷’ 시연회에서 6개 제품을 새로 선보였는데, 도어락부터 가스밸브까지 컨트롤할 수 있다고 홍보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U+ 플러그’는 기존의 콘센트와 플러그 사이에 연결해 전기 연결/차단과 사용량, 타이머 설정 등을 관리할 수 있다. ‘U+ 오픈센서’는 창문이 열리거나 닫히는 걸 확인할 수 있고, 추후 가정용 CCTV와 연동해 블랙박스의 이벤트 녹화처럼 가정용 보안 영상 시스템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밖에도 도어락을 통해 사람이 오가는 걸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고, 집이 아닌 곳에서 손님에게 문을 열어줄 수도 있다. 집 전체 전력량을 확인할 수 있는 에너지 미터, 보일러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온도조절기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TV 광고로 가장 많이 접할 수 있는 LG U+의 ‘IoT@Home’ 서비스.

 

IoT의 서비스보다 중요한 것은 사물 간의 연결을 가능하게 해 주는 시스템과 플랫폼이다. 데이빗 설리 부사장이 이에 대해 언급한 것은, 기존에 불가능했던 작업이 가능해지는 과정에 대한 얘기로 해석된다. IoT가 적용되는 것은, 불편했던 것이 나아지는 정도가 아니라 불가능했던 작업이 가능해진다는 걸 의미한다. 며칠간 집을 비웠다가 오랜만에 돌아왔을 때, 냉랭하지 않고 따뜻한 공기를 느끼려면 그동안의 가스비나 전기세를 감수해야 했다. 집에 도착하기 2시간여 전에 스마트폰으로 보일러를 켜 전기세와 따뜻함을 동시에 공략하는 것이 IoT의 작은 목적이다.

문제는 비용 절감에 있다. IoT로 가정의 운영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야 하는데, 월 이용료와 기기 구입비용을 감안하면 절감되는 것이 거의 없다. LGU+의 IoT@Home 서비스를 예로 들면, 월 이용료 이외에 장비 구입에 상당한 비용이 소요된다. 온도조절기의 경우 구입과 설치비용이 11만 원이 든다. 밖에서도 집 안의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인데, 사실 온도 조절은 현재의 보일러 온도조절기로도 충분히 설정할 수 있다. 시간대 별로 껐다 켜는 것도 가능하고, 온수를 데우는 것도 예전처럼 한참 걸리지 않고 1~2분이면 충분하다.

이 뿐 아니라 전기세를 줄여주는 IoT 플러그도 구입비 44,000원 이상을 절감해야 본전이다. 문 열림 감지 센서는 창문에 장착할 경우 다른 쪽 문이 열리는 건 잡지 못하기에, 확실한 안전을 위해선 창문마다 2개는 달아야 한다. 집 안의 문 2개와 창문 5개에 센서를 장착하면, 센서 구입비만 40만 원에 달한다. 월 정액제를 이용해도 소요되는 비용은 비슷하다.

무엇보다 이 서비스들은 IoT를 내세우고 있지만, 모든 설비에 별개로 장비를 적용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어렵다. 기자의 집을 기준으로 IoT@Home 서비스 견적을 내 봤더니 3년 약정으로 대략 월 29,500원, 총 106만 원 정도가 소요된다. 약정을 걸지 않으면 월 이용료가 저렴한 대신 기기 구입비 보조금이 적어 월 이용금액은 큰 차이가 없다.

문제는, 지금 기업들이 내세우고 있는 IoT 기기들은 자체의 가격과 효율에 있어 그리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점이다. 일반 가정에서 월 이용요금을 부담하며 그 요금 이상의 유지비를 절약할 가능성을 바라보는 것은, 그냥 지금처럼 생활하는 것보다 나을 것이 하나도 없다. 단지 ‘사물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단어 자체에 열광하기에, 지금의 시스템과 플랫폼은 부끄러울 정도로 빈약한 것이 현실이다. IoT 시스템이 광고하는 것만큼의 효율이 나오려면, IoT 플랫폼의 성능과 효율이 현재 사용되고 있는 제품들보다 월등히 앞서야 한다. 또한, 광고 홍보가 아니라 실제 사용 환경에서의 효과가 있으려면 지금과 같은 기기들의 각개전투를 하나로 융합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아직 남아있는 과제

사실 여러 분야의 기술이 계속 발전하는 궁극의 목적은 ‘편의’다. 편히 살고 싶은 인간의 욕망이 계속해서 더 빠르고 더 편안한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원동력인 것이다. 그러나 정보기술의 빠른 발전에 있어 아직도 숙제로 남아 있는 걸림돌이 있다. 보안이다. 영원히 뚫지 못하는 방화벽이 없듯 IoT 역시 보안 문제가 해결해야 할 큰 과제 중 하나다.

쉽게 설명하면 이렇다. 도둑이 빈 집에 침입해 보석을 훔치려면 아파트 경비아저씨부터, 창문의 걸쇠, 카메라, 금고 비밀번호 등 넘어야 할 벽이 많다. 이 관문들은 하나의 개체로서 독립돼 있고, 상대적으로 서로에 영향을 끼칠 확률이 거의 없다. 그러나 IoT를 적용해 모든 관문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관리될 때, 도둑이 뚫어야 할 관문은 시스템 관리자 ID 하나로 압축된다. 문을 따고 금고 비밀번호를 푸는 일련의 과정들이 ID 해킹 작업 한 번으로 모두 뚫릴 수 있다는 것이다.

감시를 위해 설치한 카메라의 영상을 다른 사람이 보거나, 도어락의 비밀번호가 해킹으로 간파된다면 그 또한 끔찍한 일이다. 대부분의 가정과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유·무선 공유기 역시 네트워크 감시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지난 몇 건의 대형 개인정보 유출사고로 국민 대부분의 정보가 중국에 팔려나가긴 했지만, 그래도 보호받아야 할 개인정보가 노출될 가능성도 여전히 크다.

보안의 문제는 단일 기기에서의 위협 정도는 크지 않으나, 앞선 예시처럼 여러 요소들이 서로 연결돼 있을 때 그 위험과 효과가 배가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편리하다’는 이유로 집 안에서 전기를 연결해 사용하는 모든 기기를 스마트폰으로 관리하는 것이 어찌 보면 IoT의 목적 중 하나다. 그런데 그로 인해 누군가가 해킹으로 냉장고의 온도를 영상 50°로 올려놓고 한여름에 집안에 보일러를 한껏 틀어놓는 것이, 시트콤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가능한 일이 된다.

새로운 기술이나 기기가 등장하면 으레 앞으로 모여들기 마련이다. 그 뒤에 무엇이 감춰져 있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분명 사물인터넷이 제대로 적용됐을 때 인간의 삶이 더 편안해지고 윤택해지는 것은 사실이나, 그 이면에 감춰진 단점이나 약점도 함께 파악해야 한다. 디스토피아를 그린 대부분의 SF 영화 속 세계가 몰락한 이유는, 그 단점을 몰랐거나 감추려 했기 때문이라는 걸 알아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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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정 2016-07-03 08:46:20
사물인터넷 편하긴 한데 해킹은 어떻게 되나요. 해킹 당하면 다른 누군가가 맘대로 할텐데 보안은 어떻게 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