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 A to 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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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폰 A to Z
  • 강인숙 기자
  • 승인 2015.10.2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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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컹덜컹 출퇴근 시간의 지하철 안,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어폰을 꽂은 채 스마트폰을 응시하며 흔들리고 있다. 적게는 30분에서 많게는 2시간 남짓한 시간인데, 행여 이어폰이라도 없다면 혼자서 이 지루한 시간을 어떻게 견딜까 싶다. 이어폰은 이동하면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신체밀착형 포터블 스피커이다. 언제 어디서나 음악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의 필수품이 된 지 오래. 유독 이어폰이 우리에게 친숙하고 특별한 이유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1인 감상’ 즉, 혼자 듣기에 최적화된 도구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 홀로 음악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신체밀착형 포터블 스피커. ‘1인 감상’ 이어폰의 모든 것.

강인숙 기자

 

part1. 이어폰이란 건 말야

이어폰이 국내에 처음 들어올 때에는 지금처럼 누구나 귀에 꽂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소리를 몰래 듣는 도청 도구로 활용되는가 한편, 다양한 언어가 공존하는 국제회의에서 통역을 위해 사용되던 게 다였다. 그러던 중 1970년 급격한 근대화·산업화가 진행되며, 라디오와 FM 방송의 비중이 높아지고 음악 장르의 다양화와 동시에 공급량 또한 많아졌다. 이에 발맞춰 이어폰은 소수의 영역에서 다수의 영역으로, 전문적인 영역에서 일상적인 영역으로 서서히 자리 잡게 된다.

1980년대에 이르자 국내 이어폰 생태계는 한층 넓어지고 다양해진다. 60~70년대와 달리 아침 산책이나 출근길에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즐기거나 영어 공부를 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무엇보다 이어폰이 큰 역할을 한 건 1988년 서울 올림픽 때였다. 서울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개·폐회식에 입장하는 7만여 관중에게 올림픽 사상 최초로 7개국의 언어 청취가 가능한 라디오 수신기와 이어폰을 무료로 제공했다. 물론 채널을 못 맞추는 등 여러 문제들이 뒤따랐지만, 그 당시엔 매우 획기적인 이벤트였다.

그리고 이어폰과 단짝을 이루는 워크맨이 등장하면서, 이어폰 착용은 거의 보편화됐다. 80년대와 90년대를 아울러 워크맨의 위세는 대단했다. 지하철을 타면 워크맨에 연결된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있는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더 많을 정도였다. 소니의 창업자 모리타 아키오가 의도했던 대로 ‘주변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며 좋아하는 음악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장치’에 워크맨은 딱 부합했고, 이어폰은 소리를 들려줌과 동시에 차단해주는 개인의 방음벽이 돼주었다.

1990년대에 이르며 이어폰의 물결은 점점 거세졌다. 청소년들 사이에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고,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들으며 공부하는 학생들도 많아졌다. 10대 남녀 학생들에 귀에 항상 소형 이어폰이 꽂혀있는 게 아주 당연할 정도였으니, 할 말 다한 거다.

이제 이어폰은 필수이자 옷과 같은 존재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경쟁이가 기상하면 가장 먼저 찾는 것이 안경이듯, 길을 나설 때 스마트폰과 동시에 착용하지 않으면 허전한 것이 이어폰이 아닐까.

 

part2. 이어폰이 걸어온 길

기자가 지금까지 지녔던 이어폰은 과연 몇 개나 될까. 가장 최근에 써봤던 블루투스 이어폰에서 CD플레이어를 샀을 때 딸려온 이어폰까지. 왜 CD플레이어냐고? 기자는 워크맨 세대가 아니다. 워크맨보다 익숙한 게 mp3니 태클은 삼가주시길 부탁드린다. 하여간 쭉 생각해보니 아마 못해도 20여 년간 20~30개는 되지 않을까 싶다. 대부분 이어폰 사용자가 그러듯, 산 지 한 달 만에 잃어버리기도 하고, 달랑달랑 들고 다니다 밟아 원치 않은 해부를 한 적도 두세 번쯤 있다. 지금 생각하니 그땐 음질 안 따지고 초저가 이어폰을 사서 정말 다행이었다.

지금 애용하는 것은 S브랜드의 것이다. 이어폰을 사러 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참 이어폰은 대단한 물건인 듯하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모습하며, 거의 다르지 않은 외양에서 어떻게 그토록 다양한 느낌과 소리를 만들어내는지. 파고 파도 끝이 없는 샘물인 듯 깊이가 있다. 아마 이어폰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진화의 과정을 걸어왔을 것이다.

 

첫 발자국을 내딛기 까지

이어폰이 보급됐던 때는 1950년 출시된 휴대용 트랜지스터 라디오가 이어폰을 공짜로 껴서 팔면서부터였다. 이 당시 이어폰은 주로 두 가지 기술 방식으로 제작됐는데, 헤드폰과 같은 무빙 코일방식의 다이내믹 방식과, 나머지는 음질이 떨어지는 압전소자를 이용한 압전식이었다. 1960년대까지 대부분의 휴대용 트랜지스터 라디오는 저렴하고 음질이 떨어지는 압전식 이어폰을 껴서 팔았고, 좀 더 좋은 소리에 대한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첫 발자국 오픈형 이어폰
(Ear-Bud, insert in, 귓속 삽입형)

그런 가운데 워크맨이 탄생했다. 초기 소니 워크맨과 함께 제공된 음향기기는 스펀지 패딩이 달린 작고 가벼운 금속밴드 헤드폰 MDR-3로, 독일 젠하이저가 1967년에 만든 HD414제품의 특허를 소니가 특허사용료를 지불하고 소형화한 헤드폰이었다. 하지만, 소니의 사장인 이부카 마사루는 워크맨을 사용하는 데 필요한 헤드폰이 워크맨보다 더 크다는 사실에 불만을 느끼고 있었다. 결국 ‘끼고 있다는 것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작은 헤드폰을 만들라’는 지시가 내려왔고, 그렇게 지금 형태의 이어폰이 탄생하게 됐다.

 

두 번째 발자국 클립형 이어폰
(On-Ear, hang on, 귀걸이형)

오픈형 이어폰의 최대 문제는 장시간 착용 시 귀가 아프다는 것이었다. 많은 언론매체에서도 이어폰을 쓰면 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보도하기에 이른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클립형 이어폰이다. 기자가 학생 때만 해도 자주 볼 수 있었던 클립형 이어폰은 소리가 귓바퀴를 통해 전달되므로 청력보호용으로 적합한 제품이라고 선전됐다. 또한, 큰 레인지를 통해 전달되는 중후한 소리가 특징이었다. 하지만 그 크기 때문에 주머니 등에 수납하고 다니기에 다소 불편한 점이 있었고, 출력을 위해 많은 전원을 사용하는 단점도 있었다. 음질이나 주변 소음, 출력 등 모든 것을 고려하고서 듣기에는 뭔가 부족했다. 안경을 쓰고 있는 사람에게는 더 불편한 제품이기도 했다. 다른 살 길을 모색할 때가 온 것이다.

 

세 번째 발자국 커널형 이어폰
(Ear-bud, plunge into, 귓구멍 삽입형)

이제 사람들은 성능 면에서 아쉬워하기 시작했다. TV도 HD 화질이 더 좋고, 음원도 고음질이 더 좋은 게 사람 마음이지 않나. 이어폰도 그와 마찬가지다. 좀 더 좋은 소리로 귀를 호강시켜주길 바랬고, 좀 더 편리해지길 바랬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귓속에까지 들어가는 커널형 이어폰이다. 커널형이 처음 등장했을 때, 오픈형과 클립형보다 손실되는 소리가 적고, 헤드폰에 필적하는 차음성과 저출력으로 각광을 받았다. 점차 다이나믹 드라이버가 아닌 밸런스드 아마추어 방식의 이어폰도 등장하면서 훨씬 더 좋은 음질의 음악을 듣는 것도 가능해졌다.

그러나 연질소재의 화학물질에 민감한 사람들이 느끼는 이물감이나 여름에 땀으로 인한 불쾌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물론 기자도 커널형 이어폰에 아직도 적응이 안 된다. 계속 오픈형 이어폰만 써와서 그런 탓일까. 하지만 좋은 음질의 음악을 듣기 위해선 커널형이 필수이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사용하고 있다. 그래도 이 꽉 조이는 느낌은 적응이 안 된다. 적응되는 그날, 조금 더 좋은 성능의 이어폰을 장만하고 말테다.

 

삐딱선 타기?! 블루투스 이어폰

요즘 이어폰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아이템은 단연 블루투스 이어폰이다. 음향기기 회사들도 너도나도 블루투스 시장을 한번 잡아보겠다고 여러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다. 확실히 작년에 비해서 시장이 커진 것이 느껴진다.

이어폰 선 길이의 제한도 없어지고, 좀 더 자유로운 환경에서 음악 감상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여겨지고 있다. 더불어 유선 이어폰의 단점인 줄이 잘 망가진다거나, 선이 가방에 걸린다거나, 줄꼬임이 많은 점 등은 블루투스 이어폰에선 쉬이 찾아볼 수 없다. 또한, 예전보다 가격이 많이 저렴해진 데다 점점 발전을 거쳐 유선 이어폰 못지않은 음질을 자랑하는 제품들도 많아지고 있는 추세니, 한 번 써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매번 배터리를 충전해야 하는 불편함과 무선 연결의 불확실성은 단점이다. 제품에 따라 유선보다 음질이 좋지 않을 수도 있어 음악 감상용으로 적절치 못하다는 평도 있다. 배터리 소모가 심한 단점도 존재해 좀 더 발전해야 하는 부분이다.

 

미래도 내딛는 한 발

가까운 미래에는 음악 감상용으로 적합할 수 있도록 음질과 배터리 문제를 개선한 형태의 무선 이어폰이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음향기기나 스마트폰의 저장 공간 증가로 인해 재생되는 음원의 질이 높아짐에 따라 고음질 이어폰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어폰으로 음악을 재생하는 기능뿐만 아니라 귀 온도로 건강을 체크하고, 간단한 검색까지 가능한 이어폰도 개발 중이다. 디자인도 귀에 꽂는 것을 넘어 선글라스와 같은 디스플레이와 결합한 형태의 이어폰도 등장하게 될 것이다. 더불어 이어폰이 선 없는 형태로 진화하면서 액체형 물질을 귀에 넣어 자신의 귀 형태에 맞게 굳혀 이어폰으로 사용하는 방식도 개발되고 있으니, 미래의 이어폰이 어떻게 변화될지 실로 기대가 된다.

 

part3. 이어폰, 제대로 알고 쓰자

신체밀착형 포터블 스피커인 이어폰은 과거에는 단순히 간단한 기능, 휴대성에서 출발했지만 무수한 발전을 거듭해왔다. 앞에서 봤듯, 무척 다양한 종류와 형태로 그 모습을 달리하면서 성장해 지금에 이르렀다. 이어폰이 워낙 많다 보니 가끔 무엇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하고 구매를 하기도 한다. 그런 이를 위해 준비했다. 착용방식에 따라, 구동방식에 따라 분류되는 이어폰의 큰 틀을 이해해보자.

이어폰은 착용방식에 따라 크게 오픈형과 커널형으로 나뉜다. 오픈형은 이어폰의 가장 일반적인 형태로, 귀에 걸치듯 착용하는 이어폰을 말한다. 온이어(on-ear)라고도 한다. 커널형과 비교해 단순히 걸쳐있다 보니 귀에서 잘 빠지고, 차음성이 부족하다. 커널형은 귓구멍에 깊숙이 삽입하는 이어폰을 말한다. 인이어(In-Ear)라고도 부른다. 착용 시 완전히 귀를 막는 구조이기 때문에 차음성이 뛰어난 편이며, 오픈형에 비해 음질이 선명하다. 오픈형보다 착용감이 나은 편이지만 제품에 따라 오래 사용할 경우 귀가 아플 수 있다. 각각 장점이 있지만, 지금 이어폰 시장은 오픈형보다 커널형이 대세다.

다음은 이어폰 구동 방식에 따른 분류이다. 이어폰의 경우에는 다이나믹 드라이버(Dynamic Driver)와 밸런스드 아마추어(Balanced Armature, BA) 방식으로 분류된다. 다이나믹 드라이버는 대부분 이어폰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구동방식으로, 자석에 전류를 보내 진동판을 울려 소리가 나는 방식이다. 밸런스드 아마추어는 비교적 최근에 활성화 되고 있는 제조 방식으로 주로 고성능 인이어 형태의 이어폰에 사용된다. 밸런스드 아마추어 드라이버는 구조적으로 다이나믹 드라이버 방식보다 상대적으로 뛰어난 고음부 해상력을 갖추고 있으며, 다이나믹 드라이버보다 더욱 소형화에 유리하다. 단점으로는 밸런스트 아마추어가 좀 더 비싸다.

 

이어폰에서 소리가 나는 구조는 이렇다. 소리는 음향기기에서 플러그, 케이블, 드라이버 유닛을 타고 귀로 전해지게 된다. 이어폰의 드라이버 유닛에는 중앙에 조그만 자석이 있고 그 주위에는 작은 원통이 있는데, 그 원통에는 가느다란 전선이 감겨있다. 그 전선에 전기를 흘려주면 전류의 강약에 따라 자기장의 세기가 달라지면서 원통이 진동하며 움직이게 된다. 그 원통에 연결된 얇은 막이 공기를 진동시키면서 소리가 나게 된다.

 

part4. 이어폰 구매는?

이어폰 구매 어떻게 하면 좋을까? 브랜드 하나만 믿고 사는 사람이 있는 반면, 청음샵에 가서 하나하나 다 들어보고 괜찮은 것을 사는 사람도 있다. 아니면 도움을 요청해 구매하기도 한다. 좋은 이어폰을 구매할 때는 어떤 점을 고려하면 좋을까?

첫 번째는 역시 들어보시라. 이어폰의 성능은 제각각이며 종류도 무척 다양하다. 유명한 브랜드라고 해서 모두 성능이 뛰어난 것은 아니며, 안 알려진 브랜드라고 해서 안 좋은 것도 아니다. 리뷰를 아무리 많이 읽는다고 해도 한번 들어보는 것만 못하다. 그리고 귀 구조는 사람마다 달라서 정작 샀는데 내가 원하는 소리가 아닐 수도 있다. 아무리 막귀라도 청음샵에서 이어폰을 들어보면 달리 들리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자신에게 적합한 제품을 찾아가는 것이다.

두 번째는 주로 듣는 음악 장르에 특화된 이어폰을 고르면 좋다. 좋은 이어폰은 음의 밸런스가 좋다는 말과 상통된다. 밸런스가 무너지면 귀가 쉽게 피곤해지기 때문이다. 이를 판별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어보는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이라면 원래 가수의 목소리와 음악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때문에 새로 살 이어폰으로 들었을 때 소리가 왜곡되지 않고, 모든 파트가 그대로 잘 들린다면 그건 좋은 이어폰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만약 밴드 음악이라면 드럼, 베이스, 기타, 보컬, 피아노 등 모든 악기 소리들이 잘 나는지 확인하면 되는 것이다. 또한, 자신의 취향에 따라 저음대를 좋아한다면, 특정 음역대에 특화된 이어폰을 선택해도 좋다.

새 폰을 장만한 후, 스마트폰 케이스만큼 찾게 되는 액세서리가 이어폰이다. 물론 번들 이어폰이 따라오지만, 아무리 과거에 비해 번들 이어폰의 성능이 나아졌다고 한들, 고장도 잦고 아직까지 음향업체의 이어폰에 비해 크게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별도의 비용을 지불하고 이어폰을 구매하고 있다. 그냥 ‘아무거나 사면 돼!’라는 심리를 이어폰 앞에서는 조금 버려보자. 이 글을 통해 조금이라도 독자들의 조건과 취향에 맞는 이어폰을 찾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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