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식 키보드 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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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식 키보드 입문
  • 김희철 기자
  • 승인 2015.10.02 18:05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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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식 키보드, 이제 어렵지 않다

기계식 키보드, 이제 어렵지 않다

기계식 키보드 입문

과거 멤브레인 키보드는 단순히 ‘컴퓨터를 사면 함께 끼워져 오는 부품’ 정도였다. 따로 키보드를 사는 건 게임을 즐길 때 동시입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도며, ‘키감’ 때문에 멤브레인 키보드를 사는 일은 드물었다. 그런데 최근 기계식 키보드가 주목받고 있다. 뛰어난 타건감을 지닌 기계식 키보드가 최근 가성비까지 갖춘 것. 이번 호에서는 기계식 키보드를 고르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김희철 기자

 

기계식 키보드란?
기계식 키보드는 각각의 키에 키스위치가 내장된 방식의 키보드를 말한다. 키스위치는 스프링을 내장하고 있으며, 누르면 PCB 기판에 접촉돼 해당 키의 입력신호가 전달된다. 가격대가 최소 6만 원부터 시작해 키보드치고 비싼 가격이지만, 평범한 멤브레인 방식 키보드보다 거의 모든 부분에서 더 낫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멤브레인 방식보다 뛰어난 키감이다. 고무를 누르는 느낌인 멤브레인에 비해 기계식 키보드는 구분감이 명확해 좋다.

▲ 멤브레인 키보드

 

키스위치에 따라 키감이 변한다
기계식 키보드는 키스위치에 따라 키감이 변한다. 기계식 키보드의 대표 주자인 체리 MX 스위치로 알아보자. 키스위치는 키가 눌리는 방식에 따라 클릭, 넌클릭, 리니어 방식으로 나뉘며, 간단하게는 스위치 색깔을 보고 구분할 수 있다. 색깔은 청색, 갈색, 적색, 흑색, 백색 등으로 나뉘며, 이 색깔 뒤에 ‘축’을 붙여 청축, 갈축, 적축, 흑축, 백축 등으로 구분한다.

또한, 이 축은 키압이 달라 누르는 각자 느낌이 다르다. 키압은 그램(g) 단위로 표기한다. 손가락으로 눌렀을 때 스위치에 표기된 그램 수 이상으로 누르면 눌러지며 이 값에 의해 키감이 ‘가볍다’, ‘무겁다’로 나뉜다. 어떤 것이 더 좋다고 딱 잘라 말할 순 없고, 철저하게 개인 취향의 문제다. 참고로 카일 스위치는 동일 색상의 체리 MX 스위치보다 키압이 살짝 높다.

▲ 카일 LED 청축. 상단 하우징을 제거한 상태라 후면에는 보강판, 그 밑에는 PCB 기판이 보인다.

▲ 체리사의 키스위치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적축, 갈축, 청축, 흑축 순이다.

 

청축(클릭)


키압 50g±15g. 구분감 있음. 스위치를 누르면 슬라이더가 내려가면서 중간 슬라이더를 밀어 잠깐 붙어서 같이 내려가다가 돌출 부분을 지나는 즉시 붙어 있던 게 풀려 짤칵 하는 소리와 함께 중간 슬라이더가 먼저 내려가 버린다. 이 소리는 굉장히 경쾌하며 구분감도 확실해 가장 기계식다운 특성을 갖췄다. 즉, 입문자에게 적합하다. 다만 소음이 심해 주변 환경을 따져야 하는 것이 단점이다.

 

갈축(넌클릭)

키압 45g±20g. 구분감 있음. 슬라이더가 통으로 돼 있어 짤칵 하는 경쾌한 소리는 나지 않는다. 단, 돌출 부분이 있어 소리가 나며 구분감을 느낄 수 있다. 청축에 비해 조용한 편이며 구분감도 그대로 갖춰 기계식 키보드 중 사무용에 적합하다. 단, 일반 멤브레인 키보드보다는 당연히 시끄럽다.

 

흑축(리니어)

키압 60g±20g. 구분감 없음.
돌출 부분이 없어 걸리는 느낌이 없다. 즉, 구분감이 없고 누르면 한방에 훅 내려간다. 소음도 적고 다른 스위치보다 키압이 높아 반발력도 높다. 즉, 손가락 힘이 타 스위치보다 많이 들어간다. 하지만 이게 꼭 단점은 아니다. 누를 때 심심하지 않고, 빠른 연타가 필요한 게임을 즐길 때 적합하다.

 

적축(리니어)

키압 45g±20g. 구분감 없음.
적축은 흑축을 가볍게 만든 스위치다. 흑축과 같은 리니어 방식으로 구분감이 없고 누르면 한방에 훅 내려간다. 소음도 적다. 단, 가볍게 만든 만큼 손가락 힘을 많이 들일 필요가 없다. 덕분에 살짝 눌러 타이핑하는 구름 타법이 가능하다.

 

키캡 놀이가 가능하다
기계식 키보드를 고르는 재미 중 하나가 키캡이다. 키캡을 자유롭게 바꿔 끼울 수 있어 마음대로 꾸밀 수 있다. 키캡 소재는 크게는 ABS, PBT, POM으로 나뉘며 특성도 다르다. 우선 POM을 간략하게 설명하고 넘어가자. POM은 PBT보다도 내구성이 뛰어나다. 단 ABS나 PBT처럼 쉽게 보기는 힘들다.

ABS 키캡은 비중이 작아 PBT나 POM와 같은 부피라고 가정했을 때, 더 가볍다. 이런 특성 덕분에 가볍고 얇게 만들어진다. 또한, 키캡이 가벼운 만큼 소리도 경쾌하다. 이 점은 청축 기계식 키보드가 있다면 ABS 키캡을 제거한 뒤 키스위치만 눌러보면 금새 알 수 있다. 키스위치만 누르면 소리가 그리 크지 않다.

단점은 내구성이 좋지 않다. PBT 키캡은 이와 반대로 ABS에 비해 열에 강하고 내구성도 뛰어나다. 오래 써도 ABS처럼 번들거리지 않는다. 하지만 키캡이 ABS보다 두꺼워 조금 반응속도가 느려지고 소리가 작아진다. 보통 PBT 키캡이 ABS 키캡보다 비싼 편이다.

▲ 상단 검은 키캡 두 개는 ABS 재질, 하단 초록, 노랑 키캡은 PBT 재질이다. 상단 검은 키캡은 'V'자를 볼 때 색이 바랜 걸 알 수 있다. 

▲ 키캡을 뒤집어 봤다. PBT 키캡이 좀 더 두꺼운 것을 알 수 있다.

 

키캡 각인 방식
키캡 각인 방식은 염료승화 방식, 레이저 각인, 이중사출 방식으로 나뉜다. 염료승화 인쇄는 고온으로 가열된 염료를 키캡에 침투시켜 각인을 넣는 방식이다. PBT 키캡이 내구성이 좋아 고온에 버틸 수 있어 사용되며, 각인에 의한 촉감 변화가 없다. 레이저 각인은 말 그대로 레이저로 키캡 표면을 녹여 각인하는 방식이다. 키캡 표면이 레이저를 맞고 변형돼니 각인과 배경 부분에 촉감 차이가 있다.

ABS‧PBT‧POM 등에 사용할 수 있어 대다수의 키캡 제작 업체에서 애용한다. 이중사출 방식은 서로 다른 색깔의 플라스틱을 사출해 글자나 기호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이색사출 방식(이색은 異色으로 두 가지 색이 아니라 다른 색을 말하는 뜻이다)과 조금 의미는 다르지만, 실질적으로는 비슷하다. ABS 키캡에 사용되며 많은 색을 표현할 수 있고, 키캡 글자가 지워지지 않고 선명하다.

▲ 아이오매니아의 이중사출 키캡.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돕는 보강판
최근 발매되는 기계식 키보드는 대부분 묵직하다. 이는 키보드 내부에 보강판이 삽입됐기 때문이다. 이 보강판의 유무에 따라 키감이 달라진다. 보강판이 있으면 안정감이 좋고 키감이 단단하다. 또한, 보강판의 재질(아크릴, 철판)에 따라 차이도 난다. 그러나 이게 필수는 아니다. 체리 사의 기계식 키보드 중에서는 아예 보강판이 없는 기계식 키보드도 있다.

▲ 제닉스 SCORPIUS M10TFL의 상단 하우징을 벗겼다. 키캡 밑에 철판이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철판 밑에는 기판이 숨어 있다. 참고로 스페이스바 밑의 철사에 주목해 보자. 검은색 보조지지대 두 개가 철사를 지탱하고 있고, 동시에 스페이스바에 끼워져 있다. 이런 방식을 마제식 스테빌라이저라 한다. 스테빌라이저는 시프트나 스페이스 등의 긴 키에 달리는 장치로 키의 끝부분을 눌러도 균일하게 들어가게 한다. 이 마제식 스테빌라이저는 끝까지 눌러도 키감이 자연스럽지만 이탈착이 번거롭다.

▲ 스테빌라이저 이야기가 나온 김에 조금 더 확인해 보자. 사진에 보이는 스페이스바는 철사가 없고 축과 비슷한 십자 모양의 보조지지대가 붙어 있다. 이 방식을 체리식 스테빌라이저라 한다. 키감이 먹먹한 게 단점이지만 키캡 이탈착이 쉽다.

 

▲ CHERRY G80-3800은 보강판이 없는 기계식 키보드다.

 

기계식 키보드를 고르는 방법
이제 기계식 키보드를 고르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우선, 기계식 키보드의 용도를 알아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게임이나 사무용으로 나뉘며, 물론 둘 다를 커버할 수 있는 종합 용도도 있다. 이 부분에서 어떤 축을 선택할 건지 생각할 수 있고, 게임 시 공간을 넓게 쓰기 위해 텐키리스(오른쪽 숫자 패드가 없는 키보드)로 고를 수도 있다.

그다음으로는 예산 문제다. 처음부터 성능 좋은 기계식을 구매하면 시행착오를 거칠 일이 줄어들지만, 만만찮은 가격이기에 쓸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가성비를 따져봐야 한다. 또한, 소음에 민감한 환경인지 확인해야 한다. 청축으로 경쾌한 타건감을 즐기다가 어머님에게 등짝을 경쾌하게 두드려 맞을 수 있다. 이렇게 범위가 좁혀졌다면, 마지막으로 타건 매장에 들러 보자. 직접 타건해 보고 사야 돈을 아낄 수 있다. 타건 매장이 없다면 해당 모델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많이 습득해 두자.

 

추천 기계식 키보드

제닉스 테소로 엑스칼리버

한줄평 - 가성비가 뛰어난 입문용 기계식 키보드. 카일 LED 백라이트 스위치, 무한 동시입력, 매크로 지정 기능으로 게임용으로도 손색없다. 89,900원.

 

볼텍스 타입F

한줄평 - 체리 MX 스위치를 사용한 키보드 중 가성비 좋기로 손꼽힌다. 체리 MX LED 백라이트 스위치, 화이트 PBT 투명 더블샷 키캡을 갖췄다. 125,000원.

 

덱키보드 CBL-108 덱헤슘

한줄평 - 어딜 봐도 부족한 게 없다. 체리 MX LED 스위치, 체리 스테빌라이저, 매크로 지정, 무한동시입력, 펌웨어 업그레이드 기능을 갖춰 완성도가 높다. 159,000원.

 

Diatec FILCO 마제스터치 컨버터블 2 유무선 기계식 키보드

한줄평 - 무선 기계식 키보드 끝판왕. 특히 키감이 뛰어나기로 유명하다. 그 중에서도 갈축은 ‘진리’로 통한다. 기계식 키보드의 명가 필코답게 마감도 아주 뛰어나다. 187,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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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6-12-18 21:05:37
저기 있는 것들 중 제닉스만 안 고르면 후회할 일 없습니다.
이제껏 본 키보드 추천글 중 제일 낫네요

1010why 2016-02-26 09:58:18
무선은 최대라 하더라도 반응 속도가 느려서 보통 기계식 키보드의 역활인 게임에 충실하지 못 할거라고 예상합니다.

장진 2015-10-24 14:16:56
기본에 충실한 입문용 기사네요 ^^
여기서 벗어난 키보드는 개인의 취향이나 돈지랄 이죠
돈지랄의 끝판왕은 역시 커스텀 키보드(그들의 서식지..키보드매니아, 키보드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