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 공룡인가 공동(空洞)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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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미, 공룡인가 공동(空洞)인가
  • 정환용 기자
  • 승인 2015.09.01 18:2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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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과 ‘카피캣’의 두 얼굴

샤오미(Xiaomi)는 소프트웨어 업체 출신의 CEO 레이쥔(Lei Jin)을 주축으로 창립된 회사로, 스마트폰을 만들기 시작한 지 4년 만인 지난 2014년, 중국 내수시장에서 삼성을 제치고 스마트폰 시장 1위를 차지했다. 스마트폰 뿐 아니라 다양한 액세서리와 일반가전제품에도 손을 뻗친 샤오미는, 종합전자제품 브랜드로서 기업가치 450억 달러, 한화 약 51조 4천억 원의 거대 공룡으로 성장했다. 엄청난 성장 속도에 세계가 놀랐고, 같은 기간에 1년 전보다 점유율을 7% 이상 잃어버린 삼성은 망연자실했다. 레이쥔은 자신만만하게 “샤오미는 애플과 구글, 아마존을 합친 것과 같다”고 장담하기도 했다. 지사나 대리점 개념이 없는 샤오미의 제품을 들여오기 위해 국내 수많은 수입업자들이 자체적으로 전파인증과 자율안전인증 등을 개별 획득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샤오미의 서브 아이템은 이어폰(피스톤 3), 보조배터리, 체중계, 공기청정기, 블루투스 스피커 등 분야가 다양하다. 어떤 이는 “샤오미가 세계 전자제품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고 관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샤오미 제품, 특히 스마트폰의 매출 중 90%는 내수에서 나온다. 중국 이외에 샤오미의 스마트폰이 정식 출시된 국가는 인도와 브라질이 전부다. 뉴스를 보면 샤오미가 최근 진출한 브라질 시장과 더불어 남미와 북미에도 진출할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샤오미의 뒷면에는 보이지 않는 허점들이 산적해 있다. 지난해 미국과 유럽 시장에 진출한다고 화제를 모았지만, 가지고 간 아이템은 주력인 스마트폰이 아니라 보조배터리, 헤드폰 등 액세서리 뿐이었다. 세계 시장을 간 보려는 것이 아니라, ‘특허’ 때문이다. 이미 인도에서 100만 대 이상이 판매된 ‘Mi3’가 에릭슨의 특허 침해 소송으로 판매가 중지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리눅스 커널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샤오미의 모바일 OS ‘MiUI’는 리눅스 사용 기업의 국제 룰인 GPLv2(General Public License version 2) 라이선스에 따라 오픈소스를 공개해야 한다. 그러나 몇 번이나 공개를 번복하며 아직도 공개하지 않고 있어 현재 중국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이밖에도 한 IT 칼럼니스트는 샤오미가 닥치는대로 베끼는 행태를 가리켜 “삼성보다 더하다”고 했을 정도다. 타국 시장에 정식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 중국 정부의 비호를 받지 못하는 샤오미는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의 저작권 소송으로 한순간에 공중 분해될 수도 있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하리라?

많은 사람들이 ‘성경’이라 부르는 소설 중 욥기 8장 7절은 특히 유명한 구절이다. ‘네 시작은 미약했으나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는 문구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신의 말이 아니라 욥의 친구 중 한 명이 해준 말이라고 하는데, 중요한 건 아니니 넘어가자. 출범 6년째인 샤오미가 ‘BAT’로 불리는 중국 인터넷 3대 기업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에 이어 ‘BATX’로 불리게 된 것은 든든한 내수시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난 2010년 7월 6일, ‘좁쌀’이라는 의미의, 기업 이름으로선 무척 소박한 IT 업체 ‘샤오미’(小米, Xiaomi)가 태어났다. 창업자 레이쥔은 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던 8명의 동료를 불러 모았고, 신생 인터넷 기업답지 않게 처음에는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에 집중했다. Mi 시리즈에 적용된 구글 안드로이드 기반의 커스터마이즈 롬인 ‘MiUI’를 먼저 만든 뒤, 이듬해 9월 첫 스마트폰 ‘Mi 1’을 출시하며 샤오미의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 출시된 ‘Mi4’까지 16GB 라인업의 가격도 1,999위안(한화 약 37만 원)으로 성능 대비 저렴한 편이다.

 

샤오미의 첫 모바일 기기 ‘Mi1’. 안드로이드와 MiUI를 동시 탑재한 듀얼 OS 체제가 특징이고, 1.5GHz의 듀얼코어 프로세서, 4인치 디스플레이, 800만 화소 카메라를 탑재했다. 일반적으로 2일에 한 번 충전이면 된다는 설명도 있었다.

 

이듬해인 2012년 출시된 ‘Mi2’는 퀄컴의 쿼드코어 프로세서가 탑재된 4.3인치 스마트폰이다. 720P 해상도를 구현하고 전면 200만, 후면 800만 화소의 카메라가 장착됐고, 배터리 용량은 2,000mAh로 늘었다. 운영체제는 전과 같이 안드로이드 4.1 젤리빈과 MiUI V5가 동시 탑재됐다.

 

차기작인 ‘Mi3’는 퀄컴과 함께 ARM과도 손을 잡았다. 전작에서 동작 속도가 2.3GHz로 향상된 프로세서와 함께 ARM 홀딩스의 1.8GHz 속도의 A15가 탑재됐다. 후면 카메라가 1300만 화소로 향상됐고 전작보다 더욱 얇아졌다.

 

지난해 9월 출시된 ‘Mi4’는 전면 카메라가 800만 화소로 향상됐고 조리개 값이 1.8로 매우 밝아졌다. 2.5GHz의 쿼드코어 프로세서, 3GB RAM과 함께 배터리 용량도 3,000mAh로 50% 향상됐고 디스플레이도 5인치 1080P로 나아졌다.

 

지난 5월 출시된 5.7인치 패블릿 ‘Mi Note Pro’. 퀄컴 스냅드래곤 810 옥타코어 프로세서, 2K(1440X2560) 해상도 디스플레이, 전면 400만/후면 1,300만 화소 카메라, 64GB eMMC 메모리 등 ‘pro’란 수식어가 어울리는 고스펙 스마트폰이다. 안드로이드 롤리팝 기반의 MiUI가 설치돼 있고, 3밴드 LTE-A를 지원해 국내에서도 LTE 통신망을 이용할 수 있다. 스냅드래곤 810의 유명한 발열을 잡기 위해 동작 클럭을 1.5GHz로 낮췄으나, 해외직구로 손에 쥔 국내 사용자들의 후기를 보면 여의치 않은 듯하다.

 

샤오미는 첫 스마트폰의 출시 이후 매년 8월에 새 제품을 공개해 왔다. 어떤 제품군이 정식 넘버링 타이틀로 비슷한 기간마다 공개되는 것은 최근의 전자제품 출시의 특색이기도 하다. 샤오미 역시 매년 8월경 새 스마트폰을 공개·출시하는 것을 가이드라인으로 지켜 왔는데, 최근 진출 분야가 소형가전과 백색가전까지 점점 늘면서 시기는 큰 의미가 없게 됐다.

 

레이쥔 회장은 평소 애플의 전 CEO 故 스티브 잡스를 존경한다고 말했다. 그 때문인지 그가 프레젠테이션에 나올 때면 스티브 잡스와 비슷한 검은 티셔츠와 청바지 패션을 애용한다. MiUI도 안드로이드 기반이지만 애플의 iOS와 닮았다는 평가도 많다. 게다가 넘버링 타이틀의 자매품에 접미사 ‘S’가 붙는 것도 비슷하다. 차세대를 의미하는 애플과는 달리 성능을 약간 낮춘 것이 특징이다.

 

가장 최근인 지난 7월 16일, 상하이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상하이’에서 샤오미는 전작에서 두께를 절반 이하로 줄인 48인치 4K TV ‘Mi TV2S’를 선보였다. 4K 해상도에 삼성의 OLED 패널이 적용된 9.9mm 두께의 이 TV 가격은 2,999위안, 한화 약 57만 원이다. 서라운드 음향 시스템을 추가해도 3.999위안(한화 약 76만 원)으로 매우 저렴하다. 4K UHD TV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의 가격으로 공개되며 또 한 번 시장이 샤오미로 뒤흔들 것 같다.

 

새로 공개된 Mi TV2S는 1cm가 채 안 되는 얇은 두께에 4K 화질을 구현해 MWC 상하이 현장을 뜨겁게 달궜다. 비록 많은 사람들이 새 스마트폰 Mi5를 기대했다가 실망하기도 했지만, 이 TV의 성능과 가격은 그 불만을 없애버리기에 충분했다.(오히려 중국 내에선 저가형 패블릿 ‘RedMi Note2’가 전파인증을 통과했다는 소식이 먼저 들려왔다.) 약 76만 원의 가격은 비슷한 성능의 국산 제품 가격의 1/3 수준에 불과하다.

 

분야의 다양화, 종합가전기업의 교두보

분당 1리터, 1일 최대 287리터를 정화해 주는 정수기 ‘Mi Water’(가제)


샤오미는 4K TV ‘Mi TV2S’와 함께 신제품을 하나 더 소개했다. 생중계에서 물 관련 얘기를 하는 듯해 설마 했는데, 역시나, 정수기였다. 중국은 워낙 넓고 내륙지가 많은데, 지표수의 오염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다. 내륙지방의 하천 중 중국 내 5개 등급 중 4급 이하인 물이 전체의 40% 정도. 지하수도 전국 182개 도시를 측정한 결과 하위 2등급의 비중이 절반을 넘는다고 한다. 이 정보를 한참을 찾아보고 나서야 샤오미가 정수기를 만든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샤오미의 작은 정수기’라 이름붙은 ‘小米净水器’는 4단계의 필터를 거쳐 물을 깨끗하게 걸러주는 정수기다. 수도꼭지의 끝에 설치하면 되는 간편한 구조로, 분당 1리터의 물을 정수할 수 있고, 하루 최대 76갤런(약 287리터)을 소화할 수 있다. 전용 앱을 통해 수질을 체크할 수 있고, 4개의 필터 교체 시기도 알려준다. 가격은 본체 1,299위안(한화 약 24만 원), 필터는 149위안(한화 약 27,000원)으로 공개됐다. 프린터가 본체보다 잉크로 수익을 내는 것처럼 이 역시 필터 판매로 큰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오후에 샤오미 홈페이지에서는 예약판매를 시작한 상태다.

샤오미의 기발한 행보는 정수기가 처음이 아니다. 시작은 스마트폰이었지만 국내에는 보조배터리로 더 많이 알려져 있고, 최근에는 스마트밴드 ‘Mi Band’가 그 명성을 이어주고 있다. 이뿐 아니라 속칭 ‘대륙의 실수’ 시리즈를 잇고 있다는 커널형 이어폰 ‘피스톤’ 시리즈, 최근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액션캠 ‘Yi Camera’, Mi Band와 연동해 스마트폰으로 각종 정보를 볼 수 있는 체중계 ‘Mi Scale’ 등 그 분야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이번에 TV와 정수기까지 출시하며 본격 가전제품 시장 진출을 예고한 샤오미는, 지난해 중국 내수시장을 잡고 있는 메이디의 지분 1.29%를 약 2,250억 원에 사들이며 스마트홈 시장에도 발을 내디뎠다. 메이디는 약 200여 종의 백색가전제품을 생산하며 하이얼과 중국 시장 1위를 다투는 기업으로, 샤오미는 메이디의 인프라에 기술을 덧붙여 시너지 효과를 노릴 것으로 전망된다.

 

어디까지 뻗어갈 것인가
샤오미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익숙한 제품들이 나열돼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들어가는 홈페이지는 인터내셔널 페이지이고, 중국 도메인 www.xiaomi.cn으로 들어가면 훨씬 다양한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는 걸 알 수 있다. 보조배터리나 스마트밴드, 저울 등 규모가 작은 소형 가전제품은 국내에도 수입업자들이 직접 전파인증과 자율안전인증을 획득해 수입해 오지만, 아직 국내에 도입되지 않은 제품들도 많다.

 

샤오미의 인터내셔널 홈페이지. 샤오미의 대표적인 아이템 몇 가지가 주로 소개되고 있다. 비록 스마트폰은 정식 판매되는 국가가 몇 없긴 하지만, 그래도 샤오미의 진정성은 아직 스마트폰에 있다는 걸 보여준다. 이외에도 이어폰과 헤드폰, 스마트밴드, TV 등의 제품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중국 도메인으로 접속하면 훨씬 다양한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붉은 칸 안의 제품들이 모두 그것인데, 번역하면 TV 셋톱박스, 공기청정기, 소형 CCTV, 휴대용 Wi-Fi 중계기, 스마트폰 컨트롤러 ‘Mi Click’, 스마트 에어컨까지 판매 중이다. 에어컨은 앞서 언급한 메이디와의 합작이다.

 

출시된 지는 꽤 됐는데 국내엔 도입이 많이 되지 않은 제품이 있다. ‘Mi Click’이라 불리는 제품인데, 스마트폰의 이어폰 포트에 꽂고 관련 앱을 설치해 컨트롤할 수 있는 아이디어 상품이다. 포트에 꽂으면 상단 부분을 클릭할 수 있는데, 1번에서 10번까지 연속 클릭했을 때와 길게 눌렀을 때 등 총 11개의 명령을 지정할 수 있다. 기자의 친구가 사용하는 걸 보니, 사진 촬영과 음악 감상, 지주 쓰는 앱 실행 등 다양하게 활용하는 것이 신기했다. 가격은 약 5위안, 900원 정도에 불과하다.

 

‘Yee Light’. 보통은 제품명 앞에 Mi를 붙이는데, 액션캠과 함께 스마트 전등에는 Yi, 혹은 Yee가 붙는다. Yee Light는 1,600만 가지 색을 자유로운 밝기로 표현할 수 있다. 제품 상단의 터치 액션으로 바꿀 수도 있고, 블루투스 연동으로 스마트폰 앱에서 바꾸기도 가능하다. 비슷한 기능을 가진 필립스의 스마트 조명의 가격의 절반에 불과하다. 중국 최대의 쇼핑몰 타오바오에서 약 270위안(한화 약 5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720P 화질의 IP 카메라 ‘Yi Ants’. 샤오미의 작명 센스는 알쏭달쏭하다. 이 역시 스마트폰과 연동해 실시간 감시와 영상 녹화 기능을 발휘한다. 보조배터리와 달리 아직 Yi Ants는 국내 정식수입이 안 되고, 해외직구를 이용해야 한다. 타오바오에서 싸게는 129위안, 약 24,000원에 판매 중인데, 이것이 정품인지 가품인지는 구분하기 어렵다.(가격대나 정보를 보고 알아서 피해가야 한다는 소리다)

 


특허 전쟁, 중국 밖은 폭풍전야

지난 2월 모바일 프로세서 제조사 퀄컴과 중국 정부의 반독점법 위반 소송이 끝났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퀄컴에 9억 7,500만 달러, 한화 약 1조 700억 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했고, 퀄컴은 특허 사용료 책정에 대한 관행을 변경하는 내용을 포함해 이 금액에 합의했다. 이 여파로 퀄컴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이 반토막 났고, 주가도 3% 가까이 급락했다. 하지만 퀄컴의 입장이 울상은 아니었다. 중국 정부와의 합의를 통해 중국 시장에서 더 많은 특허 관련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기 때문이다.

출범 5년여의 신생 기업이자 거대한 공룡이 된 샤오미에 있어서 이와 같은 결정은 치명적이다. ‘그 가격에 나쁘지 않은 제품’이 주된 모토였던 스마트폰이 샤오미의 주된 수익이었는데, 퀄컴 제품을 사용하며 받았던 낙수효과가 사라지며, 지금까지 사용했던 각종 기술의 특허를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저렴한 가격에 성능이 나쁘지 않은 스마트폰’으로 흥(興)한 샤오미로서는 제품의 단가를 필연적으로 올릴 수밖에 없고, 자사의 가장 큰 성장 동력이었던 가격 메리트가 줄어들며 매출에 직격타를 맞을 수도 있다.

게다가 세 자리 이상의 성장폭을 기록했던 샤오미의 2015년 상반기 판매 실적은 약 3,470만 대, 2014년 1분기의 판매량(약 3,500만 대)보다 떨어졌다. 성장률도 전년 대비 약 33%를 기록했다. 성장률 자체는 나쁘지 않으나, 2014년의 판매량이 전년(2013년)의 3.27배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성장폭이 상당히 줄어들었다. 끝이 없을 것 같았던 중국 내수시장이 어느덧 상한선에 다다랐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어서, 예년과 같은 폭으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은 어려워졌다.

또한, 싱가폴을 시작으로 현재 말레이시아, 인도, 필리핀 등 몇몇 국가에서 정식판매를 시작했고, 나쁘지 않은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상황은 시한폭탄과 같다. 최근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브라질은 전자제품 관세가 높아 저가정책을 펼치기 어렵고, 다른 국가에서도 레노버, 화웨이 등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브랜드와 출혈경쟁을 해야 한다. 샤오미 ‘Mi4’는 퀄컴 스냅드래곤 801 프로세서를 탑재한 5인치 스마트폰으로, 공식 가격이 아이폰5S의 35% 정도에 불과한 1,999위안(한화 약 37만 원)이다.

애플하고도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에릭슨이 샤오미의 인도 시장을 가로막은 것도 성장에 걸림돌이 됐다. 현재 인도에선 퀄컴이 아닌 미디어텍 칩을 사용한 저가 제품만 판매되고 있어 매출이 높지 않다. 오히려 퀄컴 칩을 사용한 고가 제품 시장보다 커다란 저가 시장이어서 일견 다행이라고도 볼 수 있으나, 제약이 있어 못 파는 것과 시장 상황에 따라 안 파는 것은 다르다. 레이쥔 회장도 성장폭 감소에 대해 “33% 성장은 중국 시장 상황에 비해 좋은 결과”라고 스스로를 위안했지만, 샤오미의 최근 행보가 스마트밴드 ‘미 밴드’, 체중계 ‘미 스케일’, 공기청정기 ‘미 에어’ 등 소형가전으로 확대되는 것은 현재 상황에서 그리 긍정적인 모습으로 보이진 않는다. 레노버가 노트북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해서 고성능 세탁기를 만들진 않듯이 말이다.

레이쥔 회장이 샤오미 안에서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기업의 행보는 가볍게 보면 중구난방처럼 보이지만 모바일 기기로 전자기기의 통제를 융합하려는 시도는 엿볼 수 있다. 지금까지 출시된 대부분의 제품들(유선 음향기기처럼 별도의 컨트롤이 필요 없는 제품 제외)이 모바일 기기로 관리 및 제어가 가능한 것으로 미루어볼 때, 그가 처음부터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에 집중한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 듯하다. 하지만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둘 모두에 걸려 있는 각종 불법적인 특허 기술 남용은, 자국민을 감싸는 데 급급한 중국 내에서만 통하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내수 시장만으로도 공룡처럼 된 샤오미인데, 정작 경계 밖으로 한 발만 내디뎌도 칼을 꽂을 기업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오점이다. 지적재산권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 지금, 공룡처럼 보이는 거대 기업이 실은 핵심 기술이 없이 속이 텅 빈 공동(空洞)이 될 확률 역시 조금씩 커지고 있다.

 

※ 정정

본 기사의 내용 중 'Yi Ants' IP 카메라에 대해 변경된 점이 있어 정정합니다.

Yi Ants 카메라는 샤오미(Xiaomi)의 자회사 샤오이(XiaoYi)가 제조하는 제품입니다. 샤오이는 IP 카메라와 액션캠을 제조해 샤오미에 공급해 왔고, 몇몇 수입업체에 의해 국내에서도 소량 판매돼 왔습니다. 최근 국내의 한 수입업체가 샤오이와 독점 계약을 체결해, Yi ants 카메라와 액션캠의 국내 정식 수입 및 판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본문에 사용된 '정식수입'이라 함은, 외국산 제품을 전파인증, 자율안전인증 등 수입에 필요한 인증을 획득한 업체가 해당 제품을 자유롭게 수입, 판매할 수 있는 것을 뜻합니다. 이는 해당 제품의 제조사 및 판매처와 관계없이, 중국 현지에서 제품을 확보할 수 있다면 어느 업체나 가능한 일입니다. 현재까지 자회사가 아닌 샤오미와 공식 MOU 체결을 해 직접 수입이나 A/S를 진행하는 국내 없체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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즌지 2015-09-03 08:44:45
굉장히 흥미롭게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