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그때 그 휴대폰] LG G4

2022-08-25     이철호

[smartPC사랑=이철호 기자] 잘못된 전략 아래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출발이 늦었던 LG전자는 삼성전자, 애플은 물론 한때 팬택에 밀릴 정도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다행히 지난 호에 소개한 옵티머스 G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안정을 되찾았다. 적어도 국내와 북미에서는 삼성, 애플에 버금가는 위치에 올라설 정도였다.

하지만 LG 스마트폰은 이러한 성공을 오래 이어가지 못했다. 특히 2015년 4월에 출시된 LG G4(모델명: LG-F500)의 실패가 치명적이었다. 분명 나름대로 의미 있는 기능과 특색이 있었지만 치명적인 문제가 너무나도 많은 녀석이었다.

 

시리즈 흥행 속에 출시된 LG G4

LG 옵티머스 G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위기에 처한 LG전자는 물론 LG그룹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여 만든 플래그십 스마트폰이었다. 다행히 디자인과 품질 모두 호평을 받으면서 흥행에 성공함에 따라 LG전자는 한숨 둘릴 수 있게 됐다.

이후 LG전자는 플래그십 스마트폰 시리즈로 'G 시리즈'를 내세우며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특히 3세대 G 시리즈였던 LG G3는 글로벌 판매 1,000만대를 돌파하며 LG전자 MC사업부의 흑자 전환에 있어 1등공신이 됐다. 이렇게 좋은 분위기 속에 4세대 G 시리즈인 LG G4가 등장했다.

LG

16MP 카메라, IPS 쿼드 디스플레이 탑재

LG G4가 내세웠던 가장 큰 자랑거리는 카메라였다. LG G4에 탑재된 후면 카메라는 16MP로, OIS가 적용되어 흔들림에 강했고, 정확한 초점을 위한 LASER AF, 더 자연스러운 색상을 위한 컬러 스펙트럼 센서가 채택됐다. 조리개값은 F/1.8로 국내 출시 당시 가장 밝았다. 전면에는 8MP 셀피 카메라가 배치됐다.

디스플레이는 5.5인치 WQHD IPS 퀀텀 디스플레이를 사용했다. LG전자는 전작인 G3에 비해 화면 밝기가 25% 높아졌고, 명암비도 50% 향상되었다고 홍보했다. AP는 퀄컴 스냅드래곤 808 MSM8992를 사용했으며, 메모리는 3GB, 내장 스토리지는 32GB였다. 배터리는 3,000mAh 착탈식 리튬 이온 배터리였으며, OS는 안드로이드 5.1이었다.

LG

다양한 촬영 기능 지원

LG G4는 특히 카메라 촬영에 있어 다양한 기능을 탑재했다. 먼저 화면을 켜지 않아도 후면키를 더블클릭하면 빠르게 원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퀵샷’ 기능이 있었다. 또한, 더 밝아진 렌즈를 바탕으로 아웃포커스 기능도 지원했다.

전문가 모드에서는 셔터 스피드를 30~1/6000초까지 조정할 수 있으며, 화이트 밸런스/ISO 조정, MF(수동 초점)도 지원했다. 촬영한 사진을 더 넉넉하게 저장할 수 있도록 구글 드라이브 100GB를 2년간 무상제공하는 프로모션도 진행했다.

전문가

액세서리로 일낸다

LG G4가 내세운 또 다른 포인트로는 액세서리가 있었다. 가장 열심히 홍보한 액세서리로는 천연가죽 커버가 있었다. 이 커버는 최고급 천연 암소 가죽으로 만들어졌고, 제작 기간에는 총 12주가 걸렸다. 천연가죽의 단점인 수분과 열에 대한 저항력을 강화하기 위해 강도 높은 후가공 처리도 이뤄졌다.

이전부터 고음질 번들 이어폰으로 호평받아온 쿼드비트 시리즈의 최신작, '쿼드비트3'도 화젯거리였다. 쿼드비트3는 자체 설계한 쿼드 레이어 진동판으로 음질을 개선했고, 패브릭 소재의 케이블로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나중에 별도 판매된 뒤에도 인기가 많았는데, 기자 역시 스마트폰은 삼성이나 샤오미를 써도 이어폰은 한동안 이 쿼드비트3를 고집하곤 했다.

다양한
LG

무한부팅, 잔상 등 문제 수두룩해

하지만 많은 기대 속에 출시된 LG G4는 수많은 문제가 가득했다. 최대 문제는 무한부팅이었다. 사용 도중 갑자기 멈추고는 재부팅 때 계속해서 부트 로고만 나오는 현상이 많은 이들에게서 나타난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메인보드를 교체해야만 했는데, 나중에는 보드 교체가 많아지면서 보드 재고 부족으로 인해 수리를 제때 못 받는 사태도 벌어졌다.

주요 셀링 포인트 중 하나였던 디스플레이 역시 품질 논란을 면치 못했다. 상단 바 부분에서 잔상이 발생하는가 하면, 격자무늬, 불량 화소 등의 문제도 나타났다. 이 문제는 다음에 나온 LG V10, LG G5 등에서도 반복됐다.

이외에도 크고 작은 문제가 LG G4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갉아먹었다. 가령 삼성이나 샤오미 충전기로는 퀄컴 퀵차지 2.0을 통한 고속충전이 가능하지만, 같은 스펙의 LG G Flex 2 번들 충전기로는 고속충전이 안 되는 문제가 있었다. 2개 제조사(LG디스플레이, JDI)에서 만든 디스플레이를 섞어 썼는데, 둘의 화질이 서로 다르다는 문제도 있었다.

무한부팅

판매 부진, 단통법 때문이었을까?

LG G4의 성적표는 좋지 못했다. 전작 G3가 글로벌 1,000만대 판매를 넘어선 반면, G4는 전 세계 판매량이 약 440만대 정도에 불과했다. 국내 시장에서도 경쟁작인 갤럭시 S6에 비해 판매 실적이 영 좋지 못했다.

LG G4의 부진에 대해서는 2014년 10월부터 시행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통법)’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단통법으로 보조금이 제한되고 통신사 중심으로 스마트폰 유통시장이 바뀌면서 LG전자가 삼성전자, 애플과 제대로 경쟁할 수 없게 된 점이 컸다는 점이다. 실제로 단통법 이후 LG와 함께 경쟁하던 팬택은 완전히 몰락하고 만다.

하지만 단통법만 탓하기에는 LG G4, 더 나아가 LG 스마트폰에 문제가 많았다는 지적도 많다. G4 이전에도 LG 스마트폰의 이미지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 가격은 동급 갤럭시나 아이폰과 비슷했는데 품질에서 여러 문제를 드러냈기에 판매량이 추락했다는 것이다.

 

끝없는 추락, 그리고…

결국 LG G4는 한때 중고가가 전작인 G3보다 저렴해지는가 하면, 번들 이어폰인 쿼드비트3가 더 인기를 끄는 굴욕을 겪고 만다. 다시금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이 적자에 빠진 상태에서, LG G5를 비롯한 후속작이 나오고, 또 다른 플래그십 라인업인 LG V 시리즈도 등장했지만 추세를 바꾸진 못했다.

결국 2019년 출시된 LG G8 ThinQ를 끝으로, 한때 LG그룹의 모든 역량이 투입되었고 '회장님폰' 소리를 들었던 LG G 시리즈는 끝나고 말았다. 이후 2021년, LG전자가 휴대폰 사업을 종료하면서 LG 스마트폰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