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이냐 성능이냐 - 코어와 펜티엄, 선택의 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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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이냐 성능이냐 - 코어와 펜티엄, 선택의 기로
  • 정환용기자
  • 승인 2015.04.06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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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인텔 20주년 기념으로 출시된 펜티엄 G3258 하스웰 프로세서(이하 G3258)의 오버클럭 능력이 화제였다. 기본 3.2GHz 속도의 듀얼코어 프로세서는 4.0GHz는 기본이고 상황에 따라 4.5GHz 이상도 끌어올릴 수 있다. PC 마니아들은 i3 프로세서보다 절반 정도인 가격으로 거의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는 제품에 환호했다. 하지만 태생이 듀얼코어인 만큼 한계점은 분명하다. 특히 고사양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에겐 4.5GHz의 속도도 무용지물. 게임도 하고 싶고 지갑도 지키고 싶은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이것도 저것도 다 하고 싶어
현재 사용 중인 제온 E3-1230V3 전에는 듀얼코어 프로세서 탑재 노트북을 몇 년간 사용했고, 그 전에는 AMD의 쿼드코어 CPU 9850 블랙에디션을 사용했었다. 평소 즐기는 게임은 1순위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80% 정도, 나머지는 간간이 스팀이나 오리진으로 즐기는 패키지 게임들이다. 가장 최근에 얻게 된 ‘배틀필드 하드라인’ 같은 게임도 끝까지 클리어하진 못해도 시간이 날 때마다 즐기는 편이다. 점차 CPU와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며 느낀 점은 언제나 IT기기의 진리였던 ‘제 값 한다’는 점이었다.
 
아이비브릿지의 출시부터 지금까지 거의 모든 CPU를 테스트해 봤지만, 아무리 가격이 저렴하면서 좋은 성능을 발휘하는 CPU라 해도 그 한계는 분명했다. 여러 오버클럭커들이 공개한 데이터를 수렴해 보면, G3258을 4.8GHz까지 오버클럭한다 해도 코어 i5 프로세서의 성능을 뛰어넘지는 못했다. 4.8GHz 속도라 해도, 그 숫자는 두 개다. 3.4GHz 코어 네 개의 연합(i5-4670 하스웰)을 정복할 순 없다는 뜻이다. 물론 가격은 3배가 넘게 차이가 나지만, 성능을 갈망하는 사용자들은 절대값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더 저렴하게 10의 성능을 내는 것과, 더 비싸지만 30의 성능을 내는 것에 대한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기자는 무조건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성능 뿐 아니라 하이퍼스레딩을 지원하지 않는 G3258로는 실행이 불가능한 게임도 있다. ‘파 크라이 4’를 비롯해 ‘드래곤 에이지: 인퀴지션’, ‘콜 오브 듀티: 어드밴스드 워페어’ 등이 그렇다. 콜 오브 듀티는 처음에는 지원하지 않았지만 이후 패치에서 실행이 가능하도록 수정된 바 있다. 기자의 PC에서 1주일을 하얗게 지새우고 장렬히 삭제된 비운의 작품 워치독스도 듀얼코어 프로세서로 구동하기엔 버겁다.
 
게임 뿐 아니라 다른 작업에서 CPU가 바빠질 때도 듀얼코어가 아쉬울 때가 있다. 수집하는 영화를 DVD에서 블루레이로 바꿨는데, 용량이 큰 것은 40GB가 넘는 것도 많다. 화질 저하 없이 원본 그대로 인코딩하면 길게는 영화 러닝타임과 거의 실시간으로 걸리기도 하는데, 작업량을 각 코어가 더 많이 분담하면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처음 제온 시스템을 구상했을 때부터 염두에 둔 작업이다. 만약 당시에 돈을 덜 들이고 남은 돈으로 치킨을 먹었다면, 지금쯤 치킨을 끊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지난 10월 G3258 테스트를 지켜보고 잠시 사용해본 결과, 당시의 기자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성능 대비 최상의 가격, 펜티엄 G3258 하스웰
 
지난 2014년 10월호에 소개된 G3258에 대한 호응이 좋았다. ‘20주년’이란 서브타이틀은 그렇다 쳐도, 펜티엄 라인업에서 기대하기 어려웠던 오버클럭 수율과 성능은 분명 주목할 만했다. 코어는 두 개지만 기본 쿨러만으로 4.5GHz까지 어렵지 않게 오버클럭할 수 있었다. 아래의 성능 테스트 결과를 보면, CPU 자체 성능은 4.5GHz 기준으로 코어 i3-4150과 비슷한 성능을 발휘하는 걸 알 수 있다.
 
 
 
 
 
4.5GHz로 오버클럭한 G3258의 성능 테스트 결과. 특히 시네벤치 R15의 결과는 단일코어의 성능이 뛰어나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G3258의 가장 큰 매력은 평균 7만 원대의 저렴한 가격이다. 물론 가상 코어(스레드) 없이 순수 듀얼코어로 구성돼 있어 멀티태스킹이나 CPU의 부하(負荷)가 필요한 작업에선 듀얼코어 4스레드 이상의 구조를 가진 프로세서에 밀리는 게 사실이다. 앞서 언급한 코어 i3-4150 하스웰 리프레시 프로세서가 듀얼코어 4스레드 구조인데, 오버클럭을 전제한다면 평균 12만 원대인 i3-4150의 60% 정도의 비용으로 비슷한 성능을 낼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다.
 
만약 오버클럭을 하지 않고 순수 프로세서 성능만을 필요로 하는 경우, G3258은 가성비보다는 가격 부분만 매력적인 제품이다. PC를 다루며 바이오스를 건드려 본 적이 없는 사용자들이 대부분인데, 이런 경우 무리하게 오버클럭을 권유하기보다는 적절한 수준의 성능을 기본으로 발휘하는 프로세서가 더 나을 것이다. 아무래도 G3258이 주목을 받은 가장 큰 요인이 오버클럭인 만큼, 무조건 가격도 저렴하고 성능도 나쁘지 않다는 이유로 이 제품을 추천할 순 없다는 뜻이다.
 
일부 오버클럭 마니아들은 뚜껑을 따거나 별도의 CPU 쿨러를 사용해 온도를 잡으며 4.8~5.0GHz까지도 끌어올려 사용한다. 오버클럭 자체가 필수가 아니라 일종의 취미생활이고, 혹 실패한다 해도 제품 가격이 그리 높지 않아 부담이 적은 덕도 있다. 하지만 PC 사용자들의 사용 성향이 모두 같진 않다는 것이 추천을 주저하게 되는 이유인데, 대표적으로 기자가 그렇다.
 
 
절대값을 무시하지 마라, 코어 i5·i7 프로세서
 
 
 
코어 i5 시리즈는 모두 쿼드코어 4스레드로 구성돼 있다. i7으로 넘어가면 쿼드코어 8스레드, 익스트림 시리즈는 헥사(6)코어나 옥타(8)코어까지 확장된다. 단적으로 듀얼코어보다 옥타코어가 단일 코어 성능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음에도 가격 차이가 몇 배나 나는 것은 이유가 있다. 물리적인 코어 숫자가 두 배란 것은, 정확히 두 배의 성능을 내주진 못 해도 180% 이상의 성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가상 스레드까지 더해지면, 아무리 오버클럭으로 속도를 끌어올려도 벤치마크 테스트의 숫자 말고는 나아지는 것이 없다. 그 숫자 자체에 의미를 가지는 사람들도 있지만, 보편적인 입장에선 성능 향상에 지식과 시간을 쏟는 것보다는 그만큼의 지출을 감수하는 게 더욱 현실적인 선택이다.
 
i3 시리즈는 잠시 잊고, i5 시리즈와 i7 시리즈로 구분해 보자. PC 용도에서 ‘게임’이 빠지면 G3258도 충분하다. 여기에 맞춰 PC 전체 가격이 30만 원 전후로 낮아지니 잉여 자금으로 다른 소비가 가능해지는 장점이 크다. 하지만 게임을 취미로 즐기고 있다면, 그리고 그 게임이 인터넷 포커나 바둑이 아니라 캐주얼 장르 이상의 고화질 게임이라면 그 수준을 높여야 한다.
 
그렇다고 “이 정도면 됩니까” 하며 기백만 원을 들이는 것도 감히 추천하진 못 한다. 예전에야 500만 원이면 지상 최강의 게이밍 PC를 구축하는 게 가능했지만, 지금은 그 두 배가 들지도 모르니까.
 
보편적으로 PC 구입의 첫 번째 기준은 ‘지출 범위’, 그리고 두 번째로 ‘CPU’다. 조립PC를 구매하며 HDD를 몇 개 장착할지를 최우선 과제로 삼는 사람은 없다.(물론 기자같이 변태적인 조합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 순 있다) 보통은 CPU의 성능과 수준에 다른 하드웨어가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오버클럭에 관심이 없다면 굳이 Zx7 칩셋 메인보드를 고를 이유가 없고, 방열판이 장착된 고성능 RAM 또한 별무소용이다.
 
대부분의 PC 패키지 게임이나 MMORPG 등을 쾌적하게 즐길 수 있는 정도의 PC는 i5-4790 하스웰 프로세서를 기준으로 약 120만 원 정도면 차고 넘친다. 여기서 가격적인 타협을 시도하려면 VGA의 레벨을 한두 단계 낮추고 SSD를 HDD로 바꾸면 된다. 반대로 쾌적한 정도가 아니라 날아다니는 수준을 원한다면 VGA를 더 강력한 녀석으로 바꾸면 된다.
 
중요한 건 중용(中庸)이다. 그릇이 작은데 많은 것을 담으려 하거나, 넓은 그릇을 절반도 채우지 못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게 피할 수 있다. 행여 G3258의 장점보다 한계를 부각시켜 평가절하하려는 것은 아니다. 누구에게나 스스로 정해둔 선이 있고, G3258은 코어 i5의 아래에 있으니, 적어도 3~4년간 사용해야 하는 PC 시스템의 선택은 신중해야 한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주시면 감사하겠다.
 
 
smartPC사랑 | 정환용 기자 maddenflower@ilovep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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