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 펼쳐지는 영상 혁명, Head Mounted Displ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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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펼쳐지는 영상 혁명, Head Mounted Display
  • stonepillar
  • 승인 2015.02.06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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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펼쳐지는 환상적인 영상미’라는 표현은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광고 문구 중 하나다. 시각적인 효과가 뛰어난 영상을 강조할 때 주로 사용되는 비유적 표현인데, 이제는 비유가 아니라 실제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얼굴에 안경처럼 착용하는 새로운 개념의 디스플레이, Head Mounted Display(이하 HMD)가 본격적으로 대중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갤럭시노트4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기어VR’ 이라는 주변기기를 발표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는데, 이 기어VR이 바로 HMD다.
 
 
HMD란?
본래 HMD는 특정 분야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는 익히 알려 져 있었지만, 대중적인 관심을 받는 기기는 아니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기어VR을 발표하면서 대중적인 관심도가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HMD는 글자 그대로 머리에 장착하는 디스플레이를 의미한다. 보통 안 경(이라기엔 크지만) 같은 형태로 눈 부위에 장착하게 되며, 시야 전체를 영상으로 채워버릴 수 있기 때문에 그 어떤 스크린보다도 압도적인 영상 을 감상하는 게 가능해진다.
 
HMD의 디스플레이 패널은 현재는 주로 LCD와 LED가 사용되며, 광학렌즈로 실제 눈에 비치는 영상의 크기를 조절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즉, HMD는 디스플레이 기술과 함께 광학 렌즈 기술의 발전이 무엇보다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LCD 기술이 발전하기 이전의 HMD 제품 은 저해상도의 디스플레이와 무게 때문에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에는 무리가 있는 물건이었다. 이 시기에 출시된 대표적인 HMD 제품이 닌텐도 의 ‘버추얼보이’다.
 
버추얼보이는 차세대 휴대용 게임기 시장을 노리고 야심차게 출시된 제품이었지만, 휴대용 치고는 상당히 무거운 2.2kg의 무게와 거대한 몸 체, 조악한 디스플레이 기술이 적용된, 닌텐도 사상 최악의 완성도를 보 여준 기기였다. 아니 닌텐도 뿐 아니라 게임 산업 전체의 역사를 봐도 최 악의 기기 중 하나로 꼽히는 제품이다. 더욱이 무게를 보면 알겠지만, 머 리에 장착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고, 책상에 세워둔 상태에서 눈을 갖다 대고 게임을 즐겨야 하는 여러모로 불편한 물건이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은 이제 HMD를 영화관 수준의 영상을 보여줄 수 있는 최적의 개인용 디스플레이로 끌어올렸다. HMD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공간의 제약을 무시한다는 점이다. 집 안에다 영화관 수준의 홈시어터를 꾸미려고 하면 비용도 비용이지만, 일단 공간적 제약을 먼저 고 려해야 한다. 그러나 HMD를 사용하면 공간에 상관없이 영화관 수준의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다만, 1인용 장치인 관계로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볼 수 없다는 단점도 안고 있다.
 
▲ 닌텐도 제품 중 최악의 실패로 기록된 버추얼보이. HMD를 사용한 시대를 앞서간 휴대용 게임기였지만, 전혀 휴대용스럽지 않은 디자인과 조악한 디스플레이로 아픈 기억만을 남긴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HMD의 발전

HMD는 이미 수년 전부터 미래형 디스플레이로 전망돼 왔지만, 기술적 인 문제로 발전 속도가 느렸다. 최초의 HMD는 1968년 하버드 대학에서 전기 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던 이반 에드워드 서덜랜드(Ivan Edward Sutherland)가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덜랜드 교수는 최초의 GUI 로 알려진 ‘스케치패드’를 개발한 것으로도 유명한데, 직접 개발한 HMD 를 통해 가상현실과 증강현실도 처음으로 구현해 내는 등 디스플레이 역사에 지대한 공헌을 남겼다.
 
하지만, 그가 만든 첫 번째 HMD는 지금 기준에서는 상당히 조악한 물건이었다. 두 개의 모니터를 장착해 3차원 그래픽을 표현하고 사용자 가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그래픽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장치가 보여 준 세계는 선으로 이루어진 단순한 공간이었다. 또, 디스플레이도 CRT 모니터를 사용했고, 다수의 광학 렌즈를 필요로 했기 때문에 매우 무거 워 천장에 고정시키지 않으면 사람이 착용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시야각도 40도에 불과했다.
 
HMD 기술의 첫 번째 진화는 1983년에 있었다. Eric Howlett가 개발한 LEEP(large expanse extra perspective) 광학 시스템이 공개되면서 최대 140도의 시야각을 구현할 수 있게 됐고, 광학 렌즈 기술도 크게 발 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1985년에는 NASA에서 양쪽 눈에 각각 120 도의 시야각을 보여주는 입체 영상 HMD를 개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디스플레이 기술이 발목을 잡았다.
 
1990년대에 들어서 LCD 기술이 크게 발전하게 되는데, 이는 HMD에 도 영향을 끼친다. 특히 2010년 아이폰4가 선보였던 레티나 디스플레이 의 출현은 고해상도 패널 기술의 발전을 가속화시켰는데, 이는 HMD에 게 날개를 달아준 격이 됐다.
 
▲ 이반 서덜랜드 박사가 고안한 최초의 HMD
 
 
HMD의 미래는?

오랫동안 HMD는 한정된 사람들만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기술적인 문제로 대중성이 떨어지기도 했었고, HMD가 공급된다고 해도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가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대중적인 수요는 거의 없었 다. 현재까지 HMD를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분야는 군사용이라고 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주로 항공기 조종사용 헬멧에 탑재된 HMD가 대표적 이다. 이때는 H를 Head가 아닌 Helmet의 약자로 쓴다. 군사용으로 쓰이 는 HMD의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투과가 가능한 디스플레이에 필요한 정 보를 표시해 주는 증강현실이 주요 용도로 사용된다. 미군은 이러한 방식의 군사용 HMD를 항공기 조종사들 뿐 아니라 일반 보병에까지 확대 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일반 대중들에게 군사용도는 별 의미가 없으니 넘어가고, HMD 가 정말로 기대를 받고 있는 것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의 활용도 때문 이다. 시야를 가득 채우는 동시에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시점에서의 영상을 전달해 줄 수 있는 디스플레이라는 것만으로도 HMD는 이미 충분 한 매력을 갖고 있다. 가령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다고 했을 때, 같은 영화관에서 같은 영화를 본다고 해도 좌석 위치에 따라 영상에 대한 감상 은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다. 또, 아이맥스처럼 거대한 스크린이 없이 도 충분한 효과를 낼 수 있고, 4D 영화관과 조합된다면 최적의 몰입도 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게임의 경우는 그 활용도가 더욱 무궁무진하다. 이미 HMD를 활용한 게임들이 다수 공개되고 있으며, 몰입도 높은 가상현실을 제공함으로써 사용자가 실제 게임의 세계에 들어와 있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영화의 경우는 어디까지나 제3자의 입장에서 관람을 하는 콘텐츠지만, 게임은 직접 그 세계에 들어가 행동을 해야 한다. 1인칭 시점 의 게임을 HMD로 즐겼을 때 느끼게 될 몰입감을 상상만 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진다.
그러나 HMD가 보다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아직 몇 가지 숙제가 남아 있다. 우선 가격 문제가 있다. 디지털 제품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좋은 제 품은 그만큼 비싸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HMD 중 성능이 좋은 제품들 은 100만 원을 훌쩍 뛰어넘는 가격으로 책정돼 있어 개인이 장만하기에 는 다소 부담스럽다. 게다가 1인용 디스플레이이기 때문에 가족들과 함께 사용하기 위해서는 가족 수 만큼 장만해야 한다.
 
디스플레이 성능도 아직은 더 발전해야 한다. 최신 스마트폰에 사용 되는 WQHD(2560×1440) 해상도는 5인치 대 화면에서는 황송할 정도의 고해상도지만, 우리 눈에 직접 연결하는 HMD에서는 꼭 그렇지도 않다. 또, 최신 HMD가 많이 가벼워졌다고는 하지만, 장시간 착용 시 눈의 피로감이나 머리에서 느끼는 압박감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HMD는 여전히 일부 사용자들의 전유물로만 남게 될 것이다.
 
▲ HMD가 가장 빛을 볼 수 있는 분야는 게임으로 꼽히고 있으며, 소니는 이미 플레이스테이션용 HMD 출시를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주요 HMD 제품

오큘러스 리프트
현재 가장 유명한 HMD 제품이라면 역시 오큘러스 리프트를 빼놓을 수 없다. 아직까지 개발자 킷만 나와 있고 상용화 버전이 출시되지는 않았는데, 기대감만큼은 최고를 달리고 있다. 개발자는 팔머 럭키(Palmer Luckey)로 2012년 프로토타입을 선보이고 킥스타터를 통해 투자금을 모아 오큘러스VR을 설립했다. 이후 ‘울펜슈타인3D’, ‘둠’ 등을 개발해 FPS게임의 아버지로 불리는 존 카멕이 합류하고, 밸브 코퍼레이션과 협력관계를 구축하면서 차세대 게임용 디스플레이로 주목받고 있다. 게다가 2014년 3월에는 페이스북에 23억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에 인수 되면서 대중적인 주목을 받기도 했다.
오큘러스 리프트의 특징은 기존의 HMD와 기술 계통이 다르다는 점이다. 지금까지의 HMD들은 두 개의 패널을 사용해 각각 한쪽 눈에 대응하는 방식이지만, 오큘러스 리프트는 하나의 패널을 반으로 나누어 사용한다. 렌즈도 볼록렌즈만을 사용해 단가를 크게 낮췄다. 6인치 단일 패널을 사용하기 때문에 넓은 시야각과 빠른 반응 속도를 얻었지만, 상대적으로 화질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다. 다만 오큘러스 리프트의 타깃이 고해상도 영상 장치가 아닌 게임을 포함한 가상현실의 구현에 있기 때문에 상대적인 화질 저하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평가도 있다. 해상도는 1280×800 해상도로 좌우 각각 640×800 씩 나누어 사용하며, 시야각은 110도다.
오큘러스 리프트의 시제품은 2015년에 출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가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개발자 킷이 350달러 선인 것을 감안하면 경쟁제품들보다 상당히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삼성전자와 협업해 갤럭시노트4 전용의 기어VR을 선보이기도 했다. 기어VR은 헤드 마운트 장비에 갤럭시노트4를 부착해 디스플레이로 활용하는 새로운 개념의 HMD인데, 현재 미국에서만 199달러에 판매 중이다. 기어VR은 별도의 전원장치 없이 갤럭시노트4의 전원을 그대로 사용하며, 오큘러스 리프트보다 고해상도인 WQHD로 영상을 감상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후면의 카메라를 활용해 HMD를 착용한 상태에서 바깥 상황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증강현실 기능을 탑재해 활용도를 높일 수도 있다.
 



소니 HMZ-T3W
최근 수년 간 HMD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은 상당히 높아졌지만, 정작 출시된 HMD 제품 자 체는 거의 없었다. 아니, 사실상 지금까지 일반 소비자용의 HMD 시장은 소니가 독점해 왔다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이다. 소니는 HMZ-T 시리즈로 일찌감치 HMD 시장에 진출해 입지를 구축 하고 있다. 멀티미디어 기기에 강세를 보이는 소니인 만큼 영상에 최적화된 제품으로 출시됐다.
최신 모델인 HMZ-T3W는 7.1채널 오디오를 지원하며, 1280×720 해상도의 OLED 패널이 두 개 탑재돼 고품질의 3D 영상도 문제없이 재생 가능하다. 소니에 따르면 이용자가 느끼는 감각은 750인치의 스크린을 20m 거리에서 봤을 때의 크기라고 한다. 무선 데이터 전송이 가능해 TV셋톱박스나 기타 영상 재생장치와 연동해 영상을 실시간으로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단점도 많은데, 우선 가격이 어마어마하다. 출시된 지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공 식 판매가가 120만 원을 넘고 있다. 단 순한 호기심으로 구입하기에는 너무 비싸다. 또, 실제 사용자 평가에 따르면 제대로 마운트 하지 않으면 초점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고 한다.
 


 
엡손 MOVERIO BT-200
엡손에서 출시한 모베리오 시리즈는 디자인 측면에서는 구글 글래스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에 가깝지만, 기능은 오히려 HMD에 가까운 제품이다. 2012년에 처음 출시된 모베리오 BT-100의 콘셉트는 ‘퍼스널 시스루 시어터(Personal See-Through theater)’로, HMD 시장을 겨냥했음을 분명히 했다. 올해 출시된 BT-200은 전작에서 단점으로 지적받았던 무게를 대폭 감량해 휴대성 을 높였으며, 저화소의 카메라도 추가됐다.
다만, 88g에 이르는 무게는 여전히 장시간 착용하고 다니기엔 부담스러우며, 컨트롤러와 유선으로 연결돼 있어 거추장스럽다. 가격도 70만 원 전후로 책정돼 있어 저렴하지는 않다.
 

 

smartPC사랑 | 석주원 기자 juwon@ilovep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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