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을 뒤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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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을 뒤돌아보다
  • 정환용기자
  • 승인 2014.12.02 12: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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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AOS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의 세계 1인자를 가리는 2014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이 한국에서 열렸다. 이 대회가 한국에서 열린다는 희소식과, 전 경기가 열리는 것은 아니라는 소식에 팬들은 기뻐하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19일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결승전에는 세계 최초로 4만 명의 유료 관객이 경기장을 방문해 e-스포츠의 열기를 실감케 했다. 이와 함께 가장 많은 솔로 남성이 한 장소에 모인 것으로 기네스북에 오를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사람들에게 실소를 자아냈다. 기자는 11, 12일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준결승전과 19일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결승전 현장을 찾아 팬들, 선수들, 제작자들과 함께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의 인기를 체감했다.
 
 
 
 
 
? 사진 제공 : 라이엇게임즈(www.flickr.com)
 
? 촬영 장비
 

 
 
경기장 전경
친정 싸움이었던 준결승전 A조 삼성 블루 대 삼성 화이트의 경기가 열린 10월 11일, 올림픽 체조경기장에 KeSPA 전병헌 회장이 LoL의 신바람 탈 샤코 코스프레로 등장해 큰 환호를 받았다. 지난 LoL 챔피언스 서머 결승 현장에서 관객들과 한 약속을 지킨 것. 전 회장과 함께 아리 코스프레로 함께한 권이슬 아나운서도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전 회장은 “e-스포츠를 즐기는 대부분이 젊은 사람들이다. 그들과 소통하기 위해 그닥 거부감이 없는 코스프레를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19일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결승전에도 방문한 전 회장은 “유료 관객 4만 명으로 e-스포츠의 역사를 새로 썼다”며, 롤드컵을 계기로 게임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줄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e-스포츠가 올해 처음으로 전국체육대회 정식종목으로 채택되기도 했다며, 2015년에 IeSF ,월드챔피언십 등 다양한 e-스포츠 대회로 시너지를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했다.
 

 

KeSPA 전병헌 회장과 권이슬 아나운서의 코스프레는 많은 관객들에게 웃음을 가져다 줬다. 전 회장은 이번 코스프레가 마지막일 수도 있다고 했지만, LoL에 한국형 챔피언이 추가된다면 기꺼이 다시 할 수 있다고 장담해 박수 갈채를 받았다.
 

 

 

세계에서 LoL을 가장 잘 한다는 16개 팀, 그 중에서도 대만과 싱가폴에서 16강전을 뚫고 올라온 8개 팀이 한국을 찾았다. 국내 공식 방송 스폰서 온게임넷을 비롯해 각국의 중계진들이 롤드컵 중계에 열을 올렸다.
 

준결승전 A조 ? 삼성 블루 vs 삼성 화이트
결승행 첫 번째 티켓을 두고 맞붙은 팀은 공교롭게도 친정 팀이었다. 16강 조별 풀리그 결과에 따라 A조 1위를 지킨 삼성 화이트가 본선 A조에, C조 1위를 수성한 삼성 블루가 본선 B조에 배치됐다. 함께 진출한 나진 실드는 아슬아슬하게 8강 진출엔 성공했지만 중국의 OMG 팀에 뜻밖의 영봉패를 당해 탈락하고 말았다.
 

 

코스프레, 머천다이즈 스토어 등 다양한 외부 행사를 즐기던 관객들은 경기가 시작되며 객석을 가득 채웠다. 이날 경기장엔 약 8천여 명의 관객이 찾아 두 삼성 팀의 대결을 지켜봤다.
 

 

 

결승전보다 더욱 치열할 것으로 예상했던 준결승전 A조였다. 더불어 두 팀의 전적으로 봤을 때 삼성 화이트에 유독 강한 면모를 보여 왔던 삼성 블루의 승리를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시즌 내내 강력한 압박 운영으로 화제를 몰아 온 삼성 화이트는, 무려 세트스코어 3:0으로 삼성 블루를 셧아웃시키고 먼저 결승행 티켓을 손에 쥐었다. 친정팀 간의 희비가 엇갈리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경기가 끝난 뒤 두 팀의 선수들은 서로를 축하하고 격려하는 모습으로 우애를 확인하기도 했다.
 
 

경기 내내 굳은 표정으로 게임에 집중했던 삼성 화이트 선수들은, 승리한 뒤의 기자회견장에서야 웃음을 되찾았다.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3세트 내내 소환사의 협곡을 휘저었던 전사들의 표정답지 않은 해맑음이 인상적이었다.

 
준결승전 B조 ? 스타혼 로얄 클럽 vs OMG
12일에 열린 준결승전 B조는 전날과는 분위기가 약간 달랐다. 사실상 중국 최고의 LoL 팀을 가리는 경기였다. 한국에서 모인 두 중국 팀은 세트스코어 2:2로 최종전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한국의 ‘insec’ 최인석 선수와 ‘Zero’ 윤경섭 선수가 속한 로얄 클럽은 시종일관 OMG를 상대로 한 수씩을 주고받으며 5세트를 맞이했고, 로얄 클럽은 탑 라이너가 대세인 라이즈를 미드로 옮기고 정글에 판테온을 배치하는 카드를 꺼냈다. 이 픽이 결국 로얄 클럽의 신의 한 수가 됐고, 로얄 클럽은 OMG를 무릎꿇리고 상암 월드컵경기장으로 향하게 됐다.
 

 

 

 

준결승전 B조 경기에도 전날 못지않게 많은 7천여 관중이 모여들었다. 게다가 두 팀의 경기는 전날 삼성 팀의 경기보다 박진감이 넘쳤고, 막상막하의 격돌이 연이어 벌어져 보는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대회 관계자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최종전이 벌어질 때 기자는 이미 지쳐 있었다.
 

 

OMG와 로얄 클럽의 승부는 의외로 싱거웠다. 판테온을 택한 ‘insec’의 선취점부터 4:1 상황에서도 1킬을 따낸 라이즈의 활약까지 다섯 챔피언 모두가 협곡을 휘저었다. 32:9라는 트리플 스코어 이상을 기록한 로얄 클럽은 OMG의 넥서스가 파괴되는 순간 환호했고, OMG는 말 그대로 ‘oh my god’을 읊조려야 했다.
 
 

로얄 클럽의 결승 진출이 가려진 12일, 팀 컬러 선택을 위한 코인토스가 진행됐다. 로얄 클럽이 블루 컬러를 선택하며 결승전 1,3,5경기 블루, 삼성 화이트 2,4경기 블루 컬러를 선택하게 됐다.
 
 


 
결승전 ? 이빨을 드러낸 괴수들
팬들은 물론 LoL 전문가들도 대부분 삼성 화이트의 영봉승이나 3:1 승리를 점쳤다. 그만큼 삼성 화이트의 기세는 무서웠고, 2년 연속 결승전에서 무너지지 않겠다는 로얄 클럽의 저력이 발휘될 지가 관건이었다. 이를 지켜보기 위해 4만여 관중들이 상암 월드컵경기장으로 모여들었고, 관객들은 숨죽이고 이들의 경기를 관전하며 응원하기도, 환호하기도 했다. 3:1로 삼성 화이트의 우승이 결정된 순간의 함성은 가히 기록적이었다.
 
다만 다수의 관객들이 경기장 이용에 불편을 겪거나 콘텐츠를 제대로 즐기지 못한 점은 옥의 티다. 필요 이상으로 복잡하게 구성된 좌석번호와 좁은 출입구 개방 등으로 오전부터 입장을 기다리던 관객들은 경기장 좌측의 터널까지 줄을 서야 했다. 게다가 경기 시간이 가까워지고 나서야 출입구를 추가 개방하고 관객들을 마구 입장시키는 등 허술한 시스템 운영은 아쉬웠다. ‘가장 많은 솔로 남성들이 모인 곳’이란 불명예(?)스런 타이틀도 붙을 만큼 인기와 재미가 높았지만, 운영의 부실함과 더불어 지천에 널린 쓰레기들로 바닥에 떨어진 관객들의 소양 또한 아쉬운 점이었다.
 
전병헌 회장의 말처럼 e-스포츠를 주도해 온 한국에서 더욱 정교하고 장대하며 세계적인 행사를 치르기 위해선 시스템과 더불어 이를 즐기는 게이머들과 팬들의 소양도 함께 다져야 할 듯하다. 2014 롤드컵은 끝이 났지만, e-스포츠는 아직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롤드컵 축하 공연으로 이보다 적절한 게스트가 있을까? LoL의 테마곡 ‘Worriors’를 부른 미국의 록밴드 ‘이매진 드래곤스’가 처음 한국을 찾았다. 그들은 오프닝과 엔딩 축하 공연에서 테마곡과 함께 히트곡 ‘Radioactive’ 등을 열창했다. 혹자는 ‘롤드컵인가 이매진 드래곤스 내한공연인가’라며 공연을 지켜보기도 했다.
 
 

 

 

 

온게임넷 전용준 캐스터의 ‘사자후’로 시작된 롤드컵 결승전. ‘학살’에 가까운 잔인함으로 1,2세트를 연달아 가져간 삼성 화이트는 다수의 예상대로 3:0 셧아웃을 달성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아직 해가 완전히 저물지 않은 시간, 이대로 돌아가기에 로얄 클럽의 행보는 만만하지 않았다. 로얄 클럽의 ‘Cola’ 마오카이가 경기 중반 2킬을 챙기며 드래곤까지 가져왔고, 이후 30분경 벌어진 전투에서 로얄 클럽이 대승을 거두고 내셔 남작까지 처치해 승기를 잡았다. 결코 영봉패는 당할 수 없다는 의지의 승리였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고개를 두 번 돌리지 않았다. 3세트를 내주며 일순 흔들리는 듯 보였고, 4세트 초반 분위기를 로얄 클럽이 가져가며 최종전을 예상하기도 했지만, 삼성 화이트는 이내 마치 3세트는 없었다는 듯 기세를 되찾고 특유의 압박 운영으로 로얄 클럽을 몰아세웠다. 결국 로얄 클럽의 세 번째 넥서스가 파괴됐고, 세계에서 LoL을 가장 잘 하는 팀이 탄생했다. 로얄 클럽은 2연속 롤드컵 결승 진출이라는 기록을 세웠지만 2연속 준우승에 머물고 말았다. 삼성 화이트는 롤드컵 전체 경기 중 단 두 세트만을 내주고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최강의 LoL 팀이란 타이틀을 1년간 가져오게 됐다.
 
 
smartPC사랑 | 정환용 기자 maddenflower@ilovep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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