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사의 게임사업 분리,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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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사의 게임사업 분리, 왜?
  • stonepillar
  • 승인 2014.11.0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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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여러 방면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게임이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게임은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유망 산업 분야였다. 게임 시장 규모는 매년 성장세를 보였고, 특히 국내 콘텐츠 산업 중 수출 규모에서는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내 인터넷 서비스 기업들의 주력 사업 중 하나이기도 했다. 그런데 작년 NHN를 시작으로, 올해 다음과 CJ E&M 등 주요 기업들이 게임 사업 부문을 독립 법인으로 분리하면서 그 배경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음 - 다음게임) + 카카오 = 다음카카오
 
다음은 지난 5월 말 카카오와의 합병을 전격 발표하며, IT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합병 발표 이후 다음과 카카오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조직구조 개편 및 지배구조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은 없었다. 10월 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공식적인 다음카카오의 출범을 알릴 것으로 보이는데, 이 와중에 다음은 게임 사업 부문을 분리하는 사전 작업을 진행했다. 다음의 게임 사업 부문은 8월 1일부로 독립 법인인 ‘다음게임’으로 떨어져 나왔다. 다음이 게임 사업을 외부로 분리시킨 것은 이번이 두 번째로, 2003년에도 지금과 동일한 ‘다음게임’이라는 법인명으로 게임 사업을 분리시킨 뒤 2년 후 아예 사업을 철수했었다. 전례가 있던 만큼 이번에도 결국 게임 사업을 접는 수순이 아닌가 하는 의혹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2005년 게임 사업을 접은 다음이 다시 게임 시장에 발을 담근 것은 2009년 채널링 서비스를 시작하면서였는데, 온네트 등의 개발사를 인수하고 일본의 모바일게임 퍼블리셔 DeNA와 손을 잡는 등 과거와 비교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매출을 끌어 올릴 주력 타이틀이 없다 보니 게임 시장에서의 실적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황이며, DeNA와의 제휴로 시작한 ‘다음모바게’ 서비스도 지금은 거의 방치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다음게임은 하반기 최고의 대작 MMORPG로 손꼽히는 ‘검은사막’에 사활을 걸고 있는 모습이다.
 
 
CJ넷마블 - CJ(?) = 넷마블
 
넷마블은 종합 미디어 기업인 CJ E&M의 게임 사업 부문이면서 동시에 2000년 11월에 서비스를 시작한 게임 포털 사이트의 이름이기도 했다. 다음게임과 마찬가지로 8월 1일부로 독립 법인으로 떨어져 나오면서 CJ의 이름을 완전히 탈피하고, 회사 이름을 넷마블로 변경했다. 일단 외형적으로는 그 동안 언제 어디서든 함께 했던 CJ라는 굴레를 벗어 던지게 됐다. 그리고 다른 두 회사와 달리 최근 실적과 향후 시장 전망 모두 밝은 편이다.
 
사실 넷마블도 몇 년까지는 썩 사정이 좋지 못했다. 주력 게임이었던 ‘서든어택’의 서비스가 넥슨으로 넘어가고, 그 외에 야심차게 준비했던 게임들이 대부분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매각설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었다. 그러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방향에서 돌파구가 열리게 되는데, 바로 모바일게임 시장이었다. 국민적인 열풍을 불러왔던 ‘다함께차차차’를 시작으로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후 ‘모두의마블’, ‘몬스터길들이기’ 등을 연이어 성공시키며 현재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회사로 꼽히고 있다.
 
 
NHN - 네이버 = NHN엔터테인먼트
 
국내 최대의 인터넷 포털 서비스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은 2013년 8월 포털 서비스 분야의 ‘네이버’와 게임 사업부문의 ‘NHN엔터테인먼트’로 회사를 분리했다. 2001년 네이버와 한게임이 합병하면서 NHN이 된 지 13년 만에 다시 각자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분할 비율은 네이버가 61.5%, NHN엔터테인먼트가 38.5%였으며, 주식 시장에서는 분할 후 각각 재 상장 됐다. 그러나 분리 이후에도 여전히 전망이 밝은 네이버와는 달리, NHN엔터테인먼트의 행보에는 먹구름이 가득한 모습이다.
 
NHN엔터테인먼트가 분리된 이후 고스톱, 포커 등의 사행성 웹보드게임에 대한 규제안이 시행됐는데, 이는 NHN엔터테인먼트에게 큰 타격을 안겨줬다. NHN엔터테인먼트가 운영하는 게임 포털 한게임의 주 수익원 중 하나가 바로 이들 사행성 웹보드게임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호에서 다루기도 했지만, NHN엔터테인먼트는 2014년 2분기에 전분기 대비 매출은 21.8% 감소, 순이익은 86%나 감소하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은 바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제 바닥을 친 만큼 하반기부터 상승세를 탈 일만 남았다는 희망적인 관측도 있다. 실제로 주가 변동을 살펴보면, 실적발표를 전후 해 최저점을 찍은 NHN엔터테인먼트의 주가는 그 이후 조금씩 상승세를 타고 있는 모습이다.
 
 
분사 이유 1.
빠른 시장 대응을 위한 조직 개편?
 
표면적으로 기업들이 내세우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분사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업이든 단체든 조직 규모가 커질수록 의사 결정 단계가 많아지고, 그만큼 결단을 내리기까지의 시간도 오래 걸린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현재 국내 게임 시장의 주류가 된 모바일게임 시장의 경우 3개월 이면 유행이 바뀌면서 순위가 요동치고, 신작 출시 후 1개월 안에 승부를 보지 못하면 성공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지는 치열한 경쟁 체제로 돌아가고 있다. 기존의 의사 결정 구조에서는 이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대처하는 것이 버겁다는 기업의 주장도 어느 정도는 수긍할만하다.
 
그러나 과연 그게 전부일까? 만약에 기업들이 게임과 관련된 모든 사업부문을 떼어 냈다면 이 주장이 진정성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먼저, 네이버를 살펴보면 NHN엔터테인먼트와 분리 이후에도 여전히 자체적으로 네이버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다. 단순히 기존에 서비스하던 게임들을 이어가는 정도가 아니라, 분사 이후에도 네이버는 게임 사업 분야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물론 직접 게임을 개발하거나 퍼블리싱을 하지는 않고 단순 채널링 수준이라는 점에서 기존의 방식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게임 사업에서 완전히 손 떼지 않은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다음은 어떨까? 다음은 애초에 게임 사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 자체가 적었다. 다음의 2013년 매출 중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6.3%인 337억 원에 불과했다. 다음이 게임 사업에 뛰어든 것은 네이버와 한게임이 보여준 인터넷 포털과 게임사업의 성공적인 결합을 벤치마킹 한 것이었겠지만,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다음 입장에서 게임 사업은 계륵으로 전락했고, 이를 어떻게든 처내려 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도 표면적으로야 ‘보다 공격적인 게임 사업을 전개하기 위해’ 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역시 신뢰성은 낮다. 무엇보다 다음은 카카오와의 합병이 결정된 상태인데다 카카오는 현재 국내 게임시장을 좌지우지 하는 최강의 모바일게임 플랫폼이다. 만약 정말로 보다 공격적인 전략으로 게임 사업을 전개하려 했다면, 오히려 합병 이후에 카카오의 게임 서비스까지 통합한 새로운 전략을 구상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분사 이유 2.
정부의 계속 되는 게임 규제에 따른 부담?
 
기업들에서는 공식적으로 이와 관련된 언급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실질적으로 게임 사업을 분사한 이유는 오히려 이쪽이 더 큰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최근에는 관련 이슈가 주춤하고 있긴 하지만, 올 초까지만 해도 정부와 게임 업계 사이에서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셧다운제를 비롯해 4대 중독성 물질 논란 등 여당과 관련 부처의 게임 규제안들이 통과되거나 발의 되면서 게임 업계의 강한 반발을 낳았었다. 관련 논쟁들은 현재 다른 사회적 이슈에 밀려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듯 보이지만, 아직까지 어떠한 결론도 나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에 의한 게임 규제 움직임이 본격화 되면서 여론도 점점 게임을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지게 됐고, 이는 분명 포털 서비스를 주력으로 하는 기업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게다가 만약 현재 논의 중인 게임 규제안들이 통과라도 된다면 기업 전체로 불똥이 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인터넷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네이버와 다음 뿐 아니라, 다양한 미디어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CJ E&M 역시 이는 마찬가지다. 결국 이들은 그럴싸한 명목을 붙여 게임 사업을 분리시킴으로써 문제가 될 수 있는 여지를 사전에 차단하는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남겨진 문제는 분사된 기업들의 앞날이다. 우선 넷마블은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승승장구 하고 있기 때문에 전망은 가장 밝은 편이다. 최근에는 모바일게임 시장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다시 온라인게임 퍼블리싱 사업에도 조금씩 힘을 싣고 있는 모습이다. 당장의 실적은 좋지 않지만, 전망만 놓고 보면 NHN엔터테인먼트의 사정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 현 시점에서 가장 위태로운 것은 다음게임. 유일한 희망은 하반기 최고의 대작으로 꼽히고 있는 ‘검은사막’의 성공이다. 만약 ‘검은사막’마저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게 된다면, 다음게임은 다시 한 번 같은 역사를 반복하게 될지도 모른다.
 

smartPC사랑 | 석주원 기자 juwon@ilovep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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