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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보이는 삼성 VS 애플, 모바일 특허 전쟁 승자는?

stonepillarl승인2014.10.10l수정2014.10.10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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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초 미국 블룸버그는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 특허 소송을 진행 중인 삼성전자와 애플이 미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의 특허 소송을 취하 하기로 합의 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2011년 4월 시작된 긴 특허 전쟁이 드디어 그 끝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단, 블룸버그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애플은 소송 취하에만 합의 했을 뿐 향후 특허 라이선스에 관한 의견 교환은 없었다고 하며, 무엇보다 본진이라 할 수 있는 미국에서의 소송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처음 두 회사가 소송전을 시작했을 때와 비교하면 이제는 대중들의 관심이 멀어지긴 했지만, 결말이 가까워진 만큼 그 동안의 과정을 정리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전쟁의 서막
 
삼성전자와 애플은 사실 상당히 가까운 협력 업체였다. 애플은 제품의 설계와 디자인, 소프트웨어의 개발을 모두 자체적으로 담당하지만, 실제 하드웨어를 직접 제조하지는 않는다. 내부 부품은 물론이고 완성품의 조립까지 모두 협력업체에 하청을 준다. 반면 삼성전자는 제품 생산라인을 갖추고 있으며, 다양한 하드웨어 제품들을 직접 생산하는 구조다. 또한, 한정된 분야에 특화된 애플과 달리, 가전제품부터 반도체, 디스플레이 까지 손을 안대는 분야를 찾는 게 빠를 정도로 많은 제품들을 만들어 내고 있으며, 그 중에서는 애플에 납품하는 부품들도 상당 수 있다. 실제로 애플은 소송 분쟁이 시작되기 전 해인 2010년 약 6조 5000억 원 규모의 부품을 삼성전자로부터 구매했고, 소송이 시작된 뒤에도 오히려 더 많은 부품을 삼성전자로부터 구입했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 애플은 굉장히 큰 고객사인 셈이고, 애플 역시 양질의 부품을 납품하는 삼성전자는 주요 협력업체 중 하나였다. 물론, 아이폰이 등장하기 전까지 두 회사가 직접적으로 부딪힐만한 사업 분야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애플은 이전까지 개인용 컴퓨터와 아이팟 및 음원 서비스 등이 주된 사업 분야였는데, 개인용 컴퓨터 시장이야 애플의 매킨토시와 IBM 호환 PC 시장이 분리돼 있었고, 음원 시장은 삼성의 사업 영역이 아니었다. 그런데 애플이 휴대전화 시장에 진출하면서 둘 사이의 관계가 살짝 불편해 지기 시작했다.
 
휴대전화는 삼성전자에게 있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업 분야로, 아이폰이 처음 공개된 2007년 삼성전자는 모토로라를 제치고 처음으로 세계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 2위에 올랐다. 삼성전자가 2007년 애플의 아이폰 발표를 지켜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애초에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의 전신인 PDA폰을 2000년에 출시한 전력이 있고, 지속적으로 스마트폰에 대한 연구와 투자를 해오고 있었다. 아마도 아이폰과 잡스가 제시한 새로운 패러다임에 놀라움을 느끼기는 했어도 큰 위기감을 느끼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폰은 삼성전자뿐 아니라 모두의 예상을 뛰어 넘어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뒤늦게 부랴부랴 위기감을 느낀 삼성전자는 ‘블랙잭’, ‘옴니아’ 시리즈로 대항에 나섰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사실 옴니아 시리즈의 판매량만 놓고 보면 실패작이라고 하기에 미묘하지만, 제품의 완성도를 놓고 보면 그때까지 삼성전자가 쌓아온 제품에 대한 신뢰성을 한 방에 날려버릴 만큼 치명적이었다. 옴니아의 실패 이후 삼성전자는 철저히 애플을 벤치마킹하기 시작했다. 좋게 말해 벤치마킹이고 실상은 노골적인 베끼기였다. 제품의 디자인은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포장 패키지마저 아이폰을 그대로 흉내 내면서 애플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이에 대해 스티브 잡스는 신제품 발표회장에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경쟁사들을 직접적으로 ‘카피캣’이라고 비난한 적이 있었고, 마침내 2011년 4월 법원에 정식으로 삼성전자를 제소하기에 이르렀다.
 

 
 애플의 선공, 삼성의 반격
 
애플은 2011년 4월 15일 미국 캘리포니아 법원에 삼성전자를 16개 항목의 특허 침해 혐의로 제소했다. 이어 6월 16일 독일, 17일 일본, 23일에는 한국과 네덜란드에도 연달아 소송을 걸었다. 다시 7월에는 캘리포니아 주 북부지방법원에 삼성전자 스마트 단말기에 대한 판매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으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이하 ITC)에 삼성전자 제품의 수입 금지까지 요청했다. 또 같은 달 말 쯤에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삼성전자 제품의 수입 판매 금지 가처분 신청을, 8월 초에는 독일 법원에 갤릭서탭10.1의 수입 판매 금지 가처분을 요청하는 등 정신없이 삼성전자를 몰아붙였다.
 
당시 애플이 문제 삼은 삼성전자의 특허 침해 항목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물론, 삼성전자도 가만히 앉아서 당하지는 않았다. 애플이 미국에서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하고 6일 뒤인 21일, 삼성전자는 한국, 일본, 독일에서 총 10건의 특허 침해 혐의로 애플을 제소하면서 맞불을 놓았다. 미국에서는 같은 달 27일 애플과 마찬가지로 캘리포니아 주 북부지방법원에 애플을 제소했다. 다시 6월 29일에는 미국 델라웨어와 영국, 그리고 30일에는 프랑스와 이탈리아에까지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애플이 시작한 특허 전쟁을 더욱 확대시켰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미국 ITC에 애플 제품에 대한 수입 금지 요청을 제기했다는 점인데, 애플이 삼성 제품의 수입 금지 요청을 제기한 것보다 더 빠른 조치였다. 미국 제품을 미국에서 수입 금지 했다는 부분에 의아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애플의 경우 아이폰을 비롯한 대다수의 자사 제품을 타이완의 폭스콘에서 조립한 후에 다시 본국으로 가져오기 때문에 이런 조치가 가능하다.
 
삼성전자가 주장하는 애플의 특허 침해 항목은 아래와 같다.

 
 성공을 거둔 삼성의 전략
 
사실 애플이 삼성전자를 특허 관련으로 제소했을 때만해도 이 사태가 이렇게 커져,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애플은 이전부터 다방면에 걸쳐 라이선스 및 특허 침해 관련된 크고 작은 소송을 거듭했던 회사였고, 삼성전자와 애플은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사업 파트너였기 때문이었다. 또, 당시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가 애플 제품을 그대로 모방했다는 점에 있어서는 대부분 이견이 없었기 때문에 애플의 소송은 합의 형태로 마무리 될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예상과 달리 정면대결로 나섰다. 그것도 매우 신속하게.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을 두고 삼성전자가 이런 사태를 미리 대비하고 있었던 것 아닌가 하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2010년 4월 각 부서별로 흩어져 있던 지적재산권 관련 팀들을 하나로 모아 지적재산센터(IP센터)를 만들었다. 삼성전자 IP센터는 라이선싱팀, 기술분석팀, IP법무팀 등 분야벌 특허 전문가 450여 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삼성전자 부회장 직속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오래전부터 특허관리전문기업들의 표적이 되어 왔는데,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약 40여건의 특허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이런 소송에 대비해 변호사와 변리사의 비율을 확대하고 내부 인력을 미국으로 연수 보내는 등 인력 양성에 힘써왔다.
 
더욱이 플래그십 스마트폰 라인업인 갤럭시 시리즈가 애플의 제품을 모방했을 때부터 애플의 견제는 충분히 예상됐던 결과이기도 했다. 애초에 애플은 삼성전자에 소송을 걸기 이전에 이미 안드로이드 진영의 선두 주자였던 HTC를 상대로 특허 소송을 진행 중이었고, 그 이전의 역사를 봐도 애플이 진행한 특허 소송은 한 둘이 아니다. 그런 애플이 삼성전자의 모방 행위만을 눈감아 주고 넘어갈 리는 없었다.
 

애플의 공격에 대한 삼성의 침착하면서 강력한 맞대응은 바로 이런 예측과 준비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삼성전자는 이를 매우 잘 활용했다. 우선 2011년 소송이 시작될 시점의 전후 사정을 살펴보자. 삼성전자는 아이폰으로 촉발된 스마트폰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급하게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했지만, 옴니아라는 희대의 실패작을 만들어 내면서 위기에 봉착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로 노선을 바꾼 이후에는 이런 위기가 무색할 정도로 빠른 성장세를 보였는데, 2009년 4분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3.3%에 불과했지만, 1년 뒤 2010년 4분기에는 9.6%로 크게 뛰어 올랐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는 노키아였고, 애플 역시 삼성보다 앞선 16%대의 점유율을 갖고 있었다. 삼성으로서는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줄이거나 역전할 결정적 한방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애플의 특허 소송은 어쩌면 삼성전자로서는 기다리고 있었던, 매우 반가운 손님이었을지도 모른다. 삼성전자는 애플의 소송에 대해 맞대응 하는 수준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전쟁터를 전 세계적으로 확대시켰고, 이를 언론으로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이를 통해 삼성은 모방 업체라는 이미지적인 하락을 겪기는 했지만, 그 이상으로 애플과 정면으로 대립하는 라이벌의 이미지를 얻기 시작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점차 반 애플 진영의 대표적인 기업으로 부각됐고, 여기에 양질의 스마트폰 라인업을 시장에 내놓으면서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스마트폰 제조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그래서 승자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소송전은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첫 소송이 시작된 지 3년 하고도 4개월이 훌쩍 지난 지금에 와서야 누가 이기든 빨리 끝나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높지만, 처음 1년 동안은 정말 많은 관심을 받으며 마치 세기의 대결처럼 비쳐지기도 했다. 당시는 스마트폰 시장이 급성장했던 시기이기도 했으며, 이 소송의 승자가 스마트폰 시장의 패권을 쥘 것처럼 그려지기도 했었다. 물론, 어차피 두 회사가 간만 보다가 알아서 잘 합의하고 좋게 끝날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다. 지금 와서 보면 반은 맞고 반은 틀렸지만.
 
다른 나라에서 진행 중인 소송들에 대해서는 전부 취하하기로 했으니 더 이상의 의미가 없게 됐고, 남은 건 미국에서의 재판 결과인데, 2012년 8월 24일 첫 번째 배심원 평결이 있었다. 배심원들은 삼성이 애플의 디자인 특허와 실용 특허, 그리고 트레이드 드레스를 고의적으로 침해했다고 평결하고, 삼성이 애플에게 10억 4900만 달러의 배상금을 지불하라고 명령했다. 반대로 애플은 삼성에게 배상할 필요가 없다고 평결하면서 애플의 압승을 선언했다. 그런데 이 평결 이후 배심원단의 잇단 자질 문제들이 불거지면서 이 판결이 공정치 못했다는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이후 애플의 변호인단은 이를 근거로 삼성전자의 스마트 제품군에 대한 미국 내 판매금지 요청을 제출했고, 삼성과 애플 모두 항소를 결정하면서 소송전은 2차전으로 넘어간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항소심 서면 제출 만기일을 앞두고 애플은 항소를 포기한다고 밝혔고, 삼성전자는 여전히 항소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애플에게 지불해야 할 배상금은 2013년 11월에 배상액 재산정 공판을 통해 9억 3000만 달러까지 줄었지만, 여전히 막대한 금액인 만큼 항소를 통해 배상액 줄이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요청했던 삼성전자 스마트 제품군의 미국내 판매금지는 기각됐다. 이와 별개로 애플은 삼성전자와의 특허 소송으로 발생한 비용 2200만 달러를 삼성전자에서 지불하라고 청구했지만, 이마저도 기각.
 
아직 항소심이 남아 있긴 하지만, 일단 현재까지는 삼성전자가 애플에게 약 1조 원에 가까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할 입장에 놓여 있으니, 표면적으로는 애플의 승리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삼성전자가 참패했나 라고 물어본다면, 꼭 그렇다고 볼 수도 없다. 물론 소송 자체는 현재 지고 있는 상태고 큰 금액을 배상해야 할 입장에 놓여 있지만, 지난 3년 남짓의 소송 기간 동안 삼성전자가 얻었을 마케팅 효과, 그리고 이를 통한 시장 확장과 막대한 부의 축적을 생각해본다면, 전혀 아까울 것 없는 비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애플은 아직도 삼성전자로부터 부품을 구입하고 있는 등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에게 있어 진짜 문제는 오히려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실적은 갈수록 하락하고 있는 반면, 강력한 경쟁상대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 제조사들의 기세는 나날이 커지고 있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삼성전자가 애플을 모방하며 성장한 것처럼 중국의 제조사들도 애플과 삼성전자를 모방하면서 급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애플은 경쟁사의 급성장을 특허 소송으로 견제했다. 삼성전자는 과연 새로운 경쟁사의 급부상을 어떻게 견제해 나갈지 앞으로의 전개가 더욱 기대된다.
 

 
smart PC 사랑 | 석주원 기자 juwon@ilovep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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