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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시장의 공룡, 노키아의 흥망성쇠

stonepillarl승인2014.08.05l수정2014.08.05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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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지구상에 가장 많은 개체가 활동하며 1억 5000만 년 이상 지구 생태계의 최정점에서 지배자로 군림했던 공룡. 하지만 공룡의 지배는 영원하지 못했다. 이제는 정설이 된 운석충돌로 인한 지구 환경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공룡은 서서히 멸망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14년 동안 휴대전화 시장에서 왕좌를 내준 적 없던 공룡기업 노키아의 모습도 이와 비슷하다. 스마트폰이라는, 운석충돌에 비견될만한 거대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시장에 적응하지 못한 공룡기업 노키아는 서서히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고, 2014년 4월 말 마이크로소프트로의 인수 작업이 마무리 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다.(주1)
 
*주1: 어디까지나 휴대전화 부문에 한정된 이야기다. 네트워크 장비, 지도서비스, 특허부문 등은 그대로 노키아에 남아 있다.
 
 
구세주 올릴라의 등장
 
노키아는 지금으로부터 약 150년 전인 1865년도에 창립됐다. 오랜 역사를 가진 기업들이 대부분 그렇기도 하지만, 애초에 전기ㆍ전자라는 용어 자체가 생소한 시기에 창립된 노키아가 처음부터 휴대전화를 만들었을 리는 만무하다. 노키아의 시작은 종이를 만드는 제지업이었다. 핀란드 독립(1917년) 이후 어려움을 겪던 노키아는 핀란드 러버 웍스(Finnish Rubber Works)라는 고무 생산 업체의 경영자에게 인수됐고, 1967년 핀란드 케이블 웍스(Finnish Cable Works)를 포함한 3사 합병으로 지금의 노키아가 탄생했다. 그리고 이때를 기점으로 노키아는 본격적으로 전자통신 분야에 진출하게 된다.
 
하지만, 노키아의 전반적인 상황이 썩 좋지는 못했다. 1980년대 전자계산기 시장에 진출한 노키아는 ‘Mikromikko’라는 브랜드의 PC를 생산하기도 했지만 큰 성과를 보지 못했고, 같은 시기에 휴대전화시장에도 진출했지만 역시 좋은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1988년 노키아의 CEO였던 카리 카이라모(Kari Kairamo)가 경영부진의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한 사건으로도 당시 노키아의 상황을 엿볼 수 있다. 특히 1991년 노키아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시장이었던 소비에트연방의 붕괴는 안 그래도 어려운 상황에 놓였던 노키아에게 치명타를 가했다. 이때 노키아의 최대 주주인 핀란드 은행이 노키아를 경쟁사였던 에릭슨에 매각하려 했지만, 에릭슨에서는 이 제안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계속되는 부진의 위기에서 노키아를 구한 것이 바로 핀란드 경제의 모세라고도 불렸던 요르마 야코 올릴라(Jorma Jaakko Ollila)였다. 원래 올릴라는 시티은행의 노키아 담당 책임자였는데, 1985년 노키아의 국제부문 부사장으로 영입됐고, 1년 후에는 CFO(최고 재무담당 경영자)로 승진했다. 이때 그의 나이는 35세에 불과했다. 그리고 1990년 올릴라는 휴대전화 사업부를 맡게 되었는데, 당시 그에게 주어진 임무는 6개월 후 사업부의 존속 여부를 결정할 보고서를 만들어 제출하는 일이었다. 그로부터 4개월 후 올릴라는 “우리는 이 사업부를 처분해서는 안됩니다” 라는 보고서를 올리게 된다.
 

 
휴대전화 시장을 삼킨 노키아
 
올릴라는 혼란에 빠진 휴대전화 사업부를 정비하기 위해 바쁘게 뛰어다녔고, 노키아 이사회는 그런 올릴라를 높게 평가해 1992년 그를 노키아의 CEO로 지명한다. 올릴라의 신화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CEO에 취임한 올릴라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기업의 가치를 끌어 올리고 투자금을 유치하는 일이었다. 올릴라는 선택과 집중을 위해 휴대전화 사업을 제외하고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사업들을 하나하나 처분했다. 당시 노키아에서 휴대전화 사업부가 차지하는 매출은 불과 10%에 불과했기 때문에 올릴라의 이런 방침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그의 결단력을 높게 평가한 미국의 투자자들이 노키아에 관심을 보였고, 이들의 투자를 바탕으로 1994년에는 뉴욕증권거래소에도 상장할 수 있었다.
 
올릴라가 휴대전화 사업에 집중 한 것이 근거 없는 도박은 아니었다. 당시 휴대전화는 전 세계적으로 고작 2000만 대 정도의 수요가 있던 작은 시장이었지만, 올릴라는 이 시장이 갖는 잠재력을 누구보다 먼저 알아챘다. 그리고 유럽의 GSM 표준은 물론이고, 미국의 TDMA, 일본의 PDS 표준까지 모든 통신표준의 단말기를 생산해 내며 전 세계 시장을 공략해 갔다. 이런 공격적인 전략은 성공을 거둬 1993년 노키아는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1995년에는 10억 달러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수 있었다. 노키아의 기세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1998년 마침내 노키아는 모토로라마저 제치고 전 세계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 1위에 등극했고, 이듬해인1999년에는 영업이익 40억 달러를 달성했다.
 
마침내 세계 휴대전화 시장을 석권한 노키아는 핀란드 경제에도 지대한 공헌을 했다. 핀란드 경제 연구소 ETLA에 따르면 2000년 핀란드의 경제 성장률 5.1% 중에 1.6%가 노키아의 몫이었다고 하며, 노키아 한 기업이 핀란드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60%를 차지한 것은 물론, 핀란드 내 제조업 고용인구의 1/3이 노키아에서 일을 했다고 하니 그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노키아를 뒤흔든 스마트 전쟁
 
노키아가 휴대전화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며 자기의 길을 고수하고 있을 때, 변방에서는 작지만 묵직한 변화의 물결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2007년 애플은 기존의 휴대전화가 가지고 있던 개념을 완전히 바꿔버릴 혁명적인 제품, 아이폰을 발표했다. 아이폰이 처음 등장할 당시만해도 일부 얼리어댑터들의 전유물이나 애플 마니아들을 위한 독특한 제품 정도로 여겨졌었다. 그러나 아이폰이 대중을 사로잡기까지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물론 노키아 역시 스마트폰 시장을 손 놓고 바라보고만 있었던 것은아니었다. 노키아는 일찍부터 심비안OS를 탑재한 단말기를 시장에 출시해 왔고, 2009년에는 심비안OS의 개발사인 심비안Ltd.를 인수하는 등 적극적으로 스마트폰 시장에 투자했다. 2008년 심비안OS는 전체 스마트폰 시장의 60%를 장악하면서 세계 1위 휴대전화 업체인 노키아의 힘을 여실히 보여줬다. 그러나 빠르게 성장하는 iOS와 안드로이드에 서서히 밀린 심비안OS의 점유율은 2009년 51%, 2010년에는 다시 41%로 급락했다. 여기에 2011년 노키아가 윈도우즈폰에 주력하는 방향으로 사업 전략을 수정하면서 심비안은 완전히 버려지게 되었다. 그리고 심비안과 함께 노키아의 영광도 그 끝을 고하고 있었다.
 

2010년 노키아는 424억 유로의 매출과 20억 유로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2011년에는 18% 하락한 386억 5900만 유로의 매출과 10억 7300만 유로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2012년에는 다시 22% 하락한 301억 7600만 유로의 매출과 23억 300만 유로의 영업손실이 발생해 갈수록 실적이 나빠졌다. 그리고 같은 해에 14년 동안 독점해왔던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 1위도 삼성전자에게 내주고 말았다. 이 사건은 영원할 것 같았던 노키아 제국의 붕괴를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남겨진 공룡의 유산
 
현지시간으로 2013년 9월 2일 노키아는 휴대전화 단말기 사업부문을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사실 노키아가 윈도우즈폰 단말기를 주력 라인업으로 가져가면서부터 꾸준히 제기됐던 전망 중 하나였기 때문에 그렇게 놀라운 발표는 아니었다. 현지시간으로 2014년 4월 25일 노키아는 홈페이지를 통해 인수 작업이 완료되었음을 공지했고, 이로써 노키아의 브랜드는 잠정적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다.
 
물론 노키아를 인수한 마이크로소프트는 휴대전화에 노키아 상표를 사용할 수 있지만, 정작 스마트폰에는 사용할 수 없어 의미가 없다. 휴대전화 부문을 매각한 노키아 역시 2015년 12월 31일까지 어떠한 휴대용기기도 노키아의 이름으로 만들 수 없기 때문에 당분간 노키아의 이름을 단 신제품은 만나볼 수 없을 전망이다. 결과적으로 인수 작업이 마무리 되기 전 노키아에서 출시한 ‘노키아X’ 시리즈가 노키아의 이름을 단 마지막 제품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제품은 노키아 최초의 안드로이드폰이라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인수 직후 마이크로소프트는 ‘노키아X’ 시리즈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는데, 겉으로만 보면 마이크로소프트가 안드로이드를 수용하 는 것으로 보이기 쉽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연막에 불과하며, 사실상 윈도우즈폰의 확장을 위한 포석으로 볼 수 있다. ‘노키아X’ 시리즈는 안드로이드 4.1 젤리빈을 독자적으로 커스텀한 ‘노르망디’라는 OS를 사용하는데 구글의 콘텐츠는 전혀 사용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UI 디자인을 윈도우즈폰처럼 만들어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들이 자연스럽게 윈도우즈폰의 UI에 익숙해지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 ‘노키아X’ 시리즈는 저사양 보급형 라인업으로 출시 후 빠르게 판매량을 높여가고 있어,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략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백악기 공룡의 멸종은 한 시대의 종말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의미하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노키아의 몰락은 새로운 시대의 신호탄이라고 볼 수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노키아를 인수함으로써 그 동안 노키아가 축적해 온 단말기 개발 노하우는 물론이고, 방대한 관련 특허까지 10년 동안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휴대전화 시장을 14년 동안 지배했던 공룡의 유산을 마이크로소프트가 그대로 물려받은 셈이다. 이러한 노키아의 유산을 물려받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점차 정체되어 가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새로운 변화를 주도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smart PC 사랑 | 석주원 기자 juwon@ilovep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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