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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게임‘신작 가뭄’의 실체

PC사랑l승인2013.11.25l수정2013.11.25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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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게임 산업은 여가를 즐기는 도구로, 문화 콘텐츠로, 그리고 K-POP을 능가하는 해외 수출 품목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올해 들어, 대한민국 게임 산업의 주축을 이뤄왔던 온라인 게임분야는 최근 몇 년간의 성장세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냉랭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신작 가뭄'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온라인 게임 분야가 침체된 원인은 무엇이며, 앞으로 어떤 행보가 필요할지에 대해 진단해 봤다.
 
 
 
침체 징조는 이미 나타나 있었다
요즘 온라인 게임과 관련된 소식을 읽어보면 우울한 의미로 격세 지감을 느끼게 된다. 지금도 PC방에서는 <리그 오브 레전드>가 4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그 소식 외에 생동감 있는 이야기를 찾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한 달에도 적으면 다섯 개, 많으면 열 개 이상의 신작 온라인 게임이 쏟아져 나왔던 예년과는 달리 올해는 신작 소식이 여느 때보다 뜸하다. 그보다는 한때 이름을 날렸던 온라인 게임들의 서비스 종료 소식이 더 많이 들려오는 듯해 게이머들을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40% 점유율은 경이적이면서도 아이러니한 성적이다.
 
온라인 게임 흥행의 척도가 되는 PC방은 사정이 더 심각하다. 작년 초여름만 해도 <리그 오브 레전드>가 지배하는 대한민국 온라인 게임 시장에 <디아블로 3>와 <블레이드 앤 소울>까지 덤벼들어 활기를 띠던 때가 있었지만, 이제 PC방에서 그 때의 열기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리그 오브 레전드>외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마땅치 않은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PC방 전면 금연화를 비롯한 각종 규제로 인해 금연법 계도기간이 끝나는 올해 말이면 최대 수천 개의 PC방이 집단 폐업할지도 모른다는 전망까지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약 1년 사이 갑자기 온라인 게임 분야의 분위기가 달라진 것을 두고 각계에서는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징후를 토대로 지금의 신작 감소 현상보다 침체 폭이 더 깊어질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 소식을 접한 많은 게이머들은 '잘 나가다가 왜 올해 갑자기 힘이 빠졌는지 모르겠다'며 의아해하고 또 우울해하고 있다. 여기에서 짚고 넘어갈 것은, 온라인 게임이 계속해서 잘 나가다가 힘이 빠진 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수 년 전부터 온라인 게임 분야는 서서히, 그리고 분명하게 힘이 빠지고 있었고, 그런 현상이 예년에 비해 심각하게 나타난 것뿐이다.

게임의 출시를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등급분류와 심의신청 통계를 놓고 분석하면 온라인 게임계의 침체가 여실히 드러난다. 게이머들이 <디아블로 3>와 <블레이드 앤 소울> 등 대작 게임 대결에 눈을 돌리고 있던 2012년 상반기의 지표를 살펴보면 온라인 게임의 등급분류 건수가 385건이 발생했는데, 이는 2011년 상반기의 562건에 비해 무려 177건이 감소한 것이다. 게임 산업의 특성상 전반기보다는 후반기에 게임 심의가 활발하고, 대작 온라인 게임이 출시되면 일시적으로 다른 게임의 출시 시기가 늦어지는 점을 감안해도 이는 매우 큰 감소폭이다.

게임 심의 신청건수를 다룬 통계에서도 온라인 게임의 출시 감소 경향을 찾아볼 수 있다. 온라인 게임은 지난 2009년에 총 1,599건의 심의 신청건수를 기록하며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2010년에는 심의신청 건수가 1,363건으로 줄어들었고, 2011년에 1,118건, 2012년에는 964건을 각각 기록하며 3년 사이 40퍼센트나 줄어들 정도로 뚜렷한 신작 감소세가 이어져 왔다. 실제로 2013년 초의 심의건수도 2012년에 비해 더 줄어서 이런 추세라면 2013년에는 온라인 게임의 심의 건수가 전년 대비 20퍼센트 이상 감소할 수도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견 게임들의 퇴장은 게이머들에게 더욱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출시 감소 경향 못지않게 우려되는 현상은 기존 온라인 게임의 서비스 종료다. 특히 올해는 게이머들 사이에서 이름이 알려진 게임들이 한 달에도 몇 개씩 서비스를 종료하는 일이 발생해 게이머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약 1~2년 전만 해도 고정 게이머들을 보유한 게임이 리메이크 혹은 대규모 업데이트를 진행해 신작 게임 못지않은 효율을 낸 것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은 고정게이머를 보유하고 있는 게임이라 해도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는 것을 피하지 못하고 시장에서 사라지기 때문에 이런 움직임을 어느 때보다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서비스 종료 게임이 더 많이 눈에 띄는 기현상
올해 들어 서비스 종료를 발표한 게임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장르와 규모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드래곤볼 온라인>,<십이지천 2>, <리프트>, <완미세계>, <배터리>, <디젤 온라인>, <레이시티>, <배틀필드 온라인> 등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됐던 기대 신작부터 한때 크게 흥행하며 게임사의 대표 상품이었던 게임들까지 줄줄이 시장에서 퇴출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해외 기대 신작이었던 <리프트>, 서비스 성공률이 매우 높은 야구 장르의 신작 게임 <야구의신>처럼 안정적인 기반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 게임이나 서비스 개시 1년 이하의 게임들도 시장에서 사라지는 현상은 매우 충격적이라 할 수 있다.
 

출시 7개월 만에 서비스를 종료한 <야구의 신> 공지
 
 
한때 수만 명의 동시접속자를 기록했던 <리프트>도 쓸쓸히 대한민국을 떠났다.
 
게임뿐만 아니라 PC 게임의 온라인 서비스 포털이나 온라인 게임 관련 플랫폼이 아예 사라지는 일도 올해 들어 더욱 빈번해지고 있다. 다음과 네이버에서 운영하고 있던 소셜게임 플랫폼이 서비스 종료를 맞았고, 게임포털 올스타는 서비스 종료 후‘세가’에 인수됐다. 게임포털 조이안도 상반기에 서비스 종료 공지를 내걸었다. 작년부터 대형 게임 포털들이 상호 채널링 서비스를 개시하며 연합전선을 형성하는 일이 잦을 정도로 수익성 보전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을 생각하면 중소 규모 게임 포털의 위기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웹게임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한때 약 30여 종의 웹게임을 유치했던 웹게임 전용 브라우저 서비스 마블박스는 지난 8월 서비스를 종료했고, 대한민국 최초의 웹게임 포털로 화제가 되었던 게임하마 역시 대부분의 웹게임을 서비스 종료한 후 홈페이지를 폐쇄하고 카포게임즈라는 이름으로 잔여 웹게임 서비스를 하고있다. 그 외에도 네이버에서 시작한 패키지 게임이 시장 한계를 드러내며 판매 중단됐고, 게임톡 서비스 역시 중단해 게이머들에게 안타까움을 샀다.
 
<크리티카> 등을 비롯해 상반기에 주목 받은 신작 게임은 소수에 불과하다.
 
올해 공개 서비스를 새로 시작한 게임들 역시 기존에 시장을 점유하고 있던 게임의 그늘에 가려져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다. 게임 점유율 통계에 따르면 <리그 오브 레전드>가 40% 가량의 독보적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고, 올해 나타난 신작 게임들 중에는 <아키에이지>, <던전 스트라이커>, <크리티카> 정도가 상반기에 어느정도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와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성과도 단기적으로 점유율 순위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정도에 그쳤을 뿐 시장의 판도를 재편할 만큼의 위력은 보여주지 못했다. 스마트폰 게임분야에서 카드 게임들이 트렌드를 선도하며 인기 게임 장르를 갈아치운 것과 비교하면 전혀 딴판인 셈이다.

이처럼 기존 게임들은 극심한 부진으로 대거 퇴출되고 신작 게임들은 대부분 부진해 온라인 게임 시장 활성화에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하게 되면서, 그렇잖아도 위축되었던 온라인 게임 시장이 날로 어려워지고 있다. 많은 중견 게임사들이 수익 악화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으며 확실한 수익원인 <리니지>를 보유한 엔씨소프트마저도 <아이온>과 <블레이드 앤 소울> 등의 매출이 하락하며 기존 게임을 신작 게임들이 대체하지 못해 성장 동력에 빨간불이 켜졌다. 시장 상황이 이렇게 되자 대다수 게임사들은 스마트폰 게임 중심으로 구조를 변경하고 이를 개발·유통하려는 시도를 하는 등, 온라인 게임 시장에 들이는 노력을 상당 부분 축소하고 있다.
 
엔씨소프트에게 <블레이드 앤 소울>의 매출 감소는 매우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돌아보면, 최근 몇 년 간 대한민국 게임계의 이슈를 지배해 온 것은 온라인 게임 분야였다. 항상 온라인 게임 분야에는 신작 게임이 넘쳐났고, 매 분기마다 출시되는 신작 게임에 대한 기대감, 출시 소식, 흥행 순위 등과 관련된 소식이 뉴스의 주류를 이뤘다. 하지만 온라인 게임이 다른 플랫폼에 밀린 이후로는 신작 게임 출시 소식보다 서비스를 종료한다는 보도가 더 많이 나올 정도로 위태로운 상황이 됐다. 적어도 2013년 올해, <리니지>와 <바람의 나라> 이후 승승장구를 해오며 질적·양적으로 성장세를 보였던 지금까지 온라인 게임의 모습을 시장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시장의 변화, 좁아지는 입지
게임 시장에서 기존의 굵직한 게임들이 서비스를 종료하거나 신작이 새로이 나오지 못하는 원인을 살펴보면, 거의 대부분 매출및 수요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어떤 콘텐츠가 시장에서 수요를 발생시키지 못해 매출을 올리지 못하거나, 또는 일정 규모의 매출이 나오더라도 이익을 얻지 못하는 환경이 조성되면 그 콘텐츠는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게 되고, 비슷한 유형의 콘텐츠가 새로 생산되는 것도 어려워진다. 따라서 온라인 게임 시장의 침체원인을 알아보려면 수익 구조를 악화시키고 신작 수요를 감소시킨 원인이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한민국 게임 시장의 성향과 그로 인해 달라진 게임의 모습을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게임 시장의 성격은 참으로 미묘하다. 시장을 선점하거나 지배하는 소수의 게임은 쉽게 인정하고 그 게임을 중심으로 유행 장르와 점유율 등을 재편하지만, 후발 주자나 이미 레드 오션인 장르에 나타난 신작 게임에 대해서는 냉혹할 정도로 경직되고 보수적인 경향을 띤다. 그 결과 대한민국 게임 시장은 흐름을 잘 탔거나 시장을 선도하는 소수의 게임을 제외하고 어떤 게임도 흥행을 보장 받지 못하는 불확실 요인이 많은 시장이 됐다.피파 온라인 시리즈처럼 유명 게임의 후속작이 나와도 전작 서비스가 종료되지 않는 한 여전히 전작을 즐기려는 게이머들이 후속작을 플레이하지 않기 때문에, 전작보다 발전된 볼거리를 제공하는 후속작이어도 팬들에게 무시당하거나 오히려 못한 성적을 거두는 일도 일어난다.
 
<스타크래프트 2>는 전작에 비해 발전된 볼거리를 제공했지만, 성적은 썩 좋지 못하다.
게임 기술이 발달하면서 게이머들은 신작 게임에 점점 더 높은수준의 볼거리 및 연출을 요구하게 됐다. 그 결과 시장에 새로 나타나는 온라인 게임들은 아주 간단한 조작법으로 즐거움과 재미를 주는 캐주얼 게임, 방대한 콘텐츠에 웅장한 볼거리를 보여 주는 블록버스터 게임으로 나뉘며 양극화 현상을 띠게 됐다. 반면 중규모 정도에 해당하는 미드코어 게임들은 개발 검토 단계에서 사라지는 일이 잦아져 과거에 비해 게임 품질의 다양성이 떨어졌다. 또, 게의 장르와 규모가 점점 좁아지면서 콘텐츠도 획일화되기 시작했다.
 
물론 웹게임이 온라인 게임의 새로운 장르로 떠오르던 때까지만 해도 온라인 게임 분야에는 아직 성공할 만한 가능성들이 엿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게임 업계 스스로가 이런 새로운 가능성마저 갉아먹고 있다. 자체 개발을 통해 노하우를 입수하거나 독자적인 게임을 만들기보다는 중국 등에서 이미 만들어진 게임을 현지화 해 서비스하는 방식으로 쉽게 돈을 벌려고 한 것이다. 단기적 사업으로 놓고 보면 합리적 결정일지 모르지만 결국 게임의 수입 단가만 높여 '남 좋은 일'을 만들어 준 꼴이다.
 
스마트폰 게임은 자율심의와 간편한 접근성을 무기로 빠르게 퍼졌다.
 
온라인 게임 분야의 신작 감소가 극심해진 것은 어플리케이션 시장 개방 이후 자율심의 도입을 통해 스마트폰 게임 시장이 개방되면서부터다. 물론 모바일 게임 시장은 스마트폰 게임 시장 개방 이전부터 발전하고 있었지만, 스마트폰의 보급화 및 외국 유명 게임의 글로벌 앱스토어 서비스 개시와 더불어 스마트폰 게임의 기술· 품질 발전에 가속도가 붙었다. 게임 시장 판도는 이제 스마트폰 게임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같은 방식의 게임이라도 스마트폰 게임으로 제작하면 온라인 게임에 비해 개발비가 적게 들고, 더 많은 게이머를 끌어들여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게임의 회원 모집이 10만에서 100만 단위로 이슈가 되는 반면, 소위 국민 게임 소리를 듣는 스마트폰 게임은 천만 단위 이용자가 나오는 것만 봐도 플랫폼의 접근성에서 PC보다 스마트폰이 우위를 가지는 것을 알 수 있다. 거기에 콘텐츠 보강을 통해 1년 이상 생명력을 유지하는 모바일 게임들이 생겨나자 시장의 규모는 점점 커졌다. 그 결과 가벼운 게임성을 가진 웹게임이나 온라인 캐주얼 게임들은 스마트폰 게임에 밀려 설 자리를 잃게 됐고, 액션 중심의 RPG와 FPS 게임, 소수의 블록버스터 게임처럼 제한된 형태의 게임만이 온라인 게임 분야의 신작으로 출시 가치를 갖게 되는 등 온라인 게임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기술적 발전이 흥행을 보장하지 못하는 현실은 온라인 게임의 딜레마 중 하나다. 사진은 최근 서비스를 종료한 <배터리>.

그러나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이미 RPG와 FPS 게임 같은 주류 장르들은 기존의 히트작이 자리를 내주지 않아 레드 오션이 됐고, 최근 몇 년간 등장했던 대규모 신작들도 <리니지>와 <서든어택> 등에 밀려 날이 갈수록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다. 시장의 수요에 따라 장르에 제한을 받고 살아남기 위해 웰라운드·웰메이드 게임이 될 것을 요구받지만, 그런 요구사항을 만족시켜도 흥행을 보장 받을 수 없는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신작 게임의 출시는 날이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른 요인은 없는가
이처럼 온라인 게임의 신작 감소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친 것은 시장의 수요 변화와 스마트폰 게임 시장의 성장 때문이라 할 수 있지만, 그렇게만 요약하는 것은 너무 간단하고 단편적이다. 시장에서 수요 변화와 특정 플랫폼의 성장·감소를 불러 오는 것은 성장하는 장르의 순기능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아무리 게임 시장의 변화 속도가 다른 시장보다 빠르다 해도 지금처럼 대한민국 온라인 게임 분야가 갑자기 신작 가뭄이라는 말이 돌 정도로 변하고, 스마트폰 게임 쪽으로 인력과 시장 트렌드가 급속히 이동하고 있는 것은 단지 스마트폰 게임의 접근성 및 재미 요소 때문 만 이라고 말할 수 없다.
 

실효성이 낮은 게임 규제 홍보 만화는 게이머들 사이에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그런 점에서 판단해 볼 때, 셧다운제를 필두로 한 정부의 규제 방침은 온라인 게임에 대한 투자 및 신작 제작 의욕을 급속도로 떨어뜨린 중요 요인으로 지적된다. 게임 이용을 제한해 청소년의 자유를 한정하고 과도한 개인정보를 수집한다는 논란을 빚고 있는 여성가족부의 셧다운제, 문화부의 게임시간선택제는 중복규제 및 과잉규제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 게임 이용 규제의 실효성을 따져 보면, 그나마 효과가 있다는 게임시간선택제도 채 3%가 넘지 않는 효과를 보이는 등 투입된 비용과 사회적 역량에비해 그 효과가 형편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셧다운제 등 온라인 게임규제 방침을 도입할 당시 청소년의 수면과 건강을 그 이유로 내세웠지만 실제 거둔 효과는 비용 대비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도 이 규제들은 축소되거나 폐지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올 초부터 셧다운제의 시간대와 개인정보 수집 범위를 강화하는 법안이 제출됐고, 얼마 전에는 정치권에서 게임을 도박· 마약·음주와 함께 '4대 중독'으로 싸잡아 비유하기도 했다. 게임사 매출의 5%를 정부가 거두겠다고 하는 등 게임업계에 대한 규제와 근거 없는 비난 수위는 오히려 더욱 강화되고 있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규제의 진짜 목적이 청소년의 수면이나 건강 보장이 아니라 게임업계에 부담금 명목으로 수천억 원 대의 돈을 요구하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인 만큼, 게임 규제가 현실성이 없음을 객관적으로 입증한다 해도 게임에 대한 마녀사냥 분위기가 쉽게 완화되거나 철폐될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게임 이용 제한과 관련된 규제 말고도 온라인 게임의 목을 죄는 규제가 또 있다. 게임 결제와 관련된 인증절차가 강화돼 금액에 관계없이 공인인증서 인증을 받아야 해서 온라인 게임에 돈을 쓰는 일이 몹시 번거로워진 것, PC방에 대한 규제 강화로 전면 금연이 의무화되면서 PC방 사업자들이 기껏 조성해 놓은 흡연구역이 무용지물이 된 것이 그것이다. 이런 명문화된 규제 외에도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행위 자체를 마치 음주나 흡연 같은 유해물을 접하는 행위로 규정짓는 듯한 분위기로 몰고 가 게임에 대한 여론을 고의적·지속적으로 악화시키는 일도 빈번하다. 그 결과 요즘 PC로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것은 마치 범죄를 저지르는 것 같은 분위기가 되고 말았다.
 
이런 식으로 온라인 게임 규제 및 게임업계 죽이기 발언이 줄을 잇자, 게임사들은 셧다운제 적용을 피하려고 멀쩡한 게임에 욕설을 집어넣어 성인 등급 심의를 받거나, 온라인 신작 게임을 대거 줄여 스마트폰 게임으로 이동하고 있다. 규제를 지키기 위해 발생하는 추가 개발비용과 유지비용을 부담해야하지만 수익이 보장되지 않을 뿐더러 사회적으로 욕을 먹는 PC게임에서 게임사들이 눈을 돌린 것이다. 자율심의로 자유로운 환경에서 게임을 만들 수 있고 접근성도 높은 스마트폰 게임 쪽을 택한 것은 이윤 문제를 제하고 생각하더라도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최근 500억 원 규모의 모바일 게임 사업설명회 개최를 선언한 네오위즈게임즈
 
중국 온라인 게임 산업이 급성장해 국내 온라인 게임의 수출이 어려워지고 성공 가능성이 불투명해진 것도 온라인 게임의 수익 감소에 한몫 하고 있다. 중국의 온라인 게임 시장은 <리그 오브 레전드>를 개발한 라이엇게임즈의 모회사인 텐센트가 대부분 장악하고 있으며, 그 결과 <블레이드 앤 소울> 같은 대한민국의 대표 온라인 게임들이 진출해도 성공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한때 300~400만 명의 동시접속자를 기록했던 <크로스파이어>나 <던전 앤 파이터>같은 국산 게임들의 위세가 최근 한풀 꺾이며 전만 같지 못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특히 중국의 온라인 게임 산업은 국가의 전폭적 지원 아래 매년 약 30% 이상의 양적 성장을 이루고 있어, 무분별한 국가 규제로 침체 기미를 보이고 있는 대한민국의 온라인 게임 산업과 비교되고 있다.
 
 
 
 
 
 
 
 
희망을 놓지 않으려는 하반기 움직임
이처럼 온라인 게임 분야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래도 올 후반기에 굵직한 신작들이 속속 시장에 나오고 있는 점은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에 희망을 갖게 만든다. 올해 하반기에 공개 서비스나 비공개 테스트를 진행하는 게임들 중에는 <검은 사막>, <이카루스>, <에오스>, <아스타>, <아크로드 2> 등의 기대작들, 메이저 게임사들의 신작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이들 중에는 이미 시장에 출시돼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게임도 있고, 전반기에 관심을 끌었던 <아키에이지>, <던전 스트라이커>에 뒤지지 않을 만큼의 콘텐츠 규모를 자랑해 시장의 기대감을 조성하는 게임도 있다.
 
공개 서비스 이후 한 달간 PC방 순위 10위권 유지에 성공한 <에오스>
 
먼저 지난 9월 NHN엔터테인먼트를 통해 공개 서비스를 시작한 <에오스>는 후반기 최초로 신작 게임 중 점유율 순위 TOP 10 안에 진입한 뒤 그 순위를 한 달여 동안 유지하며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에오스>는 공개 서비스 시작 이후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공격대 던전 드라이어드 숲과 무한 던전 업데이트, 다양한 PvP 전장 제공 등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하며 신규 게이머들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기존 PC방 프리미엄 혜택에 피로도 완화 효과를 제공하여 PC방 이용을 자연스럽게 권장하고 있다.

다음 커뮤니케이션에서 서비스하는 게임 중 <릴 온라인>, <R2>등을 제작한 김대일 대표를 중심으로 개발한 <검은사막>에 거는 기대도 매우 높다. <검은사막>은 비공개 테스트에서 대표 캐릭터들과 세렌디아, 발레노스 지역을 공개하고 약 270개의 퀘스트와 기본 전투, 이동수단, 공성전, 레이드 등의 기본적인 콘텐츠 및 재미 요소를 체험 가능하도록 했다. 캐릭터는 워리어, 레인저, 소서러, 자이언트를 공개했다. <검은사막>은 이후의 비공개 테스트를 통해 생산과 교역 시스템 등을 을 순차 공개해 가능한 한 빠른 시간 내에 공개 서비스를 진행할 예정이다.
 
비공개 테스트만으로도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검은사막>
 
모바일 게임으로 재미를 본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 역시 <이카루스>를 시장에 내놓는다. <이카루스>는 올해 5월부터 1차 비공개 테스트를 진행해 오며 서서히 콘텐츠의 품질과 분량을 늘려 왔고, 10월 23일부터 개시되는 최종 비공개 테스트에서는 사란트의 성, 하카나스 직할령 및 왕국령, 멸망의 공역 등의 지역을 누비며 30레벨까지의 캐릭터 육성 과정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설원 지역 '파르나의 땅', 펠로우들을 변형하거나 봉인·합성할 수 있는 여러 시스템, 1대1 결투 시스템 등 공개 서비스에 포함될 콘텐츠들을 최종 점검할 예정이다.

<에오스>로 얻은 좋은 분위기를 등에 업고 NHN엔터테인먼트가 10월 16일에 공개 서비스를 진행하는 MMORPG게임 <아스타> 역시 시장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서양식 판타지를 담고 있는 보통의 MMORPG들과는 달리 동양적 화풍 및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특색 있는 그래픽과 유명 음악 감독 양방언씨의 OST 작업 등으로 이목을 끈 <아스타>는 공개 서비스를 통해 18개의 맵과 인스턴스 던전, 임무형 던전, 일일 지역 레이드 등의 PvE 콘텐츠들을 구현하였고, PvP 콘텐츠로는 최대 15대 15의 전투가 가능한 인스턴스 공개 서비스 이후 한 달간 PC방 순위 10위권 유지에 성공한 <에오스> 전장 '격전'을 오픈하여 게이머들에게 주목 받고 있다.
 
동양적인 느낌으로 게임 시장에 승부를 건 NHN 엔터테인먼트의 신작 <아스타>
한때 <리니지 2>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맞대결을 펼쳤던 <아크로드>의 후속작 <아크로드 2>도 후반기에 기대를 받는 게임 중 하나다. 10월 17일 정식 서비스가 시작되는 웹젠의 <아크로드 2>는 지난 2009년부터 만 4년 동안 개발되어 온 블록버스터급 게임으로서, 직업군으로 캐릭터를 구분하는 전형적인
MMORPG의 추세 대신 프리 클래스 개념을 통해 무기 숙련도와 스탯 설정을자유롭게 만들어 게이머들이직접 개성 있는 캐릭터를 만들 수 있도록 했다. 핵심 콘텐츠로는 도시침공, 영웅전 등의 대규모 진영전을 설정하여 게임의 전반적 흐름 속에서 게이머들 간의 접점과 분쟁을 유도하고 있다.

신작 게임에 대한 기대 외에 긍정적인 효과를 받을 수 있는 추가 요소로는 국제 게임 전시회 '지스타'가 거론되고 있다. 올해 11월에 개최되는 지스타는 작년보다 B2C 참여 기업이 다소 줄어들었지만 지스타를통해 온라인 게임들의 주목도가 높아지거나 지스타를 전후하여 서비스를 시작한 온라인 게임이 시장에서 흥행에 성공적인 모습을 보이는 '지스타 효과’를 또 다시 기대하게 만든다. 게임에 관심이 많은 청소년들이 겨울 방학을 맞이해 게임 사용량이 늘어나면 이번 가을-겨울 시즌에는 올 한 해 동안 지속된 온라인 게임의 침체 분위기를 조금은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도 있다.
 
 
 
 
 
 
 
 
 
 
 
 
 
 
 
분위기 침체, 과장도 부인도 하지 말자
물론, 후반기에 발생할 수 있는 긍정적 요인을 생각하더라도 올해 전체를 놓고 보면 온라인 게임계가 예년에 비해 힘든 상황을 맞이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그것을 대변하듯 온라인 게임계의 여론은 전에 없이 우울하고 부정적이다. 물론 부정적인 지표와 내용이 부정적인 반응을 낳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문제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흐름과 가능성까지 덮어버릴 듯한 우울한 분위기와, 이를 불식시키려고 긍정적인 요소만 최대한 내세워 부정적인 요소가 아예 없는 것처럼 꾸미는 얕은 행동들이다.
 
현안에 대해서는 긍정과 아쉬움, 양 쪽 면을 모두 볼 필요가 있다.
11월에 개최되는 지스타만 봐도 그렇다. 올해 지스타에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스타 효과'가 온라인 게임의 긍정적인 흥행 분위기를 만들것이라는 기대도 걸려 있지만, 한편으로는 B2C 참가 기업이 작년보다 줄어들어 관객들의 볼거리가 감소해 화제성이 전년만 못할 수 있는 우려도 있다. 그런데 이를 놓고도 긍정적인 면만 보려는곳에서는 지스타가 역대 최고 규모를 경신했다는 불확실한 통계로 게이머들을 현혹하고 있고, 반대로 부정적인 면만 보려는 곳에서는 B2C 참가 기업의 감소와 특정 기업의 불참 등을 들어 시작도하기 전에 지스타를 부정적으로 재단하고 있다.
 
이런 극과 극의 행동들이 과거에는 통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게이머들에게 바로 탄로가 난다. 게이머들도 충분히 양 면을 알수 있는 일을 한쪽으로만 몰아가는 것은 불신만 심어줄 뿐이다. 감성적이고 편향된 움직임으로 여론이 휘둘리면 결국 그 피해는 온라인 게임 개발사와, 게임을 즐기고 있는 게이머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자신이 만들거나 즐기고 있는 게임이 망한 게임, 한 물간 게임 취급 받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몇 년 간 온라인 게임에 대한 여론이 유해물처럼 바뀌고 올해 신작 출시 움직임이 더뎌지며 활기를 찾아볼 수 없게 되자, 게임 제작자들과 게이머들의 피로감과 우울감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물론 긍정적인 것을 긍정적으로, 보완할 것은 보완할 것으로 그 상황에 맞게 있는 그대로 판단하는 것은 말은 쉽지만 매우 어려운 일이다. 더욱이 분위기에 휩쓸리게 되면 그런 관점을 유지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작년만 봐도 <디아블로 3>와 <블레이드 앤 소울>, <리그 오브 레전드>가 불꽃 튀는 대결을 보이던 시절에도 셧다운제를 비롯한 게임 규제와 게임을 사회악으로 몰아가는 분위기, 신작 투자 감소 등의 게임에 대한 위해 요소는 계속 존재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통계에서처럼 신규 게임들은 작년 이전부터
이미 감소하고 있었다. 그러나 위기의 조짐이 현실화된 그 당시에도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오로지 대작들의 주도권 다툼뿐이었다.

떠오르는 화제에 따라 시장이 움직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니 그렇게 돼도 어쩔 수 없다고 할 지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긍정적인 화제가 우선일 때에는 멀쩡히 발생하고 있는 부정적 요인을 외면하고, 반대로 지금처럼 다소 위축되어 있는 분위기가 시장을 지배할 때에는 긍정적인 요소를 외면하는 식으로 객관적 사실보다는 어떤 사실에 대한 감성적인 판단에 주목하고 그에 따른 분위기가 시장의 흐름을 좌지우지한다면 그것만큼 어리석은 것은 없다.

게임도 엄연히 상업 콘텐츠이므로 영원하지 않다. 트렌드에 따라 유행하는 장르가 바뀌고, 게이머들이 추구하는 대중적 스타일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지금까지의 글에서 판단한 것처럼 온라인 게임을 둘러싼 여러 요소들이 어떻게 작용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고, 너무 한쪽에 치우치기보다 나타나는 일들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활로를 찾을 가능성에 집중하는 것이 닥쳐 온 상황을 이겨내는 방법이 아닐까? 지난 10여 년 간 성장해 왔던 노하우가 살아있다면, 지혜롭게 이겨내는 방법도 반드시 있다고 본다.
 
 
 
 
 
 
 
마치며
즐길 게임도 적고 게이머들도 적었던 과거와는 달리, 유행 장르가 바뀌고 대중적 스타일이 달라졌다 해도 게이머들이 시장의 중심을 이루는 장르나 플랫폼 외의 다른 게임들에 대해 아예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올해 주목 받은 게임들의 움직임에서 보듯 스마트폰 게임이 시장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온라인 게임들은 입소문을 타고 수만 명의 동시접속자를 끌어 모을 수 있는 강력한 문화 콘텐츠다.
 
기대한 것보다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인다는 이유로 아예 시장에서 없는 것처럼 취급하거나,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무작정 긍정적인 소리만 하게 되면 있는 가능성마저 없어지게 되고, 그렇게 불신이 쌓이게 되면 그 때에는 정말로 게이머들이 온라인 게임을 완전히 외면할 수도 있다. 여전히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은 많고, 가능성은 있다. 온라인 게임을 통해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이 입만 열면 게임 탓으로 모든 것을 떠넘기는 누군가의 모습을 닮기보다, 살아 있는 가능성과 재미 요소에 주목하고, 감수해야 하는 위험은 지혜롭게 대비하며 앞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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