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고기에서 생선 맛이 나요 나의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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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고기에서 생선 맛이 나요 나의 요리
  • PC사랑
  • 승인 2013.11.2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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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게임의 큰 획을 그었던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1은 국내엔 정식 출시되지 않았다. 하지만 기자의 친구가 암암리에 게임기를 구해 당시 버추어 파이터, 릿지 레이서 등 영어와 일본어 투성이 게임들을 즐겼던 기억이 난다. 그 중 생각지도 못하게 기자를 게임에 푹 빠지게 했던 것은, 다름 아닌 본격 요리 시뮬레이션 게임‘나의 요리’(俺の料理)였다.
정환용 기자
 
 
 
제목 : 나의 요리(私の料理)
장르 : 주방 카운터 동시 폭발
요리 시뮬레이션
출시 : 1999년 플레이스테이션1
재미 : ★★★☆ (7/10)
 
 
 
게임은 대리만족의 일등공신
무릇‘게임’이라 함은 인간이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또는 이루지 못할 꿈과 같은 것들을 간접 체험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일종의 도구다. 도트 몇 개와 두세 줄의 설명이 전부인 1990년대 초반의 게임들도 수많은 인기를 끌었던 이유가 그것이다. 때로는 지구의 평화를 지키는 우주 전투기의 파일럿이 되고, 때로는 납치된 애인을 찾으러 가는 동네 건달이 된다.(아, 이건 좀 아닌가?) 어쨌든 화면 속의 캐릭터에 스스로를 접목시켜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 지금의 게임 산업을 이룰 수 있었던 근간이 됐다.

당시 플스로 처음 한 게임은 레이싱 게임‘릿지 레이서’였다. 게이머들을 설레게 했던 레이싱 모델 언니의 플래그를 시작으로 신나게 내달리는 3D 레이싱 게임을 집에서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었다. 하지만 비디오 게임 초창기였던 만큼‘집에서 즐기는 레이싱 게임’이상의 가치를 느끼기는 어려웠다. 게다가 게이밍 센스가 바닥인 기자에게는 좀 어렵기도 했다.
 

기자는 PS2부터 본격적으로 게임을 즐겼고, PS1은 친구의 집에서 주로 했던 기억이 난다. 그 때는 지금처럼 마감의 압박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방학이면 며칠이고 눌러앉아 게임만 하던 시절이었다.
 
기자의 어린 시절 꿈은 작기도 하고 크기도 했다. 작게는 동네 서점을 운영하는 사장, 크게는 전국의 오락실을 모두 내 것으로 만드는 것등 다양했다. 수많은 꿈을 키우고 없애가며 성장하던 때 친구와 함께 접하게 된 일본판 플레이스테이션 1(이하‘플스’), 그리고 게임 타이틀‘나의 요리’는 동네 식당이나 레스토랑을 갖고 싶다는 새로운 꿈을 꾸게 만들어 준다.
 

당시 자주 찾던 게임숍의 사장님이 권해주신 이 게임의 시작은 트렌디한 블루 펌 헤어의 유쾌한 아줌마 목소리로 시작한다‘. 소니 콤퓨타 엔타테인멘토. 아 젠 토, 무하하하하하~!’처음 친구와 이 게임을 켰을 때는‘뭐 이딴 오프닝이 다 있나’싶었다.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건 손님들의 몫이고, 게이머는 그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만족해야 한다. 어머니의 마음이 이렇지 않을까?
 
게임을 시작하고 약 2~3시간의 타임 워프(?)를 경험한 뒤, 이 게임에 푹 빠지게 됐다‘. 나의 요리’는 플스의 듀얼쇼크를 100% 활용해 일식집, 패스트푸드 등 다양한 종류의 식당에서 어묵을 썰고 감자를 튀기고 맥주를내야 하는, 본격 요리사를 빙자한 주방아주머니 체험 게임이다. 요리대회에서 1등까지 했던 주인공이 해야 할 일은 단순 반복보다는 더 멋진 요리를 만드는 일일진대, 파란머리 아줌마는 가차 없이 주인공을 새우 튀기기와 아이스크림을 콘에 얹는 기본기부터 맡긴다.
 
역시 기초는 어디에서나 중요한가보다.
 
 
 
 
일단 칼과 후라이팬부터 잡고 보자
 

캐릭터를 조종할 패드를 잡으란 소리다. 진짜 칼 말고.
 
게임의 오프닝은 20세기 게임답게 매우 심플하다. 만년 2등인 요리사 개구리가 가짜 요리대회를 열어 1인자인 주인공을 이기려 하고, 주인공은 당당히 이 게임에 맞선다는 스토리다. 양서류 주제에 2위 요리사인 것도 모자라 1등을 못 해서 분해하다니, 스포츠맨, 아니 일류 쉐프답지 못한 마음가짐이다.

이 게임은 게임의 90% 이상 플레이스테이션의 두 아날로그 스틱을 활용한다. 게임하는 방법이라곤 조이스틱과 버튼 두드리기, 혹은 스티어링 휠 냅다 휘돌리기가 전부였던 기자에게 이 방식은 무척 새로웠다. 양파를 썰기 위해선 왼쪽 스틱을 천천히 바깥쪽으로 내밀며 오른쪽 스틱으로 칼질을 해 고르게 썰어내야 10점을 받을 수 있다. 국물을 내는 것도 스틱의 적절한 멈춤 기술이 필요했고, 장사의 목적인 돈을 세기 위해 스틱을 손바닥 가운데 대고 빠르게 좌우로 흔들기도 했다.

게임 자체는 라멘집, 패스트푸드, 일식집 등 다양한 식당에서 밀려드는 주문을 무사히 소화해내는 것으로, 난이도는 특별히 높지는 않다. 한 때 모바일로 유행했던‘XX 타이쿤’등 동시에 여러 메뉴를 만들어야 하는 요리 게임의 원류가 이 게임이다. 게임 방식을 익히는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만들어야 하는 음식의 종류와 그 단계에 따라 많게는 대여섯 가지의 음식을 동시에 조리해야 한다. 맥주, 아이스크림처럼 1단계로 끝나는 음식도 있지만, 새우 까기, 튀김옷 입히기, 튀기기 등 서너 단계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요리들이 점점 많아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3,4단계 짜리 음식들이 많아지고, 이를 감당하지 못해 손님들이 불만이 쌓이면 식당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조리 실력과 더불어 속도까지 감당해야 하는 오늘날의 요식업계의 현실은 이미 10여 년 전에도 존재했나 보다.
 

무사히 주문들을 해치우고 나면 보스와의 일전이 기다리고 있다. 게임 방식이 달라지진 않고, 같은 양의 주문을 받아 누가 먼저 높은 만족도를 얻는지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이기기 위해선 무조건 빠른 속도 뿐 아니라 정확하고 노련한 실력이 요구된다.
 

결과는(예상했겠지만) 기자의 대 패배였다. 기계로 썬 듯 일정하게 재료들을 썰어대는 보스와 달리 기자의 양파와 호박은 두세 조각으로 덩어리지거나 손가락을 베기 일쑤였다. 게다가 중간중간 등장하는 바퀴벌레 잡기, 돈 세기 등의 돌발 상황까지. 처음에 어렵지 않다는 말은 취소다. 10년 만에 다시 해봤더니 거 되게 어렵네.
 
 
 
 
 
이게 요리야 서커스야
기자가 전에 즐겼던 모바일 게임‘버거퀸 월드’가 이런 방식의 타이쿤 게임이었다. 햄버거에 양상추만 넉 장이 들어가거나 빵-고기-빵처럼 어처구니없는 음식만 아니라면, 주문에 따라 정해진 룰대로 빨리 만들어내는 것이 관건이다. 중요한 손님이라 해서 햄버거에 금가루를 넣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보스전에서 미슐랭 가이드 3스타를 받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주인공의 목적은 최대한 빨리 요리를 만들어 손님의 입에 우겨넣고 매상을 올려 파란머리 아줌마를 돈방석에 앉히는 것이다. 최대 6개의 주문을 동시에 처리해야 하니 가히 서커스 수준이다.
 
 
‘ 나의 요리’는 이런 요리 하나에 정성 을 들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정해진 레시피에 따라 이렇게! 빨리빨리! 많이많이 만들어라!
 
때문에 이 게임은 창의력보다는 멀티태스킹에 능한 집중력이 훨씬 더 많이 필요하다. 1번 요리의 가지를 썰고 3번의 감자를 튀긴 뒤 6번의 맥주를 부어 내준다. 끓이거나 튀기는 요리는 여러 손님의 요리를 한번에 진행할 수 있어 같은 요리의 순서를 맞춰 시간을 줄이는 것도 필요하다. 1,3번의 주문이 아이스크림이고 2,4,5번의 주문이 감자튀김 이라면, 감자를 썰어 기름에 튀기는 단계까지 세 개의 주문을 한 번에 처리하고 남는 시간에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내주면 된다 .

이 요령을 익히는 것은 노하우라기보다 게이밍 센스에 좌우될 터이니, 독자 여러분들은 기자보다 더 쉽게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게임 중간마다 이어지는 스토리도 일본어를 알고 있다면 생각보다 재미있다. 현재 PSN 일본 계정에서 구입할 수 있으니, 과거의 게임 퀄리티가 궁금하다면 한 번 즐겨보시라. 후회는 안 할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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