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각으로 처리한 모드 표시.

미러리스 카메라가 인기를 끌면서 DSLR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사람들은 DSLR의 빠르고 정확한 작동에 대해서 잊어버린 듯하다. 오랜만에 손에 든 DSLR인 700D는 그간 잊어버렸던 DSLR의 매력을 상기하기에 충분했다. 0.85배 광학식 뷰파인더는 주변 환경이 어둡든 밝든 상관없이 렌즈 너머의 세상을 보여준다. 위상차 AF센서는 9포인트 모두 크로스 센서가 적용됐다. 때문에 무척 빠르고 정확하다. 피사체의 거리가 얼마나 되든지 문제없이 시원스럽게 작동한다. 샷과 샷 사이에 머뭇거리는 현상도 거의 없다. JPG파일로 촬영한다면 배터리가 다 할 때까지 카메라에게 답답함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초당 5매의 연사속도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이전 모델에서 이미 달성한 수치이지만, 동급 카메라 중에서는 여전히 빠른 편에 속한다. 속도가 빠른 AF센서와 조합하면, 스포츠 촬영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전력소모량이 적어 배터리를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것도 700D의 장점이다. 테스트를 하는 동안 꽤 많은 양의 사진을 찍었는데도 배터리를 모두 사용하지 못했다. 미러리스 카메라였다면 충전이 필요했을 것이다. 앞서 출시된 방대한 양의 EF마운트 렌즈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점도 700D의 장점이다. 최근 캐논에서 내놓는 STM 렌즈는 가볍고 조용하며 정확하다. 700D와 같은 시기에 출시된 표준 줌렌즈인 EF-S 18-55mm f3.5-5.6 IS STM은 손떨림 방지 기구가 탑재되었음에도 무게가 겨우 205g에 불과하다. 때문에 무게가 가벼운 700D, EOS 100D와 조합했을 때 밸런스를 해치지 않는다. 렌즈의 질감이나 두께도 적당해 조작하는 맛이 있다. 속도도 만족스럽다. 03. DIGIC5와 1800만화소 센서의 조합 700D에 적용된 APS-C CMOS 센서의 해상도는 1800만화소다. 시리즈의 시초인 EOS 300D와 비교하면 세 배 이상 향상된 수치. 600만화소 정도의 사이즈라면 동영상으로도 촬영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으니 새삼 격세지감을 느낀다. 이미지 센서는 DIGIC5와 조화를 이뤄 탁월한 성능을 발휘한다. 감도는 ISO 25600까지 선택할 수 있다. 필름을 사용하던 때를 생각해보면 터무니없이 높은 수치이지만 이제는 거의 모든 카메라에서 지원하는 흔한 감도가 됐다. 문제는 이 감도가 실용성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700D는 높은 감도에서도 노이즈가 적다. ISO 6400까지라면 문제없이 실용 감도로 사용할 수 있다. 고감도에서 디테일이나 채도의 저하도 미미하다. 특수 장면(SCN)모드의 [삼각대 없이 야경촬영]을 이용하면 연속으로 촬영한 4장의 사진을 합쳐 노이즈가 적은 야경사진을 만들어준다. 이 모드의 결과물은 생각보다 쓸만하다. 한 장의 사진을 촬영한 것보다 노이즈가 확연히 적고 디테일이 훌륭하다. ISO 100을 지원하는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낮은 최저감도는 밝은 렌즈를 사용할 때 표현의 폭을 넓혀준다. 라이브 뷰 모드에서는 크리에이티브 필터 효과를 직접 확인하면서 촬영할 수도 있다. 이전 모델에서는 촬영 후에 크리에이티브 필터 효과를 적용해야 했다. 색온도 차이가 많이 나는 조명 상황에서도 색 표현이 안정적이다.

캐논의 렌즈 교환형 카메라 라인은 상당히 세분화 되어서 DSLR만 보더라도 8가지 이상의 모델이 라인업되어 있다. 700D 라인도 위아래로 새로운 라인이 신설되어 포지션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사람도 동생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형이 된다. 형이 되면 그저 가족 관계에서 위치의 변화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형이라는 이름에 맞는 책임과 행동의 변화도 함께 일어나기 마련이다. 700D도 마찬가지로 엔트리급 DSLR 라인의 형이 됐다. 그리고 그에 맞는 더욱 고급스러운 질감과 기능을 갖췄다. 그럼에도 가격은 거의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이전에 같은 시리즈의 제품을 구입한 이는 배가 아프겠지만, 새롭게 DSLR을 구입하는 유저에게는 수지맞는 이야기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