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큐레이션 - 블로그의 부활, 또는 그 의미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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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큐레이션 - 블로그의 부활, 또는 그 의미에 대해…
  • PC사랑
  • 승인 2013.03.20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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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의 부활,
또는 그 의미에 대해…

블로그라는 형태의 미디어가 등장한지도 15년 정도가 흘렀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가 대중화된 뒤 "요즘 누가 블로그를 쓰나?"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는데, 스스로는 굉장히 트렌디한 발언을 했다고 생각했을지는 모르지만 사실은 "요즘 누가 종이책 읽나요?"라는 수준의 발언에 불과하다.(게다가, 이런 관점은 이미 철 지난 지 오래다.) 블로그는 여전히 리치 콘텐츠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데 가장 중요한 거점이 되는 채널이다.
김현곤 hyungonkim@daumsoft.com
 
원래 블로그는 인터넷 위에 자신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개인 게시판의 개념에서 출발했다. 이후 댓글(reply)과 트랙백(trackback) 등 독자와 블로거, 혹은 블로거들 사이의 교류를 위한 기능들이 추가되고, RSS나 Atom등 블로그의 글을 손쉽게 구독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들이 등장하면서 1인 미디어로 주목을 받기 시작하고, 때로는 대형 미디어에 못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블로그는 대부분 간단한 절차만으로도 개설과 운영이 가능하고, 무엇보다 쉽게 콘텐트를 작성하고 게시할 수 있는 저작 도구를 지원하기 때문에 텍스트뿐만 아니라 이미지나 동영상 등 다양항 멀티미디어를 활용해 풍성한 콘텐트를 만들 수 있다. 누구나 쉽게 콘텐츠를 작성, 배포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블로그를 사용한다. 특히 전문적인 인터넷 관련 지식이 없이도 쉽게 온라인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장년층이나 주부 블로거도 등장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주부 블로거, 소위 '와이프로거'들이 올리는 생활정보나 제품 리뷰들이 굉장히 중요한 콘텐츠 공급원이 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뉴스 공급자들이 다루지 않는 주제나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는 글들이 블로그를 통해 만들어지기도 하고, 소비자들은 제품 구매 전 블로그 리뷰를 검색해보는 게 당연한 일상이 되었다.
 
메타블로그의 의미와 가치

블로그가 인기를 끌면서 자연스럽게 블로그 콘텐츠를 이용한 서비스들이 생겨났다. 대표적인 것이 위드블로그나 올블로그와 같은 메타블로그 서비스다. 메타블로그는 간단하게 설명하면 블로그의 집합체다. RSS나 Atom 등을 활용해 여러 블로그로부터 포스트를 수집하고, 이를 주제에 따라 모아서 보여주는 사이트를 말한다. 자신의 글을 더 많은 독자들에게 노출하고자 하는 블로거들이 많아지면서, 초기에는 획기적인 서비스로 인기를 끌었다. 당시에는 외부 블로그에 대한 포털 검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시절이기도 했고, 당시의 독립 블로그(설치형블로그)들은 일상적인 이야기가 주류였던 네이버 블로그에 비해 훨씬 전문적이고 날카로운 콘텐츠들이 많았기 때문에 독자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메타블로그 서비스는 2009년에 76여 개에 달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한 때 블로거들 사이에서는 자신의 글이 유명 메타블로그의 메인 페이지에 소개되는 게 자랑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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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메타 블로그 서비스였던 올블로그와 블로그코리아. 올블로그는 2012년 위드블로그와
통합되었고, 블로그코리아는 2011년 한 때 서비스 중단 위기를 맞기도 했다.
 
메타블로그 초기에는 전문적인 내용을 다룬 양질의 글들이 추천을 통해 선별되고 이에 대한 독자와 블로거들 사이의 토론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블로그 붐이 일어나고 등록되는 콘텐츠가 너무많아지다보니 오히려 정상적인 추천 시스템이 작동하기 어려운 환경이 되었다. 또 콘텐츠 유통 과정이 상업화되면서 초기의 건강한 블로그 문화가 변질되기 시작했다. 콘텐츠 팜으로 전락한 메타블로그 결국 메블로그는 콘텐트 팜(content farm)으로 전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콘텐트 팜은 온라인에서 다수의 저자들이 대량의 콘텐트를 작성해 검색엔진 최적화를 통해 사용자 접점을 늘리고 이를 이용해 광고 수익을 올리는 구조를 말한다. 주로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른바 ‘낚시성’ 제목이나 키워드를 글 안에 포함시켜 클릭을 유도하는 블로그 마케팅 방식이 이에 해당한다. 메타블로그도 결국에는 페이지뷰에 따른 광고 수익을 기본으로 운영되다 보니 블로거들 사이의 상호 추천이나 심한 경우 담합까지 일어나면서 메타 블로그의 원래 취지와 장점이 점점 무색해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다음 뷰나 네이버 오픈캐스트 등 대형 포털들이 메타 블로그 서비스의 기능을 대체하는 서비스들을 내놓기 시작하면서 최근에는 그 영향력이 상당히 약화되었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분위기다. 메타 블로그 서비스의 인기가 식은 배경에는 단문 중심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인기를 끌면서 블로그에 대한 이용자들의 관심 자체가 줄어든 탓도 있다. 가벼운 일상 공유나 안부 위주의 커뮤니케이션이 트위터, 페이스북 등의 서비스로 대체되면서 블로그의 네트워킹 기능은 상당 부분 약화되었고, 전문 블로거들도 SNS 채널을 통해 자신의 글을 공유, 배포하는 방식을 더 선호하게 되었다. 물론 블로그 서비스 제공업체들은‘SNS로 보내기’나 ‘소셜위젯’ 등 관련기능이 추가하기 시작했고 일부 메타 블로그 서비스들은 SNS 관련 기능을 추가하면서 새로운 플랫폼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대표적인 메타 블로그 서비스인 올블로그(www.allblog.net)은 Ruby라는 이름으로 SNS와 연동된 기능들을 대폭 추가하며 변신을 꾀했지만 결국 2012년 3월 다른 메타 블로그 서비스인 위드블로그와 통합되었고, 블로그코리아(www.blogkorea.net)는 몇 번이나 운영사가 바뀌고 한 때 서비스 중단 위기까지 맞기도 했다. 하지만 SNS의 등장 등 외적인 요인만으로 블로그, 혹은 메타 블로그의 영향력 약화를 설명할 수는 없다. 해외의 경우에는 허핑턴 포스트(http://www.huffingtonpost.com/) 나 매셔블(http://mashable.com/)등은 소셜 미디어 중심의 새로운 콘텐츠 유통 플랫폼에도 무리 없이 적응하며 여전히 훌륭한 블로그 미디어로 많은 사용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허핑턴 포스트는 전문 필진들이 폭넓은 주제에 대해 양질의 칼럼과 뉴스를 집필하고, 댓글과 포럼 형태로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물론 검색에 대한 노출도를 높이는 방식은 콘텐트 팜 모델과유사하지만 전문가나 유명인을 필진으로 섭외해 양질의 콘텐트를 공급하고, 아무리 많은 콘텐츠가 유입되더라도 사용자들 사이의 건전하고 적극적인 네트워킹을 유도하는데 끊임없이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메타 블로그 서비스들과는 걸어온 길이 달랐다. 매셔블은 조금 다른 관점에서 블로그 미디어의 가능성을 발견한 사례다. 소셜 미디어나 IT에 대한 뉴스들을 다루는 이 블로그 미디어는 원래 2005년 스코틀랜드에서 한 청년에 의해 시작됐다. 하지만 콘텐츠의 즉시성과 트위터를 통한 확산에 초점을 맞추어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트래픽을 보유한 사이트 중 하나가 되었다. 불과 80여 명의 직원으로 구성된 매셔블은 지구 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미디어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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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핑턴 포스트와 매셔블은 블로그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들이지만, 콘텐츠의 질과 사용자들 간의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SNS와의 결합을 통한 실시간성 제고 등에 노력을 기울여 성공을 거두었다.
 
블로그 미디어 영향력은 여전히 강세

블로그 콘텐츠 자체도 여전히 리치 미디어로써 경쟁력을 갖고 있다. 다음소프트에서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트위터를 통해 공유되는 블로그 콘텐츠는 우리나라에서만도 하루 4~5만 건 수준으로 단문으로만 이루어진 일반 트윗 문서보다 오히려 많다. 언론사에서 공급하는 뉴스 링크가 하루 7~8만 건 정도임을 감안하면 SNS 공간에서도 블로그는 여전히 매우 중요한 콘텐츠 공급원이다. 특히 소수의 전문 뉴스 공급자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전통적인 미디어 환경이 변화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이 비중은 더욱 높아지리라 예상할 수 있다. 이미 언급한 허핑턴 포스트나 매셔블도 SNS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사이트들 중 하나지만 결국 블로그 미디어, 혹은 메타 블로그로 볼 수 있다. 물론 두 사이트 모두 기존의 SEO(검색엔진 최적화를 통해 노출을 늘리는 방식)를 통한 콘텐트 팜 모델에 기반하고 있다는 한계를 지닌다. 우리나라에서도 여전히 블로그는 읽을만한, 혹은 기성 뉴스보다 오히려 나은 콘텐츠를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하지만 콘텐트 팜 모델에 의지하다가는 요즘 같은 정보 과잉의 시대에 제대로 발견되지 못하고 자칫 묻혀질 수도 있다. 다행히 블로그 콘텐츠들이 SNS를 만나 새로운 방식으로 구독자들과의 접촉면을 늘릴 수 있는 방식이 등장하고 있다. 바로 소셜큐레이션 혹은 버티컬 SNS라고 불리우는 최근의 서비스들이다. 소셜큐레이션에서 콘텐츠가 선별, 유통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첫번째는 같은 네트워크에 소속된 친구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소셜 필터링에 의해 신뢰할 수 있는 콘텐츠를 사용자에게 추천해 주는 방식이고, 두 번째는 비슷한 관심사나 취향을 공유하는 사람들에 의해 콘텐츠를 추천해 주는 방식이다. 이미 적지 않은 수의 인터넷 사용자들이 검색엔진이나 포털보다 소셜 네트워크에서의 추천에 의해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다. 메타 블로그 서비스들이 초기에 주창했던 양질의 콘텐츠를 중심으로 많은 사용자들이 모여 토론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에 더욱 가까운 모델이다. 최근에 등장하거나, 등장할 예정인 큐레이션 서비스들은 텍스트 중심으로 작성된 블로그 포스트 형태의 콘텐츠들이 보다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사용자들 사이에서 유통될 수 있도록 콘텐츠의 질적인 측면에서의 선별과 추천, 그리고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방식 등을 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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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엄과섭틀은 모두 블로그 포스트 형태의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소셜큐레이션 서비스다. 여전히 수익화나 더 많은 참여를 유도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아 있지만, 블로그콘텐츠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새로운 방식의 콘텐츠 유통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렇게 블로그 형태의 콘텐츠들이 갖는 가치가 재발견되고, 새로운 형태로 디자인된 플랫폼을 통해 유통되기 시작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고, 기존의 콘텐트 팜 형태에 비해 얼마나 더 많은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의문들은 블로그 미디어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뉴스 공급자들이나 쇼핑몰, 심지어는 페이스북, 트위터와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자체에서도 공통적으로 제기된다. 분명한 것은 소셜큐레이션이 블로그 콘텐츠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발견 가능성(findability)을 높일 수 있는 대안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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