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게임 - 스트리트 파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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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게임 - 스트리트 파이터
  • PC사랑
  • 승인 2013.03.18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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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동네건달, 목표는 우주정복!?
스트리트 파이터

‘아도~겐!’ 이 외침을 기억하는가? 1991년 오락실에 등장한 캡콤의 대전액션 게임 ‘스트리트 파이터 Ⅱ’의 캐릭터가 장풍을 쏘는 효과음이다. 재믹스와 더불어 기자의 초등학교 시절 학업의 큰 걸림돌 중에 하나였던 스트리트 파이터 2는 실패작이라 불렸던 불명예스런 전작에서 크게 발전해 전 세계를 대전 격투 게임의 인기로 빠져들게 했다. 백 원짜리 하나로 오락실의 제왕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아이들의 고군분투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정환용 기자
 
어떤 분야든 ‘최초’와 ‘최고’는 존재한다. 처음으로 라듐을 발견한 퀴리 부인, 최초의 자동차 ‘페이턴트 모터바겐’을 만든 칼 벤츠 등 그들의 명성은 현재까지도 널리 알려져 있다. 게임도 마찬가지, 하나의 장르를 최초로 개척한 게임은 역사에서 오래도록 기억되며 게이머들에게 회자된다. 그런 의미에서 ‘스트리트 파이터’는 최초의 대전 게임은 아니지만 가장 크고 성공적인 대전 격투 게임으로서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스파 2를 시작으로 시작된 대전 액션 게임의 전성기는 SNK의 ‘사무라이 스피리 ’와 ‘킹 오브 파이터즈’로 더욱 뜨거워진다. 당시 2D 대전 액션은 캡콤과 SNK의 대결이었고, 1990년대 중반 등장한 세가의 ‘버추얼 파이터’와 남코의 ‘철권’ 등 3D 대전 액션으로 2D 대전 액션과 3D 대전 액션으로 나뉘게 된다. 이후 남코의 ‘소울 칼리버’ 시리즈, 테크모의 ‘데드 오어 얼라이브’ 시리즈 등 3D 대전 액션은 더욱 다양해졌고, 끊임없는 인기 속에 속편을 출시하며 게임마다 고정 팬을 거느릴 정도로 크게 성장했다. 비록 난이도의 상승으로 ‘그들만의 리그’로 불리기도 하지만, ‘그들’이 워낙 많아 제작사로서는 크게 걱정하지는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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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공격 기술로 적의 체력 게이지를 모두 깎으면 승리한다. 이는 모든 대전 액션 게임의 기본 중의 기본으로, 무한경쟁시대 속의 우리들의 인생과도 상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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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판 붙자! / 바라던 바다! / 가위, 바위, 보!!!
 
첫 작품의 실패 원인은 ‘너무 앞서가서’
SNK의 첫 대전 액션 게임 ‘스트리트 파이터 1’은 최근에는 보기 힘든 6개의 공격 버튼을 사용해 공격 커맨드를 입력해야 하는 어려운 게임이었다. 손과 발을 각각 강-중-약의 3단계로 구사해야 하는데다가, 당시의 아케이드 게임 기계로서는 개발자가 의도했던 캐릭터 고유의 기술을 구사하기 어려웠다. 하드웨어가 소프트웨어를 따라가지 못한 것이 스파 1의 실패 원인 중에 하나다. 단순히 상하좌우 입력만 가능했던 아케이드 게임기기의 스틱이 진화를 시작한 것도 비슷한 시기다. 십자에서 X자 입력을 추가한 8각 조이스틱의 추가로 대전 게임의 필수 요소인 커맨드 입력이 한 층 수월해졌고, 입력 버튼의 반응속도 또한 좋아졌다. 이를 계기로 대전 게임 내 수많은 캐릭터들의 다양한 공격 커맨드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철권’으로 대변되는 대전 격투 액션의 새로운 장(場)을 연 작품이 스트리트 파이터 1의 진짜 가치가 아닐까?
 
모든 것이 바뀐 ‘스트리트 파이터 2’
사실 스파 1과 2의 차이점을 찾는 것보다는 같은 점을 찾는 것이 더 빠르다. 전체적인 운영 시스템을 제외하면 스파 2에서 전작의 흔적은 주인공 캐릭터 류와 켄(어차피 복장과 생김새만 다르지 같은 캐릭터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장풍’ 말고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게이머가 선택할 수 있는 캐릭터의 숫자도 8명으로 늘었고, 중간 보스와 최종 보스의 개념 도입, 인터페이스, 조작 방법의 변화 등 거의 모든 시스템을 뜯어고쳤다. 입력 커맨드는 8방향 스틱과 펀치, 킥으로 단순화시켰고, 8명의 캐릭터들은 모두 고유의 무술과 기술을 가지고 있어 전작보다 캐릭터 간 밸런스도 잘 맞았다.(게임을 조금이라도 해 본 사람이라면 ‘밸런스’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잘 알 것이다)
 
격투 게임에서 캐릭터 밸런스가 중요한 이유는 ‘보스전’이 그다지 중요한 요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장르와 달리 대전 게임은 PC와 싸우는 것보다 일면식도 없는 다른 게이머와 싸워 이기는 것이 진정한 존재의 이유다. 스파 뿐만 아니라 다른 대전 액션 게임에서도 ‘xx연승’ 기록이 당당하게 데모 화면 크레딧에 올라오는 것을 보면 인간의 전투본능은 여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스트리트 파이터 2는 이후 대쉬, 터보, 슈퍼 스파 2, 슈퍼 스파 2X, 하이퍼 스파2 등 계속된 업그레이드 버전의 출시로 대전 액션의 입지를 더욱 견고히 다진다. 특히 첫 번째 업그레이드 버전인 스파 2 대쉬는 오리지널 스파 2의 버그를 다수 수정했고 선택이 불가능했던 네 명의 캐릭터를 모두 선택할 수 있도록 변경됐다. 또한, 슈퍼 스파 2에서는 모든 캐릭터에 필살기가 추가됐으며 4명의 새로운 캐릭터도 거리의 주먹다짐에 합류했다.
 
외도답지 않은 외도, 제로 시리즈와 EX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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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 3가 출시되기 전, 슈퍼 스파 2X의 발매 이후에도 팬들의 신작 요청은 끊이지 않았다. 이에 외전 격으로 출시된 ‘제로’ 시리즈와 ‘EX’ 시리즈 역시 많은 사랑을 받았고, 특히 제로 시리즈의 끝판왕 스파 제로 3는 SNK의 킹 오브 파이터즈 시리즈 이전에 마지막으로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의미 있는 작품이다. EX 시리즈에서는 2:2 팀 배틀이 특징이었다면 제로 시리즈의 특징은 셀 애니메이션 방식으로 제작돼 완전히 다른 게임인 듯한 그래픽과 더불어 스토리 라인이 추가되며 게임에 합류한 수많은 신구 캐릭터들이다. 제로 시리즈에선 캡콤의 횡스크롤 아케이드 액션 ‘파이널 파이트’(캡콤에서는 스파와 관계 없는 시리즈라고 했다)의 주인공들과 최종 보스도 추가돼 그야말로 혼전을 띠게 된다
 
스파 8 사본.jpg
 
수많은 캐릭터 가운데 가장 강한 캐릭터는 역시 자신이 선택한 캐릭터다.
 
3D 전성시대에 또 한 번 일어서다
기자가 스파 시리즈에 감탄하게 된 계기는 두 가지다. 먼저 스파 3의 저스트 블로킹 시스템. 상대의 공격을 방어해도 체력이 깎였기 때문에 불리한 상황에서는 침착함을 잃게 마련이다. 이에 착안한 캡콤은 블로킹 시스템을 도입하며 절체절명의 캐릭터에 기사회생의 기회를 주게 된다. 저스트 블로킹은 미세한 공격 타이밍에 맞춰 조이스틱을 적 방향으로 입력해 방어에 성공하면 체력이 깎이지 않는다.
스파의 팬이라면 한 번쯤 ‘우메하라’란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스파 3 3rd 버전으로 열린 세계대회 EVO 2004 4강전에 진출한 일본인 우메하라. 켄의 유저였던 우메하라는 상대 캐릭터(춘리)에 맞서 5%도 남지 않은 체력으로 고군분투 중이었다. 춘리의 필살기 ‘봉익선’이 작렬했고 대회장 안의 모든 사람들은 춘리가 승리했다고 믿었다. 그러나 켄은 춘리의 필살기를 모두 저스트 블로킹으로 방어한 뒤 마지막 공격까지 공중 블로킹으로 방어한다. 곧바로 이어진 켄의 필살기로 짜릿한 역전승! 당시 해당 경기의 동영상이 공개됐을 때 현장에 있던 선수들 및 관중들과 더불어 모든 팬들이 경악을 금치못했다. 한 번의 공격을 막기도 쉽지 않은 블로킹을 ‘전탄 블로킹’이라고 불리는 필살기 100% 방어에 성공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지금 봐도 짜릿한 그 장면 덕분에 기자는 잊고 있었던 스파 시리즈를 다시 접하기 시작했다.(물론 블로킹에 성공한 적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전에도 밝혔지만 기자는 대전 게임에 매우 취약하다.) 스파 4의 툰 렌더링 그래픽이 기자를 스파 시리즈에 두 번 감탄하게 만들었다. 슈퍼 스파 2X 시스템을 기반으로 제작된 스파 4는 다수의 새로운 캐릭터와 더불어 멀티 플레이, 캐릭터 별 부가 영상과 게임 내 이벤트, 스파 3 시리즈의 블로킹 시스템을 계승하는 세이빙 어택 시스템 등 많은 변화를 성공적으로 적용시켰다. 오락실의 대전 게임은 철권 시리즈가 점령하다시피 하던때였지만, 스파 시리즈의 올드팬과 더불어 대전 액션 애호가들은 새로워진 스파 시리즈로 다시 돌아오곤 했다. 가장 최근에 업그레이드된 슈퍼 스파 4AE(아케이드 에디션) 2012는 이전 버전에서 캐릭터 밸런스가 수정된 버전으로 현재까지 발매된 작품 중 가장 안정적인 밸런스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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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스트리트 파이터 4는 선택할 수 있는 캐릭터가 제로 시리즈보다 더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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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스파 4에서 추가된 한국인 캐릭터 한주리. 표정만으로도 “나 악당이야” 말하고 있는 듯하다.
 
1990년대에 오락실을 장악했던 대전 게임은 2D에서 스트리트 파이터와 킹오브 파이터즈, 3D에서 철권과 버추얼 파이터로 각 양대 산맥을 구축하고 있었다. 현재 게임 콘솔로도 즐길 수 있는 대부분의 대전 액션 게임은 오락실의 맛을 살리기 위해 아케이드 조이스틱으로 재미를 더하는 유저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오락실에서 옆자리나 기계를 사이에 두고 마주앉지 않아도 온라인 대전으로 오락실과 같은 흥미를 이끌어낼 수 있다. 최근 기자가 몰두하고 있는, 인간의 어떤 신체 부위의 표현을 예술적이고 미려한 그래픽으로 표현해낸 ‘DOA’가 조금씩 끝이 보이고 있다.(물론 달성률 100%는 꿈의 목표지만) 오랜만에 스트리트 파이터의 추억에 빠져봐야겠다. 아, 얼마 후면 캡콤과 남코가 손을 잡고 만든 크로스오버 대전 액션 ‘스트리트 파이터 X 철권’도 발매되니 화랑과 춘리의 연합 공격에 대해 미리 청사진을 그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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