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시뮬레이션 게임 시리즈 BIG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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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시뮬레이션 게임 시리즈 BIG 4
  • PC사랑
  • 승인 2012.11.05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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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좀 더 쉽고 편리하게 재미를 이끌어낼지를 고민하는 게임에서도 경영이라는 소재는 어려운 편이다. 작게는 하나의 스포츠 구단에서부터 크게는 한 문명의 지도자까지 아우르는 어려운 역할을 요구하는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들을 보면 오히려 그런 매력 때문에 오랫동안 사랑 받아 온 장수 시리즈들이 생겨나 게임 역사에 한 획을 긋기도 한다. 네 개의 게임 시리즈를 통해 게이머들에게 능수능란한 경영자가 되기를 요구하는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의 세계를 경험해 보자.
 
 

 
경영 시뮬레이션의 레전드 - 심시티 시리즈
 
[그림 01] 심시티 시리즈에 높은 인기를 처음 안겨준 <심시티 2000>
 
e스포츠의 영향인지, 아니면 무분별한 토목 공사의 폐해 때문인지는 몰라도 요즘은 인터넷 상에서 ‘심시티’라고 하면 보통 전략 게임에서 상대의 공격을 봉쇄하는 건물 배치나, 현실에서 일어나는 잘못된 도시 계획을 비꼬는 용어 등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종종 보인다. 그러나 심시티라는 말은 단일 시리즈 PC게임 누적 판매량 세계 최고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심즈 시리즈의 기원이 되는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 '심시티 시리즈'에서 비롯됐다. 심시티 시리즈는 윌 라이트가 주축이 된 게임 개발사 맥시스에서 만들어졌으며 출시 시기로 보나, 게임성으로 보나 후대의 경영 시뮬레이션에 많은 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심시티 시리즈를 통해 시뮬레이션 게임의 재미가 무엇인지를 알게 된 게이머들 역시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심시티 시리즈는 게이머가 시장이 되어 자신의 도시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건설되는 도시는 시리즈 별로 여러 가지 건물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기본적으로 공업지역, 상업지역, 주거지역으로 구분된다. 이 도시에는 상수도와 전력이 원활히 공급되어야 하며, 도로를 건설하고 도시에서 살게 되는 시민들을 위해 안전 시설과 복지 시설은 물론 대중교통 수단과 기간 산업 유치 시설도 건설해야 한다. 여기까지 생각하면 심시티 시리즈도 ‘공식이나 테크트리를 따라 진행하면 다 되는 것 아니냐’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이것은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 도시를 한참 짓다 보면 시민들을 통하여 도심지에 발생한 문제가 제보되거나 불만이 접수된다. 건물이나 시설을 지어 놓고 유지/보수를 하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하게 되며 재정 문제가 발생하면 이런 문제는 방치되어 더욱 큰 문제를 낳는다. 시나리오에 따라서는 자연재해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런 부분들을 유기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게이머들이 해야 하는 일이다. 사실상 한 도시의 시장이나, 작은 나라의 운영 실무에 해당하는 일을 하는 셈이다.
이렇게 가상 세계에서 게이머를 시장으로 만들어주는 심시티 시리즈는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의 교본처럼 여겨지고 있지만, 이 게임의 개발이 이루어진 계기가 경영 시뮬레이션이라는 장르 개념과 완전 동떨어진 것이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지금은 심시티 시리즈의 아버지로 불리는 윌 라이트가 최초로 만은 게임은 <번겔링 만 공격작전>이란 비행 슈팅 게임이었는데, 알려진 바에 의하면 그는 이 게임에 포함된 지도 편집기를 가지고 여러 가지를 해 보다가 이 지도 편집기를 가지고 노는 것이 의외의 재미 요소를 가지고 있는 점에 착안하여 자신의 도시를 건설하고 경영해 나가는 게임을 기획했고, 그 결과물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심시티 시리즈의 첫 게임인 <심시티>였다. 유명한 항생제 중 하나인 페니실린의 개발이 실험 중 우연히 피어난 곰팡이를 놓치지 않고 관찰하여 이루어진 것처럼 심시티 시리즈의 시작도 다소 우연히 발견한 재미 요소에 의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최초로 출시된 <심시티>는 탑 뷰 시점(하늘에서 똑바로 내려다보는 시점)이었기 때문에 자신이 지은 도시의 건물을 확인하기가 어려웠고, 각 지구의 사이즈가 고정되어 있으며 주변 도시와의 연계 시스템도 없는 등 시뮬레이션으로서의 사실성은 그렇게 높지 않은 게임이었다. 그러나 초기 버전부터 지형을 편집할 수 있는 기능이 탑재된 패키지가 출시되고 겉보기 그래픽을 바꿀 수 있는 확장팩이 나오는 등 심시티 시리즈가 가진 범용성을 활용한 재미 요소의 추가가 이루어져 게이머들에게 가지고 놀 것이 많은 게임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었다. 출시 당시에는 콘솔 버전이었던 <심시티>는 현대 PC의 초기 형태에 해당하는 IBM PC 버전으로 이식되며 질적 향상이 이루어졌고 그 이후 더욱 많은 게이머들에게 알려지게 됐다.

차기작인 <심시티 2000>에서 심시티 시리즈의 정체성은 사실상 완성을 이룬다. 쿼터 뷰로 시점을 바꾸고 시야 회전 기능을 함께 지원했으며, ‘심시티’ 하면 떠올리는 전통적 인터페이스와 주변 도시와의 연계 시스템 등이 이 시기에 정립되거나 기초가 세워졌고, 게이머가 도시의 시장이 되어 도시를 경영하는 시스템 역시 그 의도에 맞게 정립됐다. 다양한 건물이 추가됨에 따라 자유도도  전작에 비해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그와 함께, 전작부터 했던 확장팩을 통해 시나리오나 추가 콘텐츠를 보급하는 업데이트 방식이 <심시티 2000>에 들어서는 더욱 본격화됐다. 게임의 인기가 높아지자 처음에는 도스 버전이었던 이 게임은 윈도우 버전으로 컨버전되었고, 당시에 유행하던 닌텐도, 슈퍼 패미컴, 플레이스테이션 등을 비롯한 여러 콘솔 기기에도 컨버전되었으며, 대한민국 현지화 버전에 해당하는 <심시티 2000 코리아>이 출시되거나 심시티 시리즈의 짜임새를 본뜬 서울시의 홍보용 게임 <버추얼 서울>등의 유사 게임들이 출시되기도 했다.
 
심시티 시리즈의 인기가 낳은 아류작 중 하나인 서울시 홍보 게임 <버추얼 서울>
 
이렇듯 <심시티 2000>은 높은 인기를 누리며 짜임새 있는 경영 시뮬레이션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줬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게임사인 맥시스는 이 게임 이후 출시한 '심 시리즈'의 이름을 붙인 네다섯 개의 게임들과 <심시티 2000>과 연동된 <심콥터> 등의 파생 게임들이 모두 흥행에서 참패하며 심한 경영난을 겪었다. 맥시스의 주주들이 <심시티 2000>의 성공 이후 심 시리즈에 해당하는 게임들을 빨리 출시하라고 압박하게 되자 개발자들이 완성도가 낮은 게임들을 계속 찍어냈고 이름값에 기댄 낮은 품질의 게임이 연이어 출시되자 시장에서는 당연히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비록 그 이후 EA의 인수합병 제의를 수락하면서 회사가 망하는 일까지는 생기지 않았지만, 게임으로 경영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게임사가 일부 주주들의 잘못된 경영방침에 따라 부실한 생산품을 내놓은 것 때문에 망할 뻔한 아이러니한 에피소드였다.
 
세 번째 시리즈에 해당하는 <심시티 3000>은 <심시티 2000>의 게임 시스템을 계승하여 만들어졌지만, 재미있으면서도 전작과의 유사성이 너무 많이 지적된 것 때문에 게이머들에게 많은 비판을 받고 말았다. <심시티 3000>은 좋은 평가를 받았던 전작의 여러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고 주변 도시의 연동을 강화하는 데에 힘쓰는 등, 새로운 시도보다는 전작의 시스템을 발전시키는 데에 많은 역량을 기울였기 때문에 새로 추가된 내용은 법안 설정이나 오염물 처리와 같은 몇몇 서브 시스템밖에 없었다. 게다가 그래픽 역시 당초 기획과는 달리 3D 그래픽이 아니어서 전작의 확장팩 수준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전작의 게임성이나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고 조금씩 발전시켰으며, 전작보다 뛰어난 수준의 2D 그래픽과 시대에 걸맞은 음향효과 등을 선보였기 때문에 심시티 시리즈의 인기는 그대로 유지됐다.
 
약 4년이 지난 뒤 2003년 초 출시된 <심시티 4>에 이르러 심시티 시리즈는 3D 게임으로 다시 태어나게 됐다. 물론 그 당시 출시된 3D 게임들이 거의 그렇듯 FULL 3D가 아니라 오브젝트 등에서 적절히 2D 효과를 섞은 게임이지만, 3D를 도입했기 때문에 전작과는 달리 건물에 방향 개념이 생기고 범위 개념이 달라지며 도시계획과 도로 배치 등에 좀 더 많이 신경을 써야 했다. 여러 개의 대도시와 소도시로 분할된 지역 전체를 아우르는 거대 도시를 설정할 수도 있었다. 거대 도시 개념의 도입과 더욱 정교해진 여러 변수들은 게임의 난이도를 상승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했지만, 그로 인해 게임의 사실성은 역대 최고로 향상됐으며, 그 점을 반영해 대한민국과 미국 등의 도시공학과 등에서는 <심시티 4>를 교재로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심시티 4>가 처음부터 좋은 부분만 인정받았던 것은 아니다. 치명적인 버그들이 여러 곳에서 발견되고 해결이 단시간에 이루어지지 않자, 출시 초기에 <심시티 4>는 시리즈의 명성에 먹칠을 했다는 극단적인 악평까지 듣기도 했다. 하지만 게임이 안정화된 이후에는 시리즈를 거듭하며 늘어난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건물과 시설물 등을 비롯한 다양한 콘텐츠로 전작만큼 많은 사랑을 받았다. 또한 게이머들의 취향에 맞게 변형된 다수의 2차 창작 콘텐츠는 여러 경로로 확대 재생산되며 게이머들이 더욱 심시티 시리즈에 빠져들도록 만들었다. 물론 그래픽 부문에서 최적화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고 도시의 여러 요소들을 전작보다 더욱 세밀하게 재구성한 덕(?)에 게임 자체에서 계산해야 하는 변수가 워낙 많아져, 멀티코어 CPU가 보급된 요즘까지도 게임을 실행하면 끊기거나 비정상적으로 종료되는 문제가 있을 정도로 안전성에 근본적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은 ‘옥의 티'라고 할 수 있다.
 
 
잘못 보면 실제 도시로 착각할 정도의 사실성을 가지게 된 <심시티 4>
 
오랜 시간이 지나 약 5년 만에 심시티 시리즈의 새로운 게임인 <심시티 소사이어티>가 출시됐다. 그러나 이 게임은 맥시스가 제작하지 않는다는 것 때문에 출시 이전부터 몇몇 마니아들의 우려를 샀다. 결국 그 우려대로 심시티 고유의 게임성과 다른 재미를 추구한 덕(?)에 골수 팬들에게 냉대를 받고 말았다.
심시티 시리즈는 도시와 지역에 필요한 여러 요소를 조절하여 자연스럽게 도시를 발전하도록 만들고 도시 구성원들의 까다로운 요구를 수용하는 등 도시의 경영자 입장이 되도록 하는 게임이다. 그러나 <심시티 소사이어티>의 플레이어는 도시의 경영자라기보다 도시에 직접 건물을 짓는 건축가 정도의 분위기에 더 가까울 만큼 단순한 부분을 조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도시를 만들고 운영하는 콘텐츠 역시 특정한 테마나 제한된 변수에 따라 진행되는 등 자유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게다가 도시 구성원들의 행복감과 요구 등을 해결하는 것 역시 매우 단순했다.
 
자유도와 변수가 많이 제한된 덕에 <심시티 소사이어티>는 경영 시뮬레이션 입문자에게는 적절한 수준의 난이도를 가진 게임으로 평가 받았지만, 심시티 마니아들에게는 심시티 시리즈의 느낌을 많이 훼손시킨 게임으로 평가 받으며 엄청난 혹평을 받았다. 심시티 시리즈의 고정 팬이 후속작을 열망하던 있는 대한민국에서는 PC 패키지 게임 시장의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심시티 시리즈를 기대한 국내 게이머들을 위해 게임사가 <심시티 소사이어티>에 대한 한글 인터페이스까지 지원했지만 이것 역시 결과적으로는 허사가 되고 말았다.
 

기존의 심시티 시리즈와는 다른 게임성과 팬들의 냉대 때문에 실패한 <심시티 소사이어티>
 
<심시티 소사이어티>에 크게 실망한 게이머들은 루머만 무성한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도 새로운 심시티 시리즈의 정통 계승작이 나타나기를 원했다. 결국 지난 2012년 3월에 심시티 마니아들의 갈증을 달랠 정식 차기작이 맥시스에서 개발되고 있다는 소식이 공식적으로 알려졌다. 심시티 시리즈의 신작은 '우리가 보는 것이 곧 가상 현실이 된다'(What we see is what we simulate)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며, E3과 게임스컴 등의 컨퍼런스를 거치며 차차 기대감을 높여 가고 있다.  과거의 심시티 시리즈보다 훨씬 더 사실적으로 변화하는 도시의 모습과 주민들의 움직임을 보여줄 예정이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출시되는 신작답게 기존 시리즈에서는 할 수 없었던 곡선으로 도로를 건설하는 기능이나, 건물의 디자인 및 내부 사항을 지정해주는 기능, 그리고 전력 공급 및 교통체증 상황에서의 문제 파악 기능 등이 신설되거나 개선되는 등 여러 가지로 편리한 기능을 구현할 예정이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게이머들이 자신의 도시를 건설하게 될 하나의 도시 맵이 다름아닌 멀티플레이 맵으로, 여러 게이머가 동시에 도시를 짓게 되고 그 도시들의 상호 작용이 예전의 네트워크 플레이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유기적이고 복합적으로 일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또한 여러 게이머들이 협동해서 이뤄야 하는 목표와 조건들도 부여될 예정이다. 마치 히어로 영화 시리즈의 '리부트 시리즈’처럼 다시 <심시티>라는 이름을 쓰게 될 심시티 시리즈의 신작 게임은 2013년 2월에 출시될 예정이다.
2013년에 등장 예정인 새로운 <심시티>
 

시뮬레이션 게임이란?
일반적으로 시뮬레이션 게임은 현실과 유사한 환경과 소재를 가지고 만들어진 게임을 말한다. 이는 시뮬레이션(Simulation)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인 '흉내내기, 가장하기, 모의 시험' 등과도 통하는 부분인데, 현실은 아니지만 '현실과 비슷한 환경과 소재'를 채택하여 게임을 만드는 부분에서 뜻이 통하는 부분이 있고, 다음으로는 현실에서 있을 법한 일들을 현실과 비슷하게 꾸며진 '가상의 세계에서 흉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연관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아무리 가상 세계라고 해도 실제 세계와는 다른 점이 많기 때문에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얻은 지식을 세상에 그대로 대입시키는 것은 곤란하겠지만, 컴퓨터의 개발 이유 중 하나가 현실의 세계나 시스템 등을 가상 세계에서 될 수 있는 한 실제의 그것과 동일하게 재현하기 위한 것이고 시뮬레이션 게임의 원형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바로 군사용 목적을 지닌 '워 게임'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시뮬레이션 게임은 현실과 가상 세계가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해 주는 ‘열쇠’와 같은 장르이다.
시뮬레이션 게임은 그 소재가 무엇이냐에 따라 여러 가지 분류로 나뉜다. 비행기의 조작 등에 초점이 맞춰진 게임은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불리고, 특정한 대상을 육성하는 게임은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불린다. 이번에 테마게임에서 주로 다루게 되는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 역시 작게는 한 사업체나 구단에서 크게는 나라나 문명 전체를 '경영'하는 요소가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다.

 
나만의 놀이 공원을 만든다
롤러코스터 타이쿤 시리즈
 
'타이쿤'이라는 이름의 근원을 파고 들어가면 그 이름을 유명하게 만든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 시리즈가 두 개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나는 시드 마이어가 제작한 레일로드 타이쿤 시리즈였고, 다른 하나가 바로 지금부터 소개하게 될 롤러코스터 타이쿤 시리즈다. 두 시리즈는 나름대로의 접점을 가지고 있는데, 롤러코스터 타이쿤 시리즈의 제작자인 크리스 소이어는 레일로드 타이쿤 시리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인정하고 있으며, 분야와 종류는 약간 다르지만 ‘레일’과 ‘열차’가 주인공이 되는 점도 같다. 역사적 시간에서 판단하면, 레일로드 타이쿤 시리즈는 타이쿤이라는 이름을 최초로 각인시킨 게임 시리즈이고, 롤러코스터 타이쿤 시리즈는 타이쿤이라는 이름을 세상에 널리 알린 게임 시리즈라고 할 수 있다.
롤러코스터 타이쿤 시리즈는 롤러코스터라는 게임 타이틀에서도 알 수 있듯, 롤러코스터를 포함한 각종 놀이시설이 존재하는 놀이 공원을 소재로 제작된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게이머는 놀이 공원의 설립자 및 경영자가 되어 자신의 놀이 공원에 되도록 많은 관람객을 유치하고 관람객의 즐거움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롤러코스터 모의 제작이 가능한 시스템 덕에 이 게임을 접한 게이머들은 보통 현실의 놀이 공원에선 상상만 할 수 있었던 롤러코스터를 실제로 만드는 데에 집중하기 쉽지만, 이 게임 시리즈에서 롤러코스터를 디자인하는 일은 실제 롤러코스터를 만드는 것만큼은 아니어도 쉽지 않은 편이다.

 
실제 존재하는 놀이공원보다 더 멋진 공원을 만들 수 있는 게임, <롤러코스터 타이쿤>

보통 롤러코스터를 한 번 생각해 보라는 식의 질문이나 과제를 받으면, 십중팔구는 롤러코스터의 레일을 어떻게 배치해야 하는가부터 먼저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롤러코스터 타이쿤에서 그런 방식으로 롤러코스터를 구상하게 되면 롤러코스터가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놀이 공원이 망하는 것도 순식간이다. 모양만 신경 쓰다가 기본적인 부분들을 놓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롤러코스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일단 사람이 롤러코스터에 탑승할 수 있는 정류장이 있어야 하며, 그 다음에는 높은 곳으로 끌어 올려 낙하를 유도하는 동력원이 있어야 한다. 이렇게 집객과 동력원, 낙하에 필요한 준비를 모두 갖춘 뒤에야 레일을 구상대로 배치해 열차를 한 바퀴 돌게 만들거나 뒤집는 방식으로 관람객들에게 스릴을 줄 수 있는 구상이 가능해진다.
레일을 배치할 때에는 원심력 등을 계산해 적절히 기울기를 줘서 스릴을 느끼면서도 관람객들이 멀미를 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하며, 잘못된 부분이 있을 경우 열차가 오도가도 못하게 되거나 탈선하게 되는 참사가 벌어질 수 있으므로 롤러코스터를 다 만든 다음에는 반드시 모의 시험 운행을 실시해 문제가 있는 부분을 사전에 진단해 줘야한다. 롤러코스터를 새로 지은 다음에도 도로나 모노레일 등의 이동 수단을 설치하고, 주변에 나무 등의 오브젝트를 적절히 배치하며, 놀이 공원의 다른 부분과 비교해 눈에 띌 수 있도록 장식해 롤러코스터까지 관람객을 이끌어 줘야 한다.

 
 
롤러코스터를 미리 만들어 볼 수 있는 기능은 <롤러코스터 타이쿤 2>부터 제공되었다.
 
이처럼 롤러코스터 타이쿤 시리즈는 자신만의 놀이 공원을 제작하도록 유도하는 게임이지만, 1999년 시리즈의 첫 번째 게임인 <롤러코스터 타이쿤>이 출시될 때까지만 해도 이 게임은 게임계 전체에 영향을 줄 만한 인기 게임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 이유는 주어진 게임 시간 동안에 목표를 이뤄야 하는 미션들 외에 자유롭게 즐길 만한 소재가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1990년대에 출시된 시뮬레이션 게임들은 지금과는 달리 미션의 중요도나 비중이 게임 속에서 매우 높은 편이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이 치명적인 문제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지도 편집기나 유틸리티 등을 이용하여 기본적인 샌드박스 요소를 지원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많이 결여되어 있었다.
이 시리즈의 명성이 크게 높아진 것은 3년 뒤 출시된 <롤러코스터 타이쿤 2>부터였다. 전작과 비교할 때 그래픽과 엔진 등을 부분적으로 개선한 이후 출시한 게임이기 때문에 출시 초기만 해도 이 게임은 <롤러코스터 타이쿤 2>가 아니라, 전작 <롤러코스터 타이쿤>의 새로운 확장팩이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게임 속에서 차지하는 시나리오의 비중을 전작보다 줄이고, 게이머들이 직접 시설물을 추가하고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는 기능을 구현했다. 게이머들에 의해 비공식 콘텐츠로 제작되었던 롤러코스터 트랙의 모의 제작 기능을 공식적으로 제공하는 등 게이머들이 원하던 재미 요소와 기능을 다수 추가했기 때문에 전작에서 아쉬움을 느낀 게이머들도 팬으로 만들 수 있었다. 당연히 게임의 흥행에도 성공했다.

 
이런 복잡한 롤러코스터를 만드는 것도 고수들에게는 쉬운 일!!
 
 
재미 요소가 늘어나고 자유도가 높아지자 사람들은 자신만의 놀이 공원을 만들며 다양한 게임 플레이를 즐기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유명한 놀이공원에 있는 롤러코스터를 재현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누가 더 ‘실제 롤러코스터와 똑같이’ 만들거나 누가 더 ‘복잡하고 높은 롤러코스터를 만드는지’ 경쟁하는 일이 발생하곤 했다. 단순히 모양만 창의적인 롤러코스터가 아니라 게임 속에서 실제로 작동하고 많은 관람객을 끌어 모으는 롤러코스터가 게이머들 사이에서 더욱 높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많았다. 반면 일부 게이머들은 이런 경쟁에 싫증이 나자 일부러 고장난 롤러코스터나 관람객들이 빙빙 돌기만 하는 구조의 시설물 및 놀이기구를 배치해 관람객이 나가지 못하게 만들기도 했다. 롤러코스터를 끊어지게 만들어 롤러코스터에 탄 관람객을 놀이공원 밖으로 멀리 날려 보내거나 고스란히 땅바닥 혹은 물로 떨어뜨리는 '엽기 플레이'를 하기도 했다.
 
2편 출시 이후 시대의 변화에 따라 최신작인 <롤러코스터 타이쿤 3> 역시 3D로 개발되었지만,  전작과 마찬가지로 공개되자 마자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비난의 이유는 전작과 상당히 달랐는데, 2편이 1편과 너무 유사한 특성 때문이었다. 게임성 자체에는 큰 불만이 없었기 때문에 전작을 능가하는 성과를 낸 반면 3편에 대한 비난이나 불만에는 기술적인 문제로 인한 게임의 품질 문제가 크게 작용했다. 3D로 바뀌어 전작보다 훨씬 다양한 변수를 조정해 입체적인 놀이 공원을 만들게 된 것은 좋은 일이었지만, 그래픽의 최적화나 게임 안정성은 전작에 비해 크게 뒤졌다. 출시 당시는 물론이고, 지금까지도 카페 등에서는 순간적인 실행 문제나 끊김 현상이 일어나 게이머들에게 불편을 주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운영 체제와의 호환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어서 윈도우 7 등에서 실행할 때에도 불편을 다소 감수해야 했다.

안전성 문제 외에 전작과 크게 달라진 분위기 역시 팬들이 출시 초기에 불만을 가지는 요소가 되었다. 롤러코스터 타이쿤 시리즈를 만들어 낸 핵심 개발자인 크리스 소이어는 3편의 제작에 간접적으로 참여했고, <롤러코스터 타이쿤 3> 자체는 전작들과 다른 게임사에서 만들어졌기에 마니아들이 우려한 대로 전작과 이질적인 요소들이 여러 곳에서 발견됐다. 관람객의 모습을 비롯해 게임을 구성하는 필수 요소들의 묘사가 전작에 비해 되레 수준이 낮거나 너무 달라 게이머들의 관심을 반감시킨 것이다. 물론 기본적으로 높은 자유도를 부여하는 시스템은 건재했고 3D 그래픽과 게임 품질이 안정된 이후에는 3D만이 가질 수 있는 새로운 장점들이 남아 있는 게이머들에게 즐거움으로 다가왔지만, 그 덕에 <롤러코스터 타이쿤 3>은 롤러코스터 타이쿤 시리즈의 최고 게임이라고 불린 전작의 명성을 뛰어넘지는 못한 게임이 되고 말았다.

 
좋은 경영자가 되려면 놀이 공원은 롤러코스터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많은 게이머들이 ‘얼마나 화려한 롤러코스터를 지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롤러코스터 타이쿤 시리즈에 접근하지만, 그런 게이머들 중 대부분은 이 게임의 목적이 ‘놀이 공원’을 운영하는 것이라는 점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의 놀이 공원이 롤러코스터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듯 롤러코스터 타이쿤 시리즈에서도 당연히 롤러코스터 외의 다른 놀이기구와 시설 배치를 신경 써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전반적인 놀이 공원의 운영을 신경 쓰다 보면 처음에는 기본으로 주어지는 시설물이나 건물, 도로 등을 통해 자신만의 놀이 공원을 만들던 게이머들이 어느 새 진정한 자신만의 공원을 만들기 위해 시설물이나 건물 등을 스스로 만들고, 공원을 만드는 게 아니라 심시티 시리즈에서나 나올 법한 도시를 만들게 된다.
 
실제로 국내외의 롤러코스터 타이쿤 시리즈 관련 창작물들을 보게 되면 놀이기구는 물론이고 놀이 공원을 이루는 나무나 도로, 불꽃놀이 등의 소소한 부분들을 그야말로 좁고 깊게 파고들어 다른 장르의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조차 놀랄 만한 물건들을 만들어 내는 경우도 있다. 이는 현실 세계의 장인과 다를 바 없을 만큼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하는 일이다. 출시된 지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과물이 아직까지 계속 나오는 것을 보면 게임에 시간과 노력을 쏟아서 나타나는 결과물은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하나 많이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있다. 그것은 바로 롤러코스터 타이쿤 시리즈가 대한민국에서 몇 안 되는 ‘잘 팔린 외국산 PC 패키지 게임’ 중 하나에 속한다는 것이다. <롤러코스터 타이쿤 2> 출시 당시 대한민국에서는 게임의 인기가 급격히 늘어나 출시 직후 얼마 되지 않아 수십만 장 이상이 팔리며 롤러코스터 타이쿤 시리즈의 누적 판매량이 약 40만 장에 육박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수치는 손익분기점을 몇 배 이상 뛰어넘은 기록적인 판매량이었다. PC 패키지 게임들이 불법복제의 희생양이 되거나, PC 게임 월간지의 번들 게임, 주얼 게임 등으로 둔갑하는 열악한 시장 상황에서 이 정도의 성과를 낸 외국산 PC 게임은 블리자드의 PC 게임을 제외하면 몇 안 되는데 그 중 하나가 롤러코스터 타이쿤 시리즈인 것이다. 그러나 이런 판매량과는 대조적으로 시리즈 전반에 걸쳐 한글화가 부실해 국내 게이머들에게 원성을 듣는 등, 대한민국 게이머들에게는 여러 가지로 큰 아쉬움을 주기도 했다.

 
<롤러코스터 타이쿤 3D> 대신, PC 게임으로 차기작이 나오기를 바라는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롤러코스터 타이쿤 시리즈는 3편 이후 PC 게임으로 더 이상 신작이 나오고 있지 않은데, 그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3편 출시 이후 이 게임 시리즈를 유통하고 있는 아타리(ATARI)사와 롤러코스터 타이쿤 시리즈의 최초 개발자인 크리스 소이어 간의 법적 분쟁이 신작이 나오는 것을 방해한 가장 큰 원인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은 법적 분쟁이 해결되었지만 아쉽게도 아타리 사는 최신작으로 PC 게임이 아닌 닌텐도 3DS용으로 <롤러코스터 타이쿤 3D>를 개발한다고 선언해 많은 게이머들의 아쉬움을 샀다. 일부에서는 공식 포럼의 글 등을 토대로 롤러코스터 타이쿤 시리즈의 차기작이 PC 게임으로 출시될 것이라는 추측을 하기도 하지만, 2012년 8월까지 해당 내용에 대한 공식 발표는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여서, 차기작을 기다리기 위해서는 좀 더 오랜 인내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누구든지 시간을 달릴 수 있다
시드 마이어의 문명 시리즈

문명 시리즈는 여러 문명 중 하나를 선택해 원시 시대부터 현대까지 발전을 시키고 다른 문명과 경쟁하는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흔히 문명 시리즈의 스크린샷이나 진행 상황 등을 본 게이머들은 이 게임을 가리켜 턴 방식 전략 게임이라고 하거나 다른 턴 방식 전쟁 게임과 같은 땅따먹기 형식의 게임으로 생각하는 일이 많지만, 전략 요소는 어디까지나 전투에만 일부 한정된 것이다. 문명 시리즈는 전투를 통한 정복 승리 외에도 과학 승리, 외교 승리 등의 여러 가지 승리 조건이 있다. 문명 시리즈에서의 전투와 정복 활동은 전쟁이 중심을 이루는 턴 방식 전략 게임과는 달리 자신이 선택한 문명을 경영하는 요소 중 일부라고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자신이 선택한 문명과 지도자에 맞는 승리 조건을 노리면 진행이 좀 더 원활해진다.
 
 
지금까지 출시된 시리즈마다 초기 등장 문명과 지도자는 달랐지만 문명 시리즈에는 역사적 강대국인 미국, 영국, 독일, 러시아나 4대 문명의 발상지인 이집트, 인도 등을 비롯해 시리즈 별로 10~20개 가량의 문명이 각 나라의 유명 지도자 혹은 위인들을 중심으로 등장하게 되며 확장팩이나 DLC 등을 구입하여 새로운 문명을 플레이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각 문명들은 고유 특성을 제외하면 기본 조건이 동등하며 미국이든 인도든 러시아든 농경 사회에 돌입한 직후부터 발전시켜야 하는 것은 똑같다. 따라서 자신이 선택한 문명과 실제 발전 과정을 동일하게 가져가야 하는 강제성 같은 것은 전혀 없다. 미국을 세계 최대의 공산주의 국가로 만들 수도 있고, 중국을 민주주의 국가로 만들 수도 있으며, 현실과는 달리 대한민국에서 우주선을 쏘아 올릴 정도의 압도적인 과학력을 자랑하며 게임을 승리로 이끌 수도 있다.
 
물론 한 문명의 지도자가 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본거지가 되는 도시를 운영하려면 매 게임마다 랜덤하게 정해지는 본거지 및 주변 지역에서 식량을 생산해 도시 인구를 유지시키고 점차 늘려 나가며, 문화와 위생, 그리고 주민의 행복도 등을 두루 관리하고, 자원을 채취하고, 공업 물품을 생산해 건축물을 지어야 한다. 상업을 중흥시켜 돈을 벌고, 기술을 연구하여 문명을 발전시켜야 한다. 또한 자신과 한 세계에 존재하는 다른 나라의 문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기 위해 지도를 밝히거나 외교를 수행하여 다른 문명의 정보를 지속적으로 획득하고 다른 문명과의 관계에서 필요한 교류, 거래, 전쟁 등의 외부 변수를 관리해야 한다. 게임이라 많은 부분이 단순화되어 있지만 국가 운영에 중요한 행정, 외교, 무역 등이 모두 망라되어 있는 셈이다.
 
특히 다른 문명과의 교류 및 경쟁은 문명 시리즈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자 일반적인 턴 방식 전략 게임과 문명 시리즈를 구분 짓는 중요한 요소인데, 다른 문명과 교류를 하여 과학 기술 협약을 맺는 일이나 남는 자원을 교환하는 것을 게을리하면 게이머가 선택한 문명은 전체 세계의 흐름에서 뒤처지게 되고 이럴 경우 낮은 난이도라면 몰라도 중간 이상의 난이도에서는 승리하기 매우 어려워진다. 정보 획득에 뒤처지거나 교류를 게을리할 경우, 상대적으로 전력 우위를 가진 다른 문명과의 전쟁에서 패배하거나 다른 문명이 먼저 우주선을 쏘아 올리는 등의 일이 일어나며 게이머들이 제대로 된 실력 발휘 한 번 해 보기도 전에 패배할 수도 있다.


보통의 턴 방식 전략 게임과는 달리, 문명 시리즈에서 전쟁은 경영의 일부분이다.
 
 
대한민국에서는 <문명 5>의 성공과 <문명 5>에 등장한 간디, 세종대왕 등의 지도자가 인기를 얻으며 최근에야 문명 시리즈의 명성이 대중들에게 비로소 크게 알려졌지만, 사실 이 시리즈는 1991년부터 시작되었으므로 웬만한 게임 장르의 흥망성쇠에 해당하는 2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 게임을 처음 만들 당시 시드 마이어는 동명의 보드 게임 '문명'과 심시티 시리즈 등에서 영감을 얻었으며, 실제 문명을 다룬 소재의 참신함과 전투가 아닌 방식으로도 게임에서 승리할 수 있는 시스템 등의 몇몇 요소가 색다르게 받아들여졌지만 최초의 게임 <문명 1>은 인공지능이 세밀하지 않고 게임 시스템도 엉성한 부분이 있어 크게 인정받지는 못했다.
 
<문명 2>가 출시되어 시리즈의 기틀을 다지고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이후 <문명: 콜 투 파워>라는 후속작이 나왔으나, 이 게임에는 문명 시리즈의 원작자인 ‘시드 마이어’라는 이름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 이유는 시드 마이어를 비롯한 문명 시리즈의 핵심 개발자들이 소속 게임사를 떠난 이후 문명 시리즈를 놓고 게임과 보드 게임 등에서 라이선스를 가진 몇 개의 회사가 얽힌 판권 분쟁이 벌어졌고, 결국 이 과정에서 시드 마이어가 참여하지 않은 문명 시리즈인 <문명: 콜 투 파워>가 출시되었기 때문이다. 이 게임은 기존의 문명 시리즈와는 다른 상상력과 시대적 흐름을 보여주었으나 너무 많은 소재를 우겨 넣다 보니 게임의 유기적인 부분에는 미흡한 모습을 보였다. 그 결과 오리지널 시리즈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았으며, 결과적으로 정식 후속작이 아닌 외전 정도의 취급을 받는 데에 그쳤다.
 
 
 
시드 마이어가 라이선스를 되찾아 다시 시리즈의 명맥을 이은 <문명 3>
 
다행히 시드 마이어가 설립한 새로운 게임사인 파이락시스 게임즈에서 문명 시리즈의 라이선스를 되찾았고, 2001년에 <문명 3>이 출시되어 문명 시리즈의 명맥은 계속 이어지게 됐다. 지금도 문명 시리즈 하면 떠올리는 음악 'Baba Yetu'가 메인 테마곡으로 쓰이고 각 시대마다 독특한 음악을 사용해 호평을 받은 <문명 4>부터는 그래픽이 모두 3D로 바뀌고, 게임 내에 종교의 개념이 생겨 불교나 기독교, 이슬람교 등의 종교를 도시에 퍼뜨리는 활동 역시 문명의 경영 요소 중 하나가 되었다. 이렇게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시스템을 추가하고 개선해 나가며 문명 시리즈는 점점 발전해 갔다. 동양에 삼국지 시리즈가 있다면 서양에는 문명 시리즈가 있다고 할 정도로 추앙 받을 만큼 장수 시리즈로서 인정받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PC 게임 시장이 극도로 위축된 나머지 <문명 4>가 정식 출시조차 안 되는 참담한 일이 생기고 말았다.
 
하지만 2010년 <문명 5>의 출시 이후 대한민국에서 문명 시리즈의 위상은 급상승했다. 시리즈 전통적으로 인도의 군주로 나오는 마하트마 간디의 패기 넘치는 대사와 다른 문명 지도자들에 비해 우월한 능력은 비폭력주의로 평생을 살아 온 위인을 '패왕 간디'로 재탄생시키며 온라인 상에서 유행하는 수많은 콘텐츠들의 소재가 됐다. 진입장벽도 상대적으로 많이 낮춰 전작의 경험이 없거나 비슷한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게이머들도 다소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기 때문에 새로운 게임에 목말라 있는 대한민국 게이머들이 문명 시리즈를 많이 접하는 계기가 되었다.

 
문명 시리즈의 마하트마 간디는 전통적으로 엄청난 포스(!)를 발휘한다.
 
다만, <문명 5>에 대해 좋은 평가만 있는 것은 아니어서 시리즈의 재미를 훼손했다고 말하는 비판과 함께 아직도 <문명 4>가 <문명 5>보다 낫다고 말하는 게이머들도 상당 수 있다. 그 이유는 맵 타일을 육각형으로 바꾸는 변화 등으로 게임 양상이 전작들에 비해 달라지고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시스템의 여러 부분을 간소화시킨 것 때문인데,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점점 코어해지는 게임성을 시스템 변화를 통해 일신한 것은 새로운 게이머들을 끌어들이는 데에 기여했지만, 기존의 마니아들에게는 불만 요소가 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엇갈리는 평가 속에서도 <문명 5>를 포함한 문명 시리즈가 많은 게이머들을 빠져들도록 만들 만한 게임이라는 것은 충분히 인정받았다. 문명 시리즈에 몰입하는 게이머들이 워낙 많은 탓에 '운명하셨습니다'와 '문명'이 합쳐진 '문명하셨습니다'라는 유행어가 나올 정도였다.

 
우측 하단에 적힌 ‘East Sea’라는 표기는 독도 문제로 상처받은 대한민국 게이머들에게 큰 환영을 받았다.
 
<문명 5>의 판매량이 늘어나고 게이머들에 의한 유행이 확대 재생산되자, 파이락시스 게임즈는 정식 한글화를 지원하는 한편 정식 문명이 아니었던 대한민국을 다운로드 콘텐츠에 새로운 문명으로 등장시켰다. 이 과정에서 지도자로 등장한 세종대왕 역시 간디 못지 않은 인기를 누렸고 독도 문제로 첨예한 긴장 관계가 형성된 상황에서 동해의 영문 표기를 'East Sea'로 적은 것이 이슈가 되며 문명 시리즈에 대한 판매량과 긍정적인 평가는 나날이 늘어 갔다. 거기에 XL게임즈의 송재경 대표가 문명 시리즈의 지적재산권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게임을 만들겠다고 발표하고, 확장팩인 <신과 왕>(Gods & Kings)이 출시되는 등 문명 시리즈는 앞으로도 게이머들에게 계속 '시간을 달리는' 경험을 하도록 만들 것으로 보인다.

 
축구단의 구단주가 되자
풋볼 매니저 시리즈

<프로야구 매니저>의 성공 이후 대한민국에도 본격적으로 유행하게 된 매니지먼트 게임은 보통 자신의 프로 팀이나 리그를 운영하는 게임을 지칭한다. 스포츠 게임의 수요가 늘 존재하는 대한민국에서 매니지먼트 게임이 흥행한 것은 화려하고 빠른 컨트롤과 액션만을 중시하는 스포츠 게임의 트렌드가 포화 상태에 이르고 새로운 유형의 게임을 찾는 게이머들에게 '정적인 스포츠 게임'을 내세우며 역으로 공략하는 작전이 주효하게 된 것 때문이다. 이런 매니지먼트 게임 역시 한 팀을 경영하는 게임으로서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게임들의 원조이자 지금까지도 많은 게이머들을 현실 세계에서 벗어나 구단주에 취임(?)하게 만드는 막강한 몰입도를 가진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이 바로 스포츠 인터랙티브가 제작한 풋볼 매니저 시리즈다.
 
<풋볼 매니저 2005>부터 게임 시리즈의 이름이 바뀌는 변화가 있었다.
 
‘풋볼 매니저’라는 이름의 게임이 처음 나온 것은 2005년이기 때문에 보통의 게이머들은 이 게임 시리즈의 역사가 그렇게 길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것은 분명히 잘못된 사실이다. 이 시리즈의 원래 이름은 <챔피언쉽 매니저>였으며, 챔피언쉽 매니저 시리즈가 처음 출시된 것은 1993년이었으니 이 게임 시리즈도 올해로 딱 20년째를 맞는 장수 게임인 것이다. 처음 출시될 때부터 게임 유통사 에이도스와 계약을 맺고 최소 네 번의 변화를 겪으며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출시되어 인기를 얻어 오던 챔피언쉽 매니저 시리즈에 중대한 변화가 생긴 것은, 바로 2003~2004 시즌 버전을 제작한 이후였다.

2003~2004 시즌 버전 제작 이후, 스포츠 인터랙티브는 후속작의 유통 계약을 에이도스가 아닌 세가와 체결하게 됐다. 그러나 <챔피언쉽 매니저>라는 게임명에 대한 라이선스를 가진 것은 개발사인 스포츠 인터랙티브가 아니라 유통사인 에이도스였기 때문에 스포츠 인터랙티브는 챔피언쉽 매니저라는 이름의 게임을 더 이상 낼 수 없었고, 설상가상으로 에이도스는 다른 게임 개발사를 통하여 챔피언쉽 매니저 시리즈를 계속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할 수 없이 스포츠 인터랙티브는 지금의 이름인 풋볼 매니저로 개명하고 <풋볼 매니저 2005>부터 그 이름을 사용하였다. 참고로 풋볼 매니저 시리즈와 분리되어 원래의 이름을 고수한 챔피언쉽 매니저 시리즈는 당초 <풋볼 매니저 2005>보다 빨리 출시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챔피언쉽 매니저 5>가 삐걱거리며 2005년 3월에야 출시되는 등 시작부터 불안한 출발을 보였고 지금도 명맥을 이어 나가고는 있지만 풋볼 매니저 시리즈의 명성을 뛰어넘지는 못하고 있다.
 
이 게임은 앞서 소개한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 시리즈들이 최신작을 짧게는 1~2년, 길게는 4~5년마다 한 번씩 내는 것과 달리 매 년 새로운 버전이 나오는데, 그 이유는 풋볼 매니저가 스포츠를 소재로 한 게임이기 때문이다. FIFA 시리즈나 위닝 일레븐 시리즈와 같은 세계적인 축구 게임이 실제 축구 시즌에 맞춰 새로운 버전으로 나오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경쟁 게임들과 트렌드를 맞춰 가기 위해서도 매 년 새로운 게임이 나올 수밖에 없을 뿐더러, 게이머가 축구단의 경영자인 구단주 입장이 되는 게임에서 사실성을 강조하고 게이머들을 더욱 몰입시키기 위해 매 년 이루어지는 이적 시장에 따른 선수 변동이나 축구 선수들의 기량 변화 등을 세심하게 업데이트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매 년 게임을 하나씩 출시하는 것은 스포츠 게임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일이고 수많은 게이머들을 붙잡아 두기 위한 족쇄(?)와도 같은 의미를 지닌다.
 
매년 새로운 버전이 나와 풋볼 매니저 시리즈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하는 게이머들도 많다.
 
당연히 풋볼 매니저 시리즈에 쏟아지는 찬사와 몰입감 역시 객관적인 데이터가 방대하게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가능하므로, 방대한 데이터와 객관성 확보는 풋볼 매니저의 궁극적인 힘이라고 할 수 있다. 풋볼 매니저 시리즈는 세계에서 활약 중인 거의 모든 팀 혹은 축구협회와 라이선스 협약을 맺고 데이터를 제공받고 있기 때문에 약 10만 명의 축구 선수와 감독은 물론 그들이 활약하고 있는 축구단에 대한 실제 데이터가 들어가 있고, 선수와 팀의 정보 뿐만 아니라 외국인 선수 제한 규정, 대한민국의 군복무 시스템, 프리미어리그의 취업 비자 시스템, 각종 클럽컵 대회의 대진 변화 같은 부분도 세심하게 구현되어 있다.
다만 게임인 만큼 모든 정보가 현실과 완전히 동일한 것은 아니다. 분쟁 지역과 같은 국제 정세에서 민감한 부분은 은근슬쩍 넘어가는 경우도 있고, 아무래도 영국에서 개발되다 보니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처럼 영국 선수의 데이터가 실제 기량보다 높다는 평을 받고 있다. 리그의 운영 시스템에 있어서는 대한민국 선수라도 이중국적 시스템을 적용 받는 등 사실과 다른 부분도 있다.

 
 
한 선수에 대한 데이터도 이 정도로 정리되어 있다.
 
풋볼 매니저에서는 공식적인 사실뿐만이 아니라 축구계에서 일어나는 선수들의 가십거리나 이슈 역시 충실히 반영하게 되며 그러다 보니 게이머들이 풋볼 매니저를 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국내외 축구와 관련된 자질구레한 사실들을 몸소 알거나 느끼기도 한다. 대한민국과 일본 사이의 라이벌 의식과 같은 국가간, 클럽간 라이벌 관계가 구현되어 있는 것은 기본이고, 감독마다 언론이나 선수를 대하는 스킬(?)이 저마다 다른 것은 물론 언론을 통해 잘 알려진 유명 선수가 멘탈 혹은 말버릇 등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부분 역시 구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럴싸해 보이는 모습이지만 같은 시기의 다른 축구 게임보다 액션은 많이 떨어진다.

 
 
호불호는 갈리지만 축구 소재의 경영 시뮬레이션 분야에서 풋볼 매니저를 최고로 꼽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물론 풋볼 매니저 시리즈의 특성상 축구에 대한 사실을 많이 알려 주고 게이머가 축구 팬이라면 더욱 몰입하거나 애정을 가질 만한 요소들이 많기 때문에 풋볼 매니저 시리즈에 입문한 것을 계기로 열성 축구팬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축구팬이 이 게임에 입문하여 현실의 축구와 멀어지는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러나 풋볼 매니저에 대한 호불호의 차이나 분명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이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 중에서도 최고 수준의 몰입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자타가 공인하고 있다. 잘 알려진 대로 영국에서는 한 부부의 이혼 소송에서 풋볼 매니저 시리즈가 이혼 사유로 등장하기도 했으며, 국내나 해외에서 '악마의 게임'또는 '과부 제조기'(Widow Maker)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으로 불리는 것 역시 풋볼 매니저 시리즈의 명성(?)을 간접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다른 시뮬레이션 게임이 쉬이 범접할 수 없는 몰입감이 풋볼 매니저 시리즈에서 발생하는 것은, 아마도 삶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는 스포츠라는 소재가 가진 감정 이입과 사실성을 시뮬레이션이라는 게임 포맷 속에 그만큼 잘 살려낸 것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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