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그때 그 휴대폰] 모토로라 레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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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그때 그 휴대폰] 모토로라 레이저
  • 이철호 기자
  • 승인 2022.01.18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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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rtPC사랑=이철호 기자] 지난 2021년 11월, 모토로라(Motorola가 10년 만에 한국 휴대폰 시장에 다시 진출한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작년 하반기에 5G 스마트폰 인증을 마친 데 이어 모토로라코리아 대표이사로 김윤호 한국레노버 대표가 취임함에 대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 도전장을 던지려는 신호로 해석하는 이들이 대다수다.

피쳐폰 시절, 모토로라는 삼성 애니콜과 LG 싸이언 등에 밀리는 처지였다. 하지만 특색 있는 제품을 꾸준히 출시해 이를 찾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이번에 소개할 휴대폰은 오늘날 슬림한 휴대폰의 서막을 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모토로라 레이저(Motorola Razr)다.

 

카오디오에서 휴대폰까지

모토로라의 역사는 192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의 폴 갤빈(Paul Galvin)이 설립한 갤빈 제조회사는 카오디오 생산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1930년대 들어 카오디오의 브랜드명을 ‘모토로라’로 정한 뒤 큰 성공을 거두면서 1947년 회사 이름도 모토로라로 변경된다.

1950년대 후반 들어 반도체 분야에 진출하며 사업을 확장한 모토로라는 1973년 최초의 휴대폰을 개발하고, 80년대에는 휴대전화 생산에 나섰다. 이후 1996년에는 벽돌만한 사이즈의 제품이 가득했던 휴대폰 시장에 세계 최초의 폴더폰 ‘스타택(StarTAC)’을 선보이며 업계에 큰 충격을 줬다.

모토로라는 최초의 휴대폰을 개발하는 등 모바일 업계를 주도하단 기업이었다.
모토로라는 최초의 휴대폰을 개발하는 등 모바일 업계를 주도하단 기업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모토로라의 휴대폰 사업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이미 핀란드의 노키아(NOKIA)에 점유율 1위 자리를 뺏긴 상황에서 삼성전자. LG전자 등의 추격이 매서웠던 것이다. 시장점유율은 큰 폭으로 하락했고, 수천명의 종업원을 해고하는 아픔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등판한 제품이 바로 레이저다.

 

한국 기술로 구현한 슬림함

2003년, 모토로라는 휴대폰 시장에 먹힐 신형 휴대폰 개발을 위해 전 세계에서 기술과 아이디어를 찾기 시작했다. 해답은 어느 대한민국 중소기업에 있었다. 바로 2001년 서태식 사장이 설립한 삼영테크놀로지였다.

삼영테크놀로지는 2003년 얇은 금속판에 번호와 문자를 새긴 ‘일체형 금속 키패드’를 개발했다. 이 키패드는 기본 키패드의 1/3 수준으로 두께를 줄였을 뿐만 아니라 광택이 나는 표면으로 기존 휴대폰과 다른 시각효과를 준다는 장점이 있었다.

삼영테크놀로지는 새로운 키패드를 국내 업체에 납품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외면당했다. 모토로라는 달랐다. 내구성 좋은 알루미늄 소재로 얇지만 튼튼하고 감각적인 디자인을 지닌 제품을 개발하길 원했던 모토로라는 삼영테크놀로지와 손을 잡고 2004년 7월 레이저를 글로벌 시장에 론칭했다.

레이저 특유의 키패드 디자인은 대한민국 기술로 구현한 것이다. [출처-위키백과]
레이저 특유의 키패드 디자인은 대한민국 기술로 구현한 것이다. [출처-위키백과]

면도날처럼 날카롭게

모토로라 레이저의 가장 큰 특징은 슬림한 두께다. 처음 출시된 레이저 V3는 당대 폴더폰 중 가장 얇은 두께를 자랑했다. 최신 기능에 집중하느라 휴대성은 다소 떨어졌던 기존 휴대폰의 약점을 집중 공략한 것이다. 여기에 알루미늄 바디와 메탈 웨이퍼로 제작된 전기발광 키패드를 배치해 면도날처럼 날카로우면서 매끈한 디자인을 완성했다.

모토로라 레이저는 작고 얇아 휴대성이 뛰어났다.
모토로라 레이저는 작고 얇아 휴대성이 뛰어났다.

모토로라 레이저는 출시되자마자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컬러 마케팅도 열심이어서 77회 아카데미 이워즈 기념으로 매트 블랙 버전을 선보이는가 화면, 핫 핑크 모델도 출시했다. 국내에는 카메라 화소를 1.3MP로 높인 대신 블루투스 기능을 제거한 MS500 모델이 출시되었다.

모토로라 레이저는 여러 명품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한정판 모델을 출시하기도 했다. 사진은 돌체 & 가바나 디자인이 적용된 한정판.
모토로라 레이저는 여러 명품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한정판 모델을 출시하기도 했다. 사진은 돌체 & 가바나 디자인이 적용된 한정판.

꾸준한 발전 속 베스트셀러가 되다

레이저 V3는 디자인적으로 너무나 아름다웠지만 문제가 없는 건 아니었다. 플라스틱 스크린과 LCD 글래스에 먼지가 끼는 문제가 종종 발생했던 것이다. 카메라 화소 또한 당시 기준으로 너무 낮은 0.3MP였다.

2005년 11월에 공개된 레이저 V3i는 1.3MP 화소에 8배 디지털 줌을 지원하는 카메라를 탑재하고, 외부/내부 디스플레이 품질이 개선되었다. 최대 512MB 마이크로 SD카드도 장착 가능했다. 돌체 & 가바나와 손을 잡고 스페셜 에디션을 판매하기도 했다.

2006년에는 레이저 맥스(Razr maxx)가 유럽에서 출시됐다. 이 모델은 후면 카메라를 2MP로 업그레이드했으며, 외부 터치 키를 통해 음악을 컨트롤할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사이즈는 오리지널 레이저 V3와 동일했다.

이렇게 출시된 레이저 시리즈는 전 세계적으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며 슬림형 폰 트렌드를 주도했다. 특히 레이저 V3는 1억 3,000만대 이상이 판매되며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폴더폰으로 이름을 남기게 되었다.

 

아쉬운 성적의 레이저2

2007년에는 레이저 시리즈의 후속작인 레이저2(Razr2)가 출시되었다. 레이저 2는 전작보다 2mm 더 얇아졌을 뿐만 아니라 카메라 품질도 향상되었다. 터치 버튼이 내장된 외부 스크린도 지원했다. 이 역시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끌었지만 전작만큼은 아니었다.

2007년 출시된 레이저2는 전작만큼의 인기를 누리지 못했다.
2007년 출시된 레이저2는 전작만큼의 인기를 누리지 못했다.

스마트폰 시대로 접어들면서 모토로라도 큰 위기를 맞았다.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Verizon)을 위해 출시된 드로이드 시리즈가 나름대로 인기를 끌었지만 쇠락을 멈추지는 못했다. 결국 2011년, 모토로라는 모토로라 모빌리티와 모토로라 솔루션으로 분할되었다.

 

스마트폰 시대에도 레이저는 계속된다

모토로라 모빌리티는 2011년 8월 구글에 인수된 이후 레이저의 부활을 알렸다. 2011년 10월에 공개된 모토로라 레이저 스마트폰은 두께가 7.1mm에 불과했고, 후면엔 레이저로 가공한 케블라 섬유를 채택했다. 이후에도 모토로라는 레이저라는 이름 아래 스마트폰을 꾸준히 선보였지만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2014년, 모토로라 모빌리티는 중국 레노버에 인수당한 뒤 레이저는 물론 모토로라 브랜드마저도 폐지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2017년에는 모토로라 브랜드가 부활했다. 지금도 모토로라 브랜드로 스마트폰은 물론 아동용 헤드폰, 블루투스 이어폰도 출시되고 있다.

2019년에는 폴더블폰으로 부활한 모토로라 레이저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 스마트폰은 갤럭시 Z 플립 시리즈처럼 인폴딩 구조로 되어 있으며, 내부의 플랙시블 디스플레이는 물론 외부 디스플레이도 탑재했다. 씽크패드 요가 노트북에 적용했던 기술이 담긴 힌지도 사용되었다.

최근에는 폴더블 디스플레이로 옛날 폴더폰 감성을 살린 레이저 스마트폰이 공개됐다.
최근에는 폴더블 디스플레이로 옛날 폴더폰 감성을 살린 레이저 스마트폰이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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