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011, 017, 016, 018, 019! 그때 그 시절, 우리와 함께 했던 2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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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011, 017, 016, 018, 019! 그때 그 시절, 우리와 함께 했던 2G
  • 이철호 기자
  • 승인 2021.08.12 1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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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rtPC사랑=이철호 기자] 2021년 7월 1일부로 2세대 이동통신(2G) 서비스가 완전히 막을 내렸다. 2012년에 KT가, 2020년에는 SK텔레콤이 2G 서비스를 조기 종료한 데 이어 LG유플러스도 서비스를 끝마침에 따라 더 이상 국내에서 2G를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011, 017, 018은 물론 019 번호도 '구시대의 유물'이 됐다. 2G를 지원했던 수많은 애니콜·싸이언·걸리버 폴더폰과 슬라이드폰도 마찬가지다. 밀레니엄 정보화 시대를 함께 했던 2G의 역사와 그 시절의 추억을 짚어보자.

LG유플러스마저 2G 서비스를 종료함에 따라 국내에서 더 이상 01X 번호를 사용할 수 없게 됐다.
LG유플러스마저 2G 서비스를 종료함에 따라 국내에서 더 이상 01X 번호를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무려 문자 전송이 가능했던 2G

1973년, 미국의 모토로라(Motorola)에서 처음 휴대전화를 개발한 이후 이동통신은 세대에 따라 더 빠른 속도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 가장 먼저 등장한 1세대 이동통신(1G) 기술은 아날로그 방식으로 신호를 전달했다. 1G가 사용되었던 당시에는 음성 통화만 가능했으며 통화품질도 그리 좋지 않았다.

이후 등장한 2세대 이동통신 기술은 아날로그가 아닌 디지털 방식을 채택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었다. 디지털 방식으로 신호를 전달했기 때문에 아날로그 방식보다 더 깨끗한 통화품질을 제공할 수 있었다. 또한, 음성뿐만 아니라 문자, 이미지 등의 디지털 데이터도 전송할 수 있었다. 지금이야 당연한 기능이지만, 당시로서는 혁명적이었다.

이동통신은 세대별로 더 빠른 속도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 [출처-5glearning.com]
이동통신은 세대별로 더 빠른 속도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 [출처-5glearning.com]

GSM 대신 CDMA를 택한 대한민국

2G의 대표 규격으로는 GSM과 CDMA가 있다. GSM(Global System for Mobile Communications)은 1982년 유럽통신관리협회에서 처음 개발된 기술로, 1989년에 표준으로 인정 받았다. CDMA(Code Division Multiple Access)는 1989년 미국의 퀄컴(Qualcomm)이 처음 개발한 이후 1995년에 첫 번째 표준 규격이 등장했다.

전 세계적으로는 GSM이 2G(그리고 이후에 등장한 3G)의 대세를 이루었다. 미국이나 러시아, 호주처럼 영토가 넓은 나라에서는 아직도 GSM 기반 2G 서비스가 유지되고 있다. 이와 달리 대한민국은 1996년 세계 최초로 CDMA 상용화에 성공한 이후 CDMA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CDMA 기술을 처음 개발한 퀄컴은 한국의 CDMA 상용화를 바탕으로 거대 IT 기업으로 성장한다.
CDMA 기술을 처음 개발한 퀄컴은 한국의 CDMA 상용화를 바탕으로 거대 IT 기업으로 성장한다.

CDMA가 국내 표준으로 자리 잡은 데는 기술 개발에 대한민국이 참여한 것이 컸다. 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선진국의 기술 종속을 피하기 위해 퀄컴과 CDMA 기술 공동개발을 결정했다. 이후 기본적인 상위 설계서만으로 하위 설계까지 자체적으로 진행해 나간 끝에 세계 최초 상용화에 성공하기에 이른다.

CDMA 상용화를 통해 대한민국은 이동통신 장비, 단말기 사업에서 대외 의존도를 크게 낮추고 이동통신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갤럭시 스마트폰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대표주자로 발돋움하는 밑바탕이 된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퀄컴에 지급하는 로열티 문제가 대두되기도 했다. 1995년부터 2006년까지 11년 동안 CDMA 기술개발료로 퀄컴이 받은 로열티는 2,400억원에 달했다.

 

번호는 다섯, 살아남은 이는 셋

국내에서 CDMA 기반 2G가 상용화되었을 무렵 국내에는 여러 무선통신사가 난립했다. 먼저 한국이동통신(現 SK텔레콤)이 '디지털 011' 브랜드를 상용화한 데 이어 제2 이동통신 사업자로 신세기통신이 선정되어 '디지털 017'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후 PCS(개인휴대통신) 사업자로 한국통신프리텔(KTF, 2009년 KT와 합병), 한솔PCS, LG텔레콤(現 LG유플러스)이 선정되어 각각 '016', '018', '019' 번호로 서비스를 개시했다.

2G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각 통신사들은 다양한 광고를 선보였다. 이들 중에는 3040세대의 추억을 자극하는 광고가 많다.
2G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각 통신사들은 다양한 광고를 선보였다. 이들 중에는 3040세대의 추억을 자극하는 광고가 많다.

워낙 통신사가 많았던 만큼 마케팅 경쟁도 치열했다. SK텔레콤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습니다'라는 명카피를 남겼고, 신세기통신은 김국진과 이창명 콤비가 출연한 '짜장면 시키신 분 시리즈'로 인기를 끌었다. 한솔PCS의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광고도 당시에 매우 유명했다.

치열한 경쟁과 1997년 외환위기 속에서 생존자는 세 명으로 좁혀졌다. 1999년 SK텔레콤이 신세기통신을 인수하면서 무선통신 시장에서 확고한 1위로 올라섰다. 이후 2000년 6월 한국통신(現 KT)이 한솔PCS를 인수하고 이를 KTF와 합치면서 두 통신사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애니콜, 싸이언, 걸리버…추억의 피쳐폰들

2G가 상용화되면서 이에 따른 2G 휴대폰도 시장에 출시되기 시작했다. 1G 기반 휴대전화는 너무나도 크고 무거워서 휴대하고 다니기에 무리가 있었지만 2G를 기점으로 휴대폰 사이즈가 청바지에 넣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작아지게 된다.

1996년 10월 삼성전자는 최초의 CDMA 휴대폰인 'SCH-100'을 선보이며 2G폰 시대를 열었다. 1998년에는 접었다 펴는 폴더폰 ‘SCH-800’을 출시했으며, 1999년에는 최초의 MP3폰인 'SPH-M2500'으로 휴대폰 시장은 물론 콘텐츠 산업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삼성 SCH-100은 세계 최초로 개발된 CDMA 폰이다. [출처-삼성 뉴스룸]
삼성 SCH-100은 세계 최초로 개발된 CDMA 폰이다. [출처-삼성 뉴스룸]

지금은 휴대폰 사업에서 철수한 LG전자의 경우 1995년 2월 첫 휴대폰으로 '화통'을 출시한다. 이후 1997년 PCS용 단말기인 'LGP-1000F'를 내놓는데, 이것이 '싸이언(CYON)' 브랜드의 시발점이 됐다. 1998년에는 국내 최초 폴더형 휴대폰을 출시하기도 했다.

늦게 전자기기 시장에 진입한 현대전자 역시 2G 휴대폰을 출시했다. 바로 '걸리버'다. '기능은 거인급이지만 크기는 소인급'임을 강조한 걸리버는 로버트 할리가 출연한 광고로 큰 화제를 모았다. 현대전자의 휴대폰 사업은 2001년 현대큐리텔로 분리되었다가 이듬해 팬택에 인수합병되었다.

 

3G로의 전환에서 서비스 종료까지

1999년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3세대 이동통신(3G) 기술을 발표한다. 3G는 2G에 비해 전송 속도가 훨씬 빨라 음성과 문자는 물론 영상 전송이 가능했고 인터넷도 지원했다. 이때부터 휴대폰이 PC를 넘어 IT 시장의 중심으로 발돋움하기 시작했다.

2G에서 3G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SK텔레콤과 KTF는 GSM을 개량한 WCDMA 방식을 채택했다. 반면, LG텔레콤은 CDMA 방식을 발전시킨 CDMA2000을 선택했다. 속도, 호환성 등 여러 측면에서WCDMA가 유리했음에도 불구하고 LG텔레콤이 굳이 CDMA2000을 사용한 데는 CDMA가 도태되어서는 안 된다는 '정치적 결정'이 뒤따른 것으로 해석하는 이들이 많다.

이후에도 한동안 2G망은 유지되었다. 가장 큰 이유는 2G 시절 만들었던 번호를 아직 사용하려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01X 번호는 2G에서만 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전화나 문자 등의 기본적인 기능에 충실한 2G 휴대폰을 고집하는 소비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4G, 5G로의 전환 과정에서 주파수가 포화 상태에 접어듦에 따라 통신3사는 2G 종료에 들어갔다. 남은 2G 사용자들은 2G 서비스 종료는 상관없으니 01X 번호만 유지할 수 있게 해달라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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