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 그 자체”…그래픽카드 시장, 앞으로는 안정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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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 그 자체”…그래픽카드 시장, 앞으로는 안정될까?
  • 이철호 기자
  • 승인 2021.06.16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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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카드 시장이 혼란해지면서 일반 소비자와 조립PC 업체가 큰 피해를 입었다.
그래픽카드 시장이 혼란해지면서 일반 소비자와 조립PC 업체가 큰 피해를 입었다.

[smartPC사랑=이철호 기자] "혼돈의 카오스, 그 자체다"

업계 관계자 A가 현재 그래픽시장 상황을 표현한 말이다. 상반기 들어 그래픽카드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데다가 웃돈을 주고도 제품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다. 자연스레 일반 소비자들은 그래픽카드 시장을 멀리하게 되었다.

개인 소비자뿐만이 아니다. 조립PC 업체들 역시 그래픽카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조립PC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하루 3대씩 조립PC를 만들곤 했는데, 최근에는 한 대도 버거운 실정"이라며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직원들을 해고하거나 아예 휴업, 폐업하는 곳도 많다"고 전했다.

하지만 6월 들어 그래픽카드 하락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물론 아직 일반 유저에게는 다가가기 힘든 수준이지만 말이다. 업계에서는 앞으로의 그래픽카드 시장에서의 움직임에 관심을 쏟는 중이다.

 

가격 하락 추세, 하지만 아직 비싸다

지금 그래픽카드 구매를 고민하는 소비자에게는 좋은 소식이 있고, 나쁜 소식이 있다. 먼저 좋은 소식부터 살펴보자. 그래픽카드 가격이 조금씩 내려가고 있다는 점이다.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에 따르면 5월 들어 평균 구매가가 380만원대에 달했던 엔비디아 지포스 RTX 3090은 6월 1주차에는 328만원까지 내려갔다. 엔비디아 지포스 RTX 3080도 한때 280만원까지 뛰어오르다 6월 1주차에는 252만원까지 내려갔다. 지포스 RTX 3070도 5월 들어 평균 구매가가 한때 204만원까지 치솟았으나 지금은 175만원대까지 하락하는 추세다.

나쁜 소식은 아직도 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지포스 RTX 3070이 공개될 당시의 MSRP(공식소비자가격)는 499달러로, 당시 환율을 적용하면 56만원대다. 전 세계적인 반도체 대란 때문에 추후 MSRP 가격 조정이 이뤄진 것을 감안해도, 첫 출시때보다 상당히 비싼 셈이다. 그래픽카드 시장의 거품이 빠지는 조짐이 보이는 것은 분명하나, 그 거품 자체가 너무 크다는 것이 문제다.

신규 그래픽카드 효과, 벌써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엔비디아가 신규 라인업인 지포스 RTX 3080 Ti와 지포스 RTX 3070 Ti를 공개하면서 거품이 빠지는 속도가 빨라지는 모양새다. 특히 지포스 RTX 3070 Ti가 최고점까지 올라간 현 그래픽카드 시세 대비 저렴한 가격에 출시되면서 미드레인지 라인업을 중심으로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일례로 다나와에 따르면, MSI 지포스 RTX 3060 게이밍 X D6 12GB 트윈프로져8의 경우 5월 중순 들어 최저가가 123만원대에 달했으나 6월 15일 기준으로는 70만원 중후반대에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 ZOTAC GAMING 지포스 RTX 3070 TWIN Edge OC D6 8GB도 190만원대에 이르렀던 최저가가 120만원대까지 하락했다.

상위 라인업에서도 가격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GIGABYTE 지포스 RTX 3080 Gaming OC D6X 10GB 제이씨현의 경우 5월 중순 최저가가 300만원대를 육박했으나, 6월 15일 기준으로 오픈마켓 최저가가 165만원대에 형성되어 있다.

엔비디아의 신규 라인업 공개를 기점으로 그래픽카드 가격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출처-다나와]
엔비디아의 신규 라인업 공개를 기점으로 그래픽카드 가격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출처-다나와]

추후 로우 해시레이트(Low Hashrate, LHR)가 적용된 그래픽카드가 시장에 풀릴 경우 가격이 더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 2월, 지포스 RTX 3060 GPU의 이더리움 해시레이트 제한이 이뤄진데 이어, 새롭게 생산되는 지포스 RTX 30 시리즈 그래픽카드에도 이더리움 해시레이트 제한이 이뤄졌다. 해당 GPU는 5월 말부터 출하가 시작됐다.

이는 신제품 가격은 물론 중고 그래픽카드 시세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 B는 "현재 중고시장에서 판매되는 그래픽카드들 중에는 가상화폐 채굴로 인해 수명이 단축된 제품들이 적지 않다"며 "하지만 채굴장에 끌려가지 않는 로우 해시레이트 제품이 풀리면 현재 풀린 중고 그래픽카드 가격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예측했다.

로우 해시레이트가 적용된 그래픽카드는 채굴 성능이 크게 제한된다.
로우 해시레이트가 적용된 그래픽카드는 채굴 성능이 크게 제한된다.

'고점에 물린' 업계…일반 소비자 구매는 늘지 않아

현재 그래픽카드 가격 하락 추세는 신규 그래픽카드 라인업 발매에 채굴 수요가 급감하면서 발생하는 현상으로 풀이하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제품 가격이 내려가는 가운데서도 일반 소비자의 구매는 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 C는 "지포스 RTX 3080, 3090과 같은 고사양 그래픽카드 수요를 견인할 대작 인기 게임이 아직 없다 보니 게이머의 수요를 끌어올리기 쉽지 않다"며 "게다가 가격 거품이 너무 심해 업그레이드를 포기하거나 콘솔 게임으로 넘어간 유저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창 그래픽카드가 비쌌던 시절에 매물을 받아둔 업체들 사이에서는 손해 처리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심지어는 현재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그래픽카드를 구매한 소비자가 환불을 요청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풍문이다.

 

그래픽카드 가격, 앞으로 어떻게 될까?

업계에서는 앞으로도 시장에 충분한 그래픽카드 물량이 공급되어야 그래픽카드 시장이 안정세를 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존 페디 리서치(JPR)에 따르면 올해 1분기 GPU 출하량은 전년 대비 24.4%나 증가했지만 그래픽카드 가격 급상승을 막지 못했다. 채굴 수요가 줄어든 것을 감안하더라도 충분한 제품 공급이 이뤄져야 가격이 안정세를 되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으로는 GPU 칩셋 제조사, 특히 그래픽카드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엔비디아가 맡은 역할이 크다는 지적도 많다. 가상화폐의 수요와는 별개로 엔비디아가 제조사를 대상으로 칩셋 가격을 올린 것이 그래픽카드 가격 상승이라는 도미노 현상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실제로 엔비디아 지포스 RTX 30 시리즈는 MSRP가 출시 초기 대비 대폭 상승했다.

게이밍 그래픽카드에서 엔비디아의 독주 체제를 깨기 위해 AMD는 물론 인텔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지닌 GPU가 출시되기를 바라는 움직임도 있다. AMD는 차세대 레이 트레이싱 엔진을 사용한 RDNA 3 아키텍처를 준비 중이다. 해외 루머에 따르면 RDNA 3 아키텍처 기반 GPU는 기존보다 최대 1.5~2.8배 더 나은 성능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텔은 올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고성능 그래픽 칩셋 'Xe-HPG DG2'를 개발 중이다. 지난 2일(현지시간)에는 라자 코두리 인텔 수석 부사장이 트위터를 통해 Xe-HPG DG2 실물을 공개하기도 했다. Xe-HPG DG2는 TSMC 6nm 공정으로 제작되며, 지포스 RTX 3070과 비슷한 퍼포먼스를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 D는 “엔비디아가 최근 지포스 RTX 2060 공급을 줄이고 지포스 RTX 30 시리즈 생산에 힘을 쓸 것이라고 통지했는데, 이때의 공급이 앞으로 그래픽카드 가격을 좌우할 것”이라며 “중고시장에 채굴에 사용된 그래픽카드가 얼마나 매물로 올라올지도 변수”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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