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셧다운제, 무엇이 문제인가? - 게임할 권리 vs 규제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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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셧다운제, 무엇이 문제인가? - 게임할 권리 vs 규제할 이유
  • PC사랑
  • 승인 2011.04.14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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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게임 관련 사회적 화제 중 가장 큰 것은 여성가족부가 중점 추진하는 ‘게임 셧다운제’(Shutdown, 시간제한을 통해 과몰입을 방지하자는 제안의 통칭)다. 골자는 청소년의 건강과 잠잘 권리를 확보하고 인터넷과 게임 중독에서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모든 온라인 유통 게임물에 셧다운제를 실시하겠다는 것. 그러나 그만큼 강제적 셧다운제 조치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셧다운제 관련 논리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게임 셧다운제, 과연 무엇이 쟁점인지 알아보자.


게임산업진흥법의 늑장 처리는 스마트폰 이용자들에게 피해로 다가왔다.

게임 셧다운제, 어디까지 왔는가?
시발은 2008년 무렵 보건복지가족부가 청소년보호법 개정을 통해 게임 셧다운제의 시행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다. 이후 여성가족부로 청소년보호법 관련 업무가 이관되고 게임 과몰입 문제와 관련된 여러 사항들이 정치권에서 논의되던 분위기와 맞물렸다. 그러다가 작년부터 셧다운제를 둘러싼 갈등이 급속히 커지기 시작했다.
2010년 4월, 여성가족부는 게임회사에서 준비 중인 자율규제 대신 게임 셧다운제를 포함한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게임법과 별도로 게임에 대해 제재하는 것은 법체계를 흔드는 것” “국내 게임사에만 적용되는 규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같은 의원들의 부정적 견해 속에 재검토 처분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게임 규제에 대해 서로 상충되는 조항을 담은 게임산업진흥법과 병합심의가 결정되어 셧다운제를 담은 청소년보호법은 게임산업진흥법과 더욱 큰 갈등 관계를 형성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년여 전부터 셧다운제를 비롯한 각종 문제로 인해 게임산업진흥법 처리에 난항을 겪으며 스마트폰, 소셜 네트워크 등의 새로운 게임 환경에 대응하는 데에 한계를 겪고 있어 더 이상 게임산업진흥법 처리를 미룰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문화체육관광부는 2010년 말 게임산업진흥법 처리를 위해 16세 미만의 청소년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PC 온라인 게임에 대해 셧다운제를 실시할 것을 여성가족부와 합의한다.

부처 간 합의로 셧다운제 관련 논의는 일단락되는 듯 했다. 그러나 뒤늦게 밝혀진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의 내용에서 셧다운제의 대상 범위를 PC 온라인 게임이 아니라 ‘온라인 네트워크망을 이용하는 전체 부가통신사업자’로 규정한 것이 알려지며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다. 여성가족부와 셧다운제에 동조하는 시민단체, 개정 청소년보호법을 발의한 의원들은 PC 온라인 게임만 셧다운제를 주장하던 초기 입장에서 모바일게임이나 네트워크망을 사용하는 비디오 게임은 물론 웹사이트, 소셜 미디어 등과 같은 인터넷 서비스도 대상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한 것.

더욱이 법제처가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인 최영희 의원에게 보낸 답변서를 통해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에 명시된 인터넷게임은 정보통신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제공되는 게임물을 약칭한 것이므로 PC 온라인 게임은 물론 유무선 정보통신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제공되는 네트워크 게임이나 모바일 게임도 이에 포함된다”고 밝힌 것이 보도되자 게임업계와 인터넷 사업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졸속 합의로 또 다시 주도권을 내주게 된 문화체육관광부에는 무능함에 대한 비판과 비난이 쇄도했다. 셧다운제로 인한 갈등이 점점 커지고 있었으며 일부에서는 셧다운제가 이대로 3월 국회를 통과할 것이라는 예상이 힘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2011년 3월 9일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상황이 다시 반전되었다. 병합심의 대상이던 법안들 중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로 넘어갔지만 셧다운제를 담고 있는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은 4월 중 다시 논의하기로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3월 11일 열린 국회 본회의를 통해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이 가결되며 오픈마켓 게임물 자율심의 시행 등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러나 게임 셧다운제를 고집하는 여성가족부와 이 입장에 찬성하는 시민단체들은 셧다운제를 밀어붙일 뿐만 아니라, 게임 중독과 관련된 사회적 비용을 준조세 성격으로 게임업체로부터 거두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어 갈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게임 셧다운제로 인한 논란은 해외로도 번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2011년 3월 3일, 미국 ESA가 대한민국 국회에 보낸 의견서에서 “게임 셧다운제는 자녀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부모에게서 지도 결정권을 빼앗아 부모의 교육과 양육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으며, 불필요한 개인 정보를 수집하게 되어 개인정보 침해를 최소화하려는 세계적 추세와 어긋난다. 셧다운제 대상을 웹상의 부가통신사업자로 광범위하게 규정한 것은 검색엔진, 포털, SNS, 온라인 뉴스 사업자나 고객들에게 광범위한 피해를 가져온다”고 언급하며 게임 셧다운제에 대한 반대 의사를 나타내는 등, 국내 법규뿐만 아니라 FTA 등과도 맞물린 외교 문제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게임 셧다운제 반대 메시지를 담은 미국 ESA의 의견서.

[게임 셧다운제가 필요한 이유 : 여성가족부]

□ 청소년의 권리 보호 측면에서 필요하다
게임 중독(게임 과몰입)에서 신체적, 정신적으로 결정권이 미숙한 청소들을 보호하자는 것이 셧다운제의 목적이다. 수면권 등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심각한 해를 주는 게임을 국가가 법적으로 규정하여 막아야 하며, 그러려면 셧다운제가 필요하다는 주장한다. 여성가족부는 청소년에 대한 정책을 통해 청소년을 관리하고 보호하는 업무를 맡고 있으며, 청소년보호법에 게임 셧다운제를 포함해 관리하겠다는 명분과 이유도 이것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게임업계에서 실행한 자율규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비판한다. 실제로 작년 문화체육관광부 주도 정책은 이렇다 할 효력을 보지 못했고 피로도 시스템 역시 일부 게임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도입하지 않는 등 게임업계의 자정노력도 시기적, 질적 측면에서 미흡해 여성가족부나 셧다운제 찬성론자들의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 게임 중독 사고를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다
2010년 들어 게임 과몰입으로 인해 발생한 사망 사고나 부모 살해 사건과 같은 극단적 이슈들은 여성가족부의 셧다운제 정책에 힘을 실어 주는 계기가 되었다. 여성가족부는 이런 사건을 빌미로 그 동안 문화체육관광부와 게임업계 등에서 실시한 자율규제, 피로도 시스템 등의 자정노력이 무용하다는 주장을 더욱 강경하게 내세우기 시작했다.
셧다운제에 찬성하는 인사들은 20대 이하 청소년의 14.3%인 약 100만여 명이 인터넷 중독으로 인해 전문 상담과 치료가 필요한 상태라고 말한다. 그들은 초등학생들의 인터넷 중독이 중학생보다 높다는 통계 자료를 근거로 제시하며 셧다운제로 강력하게 규제해야 이런 현상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해외에서도 실시된 전례가 있다
게임 셧다운제와 같은 강제 장치가 해외에서 실시하거나 실시했던 전례가 있는 제도라는 점도 여성가족부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부분이다. <라그나로크 온라인> 등의 게임 과몰입이 사회 문제가 되었던 태국은 지난 2003년에 밤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청소년의 게임 이용을 차단하는 게임 셧다운제를 실시한 바 있다.

현재 피로도 시스템을 도입 중인 중국은 미성년자들의 게임 과몰입을 막기 위해 2007년경 미성년자가 온라인 게임에 접속할 경우 5시간 이후에 게임 접속이 차단되는 게임 과몰입 방지 시스템을 검토한 바 있다. 베트남은 2011년 3월부터 한시적으로 전 국민 대상 밤 11시부터 PC방 영업 금지와 셧다운제 실시 등 해외 사례 중 가장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피로도 시스템을 채택한 게임으로 <WOW> 등이 있으나 채택률은 미진하다.

[게임 셧다운제에 대한 비판]

게임 셧다운제에 대한 여러 가지 비판도 있다. 게임 과몰입에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셧다운제의 논리를 비판하는 시각도 있으며, 여성가족부가 게임에 대해 간섭하는 것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여성가족부의 게임 셧다운제 관련 주장이 어떤 비판을 받고 있는지 주요 내용을 정리해 보았다.

게임 과몰입과 게임 중독
같은 현상, 다른 표현
게임으로 인해 장시간 혹은 필요 이상 몰입하는 현상을 설명할 때,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 과몰입’이라고 한다. 여성가족부는 이 용어 대신 ‘게임 중독’이라는 용어를 쓴다. 이 글 중 일부에서도 양측의 주장에 따라 두 용어를 섞어 쓰고 있다. 동일한 현상에 대해 정부 부처 사이에서 다른 용어를 사용하는 예는 그다지 많지 않은데, 이는 법안이나 정책 결정과 관련되어 게임이나 게임과 관련된 사회 현상을 바라보는 문화부와 여성부의 시각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먼저 게임 과몰입이라는 말에 쓰이는 과몰입(過沒入)이라는 단어는 ‘많다’ ‘지나치다’는 뜻을 가진 지날 과(過)에 ‘깊이 파고들거나 빠진다’라는 몰입(沒入)이라는 말을 합친 신조어다. ‘너무 많이 파고든다’ 혹은 ‘너무 많이 빠져 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 과몰입 현상은 게임이라는 콘텐츠에 게이머가 과도하게 빠져드는 현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 게이머와 게임 모두에 대해 적정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반면 게임 중독이라는 말에 쓰이는 중독(中毒)이란 단어는 의학에서 독이나 유해 물질에 의한 신체의 해로운 영향이나 습관성, 의존증 등을 나타내기도 하고, 어떤 사상 혹은 사물에 빠져들어 정상적인 판단 기능을 상실했을 때를 일컫기도 한다. 여성가족부와 셧다운제 법안 발의 의원 등은 중독을 일으키는 대상(여기에서는 게임)을 독성 물질이나 유해 물질과 같은 해로운 것으로 간주하고, 중독에 이르게 된 사람이나 대상은 보호와 예방의 대상으로 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게임은 마약과 동일하지 않다
셧다운제 옹호론의 밑바탕에는 게임을 마약과 같은 유해물이나 범죄도구로 취급하는 시각이 깔려 있다. 이는 여성가족부가 주장하는 셧다운제의 발상이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는 비판의 빌미가 되고 있다.
“마약과 같이 유해한 현상을 일으키는 게임을 일반 가정이 책임질 수 없으므로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최영희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의 발언처럼 게임을 죄악시하거나 유해물로 취급하는 시각은 문화 콘텐츠의 본질적 특성을 망각한 채 유해성과 단점만 부각시키는 사고방식이 낳은 난센스라고 비판한다.

법규와 사회적 기준, 등급 등 여러 기준에서 게임과 동일시되는 것은 마약과 같은 유해물이나 범죄도구가 아니라 영화, 음악, 책 등과 같이 등급제가 있는 문화 콘텐츠다. 그러므로 일부 유해한 사회현상만으로 게임을 마약과 동일시하는 행동은 잘못된 선입견만으로 게임을 적대시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정신건강을 해친다는 이유로 게임을 마약과 똑같이 취급하는 여성가족부의 부실한 논리대로라면, 한 해 수십 명 이상 청소년이 자살할 정도로 청소년 정신건강에 스트레스를 주는 ‘공부’를 마약과 같은 유해물로 취급해 금지하는 일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게임은 엄연히 등급에 따라 유통되는 문화 콘텐츠이다.

□ 해외에서 실패한 셧다운제, 왜 도입하나?
앞서 잠시 언급한 것처럼 여성가족부에서는 태국, 베트남 등에서 게임 과몰입을 막기 위해 셧다운제를 도입한 사례가 있으므로 대한민국에서도 게임과 인터넷 중독 방지를 위해 셧다운제를 실시할 만한 명분이나 당위성이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셧다운제와 같은 강제적 게임 금지 제도를 도입한 나라의 실태를 살펴보면 그렇지도 않다. 태국은 지난 2003년 셧다운제가 실행된 이후 개인정보 도용 계정 접속이 되레 늘어나 실효성이 유명무실해지며 2년 만에 셧다운제를 폐지했다.

중국에서 검토한 게임중독 방지 시스템 역시 여러 계정을 이용해 게임을 하는 현실적 문제와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비용 문제 등에 부딪히며 피로도 시스템 도입으로 한 발 물러섰다. 올해 3월부터 전 국민 대상으로 셧다운제를 도입한 베트남은 셧다운제 이후 시간에도 PC방에서 온라인 게임 대신 패키지 게임을 즐기는 풍토가 생겼다. 즉, 온라인으로 유통하는 게임만 차단하면 게임 과몰입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도입 초기부터 빗나간 것. 여기에 단속도 한계를 보이고 있어 앞서 셧다운제를 도입한 태국처럼 규제가 유명무실해지는 실정이다.


<라그나로크 온라인> 등에 의해 도입된 태국의 셧다운제는 결국 폐지되었다.

□ 셧다운제는 기준과 전문성이 실종된 정책
개정하려는 청소년보호법에서는 만 16세 미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셧다운제를 실시하려한다. 그러나 이 연령대가 무슨 기준으로 정해졌는지 알 길이 없다. 만 16세라는 연령대는 게임물 등급을 나누는 기준인 만 12세, 15세, 18세와도 맞지 않고, 보호자 동의를 통해 가입 가능한 기준인 만 14세와도 맞지 않으며, 형사상의 미성년자와도 관련이 없다. 기존 법규와 상충되는 일을 되도록 피해야 하는 것은 법안 입안자의 의무지만 셧다운제 관철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여성가족부는 만 16세 미만이라는 타당성 없는 기준으로 혼선을 빚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밖에도 게임을 죄악시하기만 할 뿐 전문성이 없는 여성가족부가 게임을 규제하는 것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여성가족부 장관의 “셧다운제가 있었다면 부모 살해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발언처럼, 셧다운제를 법제화하려는 인사들은 셧다운제로 게임만 막으면 게임 과몰입 현상이 해결되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 말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게임 과몰입 현상에 대한 무지함을 자인하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예컨대 대한민국에 ‘문명하셨습니다’라는 유행어를 낳을 정도로 대유행한 <문명> 시리즈나 특유의 몰입감으로 유명한  <풋볼 매니저>, <히어로즈 마이트 앤 매직> 같은 게임도 온라인 게임이 아니다. 성인들도 헤어 나오지 못할 만큼 강력한 중독성을 지닌 게임이지만, 규제대로라면 온라인 게임이 아니므로 청소년들은 밤새 즐길 수 있다. 이처럼 셧다운제는 게임의 과몰입에 대한 원인을 잘못 짚고 있는 것이라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 괴담만 양산하는 게임 셧다운제
게임 셧다운제는 ‘청소년 보호’라는 여성가족부의 명분을 생각하더라도 기존 법규와 상충되는 부분, 앞서 실시한 다른 나라에서 입증된 미흡한 실효성, 게임에 대한 전문성 부재 등 여러 면에서 크고 작은 문제와 허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여성가족부와 게임 셧다운제에 동조하는 인사는 물론, 일부 언론까지도 셧다운제에 힘을 싣기 위해 무리한 이슈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특히 국민에게 좋은 점과 나쁜 점을 균형 있게 전달해야 할 정부 부처와 언론이 되레 괴담을 양산하는 것은 매우 심각한 일이다.

셧다운제를 찬성하는 인사들은 게임 중독 현상의 책임을 게임과 제작사에 돌리며 게임물의 등급제가 지켜지지 않는 원인 역시 게임업계에 있다고 주장한다. 셧다운제에 동조하는 일부 시민단체 인사들은 방송 토론에서 “19세 이상 게임에 15세 청소년이 가입한다”며 “게임업계에서 회원 유치를 위해 등급체계를 빈번하게 위반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들의 주장은 주민등록번호에 따라 가입이 결정되는 게임의 정보관리 시스템과 실제로 등급제를 위반해 게임을 접하는 어린이나 청소년들은 부모나 다른 어른들의 개인정보를 도용해 가입 후 게임물을 이용하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나 정작 이런 가명, 차명계정을 통한 등급위반 행위가 공공연하게 묵인되는 현실을 무시한 것이다.
특히 게임 과몰입 현상에 대한 언론의 선정적 보도태도는 언론의 본령을 망각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KBS의 <추적 60분>은 인터넷 중독자와 코카인 중독자의 뇌 촬영사진을 단순 비교해 고의로 마치 게임에 과몰입한 게이머를 마약 중독자처럼 오인하게 만들었다.

MBC <뉴스데스크>에서는 청소년 이용이 불가능한 게임을 자료 화면으로 내보내는 왜곡보도와 영업 중인 PC방에서 강제로 전원을 차단한 후 화가 난 PC방 손님들을 보여주며 게임의 폭력성을 운운하며 무리수를 두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보도는 대표적인 왜곡보도 사례로 소개되며 웃음거리가 되었다.

통계에서 유리한 측면만 과장하는 일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100만여 명이 인터넷 중독 관리대상이라고 한다. 이 수치는 셧다운제를 옹호하는 주요 논리로 쓰이고 있으나 ‘인터넷 중독’과 ‘인터넷 게임 중독’은 다른 증상이므로 이 통계를 ‘청소년 100만 명 게임 중독’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사실 왜곡이다.
더불어 2010년 11월 여성가족부는 그 해 7월에 국민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를 근거로 ‘국민 60%가 게임 셧다운제를 도입하면 게임중독 예방효과가 있다는 데에 찬성했다’고 선전한다. 그러나 해당 통계 표본은 학부모, 교사, 청소년과 같은 특정 계층 대상이므로 국민 전체의 찬성이라고 확대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2011년 3월 3일 한국입법학회가 공개한 여론조사도 주목해야 한다. 당시 학부모 1000명과 청소년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셧다운제 영향 관련 최신 여론조사는 여성가족부가 제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정면으로 뒤집었다.
한국입법학회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셧다운제가 실시되어도 약 95%의 청소년이 게임을 계속 하겠다고 답할 뿐 아니라, 게임 이용시간 규제를 가정과 게임사의 자율에 맡기는 것에 찬성하는 의견도 80%가 넘었다. 반면 셧다운제와 같은 강제 행동을 찬성하는 집단은 학부모 및 청소년 모두 20%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의 몰입에 대한 기본적 지식이 의심될 정도다.

[셧다운제의 진짜 목적은 무엇인가?]

셧다운제에 대한 반대가 더욱 거세지는 와중에 지난 2011년 3월 16일 한나라당 이정선 위원 주최로 열린 토론회는 큰 파장을 일으켰다. 셧다운제 찬성 인사들이 대거 참여해 게임업계에 대해 비논리적인 발언을 근거로 막말하는 것은 물론, 기금 명목으로 수천억 원에 달하는 금전을 요구하는 일까지 발생했기 때문이다.

권장희 놀이미디어교육센터 소장은 이날 “게임을 하면 전두엽이 망가지는 짐승이 된다. 지금 교실에 뇌 상태가 짐승 같은 아이들이 있다”는 등의 발언으로 게임이 두뇌를 파괴한다는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언급했다. 그는 게임업계가 이익의 10% 이상을 중독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써야 한다는 논리로 약 4000억 원의 기금 조성을 주장했다. 김충렬 장신대 심리치료대학원 원장은 사행성 게임물과 일반 게임물이 구분되어 있는 실정법을 무시하고 “사행산업계가 책임을 지고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는 등을 발언해 모든 게임업계를 사행산업으로 왜곡하는 우를 범했다.

김춘식 경민대학 e-비즈니스경영과 교수는 “방송은 매출의 6%까지 방송발전기금으로 걷고 있는데, 프로야구단 할 돈은 있으면서 인터넷게임 중독을 해결할 기금을 조성할 의사는 없나?”라는 발언과 함께 최소 2000억 원의 기금 마련을 촉구했다. 그러나 그는 공공재에 해당하는 방송과 사적 이윤을 추구하는 게임 산업을 같은 선상에 바라보는 오류를 범했다.

게임을 죄악시하며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하는 발언까지 공개되자 게임 과몰입 이슈화 이후 사회적으로 왜곡된 시선에 시달려 왔던 게임업계들은 패닉 상태에 휩싸였다. 심지어 ‘대한민국에서 사업 못해 먹겠다’는 발언을 공공연하게 할 정도였다.
상황이 이러자 게임 셧다운제를 실시하려는 이유가 당초 밝혔던 것처럼 청소년 보호나 수면권 보장 때문이 아니라 게임업계를 닦달해 여성가족부가 예산 명목의 돈을 뜯어내기 위한 것이 진짜 이유였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현재 여성가족부는 경륜, 경정법 시행령이 개정된 이후 연간 300억 원에 달했던 가용 기금이 60억 원 규모로 축소되어 약 240억 원 가량의 예산이 줄었다.

여성가족부는 재원을 확충하기 위한 수단으로 술, 담배는 물론 게임과 유료 전화서비스 등에서 예산 전용 가능성에 대한 용역을 의뢰한 일이 있다. 이런 관점에서 여성가족부나 셧다운제 찬성 인사들의 발언과 행동을 종합해 보면, 여성가족부의 셧다운제 법제화 목적은 여성가족부와 관련 단체들이 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게임업계에서 거두기 위한 것이 된다. 게임업계에 돈을 요구할 명분과 권력 근거를 만들기 위해 게임 산업을 죄악시하는 여론을 조성한 후 게임 규제책인 셧다운제를 청소년보호법에 포함시키려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런 내용으로 인해 그렇잖아도 셧다운제를 탐탁하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청소년의 건강과 보호를 빌미로 게임업계에 몇 천억 원 대의 돈을 거두겠다는 발언을 비판하는 한편, ‘청소년의 보호를 내세우더니 진짜 목적은 돈이었다’는 비판이 갈수록 큰 힘을 얻고 있다. 그간 셧다운제의 취지만은 찬성하던 사람들까지도 여성가족부에 반대를 표하는 일이 느는 추세다. 심지어 인터넷상에서는 셧다운제가 포함된 청소년보호법을 발의하거나 찬성하는 의원이나 단체장들에 대한 낙선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PC방 정전으로 손님들을 분노케 만들고 게임 폭력성을 언급한 뉴스는 세간의 놀림거리가 되었다.


한국입법학회에서 청소년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셧다운제에 대해 설문한 결과, 20% 미만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정한 청소년 보호 대책이 필요하다]

셧다운제와 관련한 논란이 점점 더 강해지는 지금, 여성가족부의 셧다운제 주장이 본래 명분이었던 청소년의 보호와는 동떨어진 목적으로 진행되자 셧다운제에 대한 반대 목소리와 무용론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셧다운제에 실패한 해외 사례에서 보듯 ‘일단 법만 만들고 보자’는 식으로 추진하는 셧다운제가 제대로 시행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더욱이 대한민국의 경우 이미 부모님 명의 등을 가족 간의 합의에 의해 차용하거나 몰래 도용해 생성된 차명계정이 몇 백만 개는 될 것이다. 게다가 가정이나 PC 게임방 등에서 청소년들의 차명계정 게임 플레이를 방조 혹은 묵인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게임 셧다운제의 실용성은 더더욱 떨어진다.

논란이 거세지며 셧다운제를 반대하는 일부 부류에서는 여성가족부의 존재 목적 혹은 가치에 대해 비하하거나 여성가족부가 셧다운제를 말할 권한이 없다고 부정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가족부는 청소년 관련 정책을 수립할 권한이 있기 때문에 여성가족부 자체를 욕하고 비난하는 일은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게임에 대한 전문성과 이해가 결여된 여성가족부의 무지함은 비판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정부의 정책은 법과 원칙에 따라 전문성을 가지고 이루어져야 하지만 게임 셧다운제 주장이나 이에 동조하는 견해에는 앞서 비판 받은 것처럼 전문성과 이해가 심각하게 결여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아무리 나쁜 사례로 여겨지고 있는 것도 그것이 시작된 애초의 계기는 훌륭한 것이었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필자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셧다운제가 바로 이 명언이 말하는 ‘나쁜 사례’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의도는 선의일지 모르지만 게임 과몰입 현상이 심각하고 그에 따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게임은 마약과 동일하다’는 식으로 유해성만을 과장하고 게임에 대해 전혀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면 게임 셧다운제가 정당성을 얻을 수 없다. 만에 하나 반대를 무릅쓰고 실행된다 해도 청소년을 위한 보호 대책으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도 없을 것이다. 정말로 청소년의 권리를 위한다면, 청소년들이 게임을 접하는 현실을 바르게 바라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게임업계에 수천억 원의 기금을 노골적으로 요구했던 셧다운제 찬성측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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