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기 시장에 부는 뉴트로 열풍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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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기기 시장에 부는 뉴트로 열풍에 대하여
  • 이철호 기자
  • 승인 2020.11.23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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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제국의 역습이 시작됐다

[smartPC사랑=이철호 기자] 일본의 대표 만화, <짱구는 못말려(크레용 신짱)>는 2020년까지 28개의 극장판이 개봉했다. 그 중에서 사람들이 최고의 명작으로 꼽는 극장판으로는 2001년작인 <어른제국의 역습>이 있다.

이 영화에서 거대 비밀조직 '예스터데이 원스 모어'는 온 세상을 추억의 20세기로 되돌리려는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짱구 일행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 움직이는 것이 주요 스토리다.

본작에서 켄과 차코를 필두로 한 예스터데이 원스 모어는 엄연히 주인공과 대립하는 포지션에 있다. 하지만 <어른제국의 역습>이 첫 개봉한지 20여 년이 흐른 지금, 옛날로 돌아가고 싶다는 켄의 생각에 동감하는 사람들이 많다. 길거리를 거닐다 보면 만날 수 있는 복고풍 패션, 복고풍 신곡을 보다 보면 더욱 그렇다.

IT기기에도 복고풍 디자인을 도입한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옛날 감성을 자극하는 디자인에 레트로 콘텐츠를 즐기기에 적합한 기능을 갖춘 제품도 출시되고 있다. 이런 레트로 열풍의 원인은 무엇일까? 그리고 어떤 레트로 IT 제품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레트로 그리고 뉴트로

레트로(Retro)는 '추억'이라는 뜻이 담긴 레트로스펙트(Retrospect)의 준말로, 과거의 기억이 남아 있던 시절로 돌아가려는 경향을 의미한다. 즉, 옛날에 유행했던 것이 현재에 재조명받고 인기를 끄는 것이 레트로다. 흔히 말하는 복고풍 패션, 복고풍 음악 등이 레트로의 전형이라 보면 되겠다.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의 문화를 재현하려던 '르네상스' 운동처럼 과거를 그리워하고 이를 재현하려는 움직임은 과거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등장할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레트로 스타일은 70~80년대부터 나타났다. 패션, 음악 등에서 20여 년 전의 문화가 재조명되면서 이를 재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고, 그것이 현대에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80~90년대를 오마주하는 레트로 열풍이 일고 있다. 사진은 80년대 팝 음악을 현대적으로 되살린 더 위켄드(The Weeknd)의 신보 'After Hours'.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80~90년대를 오마주하는 레트로 열풍이 일고 있다. 사진은 80년대 팝 음악을 현대적으로 되살린 더 위켄드(The Weeknd)의 신보 'After Hours'.

레트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옛날 감성을 그대로 재현하려는 경향이다. 여기서는 옛날 그 당시의 디자인과 기능을 최대한 되살려 소비자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특징이다. 옛날 패키지 디자인을 되살린 펩시콜라나 칠성사이다 등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최근에는 레트로에서 한 발 더 나아간 뉴트로(Newtro)도 유행이다. 이것은 복고적인 감성에 현대적인 기술을 접목해 오리지널을 재해석하는 경향을 뜻한다. 이를테면 필름 카메라 감성을 디지털 카메라로 재현한 올림푸스 PEN-F나 타자기 디자인을 접목한 무선 키보드가 있겠다.

레트로 디자인이 인기를 끌면서 레트로 콘셉트의 타 브랜드와 IT업계가 협업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슈피겐이 출시한 갤럭시 노트20 진로 케이스.
레트로 디자인이 인기를 끌면서 레트로 콘셉트의 타 브랜드와 IT업계가 협업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슈피겐이 출시한 갤럭시 노트20 진로 케이스.

 

요즘 젊은 것들, '복고풍'에 열광하다

뭔가 옛 감성이 묻어나는 물건이 이전에도 없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동안의 복고풍 마케팅은 5060세대로 대표되는 중장년층을 겨냥한 경우가 많았다. 반면, 현재는 이보다 더 젊은 세대가 레트로 스타일에 열광하는 경향이 짙다.

실제로 네이버 데이터랩 쇼핑인사이트에서 최근 1년(2019년 10월 19일~2020년 10월 19일) 동안 '디지털/가전' 카테고리에서 '레트로'를 가장 많이 검색하는 계층으로는 30대가 가장 많았으며, 40대가 뒤를 이었다. 뿐만 아니라 레트로의 모태가 되는 LP, 휴대용 라디오, 필름 카메라, 8비트 게임기 등을 경험해본 적이 극히 적은 10대, 20대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레트로 가전/IT기기의 경우 3040 세대의 수요가 높다. 또한, 20대의 수요도 만만치 않다. [출처-네이버]
레트로 가전/IT기기의 경우 3040 세대의 수요가 높다. 또한, 20대의 수요도 만만치 않다. [출처-네이버]

이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우선 사회초년생을 벗어나 직장인이 되고 가정을 꾸려나가는 3040세대가 사회 주류로 올라선 가운데 이들의 추억을 자극하는 콘텐츠가 성공을 거둔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90년대 듀스의 감성을 2020년에 재현한 싹쓰리나 tvN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의 성공을 그 예로 들 수 있겠다.

한편, 1020세대는 경험해 보지 못한 '옛날 감성'에 새로움을 느끼며 복고풍에 열광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SNS를 통해 레트로 패션, 레트로 카페 등이 유행을 타면서 젊은 층 역시 레트로를 새로운 유행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현재의 레트로 열풍은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연관이 깊다는 지적도 많다. 특히 코로나19(COVID-19)로 인한 불황 속에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타인과의 만남이 줄어들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옛 추억에서 편안함을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해석이다.

 

어렸을 때의 추억과 감성, IT기기로 되살아나다

그렇다면 레트로 열풍이 IT기기 시장에는 어떻게 반영되고 있을까? 앞서 살펴봤듯이 현재 레트로 열풍을 주도하는 세대는 3040세대다. 이 세대는 어렸을 때부터 PC, 오디오를 비롯해 다양한 IT기기를 경험한 세대다. 또한, 테트리스나 슈퍼 마리오, 소닉 더 헤지혹 시리즈와 같은 비디오 게임에 열광하던 세대이기도 하다.

구글 트렌드를 통해 최근 1년(2019년 10월 20일~2020년 10월 20일) 동안 레트로 관련 검색어를 살펴보자. 가장 인기 있는 검색어는 '레트로 게임'이었으며, '레트로 게임기', '레트로 키보드'도 상위 5위권 안에 안착했다. '레트로 감성' 역시 4위에 올랐다.

그래서 현재 레트로를 표방하는 IT기기 제품은 80~90년대 감성을 담은 디자인과 콘텐츠를 통해 소비자에게 어필하고 있다. 80년대 라디오, 스피커의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되살린 블루투스 스피커나 백색 위주의 가전기기에 복고풍 컬러를 도입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특히 게임기기 부문에서 레트로 열풍이 강하다. 8비트/16비트 복각 게임기 제작은 물론 명작 게임을 부활시키기 위한 펀딩이 이어지는가 하면 고전 게임을 모바일로 이식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복고적인 디자인으로 감성을 살린 음향기기들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앱코의 레트로 클래식 블루투스 스피커 BEATONIC BCX100.
복고적인 디자인으로 감성을 살린 음향기기들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앱코의 레트로 클래식 블루투스 스피커 BEATONIC BCX100.
LG전자는 금성사 시절의 폰트와 로고를 활용한 월페이퍼, 굿즈 등으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LG전자는 금성사 시절의 폰트와 로고를 활용한 월페이퍼, 굿즈 등으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레트로라고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수많은 IT기기, 게임이 레트로 열풍을 타고 다양한 복고풍 마케팅, 게임 리마스터 등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모든 기업에 레트로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마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옛 명성에 취한 모습만 보여준 채 소비자에게 실망만 안겨준 사례도 적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로는 <워크래프트 3: 리포지드>가 있겠다. 워크래프트 2, 스타크래프트의 뒤를 잇는 명작 RTS 게임을 새롭게 리마스터하는 것에 대해 게이머들의 기대는 컸다. 하지만 실제로 나온 결과물은 처참했다. 오리지널 원작보다 게임성은 불편하고 그래픽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여기에 텍스트 버그를 비롯한 각종 버그도 속출하면서 '깐포지드'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까지 얻기에 이르렀다.

'워크래프트 3: 리포지드'는 기대에 못 미치는 퀄리티로 인해 '깐포지드'라는 조롱을 받아야 했다.
'워크래프트 3: 리포지드'는 기대에 못 미치는 퀄리티로 인해 '깐포지드'라는 조롱을 받아야 했다.

이런 사례는 중요한 교훈을 우리에게 안겨준다. 단순히 껍데기만 옛 것을 추구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레트로 디자인에 담긴 품질 역시 소비자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사랑했던 그때 그 시절의 감성에 2020년의 새로움을 접목해야 진정으로 사랑받는 제품이 될수 있을 것이다.


레트로 트렌드를 선도하는 IT기기·생활가전은?

옛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레트로 디자인은 스피커, 이어폰과 같은 음향기기와 키보드를 비롯한 PC 주변기기에 속속 적용되고 있다. 게임 분야에서도 80년대 감성을 살린 게임기가 많은 유저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카메라 분야에서는 이전부터 올림푸스, 후지필름 등이 레트로 콘셉트의 제품을 출시한 데 이어 필름 카메라 시절의 감성을 담은 즉석카메라 제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가전제품에도 레트로 컬러를 중심으로 레트로 디자인이 도입되고 있다.

IT기기·생활가전 시장에서 레트로 트렌드를 주도하는 제품을 살펴보자. 가격은 11월 23일, 인터넷 최저가 기준이다.

ABKO BEATONIC BLD10

옛날에는 CD나 MP3가 아닌 LP판으로 음악을 듣곤 했다. ABKO BEATONIC BLD10은 LP판을 재생하는 턴테이블에 휴대용 블루투스 스피커를 결합했다. 턴테이블 디자인을 차용한 게 아닌 진짜 턴테이블로, 벨트 드라이브 시스템을 통해 소음이나 진동 없이 깨끗하게 음악을 재생하고, 플래터 회전 속도를 조정할 수도 있다.

또한, 고품질 스타일러스를 탑재해 아날로그 감성은 물론 음질도 놓치지 않았으며, 5W x2 다이나믹 드라이버와 고품질 카트리지로 선명한 음질을 자랑한다. 블루투스 5.0도 지원해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연결해 음악을 감상할 수도 있으며, 클래식한 디자인의 핸들 덕분에 휴대도 간편하다. 가격은 약 81,900원이다.

브리츠 BZ-TM990

초창기 오디오 앰프로 많이 쓰였던 진공관 앰프는 특유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음색 덕분에 지금도 마니아층이 두텁다. 브리츠 BZ-TM990은 이런 진공관 앰프와 블루투스 오디오를 결합한 제품으로, 아날로그 시대의 감성을 자극하는 디자인이 매력적일 뿐만 아니라 진공관 앰프를 통해 음색의 미묘한 변화를 잘 표현해준다.

또한, 블루투스를 활용해 스마트폰과 연결한 다음 음악을 감상할 수도 있고, FM 라디오도 청취가 가능하다. MP3 음악이 담긴 USB 메모리를 꽂아 음악을 재생할 수도 있고, 음악 CD 재생도 지원한다. 최신 Hi-Fi 사운드 기술로 조율된 150W(75W x2) 프리미엄 유닛도 매력적이다. 가격은 약 640,000원이다.

ABKO TW1867 레트로 블루투스 기계식 키보드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키보드의 조상님은 단연 타자기다. 최근 이 타자기의 디자인을 현대적인 키보드에 접목한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ABKO TW1867 레트로 블루투스 기계식 키보드는 그레인 우드 컬러의 상판과 레트로 서클 키캡을 바탕으로 클래식한 타자기의 느낌을 재현했다. 여기에 오테뮤 청축/적축이 탑재되어 타자기의 타건감까지 구현했다.

이 블루투스 키보드는 최신 블루투스 5.0을 지원해 최대 3대의 스마트 디바이스와 멀티 연동이 가능하며, 단축키를 통해 디바이스를 간편하게 전환할 수 있다. 끊김 없이 타이핑할 수 있도록 1,000mAh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했으며, 윈도우/안드로이드/iOS 등 모든 OS와 완벽하게 호환된다. 청축은 약 109,000원(적축은 11월 23일 기준 품절 상태)이다.

세가 메가 드라이브 미니

세가는 한때 마크 Ⅲ나 메가 드라이브, 드림캐스트 등의 게임기로 소니, 닌텐도와 열심히 경쟁했던 시절이 있다. 그 중에서 세가 가정용 게임기 중 가장 많이 팔렸던 메가 드라이브가 2019년, 메가 드라이브 미니로 다시 태어났다. 이 게임기는 손바닥만한 사이즈에 메가 드라이브의 디자인은 최대한 살린 것이 특징이다.

콤팩트한 콘솔 내부에는 테트리스, 소닉 더 헤지혹, 샤이닝 포스, 뿌요뿌요 등의 42개 타이틀이 수록되어 있다. 모두가 잘 아는 걸작은 물론 서드 파티 타이틀도 수록되었고, 장르도 액션, 슈팅, 퍼즐, RPG 등으로 다양하다. 당시 조작성 측면에서 호평 받았던 컨트롤러 '파이팅 패드 6B'도 2개 동봉되어 있다. 가격은 약 79,000원이다.

후지필름 X100V

레트로 스타일의 미러리스 카메라, PEN E 시리즈로 이름 높았던 올림푸스는 지난 6월 카메라 사업을 포기했다. 하지만 후지필름은 아직 DSLR, 미러리스는 물론 옛날 필름 카메라 시절의 디자인과 조작성을 살린 하이엔드 콤팩트 카메라, X100 시리즈도 꾸준히 판매하고 있다. 이 X100 시리즈의 최신작으로는 X100V가 있다.

후지필름 X100V는 알루미늄을 특수 가공한 외장재를 바탕으로 옛날 필름 카메라 시절 디자인을 지니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날로그 다이얼 조작을 통해 클래식 카메라 시절의 촬영도 재현했다. 필름 카메라 특유의 색감을 재현하려는 다양한 사진 효과도 돋보인다. 틸트식 액정 모니터와 정확한 AF로 편의성도 살렸다. 가격은 약 1,630,000원이다.

코닥 미니샷3 콤보 3 레트로

1882년 태어난 코닥은 사진업계에서 가장 근본 있는 브랜드 중 하나다. 비록 필름 산업의 몰락과 함께 가세는 많이 기울었지만, 오랜 헤리티지를 바탕으로 한 레트로 콘셉트의 제품을 종종 선보이고 있다. 그 중 하나로 즉석카메라와 포토프린터를 결합한 코닥 미니샷3 콤보 3 레트로가 있다. 디자인만 봐도 레트로 감성이 넘치지 않는가?

이 제품은 즉석사진 인화지를 삽입한 다음 폴라로이드 카메라처럼 쓸 수도 있고, 블루투스 무선연결을 통해 스마트폰 사진을 출력할 수도 있다. 4PASS 염료승화형 인화지는 선명한 사진 퀄리티를 자랑하며, 기본제공되는 8매의 인화지와 잉크를 하나의 모듈형으로 합쳐서 교체도 간편하다. 가격은 약 120,000원이다.

스메그 FAB5

1인가구를 위한 소형 가전에도 레트로 열풍이 한창이다. 특히 이탈리아 가전 브랜드 스메그는 1950년데 복고풍 스타일의 가전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스메그 FAB5 역시 50년대 감성이 묻어나는 곡선 디자인과 팝아트에서 영감을 얻은 블랙/레드/핑크/파스텔블루/라임그린 등 다양한 컬러를 채택해 인테리어 소품으로 제격이다.

또한, 냉장고 도어가 두껍고 밀착력이 우수해 냉기 보존 능력이 좋고, 형광물질을 최소한으로 사용해 친환경적인 가스켓, 빈티지한 느김의 크롬 손잡이와 로고도 돋보인다. 2단계로 온도세팅이 가능해 주류냉장고, 화장품냉장도 등으로 사용하기에 좋고, 간접 냉각방식을 적용해 내부에 균일한 온도를 유지해준다. 가격은 약 1,190,000원(유니언잭 스페셜은 약 1,550,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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