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추억을 새것으로 바꿔주는 마법사 - 인포돔디비디 송영성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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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추억을 새것으로 바꿔주는 마법사 - 인포돔디비디 송영성 대표
  • PC사랑
  • 승인 2011.02.17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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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비디오를 DVD로 옮기다
기록매체가 진화하는 것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 영원히 ‘기록의 왕좌’를 차지할 것으로 보였던 CD나 DVD는 퇴물 취급받고, 이 둘을 대신할 블루레이 디스크는 언제쯤이나 대중화될지 미지수다. 이러는 사이 하드디스크가 용량 대비 값을 대폭 낮추면서 대표적인 기록매체로 자리 잡았다.

여기까지는 모두 2000년대 후반의 디지털 세상 이야기다. 아버지 세대에 영상이나 사진을 저장하는 방법은 아날로그 카메라나 캠코더가 전부였다. 둘 다 비디오테이프 아니면 필름이라 컴퓨터나 DVD플레이어로 바로 볼 방법이 없다. 게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재생하면 할수록 조금씩 닳으니 마음껏 감상하지도 못한다. 이렇게 아끼고 모시고 살다 어느 순간 잊고 지내다 결국 잃어버리는 것이 수순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는 구형 비디오테이프를 디지털 데이터로 전환하는 것이다. 약간의 PC 상식과 장비만 있으면 집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 하지만 비디오테이프 하나를 위해 투자해야 할 돈과 시간이 문제. 인포돔디비디 송영성 대표는 이런 불편을 어떻게 하면 편리하게 해결할까 고민하다 창업에 이르렀다.
“2004년 무렵 삼성전자도 비디오테이프 재생기를 단종 시켰습니다. 그로부터 6년여가 흘렀으니 구형 비디오재생기가 망가지면 더 이상 비디오를 볼 방법이 없죠. 저희 회사에서 하는 일은 이런 비디오테이프를 DVD로 바꿔주는 일입니다. 방법도 간단해서 마치 동네 사진관에 필름 맡겼다가 며칠 후에 찾아가는 식이죠.”

첫 고객은 친형 “추억을 백업해준 기분”
송 대표는 이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 생산현장에서 근무하는 프로그래머였다. 2004년 무렵 창업을 위한 소재를 찾아 고민하다 번뜩이는 생각 두 가지가 있었고, 그 중 하나가 바로 비디오테이프 디지털화였다.
“처음 생각했던 사업은 얼리어댑터를 위한 제품 대여 사업이었어요. 얼리어댑터에서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대신 제품 대여료를 받는 것이죠. 두 번째가 지금 사업이었는데요, 아내에게 두 가지 사업 계획을 말해주니 대뜸 한 소리 하더라고요. ‘첫 번째 사업이 사업이냐, 네 장난감 사는 일이지’라고요(웃음). 그래서 자연스럽게 두 번째 안을 선택했어요.”

송 대표는 사업 초기에 ‘어떻게 하면 작업 방식을 간단히 할 수 있을까’를 두고 상당 부분 고심했다. 본격적인 사업 전에 힌트를 얻은 것은 캠코더 영상을 CD에 저장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전문가 뺨칠 장비가 필요했다. 무엇보다 화질이 좋지 않았다. 그러다 눈길을 끈 것이 DVD다.

“첫 고객은 형님이었어요. 아이들이 자랄 때부터 당시까지 캠코더로 찍은 게 40개나 됐어요. 그런데 아까워서, 한 번 볼 때마다 화질 떨어질까 봐 고이 간직만 하고 있었죠. 그래서 제가 이런 사업을 하니까 믿고 맡기라고 했지요. 물론 제 값 다 받고요(웃음). 그 뒤로 지금까지 약 7만 개를 처리했어요. 지금도 월 평균 1000여개 내외를 DVD로 만들어요.”

송 대표에 따르면 국내 비디오테이프가 정점을 찍은 것은 2004년 무렵이다. 당시 전 세계 수요량이 약 28억 개였다. 그 중 11억 개를 우리나라에서 만들었고, 내수 시장에서 소비한 것이 연간 3500만 개에 이른다. 송 대표는 “대부분 유아용 비디오 등에 쓰였지만 공테이프도 상당히 많이 팔렸다”며 “그 중 30%만 쳐도 1,000만 개에 해당하는 양이다. 여기에는 1990년대 집중적으로 팔린 캠코더 관련 테이프는 빠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20세기 말 제작한 온갖 종류의 아날로그 테이프들은 10여년이 지난 지금에서는 확인할 길이 없다. 부모님 환갑잔치, 결혼식, 돌잔치 등 각종 가족 행사부터 자녀의 자라는 모습을 담은 비디오테이프가 고스란히 없어질 판인 셈이다.
“종종 20년쯤 된 테이프가 들어오기도 합니다. 끊어지거나 손상된 것도 있죠. 하지만 고칠 수 있어요. 비디오 헤드에 씹히거나 테이프에 곰팡이가 슬었다 해도 그 부분만 잘라내고 이어 붙이면 됩니다. 그러니 버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추억은 두 번 다시 가질 수 없어서 추억이잖아요.”

데이터 관리는 무엇보다 철저히
백업 서비스라지만 모르는 사람에게 내 영상을 맡기는 일은 어딘가 찜찜할 수 있다. 송 대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백업 도중 에러났거나 영상 상태가 나쁜 DVD는 파쇄기로 완전 분쇄한다. 더불어 택배를 통해 접수하는 방식에서 만에 하나 있을 분실사고에 대비해 보상책까지 마련했다. 아예 설이나 추석명절 같은 택배대란일 때는 앞뒤로 2주일을 쉰다. 손해가 막심해도 차라리 그게 더 안전하고 마음도 편안하다는 게 송 대표 설명이다.

“지금까지 7만여 개의 DVD를 만들면서 딱 세 번 분실사고가 있었어요. 택배 시스템이 지금보다 좋지 않던 시절이라……. 어쨌든 돈으로 물어준다고 해도 추억을 다시 사올 수는 없죠. 그래서 늘 조심하고 주의하려고 노력합니다. 때때로 ‘왜 우리 집 DVD 플레이어에서 나오지 않느냐’는 항의도 들어오는데요. 이때는 구형 DVD 플레이어라 그런 경우가 태반이죠. 이럴 때는 다시 보실 수 있도록 조치합니다.”

송 대표의 말을 듣다보면 자연스럽게 드는 생각이 ‘DVD 롬이 없는 컴퓨터에서 어떻게 볼까?’다. 이에 대해 송 대표는 올해 하반기 중에 영상 파일을 DVD 롬이나 재생기가 없어도 볼 수 있게 하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올해 하반기 쯤 시범 서비스를 생각 중입니다. DVD 재생기도 점차 자취를 감추는 추세니까요. 스트리밍 서비스는 유튜브처럼 여러 사람이 보는 방식이 아니라 한 계정에서만 볼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비디오테이프를 맡기면 DVD로 만들어 보관하고 저희 서버에서 다운로드나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식이죠. 아직은 구상 중이고 구제척인 모델은 하반기쯤 나올 예정입니다. 기대해 주세요.”


서울은 물론, 전국에서 비디오테이프 변환 의뢰가 들어온다.


송 대표 앞으로 쉬지 않고 오는 문의 전화. 명절 때면 가족과 함께 옛날 비디오를 보기 위한 문의가 쇄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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