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생활 파고든 하이브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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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생활 파고든 하이브리드
  • 편집부
  • 승인 2010.11.2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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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힘을 합쳐 더 강한 힘을 갖는다. 마치 만화 속 합체로봇 이야기 같다. IT 업계에 이른바 ‘하이브리드’ 열풍이 뜨겁다. 서로의 장점을 더해 기존보다 더 쓰기 좋게 태어나니 소비자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디지털 카메라부터 하드디스크까지 이종교배를 통해 고정관념을 넘어선 제품을 살펴봤다.

■ 하이브리드, 일상을 파고들다
사전적인 의미로 하이브리드는 두 가지 기능을 하나로 합치는 것을 말한다. 혼성, 혼합, 잡종이라는 의미로 풀이하지만 IT에서는 이보다 더 넓은 의미로 해석한다. 즉 용도가 다른 두세 가지 물건을 합쳐 새로운 물건이나 시장 영역을 창조하는 것도 하이브리드의 연장으로 보는 것이다.

의도와 달리 한동안 하이브리드라는 뜻은 시사경제 시험에서나 볼 수 있었다. 다방면에서 시도되었지만 효과도 미미한데다 크게 주목받을 제품도 없던 탓이다. 그러다 자동차 회사들이 전기와 석유, 혹은 LPG와 전기를 이용한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내놓자 대중적인 용어가 되었다.

현대자동차에서 내놓은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는 LPI(LPG 액상분사방식) 엔진과 전기모터, 두 가지 동력원을 함께 쓰는 자동차다. 하이브리드 엔진 작동 원리는 간단하다. 시동을 걸고 출발할 때는 가스 엔진과 전기 모터를 동시에 써서 속도를 높이고 정속 구간에 접어들면 가스 엔진만 작동한다. 주행 중 속도를 줄일 때 발생하는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가속할 때나 시동 걸 때 쓴다. 가스를 절약하면서 전기에너지를 재활용하는 방식이어서 앞으로도 기대되는 기술이다.

■ GPU를 알아서 바꿔가며 쓰는 노트북
대부분 기기처럼 IT기기는 에너지를 적게 써야 좋은 제품이다. 특히 휴대용 기기에서는 더욱 중요하다. 한동안 미니노트북이 대거 쏟아져 나오면서 배터리 지속 시간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적게는 서너 시간, 많게는 예닐곱 시간 동안 충전 없이 작동하는 제품이 늘었다.

문제는 지속시간 대비 노트북 성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 전력을 덜 쓰는 것에 치중해 정작 성능을 발휘해야 할 때 아쉽기 일쑤다. 이런 문제를 해결한 것이 노트북에 그래픽카드를 달고 필요에 따라 껐다 켰다 하도록 만든 시스템이다. 마치 엔진과 모터를 번갈아 가면서 쓰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같다.

초기에는 이용자가 직접 노트북에 달린 외장 그래픽카드 활성화 버튼을 껐다 켜는 식이었다. 아수스가 2008년에 출시한 ‘N10JC’ 노트북은 당시 미니노트북 중에서 유일하게 지포스 9300M GS 256MB 그래픽을 달았다. 스위치와 버튼을 조작해 게임을 하거나 그래픽 작업을 할 때 외장 그래픽을 활성화하고 배터리를 아껴야 할 때는 끄는 식이었다.

상대적으로 부족한 미니노트북의 그래픽 처리 능력을 높였지만 일일이 손을 거쳐야 하는 불편이 따랐다. 지난여름 엔비디아가 내놓은 ‘옵티머스’ 기술은 이런 불편을 개선해 프로그램에 따라 알아서 내장 그래픽과 GPU를 선택하도록 했다. 자동 선택 기능을 통해 배터리 지속 시간을 최적으로 유지하면서 필요할 때는 성능을 십분 발휘하는 기술이다.

옵티머스 기술 원리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비슷하다. 힘(그래픽 처리 능력)이 필요할 때는 엔비디아 외장 그래픽을 쓰고 평상시에는 내장 그래픽으로 작동한다. 알아서 3D 게임, 동영상 재생, 웹 서핑, 문서 작업을 구분한다. 덕분에 그래픽 처리 능력에 쏟아 부을 배터리를 아껴 쓸 수 있다.

아수스의 ‘UL30JT’와 ‘UL50VF’은 인텔 코어 i5 CPU와 엔비디아 옵티머스 기술을 담은 초박형 노트북으로서, EPU 전력 관리 시스템과 하이브리드 저전력 기술로 12시간까지 쓸 수 있다.

reiken@ilovepc.co.kr
엔비디아가 개발한 옵티머스 기술을 담은 아수스 UL30JT 울트라씬 노트북. 필요에 따라 내장 그래픽과 외장 그래픽을 자동으로 전환해 배터리 효율을 높였다.

■ 디지털 카메라 지각 변동, 하이브리드 카메라
2008년 올림푸스가 독특한 개념의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나왔다. DSLR처럼 렌즈를 교환하는 콤팩트 카메라가 그것으로 다양한 렌즈를 쓰고 싶어도 구조적으로 불가능했던 콤팩트 카메라의 단점을 보완했다.

크기는 콤팩트 카메라만 하면서 렌즈 교환도 되고 화질도 뛰어나 2년이 지난 지금도 인기다. 지난 9월 독일에서 열린 광학전시회인 포토키나 2010만 봐도 최대 이슈는 차세대 디지털 카메라 기술과 더불어 이른바 하이브리드 카메라라고 부르는 렌즈교환식 미러리스 콤팩트 카메라(이하 미러리스 카메라)였다. 올해는 관련 제품 라인업이 다양해지는 한편, 브랜드별로 제2의 하이브리드 기술을 내놓아 소비자를 즐겁게 하고 있다.
렌즈 교환이 가능한 올림푸스 EP-1 펜. EP-1이 등장한 뒤로 관련 제품이 많이 쏟아졌다.

국산 미러리스 카메라의 자부심, 삼성전자 NX100 블루, 삼성전자가 내놓은 ‘NX 100 블루’는 1,460만 화소의 CMOS 센서를 얹은 미러리스 카메라다. ISO 감도를 3200까지 끌어 올려 어두운 곳에서도 플래시 없이 고해상도 사진을 찍는다. 모체가 되는 NX10 블루와 비교하면 크기가 더 작아지고 아이 펑션(I-Function, 렌즈에서 촬영 설정을 조절하는 기능)을 지원하는 점이 다르다. 아이 펑션 기능 역시 이전까지 카메라에서 조절하던 것을 렌즈에서 조절하므로 이 또한 하이브리드 기술인 셈.

렌즈는 NX10용으로 나온 30mm, 18-55mm, 50-200mm 렌즈와 함께 아이펑션을 지원하는 20mm, 20-50mm를 쓸 수 있다. DSLR 카메라처럼 외부 플래시를 달 수 있고 촬영 위치를 기록하는 GPS 센서 등을 달아 편의성을 높였다.

삼성전자 NX10 블루.
다양한 액세서리로 확장성도 뛰어난 NX10.

반투명 미러 기술 얹은 소니 알파 카메라, 미러리스 카메라는 SLR 카메라의 핵심인 펜타프리즘(렌즈로 들어온 상을 뷰파인더로 보이게 만드는 오각형 프리즘)이 필요치 않다. 덕분에 부피를 줄일 수 있지만 대신 뷰파인더 성능이 떨어지는 게 단점이다.

소니가 내놓은 ‘SLT-A55 알파’와 ‘SLT-A33 알파’는 펜타프리즘과 미러는 기존 DSLR과 동일하게 유지하되 미러 박스를 반투명으로 만들었다. 일반적인 DSLR 카메라는 렌즈를 통해 들어오는 빛 대부분을 뷰파인더로 보낸다. 소량의 빛을 써서 피사체 초점을 맞추거나 노출을 재는 식이다.

A55와 A33은 빛을 막는 미러 박스를 반투명으로 만들어 움직이는 영상 초점도 빠르게 맞추고 AF 동영상 촬영과 초당 10연사 등이 가능하다. 크기는 알파 550보다 23% 작아졌지만 성능은 오히려 앞선다.

또 피사체 움직임을 추적하는 AF 기술로 풀HD 동영상을 찍을 때 움직이는 피사체 초점을 놓치지 않는다. 이 밖에도 상하 180도, 좌우 270로 회전하는 LCD는 셀프 카메라나 다양한 앵글로 촬영할 때 유용하고, GPS 기능이 있어서 촬영한 곳 좌표를 사진에 새길 수 있다.

빛을 투과하는 미러 박스는 기존에 없던 방식이다.
소니카메라의 알파 A55.

렌즈교환식 캠코더, 핸디캠 NEX-VG10, 콤팩트 카메라처럼 캠코더 또한 렌즈를 교환하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교환 가능한 제품이 있었지만 성능이 부족해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사라졌다. 소니의 ‘핸디캠 NEX-VG10’은 마치 DSLR 카메라처럼 렌즈를 바꿔 달 수 있는 하이브리드 제품이다.

NEX-VG10은 이름처럼 소니 알파 넥스의 같은 E-마운트, A-마운트를 지원해 관련 렌즈를 바꿔 쓸 수 있다. 또 가정용 캠코더보다 20배 큰 이미지 센서를 달아 배경 흐림(아웃 오브 포커스) 같은 효과를 낸다. 마이크 성능도 뛰어나 소리 나는 방향을 정확히 감지한다. 
렌즈 교환식 캠코더, NEX-VG10.
소니 알파 넥스의 E-마운트, A-마운트와 호환하는 NEX-VG10.

■ PC 마니아를 즐겁게 하는 하이브리드 제품들
하이브리드 기술은 PC 부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노트북에나 있던 지문인식장치를 PC 케이스에 이식한 수준은 애교다. 철망 너머 포도처럼 비싼 값 때문에 입맛만 다시는 SSD를 하드디스크에 연결한 경우도 있고 광학디스크 드라이브에 얹은 제품도 있다. 이 밖에도 LCD 화면을 떼어내 태블릿처럼 쓰는 노트북도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값 비싼 SSD 대신 씨게이트 모멘터스 XT, 낸드 플래시를 바탕으로 만든 SSD(Solid State Disk)는 저장장치의 미래나 다름없다. 하드디스크는 꿈도 못 꿀 읽기/쓰기 속도는 많은 PC 마니아를 설레게 한다. 비싼 값 때문에 섣불리 지갑을 열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 저장 용도로 쓰려면 고성능 PC 1대를 맞출 값을 지불해야 할 정도다.

씨게이트에서 내놓은 ‘모멘터스 XT’는 노트북에서 주로 쓰는 2.5인치 하드디스크처럼 생겼다. 안에는 분당 7,200번 회전하는 플래터와 SSD 4GB가 들었다. 이 SSD는 어댑티브 메모리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자주 쓰는 데이터를 알아서 SSD로 옮겨 다음에 다시 그 데이터를 읽을 때 처리 속도를 높인다. 쓰면 쓸수록 속도가 높아지는 셈. 모멘터스 XT를 쓴 제품과 5,400rpm 하드디스크를 쓴 노트북 부팅속도를 비교하면 차이를 실감할 수 있다.

찬밥신세 ODD? 이제는 용된 ODD!
광학디스크 소비가 줄어들면서 찬밥 신세 취급받던 광학디스크가 다시 태어났다. 히타치엘지데이터스토리지(이하 HLDS)가 내놓은 광학디스크 ‘하이브리드 드라이브 X2’는 SATA2 기반으로 PCB에 광학디스크 드라이브와 SSD 회로를 얹었다. 한 마디로 광학디스크도 되고 SSD도 되는 제품이다.

X2는 광학디스크 드라이브와 동일한 구조다. 기존 광학디스크 드라이브 자리에 꽂으면 된다. SSD 용량은 16/32/64GB고, DVD는 물론, 블루레이까지 알아챈다. HLDS는 하이브리드 드라이브 X2가 일반 PC와 더불어 노트북이나 미니 PC에서도 기존 하드디스크를 대신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광학디스크 드라이브에 SSD를 얹어 성능을 높인 HLDS의 X2.

따로 또 같이, 레노버 아이디어 패드 U1, 레노버 ‘아이디어패드 U1’은 올해 초 애플 아이패드가 태블릿PC 지각 변동을 예고하기에 앞서 화제가 된 제품이다. 원래는 올해 6월쯤 출시될 예정이었으나 내부 사정으로 내년으로 연기된 이 노트북은 본체와 모니터를 분리해 쓸 수 있다.

화면은 11.6인치, 무게는 1.7kg이다. 본체에서 화면을 분리하면 태블릿 PC로 변신한다. 이를 위해 모니터 부분에 스냅드래곤 CPU를 하나 더 넣었다. 터치화면이라서 입력장치가 따로 필요 없다.


레노버의 아이디어 패드 U1.
평소에는 노트북처럼, 필요할 땐 태블릿 PC처럼 쓸 수 있다.


3D TV를 위해 LCD와 PDP가 합쳤다,
‘AMD가 좋아요, 인텔이 좋아요’ 혹은 ‘라데온이 좋아요, 지포스가 좋아요’와 버금가는 고민이 ‘LCD TV냐 PDP TV냐’다. 조금만 찾아보면 PDP TV는 화질이 자연스럽지만 전기를 많이 먹고 LCD TV는 저전력이지만 PDP TV에 비해 잔상이나 색감이나 화질이 지나치게 선명해 눈의 피로를 가중한다.

삼성전자가 내놓은 파브 3D TV 680, 490 시리즈는 PDP와 LCD TV 장점만 섞은 하이브리드 TV다. 3D 전용 PDP 패널에 자체적으로 개발한 3D 하이퍼리얼 엔진을 얹어 LCD TV의 색상이나 명암이 부럽지 않다. 2D 화면을 3D로 변환하는 기능도 있어 리모컨 버튼만 누르면 TV 프로그램을 3D 화면으로 바꾼다. 680 시리즈는 무선 DLNA(디지털 리빙 네트워크 얼라이언스) 인증을 받은 PC, 휴대전화, 카메라에서 영상이나 음악 파일을 무선으로 읽어 들인다.

이성주 기자 reiken@ilovep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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