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파워서플라이의 산실, 마이크로닉스 가산동 연구소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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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파워서플라이의 산실, 마이크로닉스 가산동 연구소를 가다
  • 이철호 기자
  • 승인 2019.10.08 2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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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rtPC사랑=이철호 기자]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수많은 업체들이 PC 부품과 주변기기를 출시해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중 제품을 직접 개발하고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업체들은 그리 많지 않다. 파워서플라이 역시 제품 개발력을 갖춘 국내 브랜드가 상당히 적은 편이다.

이런 와중에 국내에서 직접 파워서플라이를 설계, 개발할 수 있는 업체가 있다는 것은 상당히 반가운 일이다. 단순히 제품을 만드는 수준을 넘어 파워서플라이에 꾸준히 신기술을 도입하고 있는 한미마이크로닉스(이하 마이크로닉스)처럼 말이다.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에도 자체 개발 파워서플라이를 알리기 위해 힘을 쏟고 있는 마이크로닉스의 가산동 연구소를 찾았다.

그동안 마이크로닉스가 출시한 파워서플라이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마이크로닉스에서 출시한 키보드도 만나볼 수 있었다.

 

기초설계는 물론 최첨단 장비 통한 테스트까지

우리가 사용하는 파워서플라이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먼저 파워서플라이 업체의 개발팀과 영업, 마케팅팀이 신제품의 가격과 성능, 타겟층 등을 논의한 후 이에 맞는 스펙을 결정하고 제작서를 제작한다. 이후 개발팀에서 제품을 설계하고 샘플을 검증한다. 개발이 완료되면 제품을 시생한 후 테스트해 샘플 데이터와 비교, 검증하면서 양산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한다. 모든 테스트가 완료되면 본격적으로 양산 단계에 돌입한다.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위치한 마이크로닉스 가산동 연구소에서는 파워서플라이 신제품의 회로 설계 케이스 디자인, 샘플 검증, 하드웨어 테스트 등을 수행하고 있다. 6층 연구소 내부에서는 이른 시간부터 연구원들이 신제품 설계와 테스트 등을 진행하고 있었다.

파워서플라이 설계는 6층의 기술연구소에서 이뤄진다.

파워서플라이는 외부로부터 받은 교류 전기(AC)를 컴퓨터 부품에 쓰이는 직류 전기(DC)로 바꿔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를 위해 AC 전원을 DC로 바꾸는 정류회로가 필요하다. 정류회로가 잘못 설계될 경우 파워서플라이의 효율과 안정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정확한 회로 설계가 아주 중요하다. 그래서인지 취재 도중에도 연구원들이 흔들림 없이 회로 설계에 매진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연구원들이 오전부터 파워서플라이 개발에 몰두하고 있었다.

연구실 한 켠에는 다양한 테스트장비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이 장비들은 신제품 샘플의 대기전력 효율과 소비전력, 안정성 등을 측정하는 데에 쓰인다. 이미 생산된 제품들의 불량률을 측정하는 데에도 이 장비들이 사용된다.

파워서플라이 테스트를 위한 장비들이 마련되어 있다.

테스트 장비를 통해 파
테스트 장비를 통해 파워서플라이의 전력효율, 안정성 등을 측정한다.

뿐만 아니라 8층의 쳄버에서 고온다습한 환경에 파워서플라이 제품을 장기간 배치해두고 극한 환경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테스트하기까지 한다. 제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품질에 각별히 신경 쓴다는 뜻이다.

고온다습한 환경이 조성된 쳄버에 파워서플라이를 넣고 극한상황에서도 파워서플라이가 잘 작동하는지를 체크한다.

또한, 신제품이 출시될 때에도 불량 테스트가 이어진다. 최초로 양산된 제품들 중 일부 제품을 중국 공장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다시 한 번 검증하는 것이다. 이때는 Chroma 8000 ATS라는 자동 테스트 시스템이 사용된다. 고가의 장비지만 간편히 파워서플라이의 이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 유용한 이 기기는 국내 업체 중에선 오직 마이크로닉스만 보유하고 있다.

자동 테스트 장비를 통해 신제품의 불량 여부를 확인한다.
마이크로닉스 CLASSIC Ⅱ 850W 80PLUS EU Bronze GPU-VR HDB 파워서플라이 신제품을 테스트하는 모습.

 

불필요한 전력 아끼고 효율 높이는 신기술 개발

마이크로닉스 연구소의 중심에는 김병호 연구소장이 있다. 그는 27년간 전자‧IT업계에서 일하며 파워와 관련된 다양한 경험을 쌓아온 인물로, 마이크로닉스와 함께 파워서플라이의 전력소모를 줄이고 효율을 높이는 신기술을 개발해왔다.

김병호 마이크로닉스 연구소장은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파워서플라이 신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대표적인 신기술로는 애프터 쿨링(After Cooling)이 있다. 이 기술은 PC가 꺼진 상태에서도 파워서플라이 내부의 발열을 감지해 온도가 높다면 충분한 수준까지 온도를 낮추고 팬을 멈추는 기술로, 잔열을 깨끗이 제거해 제품 수명을 늘려준다. 세계 최초로 대기전력과 슬립모드시의 소비전력을 0W로 만드는 제로 와티지(Zero Wattage) 기술도 마이크로닉스와 김병호 연구소장의 합작품이다.

또한, 마이크로닉스 파워서플라이에는 GPU-VR이라는 신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GPU-VR은 게임, 오버클럭 등의 극한상황에서도 +12V 출력의 전압 강하를 막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도와주는 기술이다. 최근에는 더욱 발전한 2세대 GPU-VR 기술이 적용되어 극한 환경에서도 ‘칼전압’을 보여주고 있다.

마이크로닉스의 배스트셀러, CLASSIC Ⅱ 시리즈에 애착이 많이 간다는 김병호 연구소장은 신기술이 대거 적용된 마이크로닉스 파워서플라이의 품질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저가 제품 중에는 무늬만 80PLUS 인증 획득 제품이고, 실제 전력효율은 형편없는 제품이 많다”며 “마이크로닉스 파워서플라이는 원가 절감을 위해 전력효율, 안정성 등 품질을 희생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실에 걸린 수많은 특허증이 마이크로닉스의 기술력을 말해준다.

 

“고출력, 저소음 파워서플라이 출시에 힘쓸 것”

취재 당일 김병호 연구소장은 앞으로의 마이크로닉스 파워서플라이 출시 계획도 공개했다. 앞으로 공개될 마이크로닉스 파워서플라이 신제품의 키워드는 ‘고출력’, ‘저소음’ 그리고 ‘새로운 회로 설계’다.

최근 파워서플라이의 트렌드는 ‘고출력’이다. 새롭게 출시되는 CPU와 그래픽카드가 더 많은 전력을 요구함에 따라 파워서플라이도 700~800W 이상의 고출력 제품이 새로운 대세가 될 것으로 마이크로닉스는 전망하고 있다. 새롭게 업그레이드된 마이크로닉스 CLASSIC Ⅱ 시리즈 중 800W 모델이 상상 이상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것이 마이크로닉스측의 설명이다.

고성능 CPU, 그래픽카드를 사용하는 이들이 늘면서 파워서플라이 또한 고출력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쿨링팬의 소음이 적어 조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파워서플라이 제품을 개발하는 것 또한 향후 목표 중 하나다. 100% 로드 상황에서도 최대한 낮은 쿨링팬 회전으로 소음을 잡는 한편, 향상된 저발열 설계를 통해 낮은 쿨링팬 RPM에서도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파워서플라이의 전력효율을 좌우하는 PFC 회로에도 새로운 시도를 적용할 계획이다. 특히 산업용 SMPS 솔루션에 적용된 부분을 PC용 파워서플라이에 도입해 전력효율을 더욱 끌어올릴 계획이다.

김병호 연구소장은 “중국, 대만 현지 엔지니어를 비롯한 파워서플라이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여러 제조사들이 다들 비슷비슷한 제품만을 출시하는 등 업계가 전반적으로 매너리즘에 빠졌다는 평가가 많다”며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고 다른 브랜드가 하지 않는 솔루션을 적용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재미있는 파워서플라이’를 개발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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