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 II, 희망의 날개를 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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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크래프트 II, 희망의 날개를 펴다
  • PC사랑
  • 승인 2010.10.0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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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크래프트>, 그 후 12년
실시간 전략의 획을 그은 <스타크래프트>가 성공하면서 블리자드는 돈 이외에도 많은 것을 얻었다. 당시 북미 시장을 주름 잡던 웨스트우드에게 회심의 일격을 먹였고, 대한민국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발굴했다. 열정적인 게이머들로 가득한 이 신세계에서 블리자드의 다른 게임들도 날개 돋친 듯 팔렸다. 더욱이 e스포츠라는 새로운 유형의 문화의 창조에는 블리자드가 주최한 래더 토너먼트 등에서 두각을 나타낸 초기 한국의 게이머들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렇게 위상이 높아진 <스타크래프트>의 차기작을 출시하라는 목소리가 높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더욱이 <스타크래프트>와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던 <커맨드 앤 컨커>나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토탈 어나이얼레이션> 등 다른 실시간 전략 게임이 짧게는 일 년도 안 되는 시기부터 길게는 몇 년을 주기로 확장팩과 차기작을 내놓는 것과 비교하면 확장팩인 <스타크래프트: 브루드워>만을 내놓고 오랜 기간 차기작을 내지 않는 것은 매우 의아한 일이었다.

블리자드가 <스타크래프트> 출시 이후 스타크래프트와 관련된 작업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니힐리스틱 소프트와 공동으로 만들던 <스타크래프트: 고스트>는 E3에 출품되어 상당한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게이머들은 2D에서 3D로 진일보한 블리자드 게임의 면모를 감상할 수 있으리라 예상했다. 하지만 블리자드는 자신들의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했다며 <스타크래프트: 고스트>를 포기했고, 비슷한 시기에 <워크래프트 어드벤처>를 비롯한 7~8개의 프로젝트도 무기한 연기시키거나 폐기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비벤디 유니버설즈의 재정악화로 블리자드 매각설이 나돌았다. 심지어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 개발자 빌 로퍼와 핵심 멤버들이 새로운 개발사인 플래그십 스튜디오를 설립하는 등 블리자드는 흔들리고 있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전대미문의 성공을 거두며 블리자드가 더욱 성장하는 동안에도 <스타크래프트>의 차기작은 소문만 무성한 채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2007년 5월 서울에서 열린 블리자드 행사에서 <스타크래프트 2>가 공개되기까지 게이머들은 무려 9년이라는 세월을 기약 없이 기다려야 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출시일’ 같은 것을 염두에 두지 않고 완성도를 고집하는 블리자드의 방침이 문제가 된 것이다. 첫 공개 시점으로부터 3개월 뒤 실행 가능한 버전이 공개될 만큼 완성도는 높았지만 자신들이 만족하지 않는 한 출시하지 않는 블리자드의 법칙에는 예외가 없었다. 10년이 넘는 세월의 차이를 뛰어넘기 위해 블리즈컨, 게임스컴, 지스타 2009, e스타즈 서울 등의 국내외 게임 행사에 조금씩 발전된 모습을 공개하다가 2010년 2월에야 비공개 베타 테스트를 시작했다.

2월 18일부터 시작된 베타테스트를 통해 게임의 완성도는 더욱 높아졌으며 출시일로 확정된 7월 27일이 다가오며 게이머들은 인터넷, TV는 물론 래핑 비행기 등의 다양한 홍보 수단을 통해 기다림이 끝나감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약속된 7월 27일, 마침내 <스타크래프트 2>의 3부작 시리즈 중 첫 번째인 <스타크래프트 2: 자유의 날개>가 출시되었다. 1998년 4월 <스타크래프트> 출시 이후, 게이머들은 무려 12년 3개월을 기다린 끝에 차기작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차기작이 될 뻔했지만 품질 문제로 사라진  <스타크래프트: 고스트>.


블리자드의 래핑 비행기는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전작을 능가하는 해외의 뜨거운 반응
7월 27일 <스타크래프트 2>가 정식 출시된 이후 해외의 반응은 그야말로 호평 일색이다. 출시일에 맞춰 세계 각지에서 열린 행사에는 <스타크래프트 2>를 구입하기 위한 수많은 사람들이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리고 열기는 바로 게임 판매량으로 이어졌다.

블리자드의 발표를 비롯한 여러 보도를 종합하면 <스타크래프트 2>는 선주문을 제외하고도 북미와 유럽에서만 출시 24시간 만에 100만 장, 그리고 48시간 만에 150만 장 이상을 판매해 2010년 PC게임 중 가장 많이 팔린 게임이 되었으며, 역대 PC게임 중 출시일에 가장 많이 팔린 게임 10위 안에 자리 잡았다. PC게임 중 출시일에 가장 많이 팔린 게임은 280만 장을 기록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리치왕의 분노>로 역시 블리자드의 작품이다. 실시간 전략이 한물갔다는 고정관념을 뒤집고 전작인 <스타크래프트>가 1998년 기록한 전 세계 판매량 150만 장을 48시간 만에 갈아치웠다.

이런 관심은 출시 이후에도 계속 이어져 2주차 판매량에서도 경쟁작들을 세 배 가량 따돌리고 있으며 북미와 유럽에서는 게임 플레이 시간에서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콜 오브 듀티> 시리즈의 뒤를 이어 3~5위에 올라 있다. 북미와 유럽에서 실시간 전략이 비주류로 밀려났고, 그 자리를 새로운 형태(AOS)의 게임들이 잠식한 상황을 생각하면 <스타크래프트 2>의 흥행 성적과 열기는 매우 놀라운 일인 것이다.

해외 웹진들 역시 <스타크래프트 2>를 2010년 나온 최고의 PC게임의 반열에 놓기를 주저하지 않고 있다. 출시 이후 세계 여러 웹진은 ‘올해의 게임’ 후보로 추켜세우고 있다. 해외 리뷰 수집 웹사이트인 메타크리틱이 <스타크래프트 2>를 평가한 웹진 64곳의 평점을 취합하여 산출한 결과 93점을 기록했는데 이는 올해 나온 PC게임 중 1위에 해당한다.
평가 내용을 살펴보면 그래픽, 미션 연출, 동영상 연출, 전투, 조작법, 편의성 등에서 거의 모든 웹진이 좋은 평가를 내렸다. 나쁜 평가를 내린 부분은 전작과 유사성, LAN 미지원 등이었다.

뜨거운 반응은 북미와 유럽뿐만이 아니라 중국에서도 이어졌다. 중국은 <스타크래프트 2>가 출시되기 전부터 17173.com에서 ‘스타크래프트 2 월드컵’을 개최하며 e스포츠로 만들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정작 중국 정부는 <스타크래프트 2>의 정식 서비스 허가를 내지도 않았지만 게이머들은 상당한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AOS 스타크래프트나 워크래프트의 맵 편집기를 이용해 게이머가 직접 만든 공성전 형태의 게임에서 발전된 장르로서 실시간 전략과 롤플레잉의 특성을 모두 지닌다. 유즈맵 게임인 <카오스>가 대표적이다. 현재 많은 개발사가 이에 착안한 상용 게임을 서비스하거나 개발 중이다.


해외 유명 웹진들은 거의 모두 90점 이상의 고득점을 주었다.


<스타크래프트 2>에 대한 64개 웹진의 평균 점수는 93점. (자료: 메타크리틱)



메타크리틱의 메타스코어
메타스코어(Metascore)는 게임, 음악, 영화, TV 프로그램, DVD 등의 리뷰를 수집하는 웹사이트인 메타크리틱(Metacritic)에서 제공하는 평가 점수를 말한다. 메타크리틱은 각 분야의 웹진과 교류를 맺고 콘텐츠 리뷰를 100점 환산 점수로 환산해 평균 점수를 산출하는데 이를 메타스코어라고 부른다. 점수는 국제적인 찬사(90~100점), 대체로 좋은 반응(75~89점), 평균적인 반응(50~74점), 대체로 나쁜 반응(20~49점), 압도적인 혹평(0점~19점)의 5단계로 나눠지고, 75점 이상의 게임은 초록색 표시(추천), 50~74점에 해당하는 게임은 노란색(보통), 50점 미만의 게임은 빨간색(비추천)으로 표시한다.

점수의 산출 방식 때문에 웹진의 절대적 호평만을 획득한다면 더 좋은 메타스코어를 얻을 수 있고, 소수 전문 웹진에서 극단적인 평가를 내릴 경우 메타스코어가 떨어지기도 하는 것이 한계다. 표본이 많을수록 메타스코어의 공정성과 신뢰도는 높아진다.


호불호가 엇갈리는 대한민국 반응

해외에서 2010년 PC게임 중 최고 판매량을 기록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과 달리 대한민국의 반응은 호불호가 엇갈리는 상황이다. 오픈 베타테스트라는 이름으로 대한민국과 대만에서만 무료 체험 기간이 주어졌지만 PC방 인기순위와 점유율을 집계하는 게임트릭스나 게임리포트 등에서는 10위권 안팎을 오가고 있다. 다른 게임들의 인기가 굳건한 상황인 만큼 성패를 단정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게이머나 여러 매체가 기대하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아쉬운 성적이다.

인기순위만을 가지고 ‘대한민국에서 안 되니까 흥행에서 실패할 것이다’는 섣부른 진단도 있지만 지금까지 나타난 <스타크래프트 2>에 대한 국내 웹진의 평가는 해외의 반응과 별로 큰 차이가 없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게임 인기도와 소위 전문가 집단이라는 웹진의 평가가 엇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비스 제공 주체의 소홀함과 이해관계 때문에 생긴 게임 외적인 문제들 때문이다.

우선 배틀넷 계정의 본인인증 수단이 지나치게 불편한 문제가 많은 불편을 주었다. 블리자드 코리아는 <스타크래프트 2>가 출시되기 1년 전인 2009년부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 배틀넷 통합계정을 도입하였으며 본인인증 수단으로 본인 명의의 핸드폰, 범용 공인인증서, 아이핀을 도입했다. 범용 공인인증서나 아이핀은 널리 쓰이지 않다. 게이머에게 친숙한 인증 방식은 핸드폰 인증뿐이다. 물론 본인 명의가 아닌 핸드폰으로 인증이 불가능한 것이 블리자드 코리아 탓은 아니지만 근본적인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이 점이 문제가 된 후 10일 가량이 지나서야 블리자드는 인증단계를 2단계로 분류하여 좀 더 간단하게 배틀넷 계정을 만들어 베타테스트에 참여할 수 있게 했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정식 서비스가 시작된 뒤에도 고객 불편은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블리자드는 우리나라의 게이머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가장 큰 실책은 <스타크래프트 2>의 패키지를 출시하지 않은 것이다. 블리자드는 패키지 출시를 준비하는 듯 분위기를 조성하다가 출시 한 달 전에야 패키지를 출시하지 않겠다고 발표해 큰 실망감을 줬다. 이는 우리나라 게임 팬들에게 배신감을 안겨준 잘못된 행동이다. 이것 외에도 빌딩 래핑 광고로 인한 시정명령이나 그래픽카드 과열 논란 등이 게이머들을 찜찜하게 했다.

PC방과 관계가 매끄럽지 못한 것도 <스타크래프트 2>의 반응을 엇갈리게 만드는 요인이다. 블리자드 코리아와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가 표면상으로 협력 관계를 맺고 있지만, 또 다른 PC방 관련 단체인 한국인터넷PC방협동조합은 블리자드 코리아의 정책에 반발하는 상황이다. 블리자드 코리아는 여러 차례 밝힌 것처럼 <스타크래프트 2>를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합쳐 PC방 통합 과금을 부과하겠다는 입장이고, PC방 단체는 통합과금 요구는 과중하므로 블리자드에게 <스타크래프트>처럼 개인사용자와 동일한 요금을 적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블리자드 코리아는 <스타크래프트 2>가 온라인 게임과 동일한 기준으로 심의, 유통되고 있고 정액제 등의 요금제를 채택하고 있으므로 PC방 과금 기준을 다른 PC방 과금 게임과 동일선상에 놓은 것이며, PC방 협회는 현재의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스타크래프트>와 동일한 요금 체계를 주장하고 있다. 이 외에 PC방 업주를 대상으로 한 설치 편의 문제나 홍보 등에서 빚어진 자잘한 문제들도 갈등 요인이 되고 있다.


불법적인 빌딩 래핑 광고로 인한 논란은 이미지를 실추시켰다.

<스타크래프트 2>가 가져온 변화
몇 가지 논란 속에서도 <스타크래프트 2>의 출시 전후를 돌아보면, 많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스타크래프트 2>로 인해 나타난 변화를 정리해 보았다.


업그레이드 수요의 증가
우리나라에서 인기 게임에 따라 PC 업그레이드 수요가 증가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래서 <스타크래프트 2>로 수요가 증가하기를 바라는 이들은 출시를 앞두고 과거 <스타크래프트>가 PC업계에 호황을 가져온 기억을 되살려 ‘스타크노믹스’라는 말을 재등장시키기도 했다.

<스타크래프트 2>가 출시된 7월 PC부품시장 판매량을 조사해 본 결과, 지난 5,6월이나 작년 방학시즌에 비해 업그레이드 수요가 확실히 늘어난 것을 알 수 있었다. 관련 통계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하드디스크, 메인보드, CPU의 수요가 늘었다. 특히 인텔의 코어 i3와 i5 시리즈의 판매량이 높아진 반면, 고성능 부품들의 수요는 증가 폭이 그다지 높지 않았다.
PC 부품의 판매가 늘어난 원인이 <스타크래프트 2>라는 증거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스타크래프트 2>의 권장 제원이 듀얼코어 2.4GHz에 2GB 이상의 램이고, 다운로드/설치에 필요한 하드디스크 용량은 약 16GB라는 점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스타크래프트 2>가 앞으로도 계속 업그레이드 수요를 불러일으킬 요인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 <스타크래프트 2>의 PC방 보급률이 다른 시장 지배적인 게임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지 않고, 팀플레이에서는 더 높은 제원을 요구하고 있어 흥행에 성공한다면 업그레이드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게다가 <스타크래프트 2>는 3부작으로 기획된 게임이다. 2, 3부에 해당하는 <군단의 심장>과 <공허의 유산>이 각각 18개월 정도의 간격을 두고 출시된다. 즉, 최소 3년 이상의 장기적인 업그레이드 수요를 불러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이야기로 예정된 <군단의 심장>에서는 저그가 주인공이 될 것이다.

대격변 맞은 e스포츠
2010년 e스포츠는 수많은 인재(人災)로 인해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개인리그 결승전은 정전 문제로 승부가 갈리는 촌극을 연출하기도 했다. 우승자 출신 선수에 현역 군인까지 가세한 승부조작과 불법베팅 사건은 사회 문제로 비화되며 e스포츠의 순수성과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 이런 상황에서 KeSPA와 블리자드 사이에 지난 2007년부터 진행해 오던 지적재산권 협상마저 결렬되었다. 지난 5월에는 블리자드가 그래텍과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 블리자드 게임의 e스포츠 방송 권한을 일임하는 한편 그래텍과 개별 라이선스 협약 없이 진행되는 게임리그는 8월까지만 유예하겠다고 선언하는 일이 벌어졌다.

KeSPA 사무국과 12개 프로게임단은 성명을 내고 “e스포츠를 통해 <스타크래프트>를 홍보해 주었기 때문에 블리자드가 막대한 이익을 얻었음에도 오히려 대한민국 e스포츠 주체들을 무시하며 무리한 요구를 했다”는 주장과 함께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하지만 여론은 KeSPA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KeSPA는 협상 과정에 작성한 비밀 유지 협약의 존재 여부에 대해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스타크래프트>를 위시한 블리자드 게임의 지적재산권을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이는 e스포츠 팬들은 블리자드와 그래텍의 권리 행사가 정당하다고 여기는 결정적 요인이 되었고 여론 역시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었다.

결국 여론의 압박과 시청자들의 볼 권리 확보를 이유로 게임 전문 방송사들은 진행 중인 개인리그 라이선스 확보를 위해 사실상 KeSPA와 손을 놓고 그래텍과 협상에 나섰다. 두 방송사 중 먼저 온게임넷이 지난 8월 10일 그래텍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진행 중이던 ‘2010 대한항공 스타리그 시즌 2’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더불어 온게임넷은 곰TV에서 진행 예정인 <스타크래프트 2>의 글로벌 e스포츠 리그인 GSL에 대한 케이블 방송 여부에 대해서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렬되었던 지적재산권 협상도 문화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KeSPA 사무국을 협상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지적재산권을 인정하는 입장에서 게임단 대표로 협상단을 재구성하여 협상에 임하는 등 진전을 보이고 있다. 협상 결과에 따라 대한민국의 e스포츠는 큰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KeSPA는 많은 이가 즐기는 게임은 공공재로 봐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저작권 협상을 악화시켰다.

<스타크래프트 2>의 빛과 어둠
선주문 80만 장, 출시 48시간 만에 150만 장을 판매한 <스타크래프트 2>는 매출 규모로 볼 때 이미 1주차에 손익 분기점을 돌파한 것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성공이냐 실패냐를 논하는 것은 무의미한 시점이다. 대신 앞으로 지속적인 흥행을 보장할 요소와 이에 반대되는 장애 요소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자.

아시아에서는 온라인 게임처럼 서비스

<스타크래프트 2>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올해 나온 PC게임 중 현재까지 가장 많이 팔리는 대성공을 거두었지만, 이는 단지 그 지역의 성적일 뿐이다. 아시아 시장에서는 아직 정식 출시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블리자드의 현지화 정책에 따른 서비스 형태 차이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대만에서는 고객 사은행사와 홍보 목적을 가지고 출시일인 7월 27일부터 오픈 베타테스트 형태의 무료 체험 기간을 두고 있다. 반면 중국에서는 당국의 허가가 떨어지지 않아 서비스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로 최대 400만 명의 동시접속자를 기록하는 등 세계 최대의 온라인 게임 소비 시장인 중국과 게이머들의 수준이 높고 e스포츠 열기가 뜨거운 우리나라에서 <스타크래프트 2>는 흥행할 만한 요소가 충분한 게임이며, 블리자드 게임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도 매우 높다. 다만 아시아 시장의 서비스 조건, 현지화 전략, 과금 수단 등의 차이 때문에 아시아 시장의 성과는 북미/유럽 시장과는 다른 기준으로 합산,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또 대한민국 시장의 특수성이 발휘된 <스타크래프트> 때와는 달리 중국에서의 흥행 성적이 <스타크래프트 2>의 세계 흥행 규모를 매우 크게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e스포츠 인기가 높은 아시아 시장은 <스타크래프트 2>의 흥행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다.

무한한 가능성, 유즈맵
실시간 전략 게임의 초반 흥행을 유도하고 플레이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캠페인 미션이나 동영상 등의 볼거리라면 반복 플레이를 이끄는 것은 탄탄한 멀티플레이다. <스타크래프트 2>의 배틀넷 기반 멀티플레이는 일단 합격점을 받은 상태다. 이와 함께 멀티플레이의 힘을 보태는 요소가 하나 더 있는데 <스타크래프트 2>에 포함된 ‘갤럭시 에디터’에서 만들 수 있는 유즈맵이다.

<스타크래프트 2>의 지도 편집기인 갤럭시 에디터는 지도를 쉽게 만들 수 있는 다양한 기능을 지녔다. 이동 가능 지역 설정, 보이지 않는 장애물 배치, 지형 창조 기능, 15단으로 구성된 언덕 편집 기능 등 새로운 기능을 갖췄는데, 덕분에 수많은 유즈맵을 낳았던 <워크래프트 3>의 지도 편집기보다 더욱 발전된 형태의 편집기라는 평을 듣고 있다.

게이머들은 <스타크래프트 2>의 지도 편집기를 통해 비공개 베타테스트 때부터 전작에서 유행하던 터렛 디펜스나 저글링 블러드 등의 고전적인 유즈맵은 물론, 탄막 슈팅게임이나 레이싱 게임, 보드 게임, 잠입 액션과 FPS 등 다양한 유즈맵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별도의 e스포츠 리그까지 열릴 정도로 유명세를 가진 유즈맵 ‘도타’ 역시 <스타크래프트 2> 버전으로 재탄생되는 등 전문 유즈맵 제작자들도 속속 뛰어들고 있다. 블리자드가 배틀넷에서 유즈맵을 유통시키며 제작자에게 판매수익을 지급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만큼 2차 창작물로 인하여 배틀넷을 통한 네트워크는 더욱 단단해지고, 즐길 거리도 거의 무한정으로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즈맵으로 체스 같은 보드게임도 만들 수 있다.

글로벌 e스포츠 종목으로 성장
<스타크래프트 2>는 제작 당시부터 e스포츠를 염두에 두고 제작된 게임이고 정식 출시 이전부터 인텔 등 다국적 기업 후원을 받은 e스포츠 대회가 열릴 정도로 관심도 높았다. 그리고 출시 일주일만인 지난 8월 5일, 블리자드는 독점 계약 관계인 그래텍과 함께 글로벌 스타크래프트 2 리그를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GSL는 오픈 대회의 결과에 따라 상위 32명이 8개조로 나뉘어 승부를 펼치는 코드S 리그와 33위부터 96위가 64강 토너먼트를 진행하는 코드 A 리그로 나눠진다. 일반 게이머들도 배틀넷 순위를 올려 코드 A에 진출할 수 있고, 코드 S나 코드 A에 소속된 선수들 중 순위가 낮은 선수들은 하위 리그나 배틀넷 순위가 높은 선수 지망 게이머들과 강등이냐 생존이냐를 놓고 승부를 벌여야 한다.

2010년에는 약 6억 원, 2011년에는 약 12억 원의 상금을 배정하여 게이머들을 유혹하고 있다. 과거에는 e스포츠 대회에서 수상하면 상금의 22%를 세금으로 내야 했다. 이는 프로게이머의 세제혜택인 3.3%에 비해 매우 높은 공제율이다. 최근 법 개정으로 인해 ‘여럿이 모여서 실력으로 승부를 내는 대회’는 상금의 4.4%만 세금으로 내도록 바뀌어 프로게이머 자격이 더 이상 크게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스타크래프트 2>를 e스포츠로 만들려는 움직임은 <스타크래프트> 때다 훨씬 빠르고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GSL 외에도 중국이나 북미 지역 등에서도 정기적인 게임리그를 개최하려는 움직임이 관측되는 등 해외 반응도 폭발적이다.
확신은 힘들지만 필자의 생각으로는 기존 게임방송사들과 상생의 관점에서 <스타크래프트 2> 게임리그를 진행한다면 다른 e스포츠 콘텐츠보다 좀 더 빨리 대중적 인지도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블리자드와 그래텍이 개최하는 글로벌 리그 GSL의  홈페이지.

예고된 집안싸움
<스타크래프트 2>는 호평을 받고 있음에도 시장 지배적 게임들이 형성한 구도를 깨뜨리는 데에는 다소 버거운 모습이다. 이는 진정한 성공을 위해서 반드시 넘어서야 할 부분이다. 패키지를 구입하면 이후로는 돈을 낼 필요가 없는 <스타크래프트>와 달리 온라인 결재 방식이고, LAN 플레이도 지원하지 않아 경쟁력에서 마이너스가 되고 있다.

따라서 오픈 베타테스트 명목으로 주어진 무료 체험 기간이 끝나고 정식 서비스가 시작되면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배틀넷 인증, 요금제에 대한 PC방 업계의 반발이 겹치며 <스타크래프트 2>의 인기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올해 3/4분기나 4/4분기에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3번째 확장팩인 <대격변>도 출시될 예정이므로 <스타크래프트 2>는 같은 블리자드 게임과 연이어 ‘팀킬전’을 펼쳐야 하는 운명이다.

<스타크래프트 2>가 잘 만든 게임이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멀티플레이에서는 편의성을 좀 더 다듬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배틀넷이라는 인터넷 공간에서 플레이를 진행하는 게임 특성상 커뮤니티 부분의 편의 시스템을 요구하는 게이머의 의견은 상당 부분 일리가 있다. 단적인 예로 LAN 플레이가 되지 않기 때문에 친구가 옆자리에 있더라도 함께 게임을 하기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다. 이런 아쉬움을 상쇄할 만한 편의 시스템의 추가는 빠를수록 좋다.

유즈맵을 좀 더 쉽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로딩 속도와 방 만들기, 반복 플레이 가능 시스템을 개선하라는 요구에 대해서도 반응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이며, ‘맵핵’ 같은 게임 해킹 툴을 이용한 부정행위에 대한 지속적인 단속도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물론 <스타크래프트 2>는 보안이 훨씬 강화되었고, 부정행위가 적발되면 배틀넷 계정이 필요한 모든 블리자드 게임의 이용이 정지되는 등 처벌 기준이 마련되어서 맵핵이 파고들 틈바구니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봐, 즐기지 않겠는가? 새로운 게임이다.

게이머의 시간 빼앗을 자격이 있는 게임
<스타크래프트 2>는 오랜만에 나온 대작 PC 게임이다. 나라 안팎에서 대작에 걸맞은 파급 효과를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순조롭게 흥행가도를 달려 점점 더 많은 게이머를 불러모으고 <군단의 심장>과 <공허의 유산> 등의 확장팩이 등장하면 대한민국에서만 10년 이상 인기를 얻은 전작과 달리 지구촌 곳곳에서 고른 인기를 얻을 만하다. 높아지는 인기에 따라 PC와 e스포츠 시장을 비롯한 게임 안팎의 파급 효과도 더욱 커질 것으로 생각된다.

새로운 게임을 기다렸던 게이머들이 오랜만에 찾아온 대작으로 PC게임의 즐거움을 만끽하기를 원하며, 대한민국의 게임 산업은 물론 새로운 동력이 필요한 e스포츠 산업, PC 산업이 <스타크래프트 2>로 조성된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 날개를 달아 더욱 성장하기를 바란다.

<스타크래프트 2>가 그래픽카드를 망가뜨린다?
몇몇 게이머들이 <스타크래프트 2>를 즐기던 중 그래픽카드가 망가졌다며 관련 내용을 커뮤니티 등에 제보했고, 비슷한 증상을 겪었다는 이들이 이에 동조하면서 스타그래프트 2가 그래픽카드를 망가뜨린다는 이야기가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이 논란은 과거 NHN이 서비스하던 <C9>가 그래픽카드를 망가뜨린다는 논란이 일었다가 유야무야된 일과 상당히 흡사하다. 이번 논란 역시 비슷한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블리자드는 자체 실험 결과 “<스타크래프트 2>에는 그래픽카드의 과열 현상을 초래하는 요소가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었으며, 발생한 문제의 원인은 하드웨어의 쿨링 상태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해명했다.

최근 그래픽카드 손상 문제는 큰 이슈가 되고 있지 않지만 불안감은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그래픽카드 등 하드웨어 손상은 특정 프로그램에서 원인을 찾기 보다는 냉각 상태, 전력 공급, 이용기간 등에서 찾는 것이 옳다. 게임이 원인이 되어 그래픽카드가 망가질 확률은 매우 낮다. 물론, 블리자드도 임시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에서 그치지 말고 좀 더 정밀한 조사와 후속 조치를 통해 게이머들의 불안을 덜어줄 의무가 있다.

/ 박원기 게임 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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