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줄 제원 그래픽카드, 신중하게 선택해야
상태바
고무줄 제원 그래픽카드, 신중하게 선택해야
  • PC사랑
  • 승인 2009.09.03 17: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  pc사랑 고신용

ATI 라데온 HD 4830 그래픽카드는 코어 클록 625MHz, 메모리 클록 993MHz의 라데온 HD 4850을 기본으로 코어 클록과 메모리 클록을 각각 575MHz, 900MHz로 낮추고 값을 조금 내린 모델이다. 또 800개의 스트림프로세서를 640개로 줄여 성능을 다르게 했다.

그런데 얼마 전 HD 4830인데도 불구하고 스트림 프로세서가 800개인 제품이 등장해 수많은 게이머들을 설레게 했다. PC사랑에서도 소개한 적이 있는 사파이어 라데온 HD 4830 800SP 512MB HDMI 쿨맥스 2000이 그 주인공이다. 값은 비슷하지만 성능은 좀더 좋아 언제나 가격 대비 뛰어난 성능에 목마른 소비자에게 가뭄의 단비와 같은 제품이었다. 문제는 800개의 스트림프로세서를 지닌 HD 4830은 AMD가 안정성을 보증하는 제품이 아니라는 데 있다.

다른 프로세서 제조사와 마찬가지로 AMD도 작동이 원활하지 않은 일부 회로를 막아 보급형 제품으로 내놓다. CPU를 예로 들자면 쿼드코어 CPU에서 코어 하나의 작동을 멈추게 해 하위 모델인 트리플코어로 발매하는 것이다. 즉, 상위 모델과 저가형 모델의 기본 설계도는 다르지 않다는 말이다. 이는 그래픽카드에도 일부 적용된다. 라데온 HD 4850 칩에서 일부 문제가 있는 스트림 프로세서를 막아 HD 4830으로 판매한 것도 같은 경우다.

일부 트리플코어가 세팅에 따라서 쿼드코어로 작동하는 것처럼 라데온 HD 4830도 자물쇠가 채워진 160개의 스트림 프로세서가 운좋게 정상으로 작동하기다 한다. 제조사인 사파이어는 이런 HD 4830을 분류해 ‘스트림 프로세서 800’이라는 꼬리표를 붙여 출시했다.

값이 비슷하면서도 다른 HD 4830보다 성능이 좋으니 찾는 사람은 많고 제품은 모자란 현상이 벌어졌다.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사파이어는 소량만 발견되는 스트림 프로세서 800개짜리 HD 4830에 만족하지 못하고, 무리하게 수량을 늘리기 시작했다. 640개의 스트림 프로세서만 써야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HD 4830까지 다홍치마 HD 4830으로 만들어 팔기 시작한 것이다. 


봉인된 성능을 해제한 결과는?
800개의 스트림 프로세서를 가진 HD 4830을 맛본 사람들이 입소문을 내면서 인기는 날로 높아졌지만 억지로 스트림 프로세서를 늘린 결과는 참혹했다. 뾰족한 원인도 없이 고장이 나는 그래픽카드가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해당 제품을 구입한 이들은 유통사인 이엠텍아이엔씨(이하 이엠텍)에 항의를 했다. 예상치 못한 사태에 이엠텍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다. 좀더 자세한 사항을 알아보기 위해 이엠텍 홍보팀의 김미애 씨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가장 미안하다면서 말을 꺼냈다.

“소비자들의 항의가 들어온 뒤 바로 문제를 파악해봤지만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결국 제조사와 협의해 문제가 된 그래픽카드를 모두 바꿔주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수량이 넉넉하지 않아 모든 제품을 한꺼번에 다 교환하지 못하고, 물량이 확보되는 대로 교환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엠텍의 빠른 조치는 다행이지만 교체 물량이 판매 수량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당장 그래픽카드가 없어서 PC를 이용하지 못하는 소비자는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전량 교체에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소비자의 불만을 잠재우기에는 뒷심이 부족한 셈이다. 벌써부터 수량을 넉넉하게 확보하지 못한 이엠텍을 비판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현재(9월 2일) 세 번째로 교환 신청자를 모집하고 있지만 이번 3차 교환 물량을 모두 합쳐봐야 600개에 지나지 않는다. 이엠텍으로서는 더욱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할 시점이다.  


좀더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
이번 사태는 제조사인 사파이어의 탓이 크다. 욕심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갈라버린 셈이다. 이런 사건이 있으면 뜨겁게 달아오르는 국내 소비자 정서를 고려하지 못하고 자충수를 둔 유통사도 책임이 무겁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가장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이번 사태를 강 건너 불 보듯 하는 AMD다. 제조사가 정해진 범위를 넘어 제품의 구조를 변경하면 당연히 이를 제지해야 하는 것이 프로세서 제조사의 당연한 의무다. AMD는 프로세서를 많이 파는 데만 관심이 있고, 자사 제품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를 높이는 일에는 별 관심이 없는 모양이다.



문제가 된 이엠텍의 라데온 HD 4830, 스트림 프로세서 800개를 뜻하는 800SP란 글자가 선명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