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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잘못 맞춰진 단추, 원피스 월드 시커

임병선 기자l승인2019.04.30l수정2019.04.30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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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rtPC사랑=임병선 기자] 원작 만화를 기반으로 한 게임이 성공하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다. 하지만 ‘나루토’를 게임으로 만든 ‘나루티밋 스톰’ 시리즈나 ‘드래곤볼’을 게임으로 만든 ‘드래곤볼 파이터즈’ 등의 사례를 볼 때 만화 원작 게임이 반드시 실패한다는 법은 없다. 다만, 대체로 원작 IP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그저 캐릭터 게임으로 남는 경우가 대부분일 뿐이다.

이번에 소개할 ‘원피스 월드 시커’도 원작 IP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캐릭터 게임이다. 원피스 게임 역사상 최초의 오픈월드를 채택했지만, 무늬만 오픈월드에 지나지 않고 게임 플레이도 최신 게임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답답하다. 원피스 월드 시커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게임일까?

 

원피스 원작 게임

원피스는 일본의 주간 소년 점프의 간판 만화이자 단행본 누적 판매량 4억 5천만 부를 넘어선 작품이다. 연재 기간도 20년을 넘은 장수 만화로, 팬층도 10대부터 4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문제는 20년이 넘는 긴 역사 동안 원피스를 소재로 한 게임 중에서 소위 말하는 ‘대박’을 친 작품은 없다. 팬들에게 어느 정도 각인이 된 작품은 있지만, 원피스를 모르거나 관심 없는 게이머에게 인상을 준 작품은 딱히 없다. 원피스를 좋아하는 기자도 원피스 원작 팬이 아닌 게이머에게 추천해줄 만한 작품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이다.

그나마 괜찮았던 작품을 꼽아본다면 ‘원피스 그랜드 배틀’ 시리즈, ‘원피스 언리미티드’ 시리즈, ‘원피스 기간트 배틀’ 시리즈, ‘원피스 해적무쌍’ 시리즈 정도이다. 대체로 평가는 그냥 원피스캐릭터 게임일 뿐, 수작도 아니고 망작도 아닌 평작 수준이다.

현재 원피스 게임을 제작하고 있는 개발사는 ‘스파이크 춘소프트’와 ‘간바리온’이다. 원피스 해적무쌍 시리즈를 개발한 ‘오메가포스’는 ‘원피스 해적무쌍 3’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원피스 게임 개발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

스파이크 춘소프트는 ‘원피스 버닝 블러드’와 ‘점프 포스’ 등을 개발했고 간바리온은 원피스 그랜드 배틀 시리즈와 원피스 언리미티드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초창기부터 원피스 게임을 개발해온 개발사이다. 이번 원피스 월드 시커는 간바리온이 개발을 맡았기 때문에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 만화풍의 그래픽을 적용한 원피스 버닝 블러드.
▲ 실사풍의 그래픽을 적용한 점프 포스.

 

▲ 꾸준히 후속작이 나왔던 그랜드 배틀 시리즈.(사진은 닌텐도 3DS로 출시한 원피스 초 그랜드 배틀 X)
▲ 3편까지 출시되면서 흥행과 재미를 모두 잡았던 원피스 해적무쌍 시리즈.
▲ 원피스 월드 시커는 원피스 언리미티드 시리즈를 기반으로 한다.(사진은 원피스 언리미티드 월드 레드)

 

기대 반, 걱정 반 게임

왜 원피스 월드 시커가 기대 반, 걱정 반일까? 간바리온은 원피스 게임 개발을 오래해온 곳이기 때문에 원피스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그동안 간바리온에서 선보인 원피스 게임의 캐릭터 구현은 원작 팬이라면 나무랄 데 없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기대감이 형성됐다.

하지만 이번 원피스 월드 시커는 간바리온이 처음 도전하는 ‘오픈월드’ 형태이다. 앞서 원피스 언리미티드 시리즈에서 RPG 형태의 완성도를 어느 정도 보여주긴 했지만, 지역이 구분되어 있는 형태라 오픈월드는 아니었다.

과연 간바리온이 오픈월드를 얼마나 잘 구현했는지가 걱정이었다. 여기에 간바리온이 PS4와 XO 등 차세대 콘솔 게임기 기반으로 게임을 개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도 우려로 작용했다.

▲ 높은 곳에 올라가 경치를 바라보며 돌아다니는 재미는 있다.

 

오로지 루피 팬만을 위한 게임

원피스 월드 시커는 오로지 루피 팬을 위한 게임이라 단정 지을 수 있다. 그동안 출시된 원피스 게임과 달리 이 게임은 처음부터 끝까지 루피만 조작할 수 있다. 원작 팬이라면 매력적인 다른 캐릭터도 조작해보고 싶겠지만, 원피스 월드 시커는 그런 것이 허락되지 않는다.

대신 루피의 재현도는 뛰어나다. 그래픽은 실사를 표방했던 점프 포스와 달리 툰 랜더링으로 원작과 거의 흡사하게 재현했다. 여기에 원작에서 보여준 다양한 공격기는 물론, 이동기와 회피기, 스킬이 구현됐다.

▲ 게이지 3칸을 모두 사용하는 스킬, 고무고무 코끼리 총 난타(엘리펀트 게틀링)는 잡졸은 한번에 정리해버리는 범위와 위력을 지녔다.

또한, 장난으로 사용했던 기술인 ‘고무고무 UFO’로 하늘을 활공하고 ‘고무고무 로켓’으로 빠른 속도로 높고 멀리 날아가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원피스 언리미티드 월드 레드에서는 고무고무 로켓이 단순히 높은 곳에만 올라가는 용도였지만, 원피스 월드 시커에서는 ‘배트맨 아캄’ 시리즈의 배트 와이어 같은 역할을 해 오픈월드를 활용할 수 있게 했다.

게임 내용은 감옥섬의 감옥장 ‘아이작’과 제일 아일랜드를 지키려는 ‘잔느’ 사이에서 벌어지는 오리지널 스토리이다. 원작자인 오다 에이이치로가 캐릭터 디자인을 담당했기 때문에 한 편의 극장판을 보는 듯한 느낌으로 즐길 수 있다.

스토리 중 루피의 현상금이 5억 베리라고 언급되고 추가 복장이나 기술 구현을 토대로 봤을 때 원작 83권 정도의 스토리가 진행된 상태로 추측할 수 있다.

▲ 다양한 복장을 지원하지만, 팬들이 원하는 건 루피의 다양한 복장이 아닐 것이다.

 

원피스만의 패기 시스템

신세계에 돌입한 후 원피스에서 가장 중요한 스킬로 다뤄지고 있는 ‘패기’도 전용 스킬 시스템을 도입해 다양한 방식으로 루피를 육성할 수 있게 했다. 패기는 크게 ‘견문색’과 ‘무장색’으로 나뉘는데 모드 변경을 통해 각각의 패기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견문색은 회피, 무장색은 공격에 특화됐는데 이동과 탐색 중에는 견문색, 전투 중에는 무장색이 유효하다. 일대 다수에서는 무장색이 유리한데 적이 아무리 모여 봤자 최대 6명이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다.

견문색은 ‘탐지’와 ‘집중’을 사용할 수 있는데 탐지는 아이템이나 적, NPC를 찾을 때 유용하며, 집중은 적의 움직임을 느리게 할 수 있어 전투에 유용하다. 견문색 게이지는 집중을 사용할 때 보다 빠르게 소모되며, 게이지가 다시 가득 차기 전까지 다시 사용할 수 없다.

▲ SP 포인트를 모아 다양한 스킬을 배워 더 강력해져야 한다.
▲ 견문색 모드에서는 아이템 위치나 적 위치를 파악하기 편하다.

필살기를 사용할 수 있는 텐션 게이지는 전투를 하면서 서서히 차오른다. 최대 3칸까지 모을 수 있으며, 전투를 하지 않으면 0까지 서서히 줄어든다. 즉, 전투 시작과 함께 필살기 사용 같은 건 할 수 없는 셈이다. 또 다른 패기인 패왕색 패기도 텐션이 가득 찼을 때만 필살기 개념으로 사용할 수 있다.

패기를 소모해 발동하는 루피만의 필살기 ‘기어 4’도 구현됐는데 처음부터 사용할 수는 없고 게임을 어느 정도 진행해야 발동할 수 있다. 기어 4의 능력을 이용해 보다 빠른 이동이 가능하고 일정 시간 무적이기 때문에 전투도 유리하게 진행할 수 있다.

▲ 삼대장 중 하나인 후지토라와의 싸움에서 처음 등장하는 기어 4.
▲ 기어 4 중에는 일정 시간 무적이기 때문에 보스전에서 유리하다.

 

어설픈 게임 플레이

원피스 월드 시커의 가장 큰 문제점은 게임 플레이가 단조롭다는 것에 있다.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동, 전투, 재료 수집 정도인데 굳이 오픈월드를 적용했어야 했냐는 의문점이 든다.

맵은 그다지 넓지 않지만, 이동하는 방법이 한정되어 불편하다. 바로 눈앞에 보이는 곳에 이동하려는데 중간에 장애물이 있다면 높이 올라갈 방법이 없을 경우 돌아가야 한다.

전투도 전혀 루피답지 않은 방식으로 흘러간다. 루피는 원작에서도 몰래 숨어 들어가는 ‘잠입’ 개념 자체가 없어 인형 옷을 입고 몰래 가면서도 대놓고 강력한 공격을 하는 캐릭터이다.

그런데 원피스 월드 시커에서는 루피가 나무통에 들어가 잠입하거나 적의 뒤로 몰래가서 테이크다운 공격을 하는 등 전혀 캐릭터에 맞지 않게 행동한다. 이런 행동은 밀짚모자 일당 중 나미나 우솝, 로빈에게나 적합하다.

▲ 원작에서는 전혀 보지 못했던 나무통에 숨어서 적진에 들어가기.
▲ 무장색 패기 발동 중에는 이런 황당한 테이크 다운 공격이 나간다.

미니맵의 경우 높낮이가 표시되지 않아 아이템이나 미션 위치를 확인할 때 스트레스가 쌓인다. 견문색 패기를 사용하면 대략적인 위치를 알 수 있지만, 매번 이렇게 하는 것도 불편하다. 여기에 상자를 열 때 정확히 앞에 위치해야 하고 심지어 상자를 열 때 일정 시간 게이지를 채워야 하는지도 알 수 없다.

오픈월드 게임에서는 긴 플레이를 위해 다양하고 재밌는 사이드 미션도 필요한데 원피스 월드 시커의 사이드 미션은 거의 있으나 마나에 비슷한 내용 반복이라 지겹기만 하다. 하지만 스킬 포인트나 아이템 획득을 위해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어쩔 수 없이 해야 한다.

원피스 월드 시커는 게이머는 물론, 원피스 팬에게도 추천하기 애매한 게임이다. 만약 자신이 원피스의 주인공인 루피의 광팬이거나 간바리온에서 만든 원피스 게임을 모두 즐기고 싶다면 한번쯤 즐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 최상 버전 아이템을 만들기 위한 노가다도 필요하다.
▲ 고난도 모드에서는 잡졸에게도 순식간에 쓰러질 수 있기 때문에 잠입 플레이가 필수이다.
▲ 상자를 열 때마다 일정 시간을 할애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 몇몇 부분에서는 적들이 지나오지 못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진다.


임병선 기자  LBS83@ilovep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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