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별로 골라 즐기는 게임 - 코나미 사커부터 피파 온라인까지 축구 게임 발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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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별로 골라 즐기는 게임 - 코나미 사커부터 피파 온라인까지 축구 게임 발전사
  • PC사랑
  • 승인 2009.03.23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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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의 인기는 게임에서도 마찬가지다. 미식축구, 야구, 농구, 골프 등을 소재로 한 게임이 더 인기있는 나라가 더러 있지만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스포츠 게임은 축구다. 영국의 프리미어 리그, 스페인의 프리메라 리가, 이탈리아의 세리에A, 독일의 분데스리가 등 세계적인 수준의 프로 리그가 여럿인 유럽은 축구 게임이 이혼의 사유가 될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우리나라에서도 축구 게임은 인기가 높다. PC방처럼 돈을 내고 플레이스테이션 2(PS2) 게임을 즐기던 ‘플스방’이 유행하던 시절에는 4~8명이 한꺼번에 즐기는 축구 게임 ‘위닝일레븐’과 ‘FIFA’ 시리즈가 굉장히 높은 인기를 누리며 축구 게임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

온 국민이 하나가 되었던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과 2006년 독일 월드컵을 거치면서 축구 게임 열기는 온라인까지 퍼져나갔다. 월드컵을 전후로 우리나라 게임사들은 양손으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온라인 축구 게임을 선보였고 지금도 개발 중이다.
몸으로 뛰거나, 머리를 쓰거나
축구 게임은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게이머가 선수를 직접 조정해서 시합하는 ‘체감형 축구 게임’과 감독이나 구단주가 되어서 축구팀을 운영하는 ‘매니지먼트 게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EA의 ‘피파’와 코나미의 ‘위닝 일레븐’ 시리즈로 대표되는 체감형 축구 게임이 인기다. 체감형 축구 게임은 호나우도, 앙리, 메시 같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수들을 직접 조종하고, 골을 넣을 때의 짜릿한 손맛까지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순발력과 능숙한 조작 실력이 필수라서 초보자는 익숙해지기가 쉽지 않다.

한편 세가의 ‘풋볼 매니저’ 시리즈로 대표되는 매니지먼트 게임은 축구 그 자체보다 축구단의 운영에 신경을 쓰는 것이 목적이다. 유저들은 한 명의 감독이 되어 선수를 운영하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약팀을 강팀으로, 혹은 강팀을 더욱 더 강한 팀으로 만들어야 한다. 어찌 보면 일종의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매니지먼트 게임은 깊이 있는 게임성과 중독성을 자랑하기에 소위 폐인 양성 게임으로 유명하다. 처음 즐길때는 어렵게 느낄수도 있다.


네오위즈게임즈가 서비스하는 ‘피파 온라인’. 가장 성공한 온라인 축구 게임이다.


플스방 열풍을 타고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코나미의 ‘위닝 일레븐’.


국내에 가장 먼저 한글화 되어 들어온 ‘챔피언십 매니저 - K리그’. 매니지먼트 게임의 그래픽은 체감형 축구 게임에 견줘 굉장히 떨어진다.


위닝 일레븐과 함께 체감형 축구 게임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EA의 피파 시리즈. 그래픽만큼은 현존 축구 게임 가운데 으뜸이다.


체감형 축구 게임

MSX용 축구 게임의 양대산맥. 사실상 축구 게임의 원조!
챔피언 사커 / 포니 캐니언 - 1985년
코나미 사커 / 코나미 - 1985년


‘열혈피구’의 쿠니오군이 나오는 축구 게임. 독특한 조작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열혈고교 사커편
/테크노스 - 1990년


80~90년대 오락실에서 인기를 끈 축구 게임.
라스트 스트라이커
/ 이스트 테크놀러지 - 1989년


일본 인기 축구만화를 원작으로 한 게임. 만화와 같은 구성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캡틴 츠바사
/ 테크모 - 1988년


‘오락실 축구 게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임. 단순하면서도 경쾌한 오락성으로 오락실 축구 게임 사상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세이부 축구 / 세이부 - 1992년


3D 그래픽을 적용해 축구 게임의 ‘3D 혁명’을 불러 일으켰다. 지금도 오락실에서 찾아볼 수 있다.
버추어 스트라이커 / 세가 - 1994년


피파의 라이선스를 적극 활용해 실제 유명 선수들을 여럿 등장시켜 많은 관심을 받은 ‘피파 94’.
피파 94 / EA- 1994년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을 기념해 만든 피파의 번외편. 이후 EA는 4년에 한 번씩, 월드컵에 초점을 맞춘 시리즈를 발매하고 있다.
피파 월드컵 98
/ EA - 1997년


주로 오락성에 무게를 두었던 피파 시리즈가 ‘피파 2003’부터 정책을 바꿔 본격적으로 사실적인 축구를 추구했다.
피파 2003 / EA - 2002년


2008년에 발매된 피파의 최신작. 위닝 일레븐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사실적인 축구와 10대 10 멀티플레이 시스템, 실사를 방불케 하는 그래픽 등으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피파 09 / EA- 2008년



축구 같은 축구 게임의 첫 시작. 아케이드성을 강조한 이전 축구 게임들과 다르게 ‘사실적인 축구’의 구현에 많은 공을 들여 폭발적인 반응을 얻는데 성공한다.
위닝 일레븐 / 코나미 - 1995년


플스방 열풍을 타고 국내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린 작품. 이 게임으로 위닝 일레븐 시리즈에 입문한 게이머들이 많다.
위닝 일레븐 8 / 코나미 - 2004년


2008년에 발매된 위닝 일레븐의 최신작. 차세대 게임기에 걸맞은 업그레이드와 새로운 게임 모드를 추가해 호평 받고 있다.
위닝 일레븐 2009 / 코나미 - 2008년

매니지먼트 축구 게임

매니지먼트 축구 게임의 전설. ‘챔피언십 매니저’(CM)의 첫 시작.
챔피언십매니저 / 스포츠 인터랙티브 - 1992년


처음으로 한글화해 발매한 CM 시리즈.
챔피언십매니저 2002 K리그
/ 스포츠 인터랙티브 - 2002년


CM의 개발사 스포츠 인터렉티브(SI)가 유통사인 아이도스와 결별하고 ‘풋볼 매니저’(FM)란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풋볼 매니저 2005
/ 스포츠 인터랙티브 - 2004년


SI와 아이도스가 결별한 뒤에도 아이도스는 자체적으로 ‘CM’ 브랜드를 이어받아 게임을 계속 선보였다. CM5는 그 첫 작품으로 FM보다 한발 앞서 3D 그래픽 엔진을 도입했다.
챔피언십매니저 5
/ 뷰티풀 게임 - 2005년


2008년 나온 FM 시리즈의 최신작. 2D 그래픽이었던 이전 시리즈와 달리 3D 경기 엔진을 채택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풋볼 매니저 2009
/ 스포츠 인터랙티브 - 2009년


유럽에서 FM 못지않은 인기를 얻고 있는 매니지먼트 게임으로 매년 꾸준하게 발매되고 있다. FM과 다른 점이라면 감독이 아닌 단장의 입장에서 축구단을 경영한다는 점.
LMA 매니저 / 코드마스터즈 - 1999년


EA가 피파의 그래픽 엔진을 활용해 만든 매니지먼트 게임이다. 그래픽은 매니지먼트 게임 가운데 최상급이지만 정작 축구단 경영요소가 빈약해 혹평을 받았다. 2003부터 2005까지 3편이 발매됐다.
토탈 클럽 매니저 2003 / EA - 2002년


‘토탈 클럽 매니저’가 2006부터 ‘피파매니저’로 이름을 바꿔 발매되었다. 이름을 바꾼 뒤로는 매니지먼트 요소를 강화해 FM 못지않은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피파 매니저 06 / EA  -2005년


일본의 세가가 만든 매니지먼트 게임으로 콘솔 게임기인 드림캐스트용이다. 일본 J리그 팀을 소재로 하지만 유럽 클럽을 다룬 번외편도 있다.
프로축구팀을 만들자 / 세가 - 2000년

온라인 축구 게임

FM을 온라인 게임으로 만든 것이 바로 ‘풋볼매니저 라이브’다. 천 명의 다른 유저와 경쟁을 벌여야 하는 것이 특징. 국내 서비스 일정은 미정이다.
풋볼매니저 라이브
/ 스포츠 인터랙티브 - 2009년


세가 ‘프로축구팀을 만들자’의 온라인 버전이다. 선수 카드의 수집과 같은 TCG(트레이딩 카드 게임)의 요소가 접목된 것이 특징. 현재 일본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프로축구팀을 만들자 온라인
/ 세가 - 2007년


우리나라의 네오위즈게임즈가 EA와 손잡고 피파를 PC 온라인으로 만든 것이 피파 온라인이다. 2006년에 1편이, 2007년에 2편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피파 온라인 / 네오위즈게임즈 - 2006년

그 시절 오락실에는 세이부 축구가 있었다
세이부 축구(Seibu-Cup Soccer)


세계 최초의 축구 게임에 대해서 선뜻 답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만큼 축구 게임은 수많은 종류가 만들어졌고 역사가 깊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통 축구 게임의 시작을 이야기할 때 1985년 MSX용으로 나온 일본 코나미의 ‘코나미 축구’와 포니캐니언의 ‘챔피언 축구’를 꼽는다. 조악한 2D 그래픽의 캐릭터들이 등장해 공을 차서 상대편 골대에 골을 넣는 것이 전부인 게임이다. 무척 단순한 방식이지만 두 게임 모두 굉장히 높은 인기를 끌었고 뒤의 축구 게임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1992년 오락실에 ‘국민’ 축구 게임이라고 불릴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끈 작품이 등장했다. 일본 세이부(Seibu)가 만든 ‘세이부 축구’가 그 주인공이다.

이 게임은 흡사 대전 격투 게임을 연상시키는 규칙을 가지고 있다. 어떠한 경우에도 반칙이 선언되지 않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백태클해서 무릎 꺾기를 하는 것은 기본이고, 발로 상대방을 걷어찰 수도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공만 상대편 골대에 넣으면 만사 OK였다.

이런 특성 덕분에 대전용으로 큰 인기를 누렸다. 4명의 게이머가 동시에 게임을 하면 정신없이 슬라이딩 태클이 난무하고, 상대를 방해하기 위한 온갖 치사한 전략전술이 총동원되었기 때문에 우정파괴용(?) 게임으로 악명이 높았다.

세이부 축구는 90년대 중반, 캡콤의 대전 격투 게임인 ‘스트리트 파이터 2’와 함께 국내 아케이드 센터를 양분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정도로 굉장히 높은 인기를 끌었다. 지금도 오래된 아케이드 센터에 가면 심심찮게 현역으로 뛰고 있는 세이부 축구를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개발사의 파산으로 후속작은 내지 못했다. 대신 세이부 축구의 인기는 세가에서 만든 풀 3D 그래픽 축구 게임 ‘버추어 스트라이커’ 시리즈가 이어 받아 오락실 축구 게임의 인기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MSX의 추억이 담긴 ‘챔피언 축구’.


코나미는 후에 위닝 일레븐을 만들어 축구 게임의 강자로 등극한다.


오락실을 가면 아직도 이 게임을 즐기면서 싸우는 학생들을 볼 수 있다.

김주성 축구?
세이부 축구는 당시 오락실 축구 게임 중에서 드물게 한국팀이 등장한다는 점에서도 게이머들의 눈길을 끌었다. 한국 팀은 골을 넣으면 당시 국내 최고의 스트라이커였던 김주성으로 추정되는 캐릭터가 등장해 골 세레모니를 펼쳐보였다. 이로 인해 일부 오락실에서는 이 게임의 제목을 ‘김주성 축구’로 표기하는 재밌는 일도 있었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오락실 주인의 편의에 따라 게임 이름을 마음대로 고쳐 부르는 일이 많았다.


세이부 축구에 등장하는 8개 팀 중에는 한국 팀도 있다. 한국 캐릭터가 ‘김주성’이냐 ‘서정원’이냐를 두고 투덕거리는 코흘리개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피파’란 이름을 쓸 수 있는 유일한 게임
피파 시리즈(FIFA Soccer)


세이부 축구가 오락실에서 인기를 끌고 있던 1993년 겨울, 미국의 EA스포츠가 3.5인치 디스켓 3장짜리 PC용 축구 게임을 하나 선보였다.
 
‘피파 축구’(FIFA International Soccer, 일명 FIFA 94)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던 이 게임은 축구 게임 역사상 최초로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라이선스를 획득했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수들이 실명 그대로 등장한다는 데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게임은 발매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세계적으로 많은 인기를 얻는다. 이에 고무된 개발사는 매년 후속작을 발매한다. 이것이 바로 현재 가장 대중적인 축구 게임인 EA스포츠 피파 시리즈의 시작이다.

피파 시리즈가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은 것은 그래픽과 라이선스의 힘이 컸다. 항상 동시대 축구 게임 중 최고의 그래픽과 사운드를 선보였고, 국제축구연맹 라이선스의 힘을 빌린 방대한 실명선수 데이터를 자랑해 왔다.

피파는 사실성보다 오락성이 강조되어서 10대0처럼 현실에서 보기 힘든 점수가 자주 나온다는 점에서 마니아들에게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90년대 후반부터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 코나미의 ‘위닝 일레븐’ 시리즈와 비교되면서 오락성이 약점으로 부각되었다.

이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자 EA스포츠는 ‘피파 2003’부터 이전 성격을 버리고 위닝 일레븐처럼 사실적인 게임을 만드는데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금의 피파 시리즈는 위닝 일레븐 못지않은 사실적인 축구 게임으로 인정받는다. 최신작인 ‘피파 08’과 ‘피파 09’는 놀라운 완성도와 짜임새을 보여주는데 성공했고, 피파가 위닝 일레븐을 제쳤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피파 시리즈는 PC, 엑스박스 360, 플레이스테이션 3, 닌텐도 DS, 위 등 현존하는 거의 모든 플랫폼에 맞춰 발매되고 있다. 최신작은 지난해 말 나온 ‘피파 09’로서 올해 말에는 피파 2010이, 2010년에는 남아공 월드컵을 기념하는 번외편이 발매될 예정이다.


본래 초기작에는 이름에 년도가 붙어 있지 않지만 후속작과 구별을 하려고 게이머들이 ‘피파 94’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사실적인 축구를 추구하기 시작한 피파 2003.


시리즈의 최신작인 피파 09. 비슷한 시기 발매된 위닝 일레븐보다 좋은 반응을 얻었다.

‘아케이드 피파’의 끝을 보여준 게임. 피파 월드컵 2002
오락성이 강한 피파 시리즈지만 그래도 겉으로는 16년 동안 사실적인 축구 게임을 표방해 왔다. 하지만 딱 한 번, 작정하고 비현실적인 아케이드 게임을 만든 일이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기념한 번외편인 ‘피파 월드컵 2002’이다.
피파 월드컵 2002는 게임 시스템이 지극히 단순하고, 심지어 일부 스타플레이어는 필살슛(일명 불꽃슛)까지 썼다. 이로 인해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역대 최악의 피파라는 평가를 받는다.


피파 월드컵 2002. 한국 국가대표팀에서는 황선홍만이 필살슛을 쓸 수 있다.


‘진짜 축구 같은 게임’을 꿈꾸다.
위닝 일레븐(World Soccer Winning Eleven)



축구는 정말 간단한 규칙을 가지고 있는 스포츠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구기종목의 바둑’이라는 수식어가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복잡한 전략과 전술, 그리고 변수가 작용하는 스포츠이기도 하다. 초창기의 축구 게임 개발사들은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현실적인 축구 게임을 만들기보다 재미있는 축구 게임, 다시 말해 오락성이 강한 게임을 만들어왔다. 10대0, 20대0 같은 비현실적인 결과가 나오더라도 재미만 있으면 그만이었다.

변화는 코나미가 이끌어냈다. 초창기 축구 게임 시장을 선도했던 코나미가 1990년대 중반 ‘위닝 일레븐’ 시리즈를 내놓으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한다. 플레이스테이션용으로 1편을 내놓은 위닝 일레븐 시리즈는 초창기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1997년 선보인 ‘위닝 일레븐 3’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서서히 축구 게임 마니아 사이에서 이름을 날린다.

위닝 일레븐 시리즈는 현실의 축구와도 견줘도 흠잡을 데 없는 전술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피파와 같은 화려한 그래픽이나 방대한 라이선스는 없지만 사실성이 이를 상쇄한 셈이다.

탄탄한 완성도로 이름을 널리 알린 3편 이후,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전략과 전술을 더욱 강화해 나갔다. 오락성이 강한 피파와 비교되면서 결국 90년대 후반에는 소위 위닝 일레븐식 축구와 피파식 축구로 게임계가 양분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게이머들 역시 위닝 일레븐 마니아들과 피파 마니아로 나뉘어 게임이 나올 때마다 매번 뜨거운 논쟁을 벌였다.

위닝 일레븐은 본래 플레이스테이션용으로만 나오다가 지금은 PC와 엑스박스 360 등 피파와 마찬가지로 거의 모든 플랫폼 버전을 발매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위닝 일레븐 2008 이후 차세대 게임기를 100%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현재 일각에서는 피파 시리즈에 뒤쳐진다는 평을 받고 있다.


플레이스테이션용으로 나온 ‘위닝 일레븐 3’.


국내에 처음으로 정식 발매된 ‘위닝 일레븐 6’.


최신작인 ‘위닝 일레븐 2009’.

위닝 일레븐과 중계음성
위닝 일레븐은 매 시리즈를 내놓을 때마다 일본 내수용으로 만들어지는 본편과 세계 시장을 겨냥한 인터내셔널 버전, 두 가지를 내놓는다. 현재 인터내셔널 버전은 ‘프로 에볼루션 사커’(Pro Evolution Soccer) 라는 이름으로 발매된다. 국내 게이머들에게는 인터내셔널보다 일본어 버전인 본편이 압도적으로 인기가 높다. 이유는 중계음성 때문이다.

일본의 유명 축구 해설가(우리로 치면 신문선 해설위원급)인 존 카비라가 녹음한 위닝 일레븐의 일본어 중계음성은 중독성이 있다고 할 정도로 묘한 매력이 있다. 특유의 ‘슈~~토’나 ‘고오오오올’처럼 오버하는 목소리는 듣기만 해도 흥이 절로 난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인터내셔널 버전이 발매되면 일본어 음성 패치가 떠돌아다니는 기현상도 벌어졌다. 위닝 일레븐이 3편부터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것도 존 카비라의 중계음성이 3편부터 적용되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위닝 일레븐 중계음성을 녹음한 존 카비라. 일본의 유명 축구 해설가겸 캐스터다. 실제 게임처럼 유난스럽게 중계를 한다. 존 카비라의 중계 목소리를 담은 장난감이 있을 정도다.



FM이라 쓰고 ‘폐인 메이커’라고 읽는다
풋볼 매니저 시리즈



현대 축구의 본고장이라고도 할 수 있는 영국은 축구의 열기가 가장 뜨거운 나라다. 당연히 축구 게임의 열기도 화끈한 수준. 영국에는 매년 여러 종류의 축구 게임이 등장한다. 비록 피파나 위닝 일레븐 같은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는 체감형 축구 게임은 없지만 대신 매니지먼트 축구 게임에서는 수천만 폐인을 양성한 걸작을 보유하고 있다. 스포츠 인터렉티브가 개발한 ‘풋볼 매니저’(FM) 시리즈가 그 주인공이다.

FM은 매니지먼트 축구 게임 중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게임이다. 게이머가 감독이 되어서 축구클럽을 경영하는 것이 목적인 이 게임은 위닝 일레븐이나 피파와 같은 박진감과 손맛은 느낄 수 없다. 대신 축구단을 맡아 선수들을 키우고 영입하며 히딩크, 아드보카트 같은 명장들과 두뇌싸움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중독성을 자랑한다. 농담 삼아 ‘폐인메이커’라는 별칭으로 불릴 정도다. 대신 어렵다. 적어도 축구의 규칙은 확실하게 알고 있어야 하고 처음 시리즈를 접다면 수많은 시행착오도 각오해야 한다. 다행히도 한글 버전을 발매하고 있어 적어도 언어의 장벽에는 부딪히지 않아도 된다.

막강한 중독성을 가지고 있는 FM이지만 단점이 없지는 않다. 경기 장면이 3D가 아닌 2D 그래픽으로 표현된다는 점. 그것도 바둑알이 선수를 대신하는 아주 단순한 화면이어서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쓴소리를 들어야 했다. 초기에는 아예 라디오 중계 형식으로 게임이 진행되기도 했다. 또 방대한 데이터베이스 때문에 PC 요구제원이 높은 것도 문제다.

다행스럽게도 지난해 발매된 최신작 ‘FM 2009’부터 3D 게임 엔진을 도입해 모든 경기가 3D 화면으로 펼쳐진다. 하지만 피파나 위닝 일레븐 같은 게임의 그래픽과 비교하자면 하늘과 땅차이기 때문에 화려한 그래픽을 좋아하는 게이머의 성향에는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현재 외국에서는 온라인 버전인 ‘풋볼 매니저 라이브’가 서비스를 시작했다. 아쉽게도 우리나라 서비스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


감독으로 임명되는 순간 게임은 시작된다.


한 선수의 능력을 30가지 이상의 항목으로 세분해 표현한다. 그만큼 데이터가 방대해서 공부해야 할 부분이 많다.


경기가 3D로 진행되는 ‘FM 2009’.

CM과 FM
본래 FM은 ‘챔피언십매니저’라는 이름으로 1992년부터 발매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2년 ‘챔피언십 매니저 2002 K리그’라는 제목으로 처음으로 한글화되어 등장했다. 때문에 아직도 마니아 중에는 FM이 아닌 CM이라는 이름이 더 친숙한 게이머들이 많다. 하지만 개발사인 스포츠 인터렉티브는 지난 2004년 이후 더 이상 CM을 만들 수 없게 되었다. 브랜드의 권리를 가진 유통사 아이도스(Eidos)와 결별했기 때문이다. FM은 CM을 만들 수 없게 된 스포츠 인터렉티브가 자구책으로 내세운 새로운 이름인 셈이다.

그렇다면 CM은 어떻게 됐을까? 아이도스는 CM의 개발권을 다른 개발사에 주어서 지금도 시리즈를 계속해서 만들고 있다. 하지만 스포츠 인터렉티브가 아닌 다른 개발사가 만들어 게임 성격이 완전히 바뀌었고, 유저들의 거부감과 함께 인기를 얻는 데도 실패하고 말았다.


월드컵 열기를 타고 국내에 처음으로 한글화 되어 발매된 ‘CM 2002 K리그’. CM 폐인을 양성한 첫 번째 작품이다.

온라인으로 진출한 신개념 축구
풋살과 국산 PC 온라인 축구 게임


2002 월드컵을 계기로 전국이 온통 축구 열풍으로 휩싸이자 유행에 ‘민감’한 국내 온라인 게임사들은 너도나도 축구 게임 개발에 뛰어들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시기에는 온라인 축구 개발 열풍이 절정을 기록해 2006년을 기점으로 당시 개발되던 온라인 축구 게임은 무려 20여 가지에 달했고, 실제 시장에 출시된 게임도 10여 가지에 이르렀다.

본격적으로 온라인 축구 게임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06년 네오위즈(현 네오위즈게임즈)가 EA와 공동 개발한 ‘피파 온라인’부터다.

2005년 발매된 피파 06을 기본 바탕으로 개발한 이 게임은, 기본적인 플레이는 피파 06의 시스템을 그대로 가지고 오면서도 선수 육성이나 팀 관리, 스케줄 관리 등의 추가적인 시스템은 우리나라 온라인 게임 시장에 맞춰 개발했기 때문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성공에 고무된 네오위즈는 이후 피파 07을 베이스로 한 ‘피파 온라인 2’까지 선보였고 현재 부분 유료화 방식으로 서비스 중이다.

다른 국내 개발사 역시 여러 온라인 축구 게임들을 선보였다. 눈에 띄는 점은 대부분의 축구 게임들이 정통 축구가 아닌 ‘풋살’(Futsal:박스 기사 참고)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월드컵을 전후로 축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덕분에 초기에는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피파 온라인 외의 다른 게임들은 쓰디쓴 실패를 맛봐야 했다. 풋살을 소재로 한 게임의 미흡한 완성도 때문이었다. 유저들의 눈이 이미 피파나 위닝 일레븐의 수준까지 높아진 마당에 어설픈 게임으로는 성공을 거둘 수 없었던 것이다.

모든 게임이 처참한 실패를 겪은 것은 아니다. 현재 개발 중인 축구 게임도 있다. 농구 게임 ‘프리스타일’로 성공을 거둔 JC엔터테인먼트가 카툰 방식의 풋살 게임 ‘프리스타일 풋볼’을 준비하는 등 온라인 축구 게임은 현재도 꾸준하게 개발되고 있다. 게다가 곧 2010 남아공월드컵이 시작되고, 한국 국가대표팀이 순항한다면 축구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등에 업고 피파나 위닝 일레븐을 넘어서는 인기 온라인 축구가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2002년 이전에도 온라인 축구 게임이 있었다. 그림은 2002년 이전부터 서비스하던 하멜린의 ‘강진축구’.


온라인 축구 게임으로는 가장 큰 성공을 거둔 ‘피파 온라인’.


JC엔터테인먼트에서 개발하는 카툰 그래픽의 풋살 온라인 게임 ‘프리스타일 풋볼’.

풋살과 온라인 게임
풋살은 ‘간이축구’ 또는 ‘미니축구’를 일컫는 말이다. 규칙은 일반 축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최대 5대5의 소규모 인원이 작은 경기장에서 공을 찬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오프사이드 같은 복잡한 규칙이 없고 굉장히 빠른 스피드로 많은 득점이 난다는 것이 특징. 우리나라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지만 해외에서는 대중화된 스포츠로서 펠레, 호나우도, 호나우딩요 같은 유명 축구 선수들은 모두 어릴 때 풋살로 축구를 익혔다고 한다.

풋살이 온라인 캐주얼 게임으로 만들기 적합하다는 평가가 많아 오래전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또 정통 축구 게임은 피파나 위닝 일레븐 같은 역사가 오래된 게임과 비교를 피할 수 없기 때문에 개발사들은 너도나도 풋살에 주목했다. 아쉽게도 기대만큼 성공한 게임은 나오지 않았다.


2006년 전후로 등장한 국산 온라인 축구 게임들은 대부분 소수의 인원이 경기를 펼치는 풋살에 바탕으로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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