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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크로스로 무난했던 신작 ‘슈퍼로봇대전 X’

임병선 기자l승인2018.05.29l수정2018.05.29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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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rtPC사랑=임병선 기자] 슈퍼로봇대전(이하 슈로대)은 “마징가와 건담이 싸운다면 어떨까”라는 단순한 논제에서 시작된 시리즈다. 이미 27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장수 시리즈로, 그만큼 올드 콘솔 게이머 팬이 많은 작품이기도 하다. 다만, 정식 발매나 한글화가 된 역사는 짧기 때문에 언어 장벽 때문에 그동안의 시리즈를 즐기지 않았다면 애착심이 그리 크지 않은 게임이기도 하다.

기자의 경우, 1995년 발매된 게임보이(GB) 판 ‘제2차 슈로대 G’로 슈로대 시리즈에 입문했다. 슈로대 시리즈에는 마징가와 건담, 겟타 등 소년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로봇이 잔뜩 등장하는 게임이었고 그 사실은 아재가 된 후에도 변하지 않았다. 비록 게임할 시간이 없더라도 꼭 예약해서 사야 하는 ‘Must It’ 게임이었다.

시대가 변하고 불가능할 것이라고 여겨졌던 슈로대 시리즈에도 한글화 바람은 찾아왔다. 비판권작인 ‘슈로대 OG 문 드웰러즈’를 시작으로 판권작인 ‘슈로대 V’도 한글화가 됐다. 이어 이번에 소개할 작품이자 최신작인 ‘슈퍼로봇대전 X’(이하 슈로대 X)도 어김없이 한글화가 이뤄졌다.

 

여전한 캐릭터 게임

슈로대 시리즈의 장르는 시뮬레이션 RPG지만, 캐릭터 게임으로 더 유명하다. 슈로대 팬들이 슈로대 신작이 발표됐을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바로 참전작이다. 어떤 참전작이 등장하느냐에 따라 무조건 사야 되는 게임이 되기도 하고 보류하기도 하는 게임이 되기도 한다.

이번 슈로대 X의 참전작은 슈로대 V와 겹치는 것도 많지만, 신규 참전작도 몇 개 있다. 이번에 새롭게 등장하는 작품으로는 ‘마신영웅전 와타루’와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 ‘건담 G의 레콘기스타’, ‘버디 콤플렉스’가 있다.

오래간만에 참전해 HD화가 이뤄진 ‘성전사 단바인’도 반가우며, 알파 시리즈 이후 등장하는 슈로대 버전의 ‘마징카이저’도 눈여겨볼만하다. 이외에 슈로대 V에는 없었던 ‘천원돌파 그랜라간’이나 ‘신기동전기 건담 W 엔드리스 왈츠’, ‘코드기어스 반역의 를루슈 R2’ 등 만족스러운 참전작으로 이뤄졌다.

전작인 슈로대 V에서 겉도는 평을 받았던 작품들은 거의 빠졌다. 대표적으로 스토리가 완료되고 기체만 참전하는 ‘기동전사 건담 SEED 데스티니’인데 그동안 너무 등장했다는 평이 많아 뺀 것이 나름 좋은 선택으로 보인다. 다만,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나 천원돌파 그렌라간을 만든 가이낙스의 또 다른 작품인 ‘에반게리온’이 빠진 것이 애석하다.

슈로대의 참전작은 담당 프로듀서인 ‘테라다 타카노부’가 밝혔듯이 스폰서의 입김이 강하기 때문에 홍보 위주의 작품으로 정해지고 있다. 이번 슈로대 X에서 마징가에 힘이 실어진 이유도 ‘마징가 Z’의 리메이크 극장판인 ‘마징가 Z 인피니티’ 때문이다.

또한,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의 참전 이유도 초합금혼 ‘뉴 노틸러스 호’가 출시되기 때문에 홍보가 목적이지 않을까 하는 추측도 있다. 슈로대 시리즈가 과거에 비해 판매량이 떨어진 만큼 비교적 저예산으로 제작하는 홍보성 게임이 되고 있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야마토에 이은 와타루

슈로대 X의 큰 줄기는 새롭게 참전한 마신영웅전 와타루이다. 슈로대 V가 야마토를 메인으로 한 ‘슈퍼 야마토 대전’이라는 비아냥이 있었다면, 슈로대 X는 ‘슈퍼 와타루 대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와타루에 대한 편애가 상당하다. 스토리도 다른 작품들은 작중 중간 내용에서 합류하거나 스토리가 완료된 상태에서 합류하는데 반해 와타루는 맨 처음 내용부터 오리지널 캐릭터 내용이 등장하는 1화 이후 2화부터 꾸준히 등장한다.

마신영웅전 와타루는 건담 시리즈나 용자 시리즈로 유명한 선라이즈에서 1988년 제작한 로봇 애니메이션이다. 총 3편의 TV 시리즈가 있는데 슈로대 X에서는 가장 첫 작품인 1기만 참전했다. 왜색이 상당히 짙은 작품인데 국내에서는 일본 문화 개방 이전이라 제대로 방영된 적이 없었으며, 제목도 ‘드래곤파이터’나 ‘우주용사 씽씽캅’ 등으로 변경됐다.

일본에서는 마신영웅전 와타루의 성공 이후 SD풍의 로봇 애니메이션이 쏟아지다시피 했으며, 그 중 하나가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끈 ‘마동왕 그랑조트’(슈퍼 그랑죠)였다. 일본에서 마동왕 그랑조트는 마신영웅전 와타루에 비해 인기가 덜한 작품이었지만, 국내에서는 마신영웅전 와타루 대신 왜색이 거의 없어 제대로 방영된 마동왕 그랑조트가 더 큰 인기를 끌었다. 두 작품 모두 감독이 같기 때문에 캐릭터나 메카닉 디자인이 비슷하다. 언젠가 슈로대 시리즈에 마동왕 그랑조트가 참전할 수도 있는 희망을 남겼다.

여담으로 중국이나 홍콩, 대만 등 중화권에서도 마신영웅전 와타루의 인기가 상당하다. 마신영웅전 와타루의 메카닉이나 스토리 중 대다수가 중국인이 좋아하는 용을 모티브로 하는 것이 많기 때문에 인기가 많다는 이야기도 있다. 일본 내수 시장만으로는 적자를 면치 못하는 반다이남코 측이 비교적 판매량이 높은 해외 시장인 중국을 위해 마신영웅전 와타루를 넣었다는 설도 있다.

 

초심자와 숙련자까지 만족

슈로대 X의 게임 시스템이나 UI는 전작인 슈로대 V의 진화형이다. 슈로대 V를 즐긴 사람이라면 쉽게 적응할 수 있으며, 그렇지 않더라도 시나리오를 4~5개 정도 클리어하다 보면 바로 알 수 있도록 직관적인 형태로 만들었다.

이번에도 전투 중 가장 중요한 시스템은 ‘Ex(엑스트라)액션’으로, 적을 격추하는 등의 행동으로 Ex카운트를 최대 10까지 쌓을 수 있다. Ex액션에는 적을 격추했을 때 다시 움직일 수 있는 ‘멀티 액션’이나 이동력을 2칸 올려주는 ‘부스트 대시’ 등이 있어 Ex카운트를 잘 활용하면 게임을 쉽게 풀어갈 수 있다.

슈로대 V와 비교했을 때 새로 생긴 Ex액션으로는 1회 EN이나 잔탄을 소모하지 않고 공격할 수 있는 ‘트릭 어택’이 있다. 트릭 어택은 재공격에도 적용되기 때문에 강력한 필살기를 연속해서 2번 넣을 수도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전함만 사용하는 Ex오더에는 주변 기체의 능력치를 올려주는 ‘주변 지휘’가 추가됐다.

마법을 사용한다는 설정의 주인공에 한해 ‘도그마’라는 특수 스킬이 존재한다. 이 도그마는 슈로대 V의 ‘TAC 커스터마이즈’에서 이름이 변경된 ‘MAGIC 커스터마이즈’의 그레이드를 올릴 때마다 사용할 수 있는 도그마가 늘어난다. 도그마는 한 시나리오 당 한 번씩만 사용할 수 있는데 다이렉트 어택, 스매시 히트, 혼, 기백, SP 회복 등 사기급 기능만 모여 있다.

인터미션 시스템도 슈로대 V와 거의 똑같다. 다만, 밸런스 조절을 위해 파라미터 수치 업에 필요한 TacP 수치를 슈로대 V에 비해 2배로 늘렸다. 신규 스킬도 3개 생겼는데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없으며 그나마 출격 시 ‘불굴’, ‘돌격’, ‘가속’이 걸리는 ‘선제 공격’이 쓸 만한 편이다.

너무 쉬웠다는 불만이 많았던 만큼 밸런스 조절에 실패했던 슈로대 V를 교훈 삼아 슈로대 X는 신규 유저부터 기존 유저까지 모두 만족할만한 밸런스를 보여준다.

먼저 신규 유저를 위한 ‘초심자 모드’는 다양한 부분에서 조작법이나 전략법을 설명해주며, 시나리오 클리어 시 추가로 자금 50,000을 얹어줘 게임 진행을 쉽게 했다. 반면 코어 유저를 위한 ‘익스퍼트 모드’에서는 기존 ‘EX하드 모드’처럼 캐릭터 육성 불가나 기체 개조 제한 대신 적이 강해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덕분에 캐릭터와 기체를 키우는 재미와 함께 공략하는 재미도 살려 오래간만에 할 만한 고난도의 슈로대가 됐다. 익스퍼트 모드는 클리어가 어렵지만, 게임 오버를 안 당하고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자동으로 SR포인트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진 엔딩 루트로 들어가기가 더 쉽다.

 

적절한 스토리 크로스

이번 슈로대 X의 소재도 평행 세계이다. Z 시리즈는 ‘복수의 지구가 융합한 세계’였으며, 슈로대 V는 ‘3개의 지구를 오가는 세계’였다면, 슈로대 X는 ‘복수의 세계가 하나의 이세계로 소환’이라는 것이 다르다. 다만, 강력한 적에 맞서기 위해 평행 세계를 오가는 패턴은 여전하다.

아무튼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을 관통하고 있는 마신영웅전 와타루에 대해 먼저 소개해보겠다. 마신영웅전 와타루는 초등학교 4학년인 ‘이쿠사베 와타루’가 자신이 만든 찰흙인형인 ‘류진마루’와 함께 이(異)세계로 날아가 창계산의 위기를 구하는 구세주가 된다는 이야기이다.

슈로대 X의 스토리도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진행되는데, 와타루가 소환된 곳은 와타루의 청계산이나 그렌라간의 카미나 시티, 크로스 앙쥬의 마나의 나라가 공존하고 마법을 사용하는 판타지 세계인 ‘알 워스’이다. 다른 작품 참전작들도 알 워스의 위기를 구하기 위해 소환돼 협력하게 된다.

와타루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용’이나 ‘수인’ 등의 소재로 다른 작품과의 스토리 크로스도 볼만하다. 여기에 건담 시리즈만의 콜라보도 충분히 좋은 부분을 선사한다. 또한, 슈로대 V처럼 한 작품으로 완결되는 만큼 스토리가 복잡하지 않고 간결해서 좋다.

다만, 슈로대 V와 겹치는 작품이 많아 전투 연출 재탕이나 했던 이야기를 또 진행하기 때문에 슈로대 V를 즐겼던 사람이라면 지루한 부분이 없잖아 있다. 여기에 X(크로스)라는 것치고는 슈로대 시리즈의 또 다른 묘미인 ‘합체 공격’이 너무 적은 것이 아쉽다.

슈로대 시리즈는 정말 하는 사람만 하는 게임이긴 하지만, 앞으로 시리즈 존속을 위해서는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5년간 출시된 작품을 봐도 퀄리티가 들쑥날쑥이거나 기존 팬들을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신규 유저만 신경 쓰려는 모습이 보인다.

이 정도 퀄리티에 다른 AAA급 게임과 같은 가격이라면 계속 후속작이 나올지 걱정부터 된다. 오랫동안 슈로대 시리즈를 즐겨왔던 입장에서는 ‘슈로대 알파’나 ‘슈로대 OGs’에서 보여줬던 충격만큼의 힘을 실은 작품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임병선 기자  LBS83@ilovep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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