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뽑아도 쪽박, 공정위 게임 뽑기 확률 조작에 철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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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뽑아도 쪽박, 공정위 게임 뽑기 확률 조작에 철퇴
  • 임병선 기자
  • 승인 2018.05.08 15:4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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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rtPC사랑=임병선 기자] 무료로 게임을 즐기고 추가로 결제하는 게임을 흔히 부분 유료화 게임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형태는 PC 온라인 게임에서 주로 적용됐지만, 게임 메인 플랫폼이 PC에서 스마트폰으로 옮겨짐에 따라 모바일 게임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수익 구조다.

이러한 부분 유료화는 과거 원하는 아이템을 유료 결제해 얻는 방식이었지만, 지금은 뽑기로 얻을 수 있는 소위 ‘확률형 아이템’이 대세다. 현재 게임 회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이 확률형 아이템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확률형 아이템에서 좋은 아이템을 얻기란 하늘의 별 따기, 로또 맞을 확률이다.

각 게임 회사에서는 뽑기 확률을 공개하고 있지만, 이 확률이 맞는 건지 의심이 갈 정도로 해당 아이템이 나오지 않는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서 거짓·과장 광고를 한 게임 회사에 대해 철퇴를 내렸다.

 

계속되는 유저 기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4월 1일 아이템 확률을 허위로 표시하는 등 거짓·과장 광고를 한 넥슨코리아, 넷마블, 넥스트플로어 등 3개 게임사에 과징금 9억 8,400만 원과 과태료 2,550만 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전자상거래법 위반 과징금으로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공정위는 이들이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면서 획득 확률이나 획득 기간 등의 정보를 허위로 표시하는 등 거짓·과장·기만적 방법으로 소비자를 유인했다고 판단했다. 확률형 아이템이란 돈을 주고 구매한 아이템의 효과나 성능이 확률에 따라 결정되는 상품을 말한다.

공정위에 따르면 넥슨은 2016년 11월 유저가 연예인 카운트를 구매할 때마다 일정 수의 퍼즐조각을 지급하고 총 16개 조각의 퍼즐을 완성하면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실시했다. 하지만 퍼즐조각별 획득 확률이 다르고 일부는 획득 확률이 0.5~1.5%로 매우 낮게 설정됐음에도 ‘퍼즐조각 1~16번 중 랜덤으로 지급됩니다’라고만 표시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보통의 주의력을 가진 소비자는 ‘퍼즐조각 랜덤지급’이라는 광고를 보고 각 퍼즐조각의 획득 확률이 같거나 비슷할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라며 “이는 구매 선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를 허위· 기만적으로 제공해 소비자를 유인한 행위로 판단된다”라고 밝혔다. 넥슨이 공정위로부터 부과 받은 과태료·과징금은 ‘서든 어택’과 ‘카운터 스트라이크 온라인 2’ 등 총 9억 4,450만 원이다.

넷마블게임즈는 2016년 6월 말부터 반년 동안 고급·최고급 몬스터 뽑기 상품에 게임 내 캐릭터인 ‘불멸자’가 1% 미만으로 등장한다고 표시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실제 불멸자 획득률이 0.01%보다 낮은 0.0005~0.0080% 인 것으로 파악했다. 이외에 ‘불멸자 획득 5배 UP’ 이벤트에서도 획득률은 기존 확률의 5배인 0.0025~0.0400%로 나타났다. 넷마블은 ‘마구마구’와 ‘모두의 마블’, ‘몬스터 길들이기’에서 총 6,000만 원의 과태료·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 게임 밸런스를 파괴할 정도의 고성능을 자랑하지만, 그만큼 엄청나게 낮은 확률로 등장했던 불멸자 캐릭터.

 

▲ 데스티니 차일드는 5성 뽑기 확률을 누적 확정 뽑기까지 더해 표기해 논란을 야기했다.

넥스트플로어는 2016년 차일드 소환으로 얻을 수 있는 5성 차일드 게임 캐릭터의 실제 획득 확률이 0.9%였지만 1.4%로 표시한 혐의다. 다만 넥스트플로어는 현장조사 전 위법행위에 대한 사과문을 공식 카페에 게재하고 확률 수정 공지와 소비자 피해에 상응하는 보상을 실시해 과징금 부과만은 면하고 과태료 처벌로 끝났다. 넥스트플로어가 부과 받은 과태료는 ‘데스티니 차일드’에서 500만 원이다.

 

실효성 없는 자율 규제

확률형 아이템 표기 방식으로 논란을 키운 일부 게임 회사에 떨어진 공정위의 철퇴는 자율 규제에 대한 실효성 문제로 번졌다. 게이머들의 불만도 점차 커지고 있어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확률형 아이템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 2015년 4월부터 아이템 정보에 결과물 목록과 획득 가능한 아이템의 구간별 확률을 자율적으로 공개하도록 했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이 자료를 근거로 지난해 6월까지 매달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게임 회사 모니터링은 어디까지나 자율준수로 결과를 얻는 만큼, 게임 회사가 밝힌 내용에 의존하기 때문에 사실 여부를 판단하기가 어려웠다. 더구나 이번에 공정위의 제재를 받은 게임 일부는 2016년 자율 규제를 준수한 게임으로 구분되기도 했다. 이는 해당 게임 회사가 공식 커뮤니티나 홈페이지 등에 직접 공지한 내용을 참고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확률 미공개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여전히 지속되자 협회는 지난해 7월 자율 규제 내용을 일부 개선했다. 협회가 개선한 내용은 ▲일정 기준 이상 구매 시 희귀 아이템을 보상으로 획득 ▲희귀 아이템의 확률 공개 ▲희귀 아이템의 출현 개수 공개 중 한 가지 필수 이행이다. 다만, 이를 준수할지 말지는 게임 회사의 자율에 맡겼기 때문에 위반했을 시 제재수단이 없다.

여기에 한국게임산업협회가 개선한 자율 규제 내용이 기존 모니터링 방식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지난해 7월부터 해당 업무를 게임이용자보호센터에 위탁했으나 모니터링 결과는 여전히 게임 회사가 직접 발표한 자료에 근거하고 있다. 앞으로도 게임 회사가 정보공개에 소홀할 수 있고 게이머들의 불만은 여전할 것이라는 부분이다.

게임이용자보호센터 관계자는 “법적으로 게임 아이템 확률 데이터를 볼 수 있는 권한이 없다”라며 “현재로선 업체가 공식 커뮤니티나 홈페이지 등에 확률을 개별적으로 올렸는지 또는 아이템 등급이나 구간별 확률을 세세하게 올렸는지 확인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 0.05%에 낮은 확률의 아이템도 존재한다.

 

넥슨, 공정위 결정에 반박

확률형 아이템의 지급 확률에 대해 공정위가 제재를 가하자 ‘해석의 차이’를 내세우며 반론을 제기한 게임 회사도 있다. 넥슨은 이에 대해 내부 검토를 통해 법적 대응 여부를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율 규제의 실효성 문제가 제기된 상황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는 문구나 표현으로 인한 혼란까지 가중될 가능성이 있다.

넥슨은 공정위의 결정에 대해 이를 존중하지만 해당 문구의 해석에 있어 서로 차이가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특히 퍼즐 이벤트에서 표기된 ‘랜덤지급’이라는 안내는 ‘상이한 확률의 무작위’라는 의미로 사용됐으나 공정위는 ‘등가의 확률값’으로 해석했다며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한 추가적인 판단을 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는 공정위 결정을 100%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넥슨 측은 “퍼즐 완성 이벤트는 이용자들에게 보너스 형태로 추가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진행한 것이었지만, 이용자들에게 불편을 드려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라며 “앞으로는 게임 내 모든 이벤트에서 이용자들이 혼란을 느끼지 않도록 보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겠다”라고 밝혔다.

또한 “앞으로 유료로 판매하는 모든 아이템의 획득 확률을 공개해 나갈 예정”이라며 “이용자들에게 정확한 정보 제공을 위해 노력하고 이 같은 시스템이 확산, 정착될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라고 덧붙였다.

▲ 누구나 모바일 게임을 즐길 수 있으며, 미성년자도 손쉽게 결제할 수 있다.

 

모두 같은 수익 구조

업계에서는 게임 회사들이 캐시카우(Cash Cow, 시장 점유율이 높아 꾸준한 수익을 주면서도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낮은 산업)인 확률형 아이템을 쉽게 접목할 수 있고 보다 간편하게 개발할 수 있는 모바일 게임을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다양한 게임이 출시돼도 비슷한 형식과 게임 플레이 등 판에 박힌 형태이기 때문에 이러한 모바일 게임에 등을 돌린 게이머도 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은 2014년 매출 기준 2조 9,136억 원을 기록하면서 매년 높은 성장세를 유지 중이다. 모바일 게임은 향후 몇 년 내로 PC 온라인 게임을 넘어 게임 시장에서 점유율 50%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모바일 게임의 과금 방식은 확률형 아이템에서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 비슷한 게임 방식에 아이템·캐릭터 능력치 강화나 강력한 캐릭터 뽑기 등 똑같은 틀을 대부분 사용하고 있다. 계속 이런 방식이 유지되면 결국 커진 게임 시장은 과거 바다이야기 쇼크처럼 언젠가 게이머들이 등을 돌리면서 쪼그라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과도한 과금 결제 유도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어느 정도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과금 결제를 하지 않고는 게임을 진행할 수 없는 구간이 등장한다. 게임에 애착이 생겨 어느 정도 과금 결제를 할 수도 있겠지만, 계속 과금 결제를 유도하는 시스템에는 그 누구라도 혀를 찰 수밖에 없다.

현재 PC 온라인 게임의 경우 성인은 50만 원, 미성년자는 7만 원으로 한 달 결제 한도가 정해져 있다. 하지만 모바일 게임은 결제 한도가 정해져 있지 않다. 일본에서는 사용자의 나이에 따라 과금 결제 한도를 제한하지만, 국내에는 이러한 조치도 없다. 자율 규제에 따르고 있지만, 강압적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 또다시 이러한 게이머를 기만하는 행위가 없도록 게임 업체의 자발적인 규제보다 보다 강력한 법안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제 게임에서 뽑기 확률 공개는 필수가 됐다. 하지만 정확한 확률이 맞는지를 판단하려면 그만큼 많이 뽑기를 해야 하며, 고성능 아이템의 뽑기 확률은 1% 미만일 정도로 희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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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18-05-11 02:51:13
MLB GM도 한번 가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