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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망 중립성 폐기가 불러올 영향

이제 자유로운 인터넷은 없다? 이철호 기자l승인2018.01.19l수정2018.01.19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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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rtPC사랑=이철호 기자] 지난 몇 달 동안, 미국 인터넷에서는 ‘#NetNeutrality’라는 해시태그를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망 중립성’ 원칙을 폐기하기로 정하자 많은 인터넷 유저들과 인터넷 기업이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2월 14일(현지시각),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의 망 중립성 정책 폐기 표결에서 3:2로 폐기안이 통과됐다. 그런데 이 망 중립성은 과연 무엇일까? 미국의 네티즌들은 왜 망 중립성 폐기에 반대한 것일까?

 

망 중립성이란?

우리가 인터넷으로 맛집을 찾고 동영상을 볼 때 인터넷망에는 수많은 데이터가 서버에 전송된다. 이때 흐르는 데이터의 양을 트래픽(Traffic)이라 한다. 당연히 개인이나 기업의 사용 환경에 따라 인터넷망으로 보내는 트래픽의 양이 다르다.

망 중립성(Net neutrality)은 이 트래픽을 데이터의 내용이나 유형에 따라 차별하지 말고 동등하게 취급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 원칙에 따르면, 데이터를 100GB를 쓰든 1GB를 쓰든 부담이 같아야 한다. 데이터를 많이 쓴다고 해서 속도가 떨어
지는 일도 없어야 한다.

망 중립성을 고속도로에 비유해 보자. 망 중립성은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량이 모두 똑같이 달릴 수 있게 하는 것과 같다. 이 원칙이 없다면 차량에 따라 고속도로와 저속도로를 나눠서 추가 요금을 낸 사람만 고속도로를 달리게 하는 등의 차별대우가 가능해진다.

▲ 망 중립성은 고속도로에서 모든 차량이 똑같이 달릴 수 있게 하는 것과 같다.

 

인터넷은 공공재인가 사유물인가?

전 세계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쓰는 시대가 오면서 점차 망 중립성을 폐기·완화해야
한다는 입장과 이를 유지·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 충돌하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보급으로 인해 무선 인터넷 트래픽이 폭증했기 때문이다. 불어나는 트래픽으로 네트워크 증설·유지비용이 커지자 통신사 측에서 망 중립성에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 트래픽 폭증으로 인해 네트워크 증설·유지비용이 커지면서 망 중립성에 대한 논란이 시작됐다.

통신사 측에서는 네트워크 구축·유지를 위해 자신들만 부담을 지고 있다며, 많은 데 이터를 사용하는 이용자와 기업은 그에 따른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인터넷 기업 측은 망 중립성이 폐지될 경우 통신사가 인터넷을 장악해 소비자가 큰 피해를 보고 인터넷 산업 전체가 쇠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런 망 중립성에 대한 논란의 핵심은 인터넷이 ‘공공재’이면서 ‘사유재’라는 점에 있다. 인터넷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공재적 성격을 지닌다. 한편으론, 이윤을 노리는 사기업이 공급한다는 사유재적인 측면도 있다. 이 중에서 어느 쪽을 중시할 것인지가 망 중립성에 대한 입장을 좌우한다.

 

인터넷의 사유물 선언

이번 FCC의 망 중립성 폐기의 핵심은 FCC가 인터넷을 통신사의 사유물로 판단했다는 점이다. 인터넷을 공공재가 아닌 시장 원칙을 따라야 하는 정보서비스로 규정
함에 따라 통신 사업자가 합법적으로 인터넷 트래픽에 차별을 줄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 2015년,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통신사를 공공서비스 업체로 규정했다. 통신사가 제공하는 광대역 인터넷 액세스를 전기와 수도와 같은 공공서비스로 분류한 것
이다. 이에 따라 데이터의 양이나 내용에 따라 속도, 이용료를 차별하지 못하게 하
는 망 중립성이 확립됐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은 망 중립성을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내왔다. FCC 위원장으로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 출신의 아지트 파이를 임명한 것이 그 예이다. 그리고 결국, FCC는 광대역 인터넷 액세스를 공공서비스에서 정보서비스로 변경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 망 중립성 폐기안을 통과시킨 아지트 파이 FCC 위원장.

 

거대한 지각변동이 다가온다

이제 미국 통신사들은 구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서비스 속도를 느리게 하거나 아예 차단한 뒤 이를 사용하려면 추가 요금을 내도록 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로 인해 인터넷 서비스 기업이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서비스의 속도가 느려지는 것을 감수하거나 원활한 서비스 품질을 위해 통신사에 트래픽 사용료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통신사에 막대한 트래픽 비용을 지불하기 어려운 중소 업체의 타격이 극심할 것으로 전망된다.

▲ 망 중립성이 폐기되면서 인터넷 업체들의 트래픽 사용비 부담이 커지고 사용자의 통신비도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한편, 통신사가 특정 서비스 트래픽에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통신사가 소유한 서비스의 트래픽을 우대하는 것도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통신사가 자사 소유 콘텐츠를 우선적으로 밀어주는 방식으로 타 콘텐츠 업체를 견제할 가능성도 생긴다. 여러 미국 통신사가 영화사, 방송국 등의 콘텐츠 기업을 인수한 것은 이를 위한 준비로 보인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망 중립성 폐기는 큰 충격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망 중립성이 유명무실한 포르투갈의 경우 SNS나 유튜브, 넷플릭스 등에 ‘기본 데이터’를 부과한다. 만일 기본 데이터 이상 사용했다면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 미국 또한 이런 방식으로 소비자의 통신비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유튜브나 페이스북 로딩이 느려지거나 광고가 더 늘어나 원활한 사용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 트럼프 행정부가 망 중립성을 폐기하려 하자 많은 이들이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에서도 시위를 벌였다.

 

우리나라에는 영향이 있을까?

현재 우리나라는 통신사를 기간통신사업자로 규정하고 있으며 통신사나 대형 포털이 콘텐츠 업체와 거래할 때 불합리한 조건을 붙이거나 부당하게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합리적 트래픽 관리기준을 제정해 망 중립성을 지키고자 한다.

정부는 이 망 중립성 원칙을 계속 유지하려 한다. 실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측에서는 “미국의 정책 변경이 글로벌 트렌드라 보기 어렵다”면서 현재의 정책을 유지하려 한다. 문재인 대통령 또한 핵심 정책에 망 중립성 강화 정책을 내걸었다. 이를 볼 때 단기적으로 큰 변화가 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FCC의 결정으로 망 중립성에 대한 논란이 다시 심해질 전망이다. 우리나라 인터넷 기업을 대표하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에서는 망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반면, 통신사 측에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미국의 망 중립성 폐기 결정에 내심 찬성하는 모습이다.

지난 2016년, 망 중립성을 강화하는 망 중립성을 강화하는 법안이 발의됐으나 1년 넘게 계류되고 있다. 인터넷을 모두를 위한 서비스로 볼 것인지, 시장 논리가 적용돼야 하는 사업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커지는 상황 속에서, 이번 FCC의 망 중립성 폐기 결정으로 이에 대한 논쟁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철호 기자  chleo@ilovep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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