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PC의 아름다운 재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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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PC의 아름다운 재활용
  • PC사랑
  • 승인 2008.10.2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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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사회복지정책연구원 사랑의 PC 보내기 운동

중고 PC의 아름다운 재활용

 

 

고민고민해서 많은 돈을 주고 산 PC가 책상 위에 놓인 모습을 보면 마음이 참 뿌듯하다. 하지만 고개를 돌려 좋은 자리를 뺏기고 방 한구석에 덩그러니 방치된 예전 PC를 보니 그 동안의 정 때문인지 마음이 짠하다. 그냥 버리려고 해도 비싸게 주고 샀던 기억에 왠지 속이 쓰리고, 절차도 만만치 않다. 재산목록 첫 번째가 순식간에 천덕꾸러기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런 중고 PC 때문에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좋은 운동이 있다. ‘사랑의 PC’ 보내기다. 애물단지가 된 중고 컴퓨터가 많은 사람들을 웃기고, 울리는 사랑의 컴퓨터로 다시 태어나는 감동의 현장을 다녀왔다.

 

 사랑의 PC 보내기 운동?
세계 1위의 IT 강국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사람이 인터넷 문화를 접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를 해결하려고 한국정보문화진흥원(www.kado.or.kr)은 ‘사랑의 PC 보내기 운동’을 열어왔다. 이 운동은 컴퓨터를 무료로 보급해 많은 사람들이 평등하게 인터넷을 쓸 수 있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전국의 정보문화진흥원이나 동사무소, 공공기관, 장애인협회에서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중 정보문화진흥원은 중고 컴퓨터를 나눠준 뒤에도 정기적으로 찾아가 점검과 수리를 도와준다. 또 IT 교육도 열어 간단한 고장은 스스로 고칠 수 있도록 가르쳐 주고, 체계적인 교육으로 소외 계층 사람들도 조금씩 IT 세상에 적응하도록 돕는다. 소년소녀가장이나 사회복지시설, 도서벽지 교육기관, 장애인 시설 등 정보를 얻기 힘든 사람들이 주요 대상이다. PC는 모두 무료고, 교육도 일정부분 나라에서 지원한다.
PC사랑이 찾아간‘ 한국사회복지정책연구원 사랑의 PC 보내기 운동 본부’(이하 사랑의 PC본부)도 그 가운데 한 곳이다.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이곳은 매년 몇 천대가 넘는 사랑의 PC를 기부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커다란 창고에 종류별로 부품을 쌓아놓고 사랑의 PC가 필요한 이를 위해 직접 조립하는데 규모나 전문성이 유명 PC 제조업체 못지않다.
더위가 앙탈을 부리던 9월 중순에 찾아간 사랑의 PC 본부는 외부의 열기가 시원할 정도로 분주했다. 이곳저곳에서 오는 전화를 받고 자료를 정리하는 등 한창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현남화 부원장을 발견했다.

 

강산이 한 번 변해도 사랑의 PC는 여전해
사랑의 PC 보내기 운동은 벌써 10년이 넘었을 정도로 오래되었다. 10년 전만 해도 PC는 큰 결심을 하고 사는 고가 제품이어서 선뜻 기부를 해주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직접 발로 뛰고 다닐 때는 정말 힘들었어요. 10년 전에 괜찮은 컴퓨터를 하나 사려면 백만 원이 훌쩍 넘는 돈을 써야 했는데, 나중에 새 컴퓨터를 샀다고 누가 비싸게 샀던 것을 선뜻 내놓겠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아는 사람들한테 가서 사정을 이야기하고, 그 분들이 다른 사람들을 소개해주고, 또 가서 사정해서 기부를 받았죠.”
현남화 부원장은 초기에는 마치 다단계처럼 힘들게 일했다며 밝게 웃었다. 처음에 사랑의 PC 본부 사람들은 주로 개인보다 기업이나 학교를 찾아다녔다. 기업이나 학교는 몇 년에 한번씩 PC를 바꾸기 때문에 수십 대를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렇게 노력을 하자 1년에 100대를 겨우 기증받던 수준에서 10년이 지난 지금은 그 수가 몇 천대로 늘어났을 정도로 많은 발전을 이뤘다. 특히 2007년에는 전국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PC를 기부했다. 사랑의 PC 본부에서 접수와 기부 업무를 담당하는 차진호 사무국장은 컴퓨터에 대한 인식이 바뀐 덕도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한 번 사면 버리지 않는 가구가 아닌, 새로운 제품이 나올 때마다 바꿀 수 있는 전자 기기로 보게 된 것이죠. 또 정부와 협회가 함께 노력한 덕분에 사랑의 PC에 대한 입소문이 많이 퍼진 것도 이유 가운데 하나입니다.”
PC값이‘ 똑’ 떨어진 것도 중요한 변화다. 몇 백만 원을 주고 샀던 것을 요즘에는 몇 십만 원이면 살 수 있으니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엔 충분했다.

눈앞의 이익보다는 사회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기부
사랑의 PC 본부에서는 컴퓨터뿐 아니라 모니터나 노트북, 프린터 등 전산장비는 모두 기증 받는다. 덕분에 기증받은 물품을 모아놓은 창고를 보면 웬만한 고물상은 저리가라 할 정도다. 이렇게 전산장비를 가리지 않고 모두 기증받다보니 이를 악용하는 사람도 있다. PC를 기증할 테니 다른 전산장비도 가져가라고 해서 고마운 마음으로 가져왔더니 고칠 수 없는 것들이 많아 도리어 돈을 주고 버려야 할 때가 종종 있어 무척 속상하단다.
중고 PC를 기부하면 법인세법에 의거 기부금으로 인정해 연말정산 때 세금을 감면해준다. 하지만 몇 십대를 기부해도 겨우 몇 천원에서 몇 만원일 뿐이다. 그래서 대부분 세금 감면에 대한 이득보다는 사회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기부를 한다. 다 고마우신 분들이지만, 덕분에 재미있는 사건도 많다고 한다.
“한 번은 사무실에 전화가 왔는데 오래 전에 쓰던 컴퓨터를 기부하고 싶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고마운 마음에 한달음에 달려가서 받았는데, 알고 보니 오래 전에 쓰던 애플Ⅱ를 비롯한 286을 몇 대 기부하셨어요. 너무 오래되어서 쓰지 못하는 것들이지만 차마 버리지는 못하고 창고 구석에 잘 보관하고 있어요. 따뜻한 마음을 받은 기념품으로요.”
현남화 부원장은 그래도 이런 분들 때문에 사랑의 PC 보내기 운동이 계속 유지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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