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돌아오는 거야! 턴테이블이 디지털을 만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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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돌아오는 거야! 턴테이블이 디지털을 만나기까지
  • 양윤정 기자
  • 승인 2017.10.13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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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사라질 것이라 생각한 것이 사라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미 스마트폰의 성능 강화로 일반 카메라, MP3 플레이어 등의 휴대 기기들이 설 곳을 잃어가고 있는 가운데, 진작 사라졌어야 할 턴테이블이 영미 지역을 중심으로 다시 살아날 조짐이 보인다.

기록한 소리를 재생할 수 있을 때부터 형태를 조금씩 변해가며 명맥을 유지하던 턴테이블은 CD의 등장으로 모습을 감췄다. 그런데 아날로그 열풍이 불어오면서 LP판이 주목을 받게 되자 턴테이블의 수요도 늘어나 새로운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물론,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새로운 기술이 더해졌다.

 

빠르게 변화하는 음악 소비 형태

지난 7월 27일, 애플의 MP3 플레이어 ‘아이팟 나노’와 ‘아이팟 셔플’이 단종됐다. 아무리 한 시대를 풍미했고 회사를 지금의 자리까지 끌어올려도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뒤처지면 버려지고, 사라진다.

▲ 7월 27일부터 아이팟 나노와 아이팟 셔플은 애플 공식 홈페이지에서 사라졌다.

IT 기술이 점점 발전하면서 사람들의 소비 생활도 변했다. 특히, 음악 소비의 변화는 한 세대를 거치지 않아도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직 30세가 되지 않은 사람들도 카세트테이프에서 CD, 음원 파일 다운로드, 그리고 지금의 스트리밍(음원을 구매하지 않고 음악 재생 서비스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음악을 듣는 음악 소비 방식)까지 모두 경험했다.

사람들은 좀 더 편하게 음악을 소비를 하고 싶어 했다. 이에 음원을 저장한 매체의 크기를 점점 줄이더니 음원 자체를 판매하기 시작했고 현재는 음원을 재생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CD를 사지 않아도, 음원을 다운로드하지 않아도 음악을 감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더 이상 음원 자체를 구매할 필요가 없으니 음원을 재생시키는 CD 플레이어와 MP3 플레이어가 외면받고 사라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아날로그 열풍을 타고 온 LP판

▲ LP 음반의 지름은 30cm(12인치)다. 참고로 일반 CD의 지름은 12cm다.

아날로그의 인기는 낯선 현상이 아니다. 그때 그 시절 특유의 문화는 현대에 들어서도 사라지지 않고 적절히 녹아들고 있다. 특히, 아날로그는 ‘추억’, ‘감성’과 어울려져 ‘빠름’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잠시 쉬어가는 휴식처를 마련해 준다. 이런 현상이 음악 소비에까지 찾아왔다. 뒤처지면 사라지는 시대의 흐름을 거슬러 죽어있던 LP판을 다시 살려낸 것이다.

LP(Long Playing Record)는 1950년경에 등장한 음반 포맷으로 이전 음반의 중심이었던 SP(Standard Playing Record)나 EP(Extended Playing Record)의 5분 정도밖에 되지 않은 짧은 재생 시간을 극복하기 위해 개발됐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LP는 20분 이상 음악 재생이 가능해 SP, EP를 누르고 음반 시장의 주류가 됐다. 특히, LP의 등장으로 인해 재생 시간이 긴 교향곡과 오페라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1960년대부터 생산되기 시작해 카세트테이프와 CD가 등장한 1980년대 전까지 활발하게 유통됐다.

▲ 아델과 같은 유명 팝스타나 태연, 아이유, 인피니트 등 국내 인기 가수들도 한정판 LP를 발매했다.

최근 LP의 상승세는 음반 시장이 활발한 영미 지역에서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닐슨 사운드스캔에 따르면 미국 LP판 판매량은 2010년 280장에서 2015년. 1,200장까지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과거 명반들을 LP로 다시 발매하거나 인기 팝스타들이 CD와 함께 한정판으로 LP를 발매하자 자연스럽게 소비가 증가한 것이다. 국내의 경우 영미 지역처럼 눈에 띄는 성장은 없지만 김광석, 조용필 등 LP 시대를 주름잡았던 가수들이 기념반, 한정판으로 LP를 발매하고 있고 아이돌 가수들까지도 한정판으로 LP를 발매하기도 한다.

 

디지털을 만난 턴테이블

과거 유물로 간주됐던 LP가 다시 발매되자 LP를 재생하는 턴테이블도 슬금슬금 시장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턴테이블은 레코드(SP, EP, LP) 플레이어며 축음기라고도 불린다. 레코드를 놓는 플래터(회전반)와 회전하는 레코드 위에 올려 레코드에 기록된 음악을 재생하는 픽업(톤암/카트리지) 등으로 구성됐다.

▲ 기록된 소리를 재생할 수 있는 축음기는 에디슨이 발명했다.

레코드가 막 성행했던 초기에는 전기가 아닌 손으로 직접 태엽을 돌려 플래터를 회전시켰으며 연결된 나팔에서 소리가 출력됐다. 이후 전기 동력이 도입됐고, 나팔도 사라지고 스피커를 본체에 탑재하거나 외부 스피커 연결 단자를 지원해 지금의 깔끔한 형태가 됐다.

▲ 디제잉에서도 턴테이블을 이용하기도 한다. 주로 재생 중인 레코드를 건드려 스크래치를 내 음악에 변화를 주는 용도로 사용한다.

21세기에 다시 소환된 LP 덕에 턴테이블도 신제품을 출시하며 함께 시장에 나올 수 있었지만 레코드를 재생시키기만 했던 과거 성능만 가지고는 소비자의 눈길을 끌기에 한계가 있었다. 이미 시대는 변했고 음악을 소비하는 방법과 함께 다루는 방식도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에 턴테이블 제조사들은 아날로그 턴테이블에 디지털을 접목하기 시작했다.

 

블루투스 지원

▲ GPO Ambassador. 블루투스 칩셋이 탑재돼 블루투스 스피커, 이어폰/헤드폰으로 LP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8월 10일 기준 인터넷 최저가 245,550원.

지금 스피커 시장은 블루투스가 대세다. 무선의 자유로움을 한 번 맛본 사람들이 무선 제품을 선호하자 턴테이블도 블루투스를 탑재해 외부 스피커와 무선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했다. 턴테이블은 휴대성이 좋지 않다. 집에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굳이 블루투스를 탑재할 필요가 없을 것 같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을 활용해 스트리밍 서비스로 음악을 소비하기 때문에, 간편하게 스마트폰과 무선으로 연결할 수 있는 실내용 블루투스 스피커를 소지한 가정이 많아 활용도가 높다.

턴테이블 자체를 가방 형태로 만들어 휴대성을 높인 제품도 있다. 여기에 내장 배터리와 블루투스를 지원한다면 야외에서도 강력한 출력으로 LP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물론, 턴테이블과 LP판의 크기와 무게는 개인이 감수해야 한다. 유선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연결할 수 있는 이어폰/헤드폰 단자를 탑재하기도 한다.

 

디지털 리핑

스트리밍이 음악 소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지만 여전히 가수들은 앨범을 낼 때 CD로 발매한다. 요즘은 CD 플레이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CD를 사면 CD 속 음원을 PC로 옮겨 담는다. LP도 가능하다. 턴테이블과 PC를 연결해 LP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디지털 음원으로 저장할 수 있다.

▲ Stir It Up 밥말리 턴테이블. 3.5mm 이어폰/헤드폰 단자를 지원하고 PC와 연결할 수 있는 USB 단자를 지원한다. 299,000원.

이전에는 턴테이블과 PC를 연결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턴테이블에 PC 연결용 단자를 삽입해 LP 특유의 아날로그 음질을 음원 파일로 소장할 수 있다. 특히, 일부 고가의 턴테이블은 DSD Native 5.6MHz, PCM 192kHz/24bit의 고해상도를 지원한다.

▲ 소니 PS-HX500. 레코드를 DSD Native 5.6MHz, PCM 192kHz/24bit 고해상도 디지털 음원으로 저장할 수 있다. 899,000원.

턴테이블이 다양한 기술을 접목시키며 발전하고 있다. 이미 대체 수단이 나온 상황에서 턴테이블이 나설 자리는 아주 좁지만 추억은 사라지지 않고 계속해서 되새겨진다. LP와 턴테이블만이 줄 수 있는 ‘감성’이 존재하고, 이를 느끼기 위해 ‘불편함’을 찾는 사람들이 사라지지 않는 한 턴테이블도 계속 살아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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